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엄마 얘기 들어 볼래? 리처드 스캐리 보물창고 7
리처드 스캐리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6

 


무엇을 배우며 살아야 할까
― 알콩달콩 엄마 얘기 들어 볼래?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황윤영 옮김
 보물창고 펴냄, 2009.7.10.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은 어디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아이들을 가르칠까요. 학교가 아이들을 가르칠까요.


  내 어릴 적을 떠올립니다. 어느새 모든 아이들은 반드시 학교(초등학교부터)에 가야 한다고 여기고, 여덟 살 나이가 되면 취학통지서를 받습니다. 내가 처음 학교에 발을 디뎠을 적에, ‘어른이라는 교사’는 우리 앞에서 ‘무슨 애들이 이렇게 버릇이 없어? 집에서 뭘 가르치나?’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이때 함부로 입밖으로 말을 꺼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무슨 선생님들이 저렇담? 집에서 가르친 게 없으면 학교에서 가르치면 되잖아?’ 하고. 그리고 ‘우리들 집이 어떤 줄 알고 저런 말을 마구 지껄여?’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몸가짐은 집에서 가르쳐야 올바를까요. 아이들 몸가짐은 학교에서 가르쳐 줄 수 없는가요. 그러면, 학교라는 곳에서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까요. 학교는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가요.


  교과서와 시험공부만 가르치면 학교가 될까 궁금해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집에서 아이한테 사랑과 꿈과 믿음을 제대로 안 가르친 탓에 학교폭력·따돌림·괴롭힘 따위가 불거지는지 궁금해요.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인데, 모두 집에서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친 탓에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폭력을 쓸까요.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어른은 여태껏 아이들을 두들겨패면서 윽박지르는 짓을 일삼지 않았던가요.


.. 엄마돼지에게는 아들이 둘 있어요. 그 둘의 이름은 ‘좋아요’와 ‘싫어요’예요. 엄마가 둘에게 무슨 일을 부탁할 때마다, ‘좋아요’는 “좋아요.”라고 대답해요. 하지만 ‘싫어요’는 “싫어요.”라고 대답하지요 ..  (6쪽)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 ‘잘 배운다’고 여길 수 없습니다. 학교만 다니면 다 될 일이라고 여길 수 없습니다. 초·중·고등학교 적에 성적을 잘 받아서 대학교만 잘 들어가면 다 될 일이라고 여길 수 없습니다. 대학교를 높은 성적으로 마치고 회사에 잘 들어가면 다 끝나는 일이라고 여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대학교에 보내려고 낳아서 돌보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아이가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라고 낳아서 돌보지 않으니까요.


  교과서만 책상에 올려놓고 가르친다면, 학교는 없어도 된다고 느껴요. 교과서나 책을 쓸 때도 있지만, ‘가르치고 배우는 터’라고 한다면, 사람이 살아갈 때에 가장 크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빛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지 싶어요.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으며 어떤 집에서 사느냐 하는 대목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 학교이지 싶어요. 그러니까, 지난날 학교라는 데가 없던 때에는, 집이 언제나 학교였고 마을이 늘 학교였어요. 집과 마을에서 모든 삶을 보고 듣고 배우면서 함께 살았어요.


  아무래도 오늘날에는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때로는 공장 노동자가 되어 돈을 벌어야 이 돈으로 밥과 옷과 집을 살 수 있으니, 학교에서는 ‘직업인’이 되는 교육만 하지 싶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직업인만 되면 아름답게 살아갈는지, 아이들은 직업인이 되기를 바라며 크면 될는지 알쏭달쏭해요. 오로지 대학입시만 바라보며 열두 해를 교과서 외우는 일만 시킬 때에, 이 아이들 마음밭이 어떻게 될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 붐비는 거리에서 뛰지 마세요. 사람들을 밀지도 말고요. 장난삼아 그래도 안 돼요. 그러다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어요 ..  (15쪽)


  리처드 스캐리 님이 빚은 예쁜 그림책인 《알콩달콩 엄마 얘기 들어 볼래?》(보물창고,2009)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은 1973년에 처음 나왔고, 한국에서는 2009년에 비로소 나옵니다. 어느덧 마흔 해를 묵은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마흔 해 앞서 유럽(또는 미국) 어느 나라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이 그림책에서 흐르는 ‘엄마가 들려주는 얘기’란, 아이들이 학교에 들기 앞서 집과 마을에서 어버이와 어른한테서 듣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느낍니다. 동무끼리 서로 아끼고, 형제끼리 서로 사랑하며, 집에서 다 함께 활짝 웃고 노래하는 삶을 들려줍니다.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운 삶을 들려줍니다. 아이들이 받아먹을 마음밥을 어머니 눈높이에서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 상대방이 부탁을 들어주면 로리는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요?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인사를 하나요? 좋아요 ..  (28쪽)


  무엇을 배우며 살아야 할까 생각합니다. 무엇을 가르치며 살아야 할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며 살 적에 즐거울까요.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치며 살 적에 즐거운가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며 자랄 적에 아름다울까요.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치며 살림을 가꿀 적에 아름다운가요.


