손님 맞는 마음
내가 손님이 되어 어느 집을 찾아간다 할 때면, 나를 맞이할 사람들은 집안을 어떻게 추스를까 생각합니다. 네 식구 살아가는 우리 집에 누군가 손님으로 찾아온다면, 나는 우리 보금자리를 어떻게 추스를까 헤아립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앞서 글을 읽는 사람입니다.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기 앞서 사진을 읽는 사람입니다.
나는 아이들 돌보는 사람이기 앞서 내 어버이가 돌본 어여쁜 아이였어요. 내가 아끼고 사랑할 옆지기가 있는 만큼, 나 또한 옆지기한테서 아낌과 사랑을 받을 사람입니다.
내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기에 내 아이한테 사랑을 듬뿍 물려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내가 사랑을 제대로 못 받으며 살았으면 내 아이한테 사랑을 하나도 안 물려주어도 될까 궁금합니다.
내가 읽은 글이 따분하거나 재미없거나 어이없다고 느꼈으면 나도 따분하거나 재미없거나 어이없다고 느낄 글을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내가 읽은 사진이 틀에 박히거나 밋밋하거나 뒤틀렸다고 느꼈으면 나도 이렇게 내 마음에 안 내키는 사진을 찍어야 할까 궁금합니다.
사랑받으며 살았으니 사랑을 물려줍니다. 사랑을 못 받으며 살았으니 사랑을 물려줍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랑을 받았으나 사랑을 물려주지 못하거나 사랑을 못 받은 만큼 사랑을 못 물려주기도 하겠지요.
내가 고이 맞아들이는 손님이기에, 이들이 나를 손님으로 맞아들일 때에 꼭 고이 모시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를 달갑잖은 손님이라 여긴 이를 내가 손님으로 맞아들인다 해서, 나 또한 이이를 달갑잖이 맞아들일 까닭이 없습니다.
집 안팎을 치웁니다. 오늘 하루 먹을거리를 챙깁니다. 어디에서 잠을 자야 따스할까 어림합니다. 우리 집으로 찾아올 손님 세 사람을 어디에 누이고 나는 어디에서 자면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다 함께 기쁘게 누릴 하루를 생각합니다. 모두 즐거이 웃으며 떠들 하루를 돌아봅니다. 아무쪼록, 아침부터 저녁까지 웃음꽃 피우면서 서로서로 복닥이는 보금자리로 꾸리고 싶습니다. (4345.2.11.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