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집 보기 - 치히로 아트북 3,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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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9

 


하루는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 비 오는 날 집 보기
 이와사키 치히로 글·그림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펴냄, 2002.10.10.

 


  아침 일찍 곁님이 집을 나섭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픈 곁님은 이녁 몸과 마음에 깃든 아픈 뿌리를 스스로 찾아서 달래려고 애씁니다. 쉬운 일일는지 어려운 일일는지 모릅니다. 다만, 곁님한테 아픔이 찾아들었으면 아픔이 찾아든 까닭이 있을 테지요. 내가 아픈 사람하고 같이 살아간다면, 나도 아픈 사람하고 같이 살아가는 까닭이 있을 테지요. 우리 집 두 아이가 아픈 이를 어머니로 두었으면, 아이들로서도 아픈 이를 어머니로 둔 까닭이 있을 테지요.


  아이들이 깊이 잠든 이른아침에 집을 나섭니다. 곁님은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첫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갑니다. 읍내에서는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탈 테고, 순천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구례로 갈 테며, 구례에서 이웃을 만나 함께 공부할 곳으로 갈 테지요.


  아이들은 어머니가 아침에 집을 비운 줄 느즈막하게 알아차립니다. 어머니 없이 지낸 나날이 제법 길기도 해서, 어머니가 또 ‘공부하러’ 나간 줄 깨닫습니다. 두 아이는 마당에서 뛰놀면서 멧새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두 송이 핀 동백꽃을 바라봅니다. 몽오리 단단하고 발그스름하게 맺힌 후박나무 밑에 있는 평상에 앉아서 그림놀이도 합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붓에 물감을 묻혀 “어머니 사랑해 좋아해” 하고 파란 빛깔로 글씨를 적습니다.


.. 엄마가 어디까지 갔는지 보고 올래 ..  (2쪽)

 


  거의 모든 사람들 귀에는 멧새와 들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노래’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 귀에는 풀벌레와 개구리와 맹꽁이가 우는 소리가 ‘노래’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 귀에는 물결소리도 ‘노래’요, 바람소리도 ‘노래’입니다.


  그러면, 자동차나 경운기 지나가는 소리도 노래가 될까요? 비행기 날아가거나 손전화 울리는 소리도 노래가 될까요?


  어떤 사람은 손전화 울리는 소리를 ‘대중노래’로 바꾸곤 하는데, 이렇게 바꾸면 손전화 울리는 소리는 언제나 노래라고 할 만할까요?


.. 빗방울도 노래를 하고 있네. 참 엄마가 손가락 빨면 안 된댔지 ..  (10쪽)

 


  이와사키 치히로 님 그림책 《비 오는 날 집 보기》(프로메테우스 출판사,2002)를 읽습니다. 어머니가 바깥일을 보러 집을 비우는 동안 아이 혼자 집을 보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이제 아이는 제법 컸기에 혼자서 집을 봅니다. 웬만하면 어머니와 함께 마실을 갈 법한데, 처음으로 혼자서 집보기로 한 듯합니다. 아이로서는 어머니와 따라 마실을 가는 일도 즐겁지만, 두근두근 설레면서 혼자서 집보기를 하는 일도 즐겁습니다. 처음 겪는 새롭고 재미난 놀이요 삶입니다.


.. 유리창에 내 소원을 써 보았어 ..  (21쪽)


  언제나 아이와 함께 마실을 다니거나 저잣거리에 가셨을 어머니는 ‘처음으로 아이만 혼자 집에 두고 나서는 길’이 얼마나 설렜을까요. 아이가 집에서 혼자 잘 있는지 얼마나 두근거리면서 궁금할까요. 어머니도 웬만하면 아이와 함께 마실을 가고 싶었겠지요. 어머니도 아이와 함께 마실을 갈 적에 훨씬 즐거웁겠지요.