  학교에 앞서 즐거운 삶과 사랑스러운 삶을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한다면 아름다운 삶과 착한 삶을 그려야지 싶습니다.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활짝 웃고 노래할 삶을 따사롭게 이룰 적에 비로소 ‘삶터와 배움터와 놀이터와 일터와 사랑터’가 하나로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347.1.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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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 권정생 선생님이 들려주는 6.25 전쟁 이야기 평화 발자국 1
권정생 지음, 이담 그림 / 보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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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5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권정생 글
 이담 그림
 보리 펴냄, 2007.6.25.

 


  우리 마음속에는 ‘너와 나’가 따로 없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너와 다’가 딱히 없습니다. 모두 ‘우리’입니다. 내 마음처럼 네 마음이 있습니다. 내가 배고프면 너도 배고파요. 내가 즐거우면 너도 즐겁고 싶어요. 내가 사랑을 누리며 기쁘면, 너도 사랑을 누리며 기쁘고 싶어요.


  혼자만 잘살 수 없습니다. 나만 잘살고 너는 못살아도 되지 않습니다. 나는 못살고 너만 잘살아야 하지 않습니다. 서로 잘살 때에 즐겁습니다. 함께 잘살면서 다 같이 노래하고 춤출 수 있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아이를 때려 보셔요. 아이가 아프겠지요. 아이한테 맞아 보셔요. 맞으면 아프겠지요. 어른인 우리들이 자가용을 달리다가 빵빵하고 눌러 보셔요. 앞에서 길을 걷던 사람이 깜짝깜짝 놀라요. 우리는 빨리 가고 싶으니 빵빵하고 누를 텐데, 자가용에서 내려 아이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다가 누군가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를 들어 보셔요. 얼마나 깜짝 놀랄는지 스스로 느껴 보셔요.


.. “곰이도 일어났구먼?” 아저씨는 일부러 그러듯이 벙긋 웃어 보였습니다. “그럼요, 이렇게 아름다운 봄밤인데…….” 곰이는 하얀 둥근 달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하얀 둥근 달은 하도 맑아서 저절로 소리라도 곱게 울릴 것만 같았습니다 ..  (4쪽)

 


  아주 깨끗한 시골이나 멧골로 찾아가서 냇물이나 샘물을 마셔요. 그리고 냇가 한쪽에서 빨래를 해 보셔요. 빨래를 하며 이는 거품이 흐르겠지요. 빨래거품이 이는 한쪽에서 물을 떠서 마실 수 있는지 헤아려 보셔요.


  늦봄에 들판과 숲으로 가서 들딸기를 따먹어 보셔요. 그리고, 들딸기 돋는 곳 둘레에서 비닐쓰레기를 태워 보셔요. 비닐쓰레기 타는 냄새가 퍼지는 곳에서 들딸기를 따서 먹을 만한지 헤아려 보셔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셔요. 목소리를 얼마나 높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셔요. 그리고, 자동차에서 내려, 고속도로 바로 옆에 붙은 마을에 찾아가 보셔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내놓는 소리가 하루 내내 얼마나 크게 울려퍼지는가를 느껴 보셔요.


  전철길과 맞닿은 골목집에 나들이를 가 보셔요. 새벽부터 밤까지 끊이지 않는 전철이 내는 소리와 전철이 지나가며 덜덜 떨리는 기운을 느껴 보셔요.


.. 곰이는 앵두나무가 함박꽃을 피우던 고향 초가집을 떠올렸습니다. 그러고는 함께 피난을 오던 아버지랑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무사히 피난을 하고 고향으로 가셨을까?’ ..  (8쪽)

 

 


  나는 어떤 목숨일까요. 너는 어떤 숨결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어떻게 어깨동무를 할 적에 사랑스러울까요.


  같은 나라인데, 어느 도시에서는 전봇대를 치우고 전깃줄을 땅바닥에 묻습니다. 전자파를 줄이려고 힘쓰고, 전깃줄로 어지럽지 않도록 마음을 쏟습니다. 어느 시골에서는 엄청나게 커다란 송전탑을 세웁니다. 논 한복판에도 송전탑을 박습니다. 지붕 위로 송전탑 전깃줄이 가로지르곤 합니다.


  지역정부 탓일까요. 지역정부한테 목소리를 내지 못한 탓일까요. 커다란 도시에는 사람이 많고 돈이 많아서 송전탑을 안 놓고, 전봇대조차 땅바닥에 파묻을까요. 시골마을은 사람도 적고 돈도 없어서 송전탑을 척척 박아도 될까요.


  같은 나라인데,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아파도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느긋하게 지내도 좋을까요. 다 함께 즐거울 길이란, 서로 웃고 노래할 삶이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 오르막 비탈에 진달래가 무더기로 탐스럽게 피어 있었습니다. 둘은 야트막한 산봉우리에 올라가 나란히 앉았습니다. “아저씨, 전쟁을 피해 달아나려 했는데도 전쟁은 우리 뒤를 금방 따라온 거예요. 살려고 갔는데도 난 죽은 거예요.” 산봉우리에서 바라보는 달은 어쩌면 더 높이 달아난 듯 보였습니다. “아저씬 누구랑 전쟁을 하셨어요?” 곰이가 물었습니다. “국군하고 싸웠지.” “국군은 어떤 사람들이었어요?”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야.” “어느 나라를 지키는 사람인데요?” “이름만 다르지 나하고 똑같은 사람이야.” “똑같다니요?” “다 같은 단군 할아버지의 자손들이니까.” ..  (12쪽)

 


  권정생 님이 쓴 글에 이담 님이 그림을 넣은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보리,2007)를 읽습니다. 이 이야기책은 한국전쟁 때 일어난 슬픔과 생채기를 넌지시 보여줍니다. 너와 내가 적군이 되어 싸우고 죽였던 아픔과 고단함을 가만히 보여줍니다.


  참말 왜 너와 내가 적군이 되어야 했을까요. 참말 왜 너와 나는 서로 죽이고 죽는 사이가 되어야 했을까요. 참말 왜 아직도 우리는 갈갈이 쪼개져서 서로를 손가락질하거나 비아냥거리기까지 하면서 전쟁무기를 끝없이 늘리기만 할까요. 조그마한 두 나라로 갈린 채 전쟁무기와 군대를 두느라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젊고 푸른 사내들이 전쟁무기를 손에 쥐고 서로를 적군으로 노려보면서 미워해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 “그래,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역시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오푼돌이 아저씨는 곰이와 저만큼 떨어져 가서 아까 일어나던 그 장소에 쓰러지듯 누웠습니다. 뒤따라 곰이도 이끼가 더덕더덕 낀 바윗덩이 옆에 그렇게 쓰러졌습니다 ..  (34쪽)

 


  풀은 남녘에서 자라건 북녘에서 자라건 똑같이 풀입니다. 민들레는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똑같이 민들레입니다. 능금나무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러시아에서도 똑같이 능금나무입니다. 복숭아나무는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독일에서도 똑같이 복숭아나무입니다. 감자는 한국에서도 브라질에서도 노르웨이에서도 똑같이 감자예요. 참새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인도와 모로코에서도 똑같이 참새예요.


  서로 싸우지 않는 풀입니다. 서로 다투지 않는 나무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숨결입니다. 남녘사람이 북녘사람과 다툴 까닭이 없습니다. 중국사람과 인도사람이 싸울 까닭이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쳐들어갈 까닭이 없습니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쳐들어가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괴롭힐 까닭이 없습니다.


  총이 아닌 쟁기를 만들어 함께 흙을 갈아요. 탱크가 아닌 작은 집을 지어 오순도순 어울려요. 잠수함이나 전투기 따위가 아니라, 미사일이나 폭탄이 아니라, 화학무기나 핵무기가 아니라, 다 함께 즐거이 누릴 수 있는 숲과 들과 마을을 이루면서 어깨동무해요.


  나한테 저 사람은 누구인가요. 저 사람한테 나는 누구인가요. 우리는 서로서로 누구인가요. 서로 사랑할 이웃인가요. 서로 미워할 나쁜 놈인가요. 서로 아낄 벗님인가요. 서로 다툴 못된 놈인가요. 함께 살아갈 사람인가요. 함께 살아갈 수 없는 끔찍한 놈인가요.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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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 티키 템보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21
아를린 모젤 글, 블레어 렌트 그림, 임 나탈리야 옮김 / 꿈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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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4

 


아이 이름을 불러요
― 티키 티키 템보
 아를린 모젤 글
 블레어 렌트 그림
 임 나탈리야 옮김
 꿈터 펴냄, 2013.10.18.