  그러나, 어머니도 아이도 자라야 합니다. 어머니도 아이도 스스로 씩씩하게 살아야 합니다. 아이는 어버이 품에서 벗어나 씩씩하게 두 다리로 섭니다. 어버이도 아이를 살그마니 놓아 주면서 씩씩하게 두 팔로 기지개를 켭니다.


  새끼 제비는 날갯짓을 익혀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합니다. 어미 제비는 다 큰 새끼 제비한테까지 먹이를 물어다 주지 않습니다. 어미 제비라면 훨씬 쉽고 빠르게 먹이를 잡을 테지만, 아이가 크기를 바라니, 눈물을 삼키면서 고개를 홱 돌립니다. 어버이는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니, 아이 혼자서 집보기를 시킵니다. 나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뛰놀기만 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 두 아이가 저희끼리 마당에서 스스로 놀이를 찾아내거나 만들어서 놀기를 바라면서 살그마니 지켜봅니다.


  유리창에 꿈을 손가락으로 적어 봅니다. 마음밭에 사랑을 가만히 씨앗 한 톨로 심습니다. 하얀 종이에 우리 이야기를 그림으로 곱게 그립니다. 가슴속에 부푼 이야기를 그득그득 담습니다. 하루는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4347.2.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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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품은 여우 내 친구는 그림책
이사미 이쿠요 글.그림 / 한림출판사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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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6

 


사람이 참새보다 낫지 않다
― 알을 품은 여우
 이사미 이쿠요 글·그림
 허앵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1994.5.1.

 


  가끔 도시로 일을 하러 다녀옵니다. 전남 고흥은 어느 도시하고도 참 먼 시골이기에, 어디로든 도시로 일을 하러 가자면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섭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올 적에는 언제나 저녁별이나 밤별을 등에 업습니다.


  엊그제 이틀치기로 서울과 인천을 다녀오면서 밤 열두 시 언저리에 고흥에 닿았습니다. 서울과 인천에서는 별을 보지 못했고 별을 볼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인천은 서울보다 건물이 낮지만, 시골처럼 한 층짜리 집이 죽 늘어서지는 않습니다. 골목동네에서도 곳곳에 빌라가 많으니 별바라기를 헤아리지 못합니다. 하늘이 너무 좁아요. 서울에서는 밀려드는 자동차 물결 때문에 하늘 볼 틈이 없지요. 게다가 깊은 밤까지 불빛이 밝은 서울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별이건 달이건 떠올리지 않으리라 느껴요.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고흥읍에서 내려 택시를 불러 탑니다. 택시 창밖으로 별을 봅니다. 읍내를 벗어난 택시는 바다도 멧자락도 들도 하늘도 모두 깜깜한 길을 조용히 달립니다. 이곳에서는 택시나 버스를 타고 움직이면서 별바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택시를 내립니다. 천천히 걸어 집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모두 잠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낮 동안 마당에서 놀며 어지른 것을 치웁니다. 마루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루며 방이며 부엌이며 어지럽습니다. 몸이 고단하지만 이대로 두고 쓰러질 수는 없습니다. 한참 치우고 걸레질을 합니다. 한숨을 돌리려고 마당으로 다시 내려섭니다. 별바라기를 합니다. 이 좋은 별을 보며 살자고 시골로 왔지, 하고 헤아립니다. 이 좋은 별빛을 받는 시골에서 푸르게 자라는 풀과 꽃과 나무를 누리자고 조용조용 살아가지, 하고 돌아봅니다.

 


.. “아주 먹음직스러운 알이네. 한입에 삼켜버리자. 아니, 잠깐!” 여우는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먹을 거라면 이 알을 따뜻하게 품어서, 태어난 아기 새를 꿀꺽하자.” ..  (2쪽)


  새근새근 잠든 아이들을 한참 바라봅니다. 이불을 여미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습니다. 코를 부비고 다리를 주물러 봅니다. 어른인 나와 견주어 조그마한 발을 조물주물 주무릅니다. 이 작은 발로 오늘 하루 얼마나 신나게 뛰놀았니, 이 작은 발로 얼마나 개구지게 뛰고 날면서 하루가 신났니.