 


  서울 다녀오는 바깥일을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시골집에서 다시 아이들 아버지가 됩니다. 밥을 챙기고 쉬를 누이며 잠자리를 여미는 아버지 자리에 섭니다. 작은아이는 신나게 뛰놀았는지 일찍 곯아떨어졌습니다. 이튿날에는 꽤 일찍 일어나겠구나 싶습니다. 큰아이는 퍽 늦도록 놀았으니 작은아이보다는 늦게 일어날까요. 큰아이도 작은아이와 함께 일찍 일어나서 새 하루에 또 신나게 놀까요.


  시골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 일꾼이 앞서 탄 손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읍내에서 ㄱ면으로 어느 아저씨를 태우셨다는데, 시골에서 동남아시아 가난한 나라 각시를 받아서 혼인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그분은 아이가 초등학교 육학년인데 하도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느라 답답하고 슬프다고 말한대요. 하도 따돌림을 받느라 아이는 학력이 무척 뒤떨어진다는군요.


  시골에서 태어났어도 시골에서 흙 만지고 살려는 가시내는 아주 드뭅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가시내는 시골로 시집을 올 생각이 없기 일쑤입니다. 고흥만 이와 같지 않아요. 다른 시골이 다 엇비슷합니다. 서울하고 가까운 시골로조차 갈 마음이 없는 젊은 가시내입니다. 젊은 사내도 똑같아요. 시골에 남는 사람은 바보스럽다고 바라보는 사회 흐름이고, 시골에 남아 흙을 일구도록 가르치지 않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이요, 대학교 교육입니다. 도시 학교나 시골 학교 모두 도시에서 일자리 찾도록 이끌 뿐이에요. 어느 학교에서나 대학교에 가도록 내몰기만 해요.


  우리는 어떤 이름을 누리는 사람일까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이름을 붙이는 숨결일까요. 우리는 아이들한테 어떤 이름을 지어서 물려주는 넋일까요.


..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중국에서는 첫째 아이에게 아주 길고 훌륭한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어요. 하지만 둘째 아이에게는 이름을 대충 짧게 지어 주거나 아예 지어 주지 않았답니다 ..  (5쪽)

 


  곁님과 나는 우리 집 두 아이한테 ‘사름벼리’와 ‘산들보라’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어머니 성도 아버지 성도 안 씁니다. 두 아이는 저마다 새로운 성을 하나씩 받았습니다. 큰아이는 ‘사름’이 성이고 ‘벼리’가 이름입니다. 작은아이는 ‘산들’이 성이고 ‘보라’가 이름이에요. 아이들이 이 이름을 스스로 곱게 여기면서 사랑스레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씩씩하게 큰 뒤에는 저희 이름을 저희 나름대로 새롭게 지어서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곧, 어버이는 아이한테 가장 고우면서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서 물려주어요. 아이는 어른이 된 뒤 스스로 새 이름을 지어서 새롭게 누립니다. 아이들 어버이인 곁님과 나 또한 우리 어버이한테서 받은 이름에다가 우리가 스스로 새롭게 지어서 붙이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이란 앞으로 살아가고픈 꿈을 담는 빛입니다. 이름이란 오늘 이곳에서 밝히고 싶은 꿈을 들려주는 노래입니다. 이름이란 어깨동무하려는 이웃을 떠올리면서 사랑을 나누려는 웃음입니다.


  이 땅에 흔한 이름이란 없습니다. 이 땅에 똑같은 이름이란 없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 다른 이름을 얻고,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른 숨결로 다 다른 빛을 비춥니다.


.. 불쌍한 챙은 형의 훌륭하고도 길고 긴 이름을 말하느라 이제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어요. 형의 이름을 한 번 더 말해야 한다니, 그만 하늘이 노래졌지요. 하지만 챙은 우물 속에서 혼자 있을 형을 생각했어요 ..  (26쪽)

 

 

 


  아를린 모젤 님이 글을 쓰고 블레어 렌트 님이 그림을 그린 《티키 티키 템보》(꿈터,2013)를 읽습니다. 먼 옛날 중국 이야기라고 하는데, 우리 겨레에도 이름을 놓고 우스꽝스러운 옛이야기가 있어요. 오래오래 잘살라면서 어버이가 아이한테 지어 준 이름이 너무 긴 나머지, 이름을 다 외고 부르다가 그만 아이가 숨을 거둔 옛이야기가 있어요.


  생각해 보면 그래요. 아름다울 뿐 아니라 부르기에도 사랑스럽게 이름을 지어서 선물할 노릇입니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길거나 부르기 까다로우면 이름 구실을 못해요. 이름뿐 아니라 돈도 똑같아요. 돈을 많이 물려주어야 아이들이 즐겁지 않습니다. 많거나 적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즐겁고 아름답게 일해서 갈무리한 돈을 물려받을 때에 즐거워요. 100억 원이나 100조 원이 되어야 하지 않아요. 100만 원도 좋고 100원도 좋아요. 꿈과 사랑을 담은 돈을 물려주어야 어버이입니다. 꿈과 사랑이 깃든 집을 물려주어야 어버이입니다. 꿈과 사랑이 서린 이야기를 물려주어야 어버이입니다.


  아이 이름을 불러요. 우리들이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지어서 선물한 아이 이름을 불러요. 그리고, 우리 어버이가 우리한테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답게 지어서 선물해 준 ‘내 이름’을 함께 불러요.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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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1-17 22:39   좋아요 0 | URL
서울 잘 다녀오셨나요. 피곤하셨을텐데, 좋은그림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나저나 전 '사름벼리'와 '산들보라' 이름이 네자라고 생각했는데, 사름과 산들이 성이었군요. ㅎㅎ 다른성을 줄수 있는지 처음 알았답니다. ^^

숲노래 2014-01-17 22:53   좋아요 0 | URL
아차, 이 그림책은 '희망찬샘' 님이 선물해 주셔서
저도 고맙게 알아채고 느끼면서 즐겁게 읽었어요.
희망찬샘 님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따로 더 해야겠네요 @.@

아직 속이 꾸물거리고 힘들답니다 ^^;;
이틀쯤 시골집에서 앓아누우면 천천히 나아지리라 생각해요.
하루만에 왔다갔다 하니 참말
아주 눈알이 빙글빙글 돌고 온몸이 다 쑤시네요 @.@

희망찬샘 2014-01-20 11:24   좋아요 0 | URL
아이들 이름이 참 예쁘네요. 이 이름으로 입학을 시키실 건가요? 자라서 본인들이 원한다면 스스로 바꾸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름입니다.

숲노래 2014-01-20 11:30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는 안 가요 ^^
이 이름대로 즐겁게 잘 살겠지요.
스스로 씩씩하고 맑게 살아가리라 믿어요~

희망찬샘 2014-01-23 18:2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희망찬샘 2014-06-22 09:20   좋아요 0 | URL
티키 2쇄가 나왔는데, 함께살기님 페이퍼를 다시 보니 '우물 안으로'를 '우물에' 로 고쳐 두셨네요. 3쇄 찍기 전에는 어색한 말 골라 주십사, 함께살기님께 좀 부탁드려야겠어요. ^^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 코끼리 똥으로 만든 재생종이 책 동물과 더불어 그림동화 3
투시타 라나싱헤 지음, 류장현.조창준 옮김, 로샨 마르티스 그림 / 책공장더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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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2

 


똥종이, 흰종이, 빛종이
―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투시타 라나싱헤 글
 로샨 마르티스 그림
 류장현·조창주 옮김
 책공장더불어 펴냄, 2013.10.3.

 


  어릴 적 일을 떠올리면, 어머니는 종이 한 장 허투루 버린 적이 없습니다. 버릴 종이가 없습니다. 신문종이가 되든 광고종이가 되든 모두 모읍니다. 학교에서는 다달이 폐품수집을 한다며 신문과 책과 종이를 내도록 시켰습니다. 이때에 내야 하는 종이를 여느 때에 바지런히 모으기도 해야 했지만, 종이는 요모조모 쓸 곳이 많습니다. 한 쪽이 빈 종이이든 두 쪽 모두 이것저것 꽉 찬 종이이든 모두 건사합니다. 찬장이나 옷장을 받칠 적에 종이를 댑니다. 나물을 다듬으면서 마룻바닥에 종이를 댑니다. 달력종이는 책싸개로 씁니다. 새 학기철이 되면 학교에서 받은 교과서를 달력종이로 싸느라 부산합니다. 달력종이로 교과서를 싼 뒤 겉에 정갈한 글씨로 교과서 이름과 숫자와 이름을 적습니다.


  나는 나대로 종이 쓸 곳이 많습니다. 딱지를 접어야 합니다. 요모조모 종이접기를 합니다. 껌을 씹건 과자를 먹건, 겉종이를 하나도 안 버립니다. 껌종이는 종이접기로 쓰고, 과자상자는 딱지를 접거나 다른 만들기를 할 적에 알뜰히 씁니다. 길을 가다가도 길에 구르는 종이를 보면 얼른 줍습니다.