  아이들이 있기에 시골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노래하기를 바라니까, 자동차 걱정을 하지 않는 시골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다시금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온갖 놀이를 찾아내고 지으면서 자라기를 바라니, 어디에서 무엇을 만져도 근심할 일이 없는 시골에서 살아갈 수 있구나 하고 곰곰이 되새깁니다.


  아파트 아닌 다세대주택에서 살아도 아이들이 집안에서 뛰도록 두기 어렵습니다. 아파트숲 아닌 골목동네에서 살더라도 아이들은 자동차 걱정을 해야 합니다. 나라에서 어린이집 보육비를 대준다 하더라도 썩 반갑지 않습니다. 보육비를 대주는 일보다 어린이집이 어떤 노릇을 하는가를 살펴야지 싶어요. 아이를 낳아 보살피는 삶은 돈으로는 가꾸지 못해요. 아이는 언제나 사랑으로 낳고, 사랑으로 보살핍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사랑스럽게 놀고, 사랑스럽게 노래합니다.

 


.. 큰 소리에 여우가 눈을 떠 보니, 족제비가 알을 깨뜨리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크릉, 크릉! 무슨 짓이냐, 내 알이야!” 여우는 새처럼 입으로 쿡쿡 족제비를 찌르며, 털북숭이 꼬리로 힘껏 때렸습니다 ..  (15쪽)


  이사미 이쿠요 님 그림책 《알을 품은 여우》(한림출판사,1994)를 읽습니다.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는 “왜 여우가 알을 품어?” 하고 묻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닌 적 없고 다큐영화도 거의 본 일이 없는 일곱 살 큰아이는 여우가 새끼를 낳는지 알을 낳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요즈막에는 ‘새는 알을 낳는다’는 대목 하나는 조금 알아챘습니다. 아이는 그림책을 보다가 “족제비가 왜 알을 먹으려고 해?” “배고파서.” “족제비가 알을 먹으면 새가 태어나지 못하잖아.” “그러게. 새가 태어나지 못하지. 그런데 족제비는 배고프니까 알을 먹어야 해.”


  큰아이는 눈치를 채지 못했을까요. 아니, 첫머리에 나오는 이야기를 어느덧 잊었을까요. 여우도 알을 먹을 생각이었어요. 여우도 알을 먹으려 합니다. 다만, 알에서 새끼 새가 깨어나면 더 맛나게 먹을 생각이에요.


.. 여우는 매일 매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알을 고이고이 품었습니다 ..  (26쪽)


  내가 낳은 목숨이든 남이 낳은 목숨이든 모두 같습니다. 내가 돌보는 목숨이든 남이 돌보는 목숨이든 모두 같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와 내가 씨앗을 심어 돌보는 밭이 서로 같습니다. 내가 쓴 글과 내가 장만한 책이 서로 같습니다.


  목숨은 어디에서나 같습니다. 같은 값이라서 같지 않습니다. 같은 사랑이라서 같습니다. 한국사람이 일본사람이나 중국사람보다 더 낫지 않습니다. 미국사람이 버마사람이나 라오스사람보다 더 낫지 않습니다. 어른이 아이보다 낫지 않으며, 아이가 어른보다 낫지 않습니다.


  사람이 참새보다 낫지 않습니다. 이와 똑같이, 참새가 사람보다 낫지 않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낫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꽃이 사람보다 낫지 않습니다. 모두 이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목숨이요 숨결이면서 이웃이자 동무입니다. 저마다 한식구를 이루어 저마다 예쁜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 난처해진 여우는 아기 새를 두고 숲 속으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둥지 안에 두고 온 아기 새가 걱정되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삐익삐익, 삐익삐익.” 불쌍한 아기 새의 울음소리가 숲 속까지 들려왔습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 ..  (37쪽)