  이웃들도 종이를 알뜰히 건사합니다. 동무들도 종이 한 장을 아쉽게 여깁니다. 스케치북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동무가 있습니다. 미술 수업 있을 적에 그림종이 하나 5원 주고 산다든지, 두꺼운종이 하나 20원 주고 사는 동무가 있습니다. 그림종이를 살 돈이 없어 종이를 빌리는 동무가 있었어요.


  딱지치기를 하려고 빈 우유곽을 잘 펼쳐서 쓰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급식을 한다며 받아서 마시게 하는 우유가 있는데, 우유를 다 마신 뒤 잘 씻어서 말린 뒤 손으로 예쁘게 뜯습니다. 우유곽은 두꺼우니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딱지를 접습니다. 때로는 개구리를 접습니다. 우유곽 딱지나 개구리는 무척 힘이 세고 잘 나갑니다.


  중학교에 들어서니 동무들이 딱지치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개구리는 곧잘 접습니다. 학교 앞에서 학원 광고종이 따위를 나눠 주면 잘 받아서 모은 다음 종이비행기를 접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수북하게 쌓이는 학원 광고종이를 모아서 종이비행기를 잔뜩 접습니다. 학교에서 창문을 열면 보이는 화학공장 쪽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았어요.

 

 


.. 지금 얼마 남지 않은 숲이 파괴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나무를 너무 많이 베고 있거든요. 우리의 먹을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  (7쪽)


  어릴 적부터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종이 한 장’ 만들어서 얻는 이야기를 곧잘 들었습니다. 종이 한 장을 얻어 쓰면서 늘 이 대목을 헤아렸습니다. 국민학교 다닐 적에 종이그림 한 장 함부로 쓰지 못했어요. 그러나 누가 종이를 아껴서 쓰라고 시키지는 않았어요. 종이를 함부로 쓰는 동무도 있었으니까요. 국민학교에서는 종이를 마구 쓰거나 버리는 동무를 못 봤지만, 중학교부터는 종이쓰레기가 학교에 넘쳐요. 무엇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폐품 모으기를 안 했습니다.


  종이 한 장을 어떻게 얻는지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무엇보다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나무를 베어야 합니다. 벤 나무를 짐차로 끌어서 날라야 합니다. 공장에서 나무를 알맞게 자릅니다. 알맞게 자른 나무를 다스립니다. 이동안 기계를 움직여야 할 텐데, 기계를 움직이자면 전기나 석유가 있어야 합니다. 전기는 발전소를 돌려서 얻습니다. 발전소는 석유나 석탄이나 우라늄으로 돌리는데, 발전소에서 전기를 얻기까지 발전소라는 건물을 짓느라 또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쓰고 전기를 씁니다. 석유를 얻을 적에도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쓰고 전기를 써야 해요. 마지막으로 종이공장에서 종이를 만들 적에도 전기와 석유를 많이 씁니다. 그리고, 공장을 돌리는 만큼 쓰레기와 매연이 나옵니다.


  이렇게 만든 종이를 우리가 쓰려면, 종이공장에서 짐차에 실어서 가게로 나릅니다. 문방구로든 백화점으로든 할인마트로든 나릅니다. 가게에서 종이를 사려고 걸어서 가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고,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갈 수 있어요. 택배로 종이를 산다면 누군가 짐차를 몰아서 우리 집까지 올 테지요.


  그냥 얻어서 쓰는 종이가 없듯이, 그냥 얻어서 쓰는 물건은 없습니다. 어느 물건이든 공산품을 쓴다면 엄청나게 많은 자원과 물과 전기를 씁니다. 이러면서 바람과 물과 숲을 더럽히는 쓰레기와 매연을 내놓아요. 한낱 종이 한 장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 먹을 것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다가 코끼리도 사람도 많이 죽었어요. 사람과 코끼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11쪽)


  투시타 라나싱헤 님이 글을 쓰고 로샨 마르티스 님이 그림을 그린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책공장더불어,2013)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책이름처럼 ‘똥으로 만든 종이’로 만들었습니다. 똥 가운데 코끼리가 눈 똥으로 만든 종이로 책을 만들었어요. 코끼리 가운데에서 스리랑카에서 살아가는 코끼리가 눈 똥으로 종이를 만들었고, 또 스리랑카에서 책으로 묶어서 한국으로 왔다고 합니다.


  스리랑카에는 ‘사회 기업 막시무스’가 있다고 해요. 이 회사에서는 코끼리가 누는 똥으로 종이와 책과 여러 물품을 만든다고 해요. 스리랑카에서는 이렇게 코끼리똥으로 종이와 책을 만든다는데, 코끼리가 많이 사는 태국에서도 코끼리똥으로 종이와 책을 만든다고 하네요.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하구나 싶어요. 왜냐하면, 코끼리는 풀을 먹어요. 종이는 섬유질이에요. 나무로 종이를 만들 적에는 섬유질로 만드는 셈입니다.


  그러면, 옛날 옛적에 살던 시골사람이 누는 똥으로도 종이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우리 겨레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도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들은 흙밥을 먹었어요. 풀밥을 먹었습니다. 고기 먹을 일이 거의 없거나 고기를 아예 안 먹고 흙을 일구어 밥을 먹었어요. 오늘날까지도 풀밥을 먹고 풀똥을 눈다면, 사람이 누는 똥으로도 얼마든지 종이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이 누는 똥으로는 흙기운을 되살려서 다시 흙을 일구는 거름으로 씁니다.


.. 어린이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말해 주세요. 사람들이 우리 똥으로 종이나 물건을 만들면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으니 코끼리를 죽이면 안 된다고요. 그러면 사람과 코끼리 모두 평화롭게 오래 함께 살 수 있을 거예요 ..  (27쪽)

 

 


  옛날에 시골에 살던 사람들한테는 굳이 종이를 만들어야 할 까닭이 없었으리라 생각해요. 종이를 만드느라 ‘아까운 똥’을 쓸 수 없었으리라 여겼지 싶어요. 참말, 지난날에는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들은 책을 읽지도 않았고 글을 쓰지도 않았어요.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이 읽도록 ‘한국말을 한국글에 담아 책을 엮은’ 일도 없어요. 세종 큰임금이 훈민정음을 만들기는 했어도, 시골사람이 읽도록 글을 쓰거나 책을 묶은 일은 한 차례도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골사람이 읽을 만한 글이나 책이 나왔어요. 이를테면, 윤봉길 님이 쓴 《농민독본》이 있어요.


  오늘날에도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이 읽을 만한 책을 묶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책이 수없이 쏟아지지만, 이 가운데 시골 할매와 할배가 읽을 만한 책은 거의 없습니다. 아니, 아예 없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어린이책은 엄청나게 나오지만, 이 어린이책 가운데 시골마을 시골아이가 즐겁게 읽을 이야기책은 매우 드물어요.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흙을 만지고 살아갈 아이를 헤아리면서 어린이책을 쓰는 어른은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예나 이제나 시골사람은 따로 종이를 만들지 않고, 따로 종이책을 누리지 않습니다. 나무나 풀이나 똥으로 종이를 만들어 책을 묶을 만하지만, 종이에 글을 써서 책을 누리기보다는 나무를 나무대로 누리고 풀을 풀대로 누리며 똥을 똥대로 누립니다. 나무를 바라보면서 나무를 읽어요. 흙을 만지면서 흙을 읽습니다. 하늘을 읽고 바다를 읽습니다. 날씨를 읽고 철을 읽습니다. 마음을 읽고 사랑을 읽어요.


  책은 종이책만 책이 아닙니다. 삶책이 있고 사람책이 있습니다. 마음책과 사랑책이 있어요. 풀책과 꽃책이 있습니다. 온누리를 그득 밝히는 온갖 책이 있어요.


  똥종이로 밑을 닦을 수 있지만, 풀잎으로 밑을 닦을 수 있습니다. 흰종이에 연필이나 물감이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나뭇가지로 흙바닥이나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빛종이를 곱게 접어 예쁜 놀잇감 꾸밀 수 있지만, 풀잎과 풀줄기로 인형을 만들고 목걸이와 반지와 팔찌를 만들어 놀잇감 즐길 수 있습니다.


  종이에 깃드는 숨결이란 푸른 바람입니다. 종이에 감도는 내음이란 빗물과 흙이 얼크러진 내음입니다. 종이에 서리는 무늬란 햇볕이 베푼 무늬입니다. 종이에 흐르는 빛이란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나누는 사랑이 밝히는 빛입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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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1-15 13:27   좋아요 0 | URL
사람과 코끼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님의 닉네임처럼 함께살기를 지향합니다. ^^

숲노래 2014-01-15 13:32   좋아요 0 | URL
둘이 함께,
또 코끼리뿐 아니라
풀과 나무도 사이좋게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요~
 
아주 특별한 선물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9
펄 벅 지음, 이상희 옮김, 김근희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3

 


선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 아주 특별한 선물
 펄 벅 글
 김근희 그림
 이상희 옮김
 길벗어린이 펴냄, 2006.11.20.

 


  선물은 하늘에서 똑 떨어집니다. 참말 하늘에서 똑 떨어집니다. 바라고 바라며 또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즐기는 사람들은 하늘에서 똑 떨어지는 선물을 받습니다. 바라고 바라며 또 바라는 마음으로 삶을 가꾸고 일구니, 어느 날 하늘에서 선물이 똑 떨어집니다.


  선물은 땅에서 퐁 하고 솟습니다. 참말 땅에서 퐁 솟습니다. 꿈꾸고 꿈꾸며 다시 꿈꾸는 넋으로 하루를 빚는 사람들은 땅에서 퐁 솟는 선물을 받습니다. 꿈꾸고 꿈꾸며 또 꿈꾸는 넋으로 사랑을 빛내고 돌보니, 어느 날 땅에서 선물이 퐁 솟습니다.


  선물은 마음에서 스르르 배어나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땅에서 솟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선물이 스르르 배어나오곤 합니다.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는 삶을 아끼고 보듬으니, 마음속에서 선물이 배어나와 하루가 즐겁습니다.


.. 그는 갑자기 눈을 떴습니다. 새벽 네 시, 우유 짜는 일을 거들라고 아버지가 늘 자기를 깨우던 시각이었습니다. 어릴 적 습관이 여태껏 남아 있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지요. 벌써 오십 년이 지난 옛 일이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도 삼십 년이 되었는데 ..  (5쪽)


  곰곰이 돌아보면, 모든 선물은 웃는 사람한테 찾아갑니다. 어떤 선물이든 노래하는 사람한테 찾아가지요. 웃지 않는 사람한테 선물이 찾아가지 않아요. 노래하지 않는 사람한테 선물이 찾아갈 일이란 없어요.


  즐겁게 웃고 사이좋게 웃는 사람은 날마다 선물꾸러미입니다. 기쁘게 노래하고 사랑스레 노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선물보따리입니다. 내가 나한테 선물하기도 합니다. 내 이웃 모두한테 선물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재잘거리는 목소리는 삶을 밝히는 선물입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차려서 내미는 밥상은 삶을 가꾸는 선물입니다. 아이들이 달려들며 품에 안기는 몸짓은 삶을 빛내는 선물입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입히는 옷은 삶을 일구는 선물입니다.


  선물은 늘 마음에서 마음으로 흘러요. 선물은 늘 마음으로 지어서 마음으로 건네요. 선물은 늘 마음으로 받고 마음으로 누립니다.


.. 그는 행운아였습니다. 아내의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그가 아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었던 것 또한 큰 행운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기쁨입니다. 세상에는 사랑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  (33쪽)


  펄 벅 님 글에 김근희 님이 그림을 붙인 《아주 특별한 선물》(길벗어린이,2006)을 읽습니다. 아이들과 즐기는 그림책을 으레 어버이인 내가 사서 아이들한테 선물하듯 건네며 함께 읽는데, 모처럼 그림책 하나를 선물받았습니다.


  선물이란 무엇일까요. 선물은 서로를 얼마나 기쁘게 할까요. 선물 한 점은 우리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꾸미는가요.


  사랑받는 삶도 선물이지만, 사랑하는 삶도 선물입니다. 누군가 나한테 사랑해 주기만을 바라는 선물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언제나 내 마음속 사랑을 내 둘레 이웃한테 즐겁게 나누어 주는 선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이니, 번역글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라요. 이를테면, 한국말 ‘버릇’이 있으니 ‘습관’ 같은 한자말은 안 써도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기쁨입니다” 같은 글월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이 글월은 이 그림책에서 아주 뜻있는 한 마디인 만큼 더 마음을 기울여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면 살아가면서 참으로 기뻐요”라든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참다운 기쁨입니다”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의 + (무엇)한 + (이름씨 꼴 그림씨)’로 엮는 글투는 일본 글투나 번역 글투예요. 먼먼 옛날부터 이어온 한국사람 글투는 이런 모양새가 아닙니다. 4347.1.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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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14 09:40   좋아요 0 | URL
'모든 선물은 웃는 사람에게 찾아갑니다.'
'즐겁게 웃고 사이좋게 웃는 사람은 날마다 선물꾸러미입니다.'-
예~ 오늘도, 선물꾸러미로 살아가야겠어요~*^^*

숲노래 2014-01-14 09:46   좋아요 0 | URL
appletreeje 님 고운 선물에 힘입어 즐겁게 누리고
즐겁게 느낌글을 갈무리했어요.

어제도 오늘도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즐겁게 하루를 누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