  여우는 새끼 새를 잡아먹지 못합니다. 여우는 새끼 새를 잡아먹을 수 없습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알을 고이고이 품”으며 지냈는데, 이 알에서 깨어난 여린 목숨을 어떻게 잡아먹을까요. 아마 여우는 앞으로 ‘풀 먹는 여우’로 달라질는지 몰라요. ‘풀 먹는 여우’로 살다가, 풀이 아파할까 걱정하는 마음이 생기면, 풀조차 안 먹고 ‘바람과 이슬을 먹는 여우’로 다시 태어날는지 몰라요. 하느님 눈물을 쏙 뺄 만큼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운 여우로 살아갈 테지요. 하느님 웃음을 빙그레 자아낼 만큼 멋지고 예쁘며 즐거운 여우로 살아가겠지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모두 한마음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른은 모두 한넋입니다. 사랑이 가득 담긴 한마음이요, 꿈이 그득 실린 한넋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요.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앉아 땅을 봐요. 가만히 서서 두리번두리번 이웃을 둘러봐요. 눈을 살며시 감고 마음속에서 샘솟는 이야기를 느껴요. 우리는 서로서로 어떻게 살아갈 적에 환하게 빛나면서 맑게 노래할 수 있는 숨결일까 헤아려 봐요. 4347.2.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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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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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마실을 하느라, 책 사진은 고흥으로 돌아가서 붙입니다~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8

 


아름답게 피어나는 소리
―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펴냄, 2012.6.29.

 


  모든 소리는 마음으로 듣습니다. 마음을 여는 사람이 소리를 듣습니다. 마음을 열지 않은 몸이라면, 스스로 받아들이고픈 소리가 아니라 둘레에서 울리는 소리가 스며듭니다.


  마음을 열지 않을 적에는 숲에 깃들어도 멧새가 지저귀는 노래를 듣지 못합니다. 마음을 열지 않으니 들에 서더라도 들풀과 들꽃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마음을 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구름이 들려주는 노래와 해님이 방긋 웃는 노래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오늘날 이 나라에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퍼지지 않는다면, 오늘날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꾸 마음을 닫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닫은 채 지식만 꺼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열려 하지 않으면서 지식과 학력과 재산과 권력 따위를 앞세워 모든 노래를 잠재우거나 짓밟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 “우리, 같이 연주하지 않을래?” 그 아이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언덕 위 풀밭에서 첼로 케이스를 열었다. “여기에서!” ..  (5쪽)


  나는 고3 입시 수험생이던 스물 몇 해 앞서도 시멘트감옥과 같은 교실에서 바람소리를 들었습니다. 교단에서는 교사가 한참 분필질을 하면서 침을 뱉지만, 내 마음은 창문 바깥에서 흐르는 구름을 느낍니다. 내 마음은 구름을 타고 멀리멀리 조용하면서 아름다운 어느 시골을 달립니다.


  고3 수험생으로서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면, 아주 마땅히, 교사들이 읊조리는 수업을 놓칩니다. 십 분이나 이십 분쯤 수업은 안 듣고 창밖 하늘만 헤아리다가 문득 깨어나면 아차 싶으면서도, 수업을 못 들은 일이 아깝지 않습니다. 수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교과서나 참고서를 나중에라도 뒤지면 외울 수 있어요. 그러나, 아침 아홉 시와 아침 열 시와 아침 열 한 시에 창밖에서 흐르는 바람소리는 바로 이때에 마음을 열어 누리지 않으면 들을 수 없습니다. 몸뚱이는 시멘트감옥에 갇혔지만 마음은 늘 하늘을 날았어요. 내가 살아서 숨쉬는 목숨인 줄 느끼려면, 시험문제 하나 더 푸는 일보다 내 숨소리가 어디에 닿고 내 마음빛이 어떠한가를 살펴야 해요.


  그러나 딱히 무언가를 잘 알거나 깨우쳐서 입시 수험생이면서도 이렇게 지내지는 않았습니다. 가슴에서 무언가 답답했어요. 가슴으로 어딘가 막혔어요. 풀어야 하는데 풀 길이 없고, 풀어야 할 응어리를 풀도록 북돋우거나 이끌거나 도운 이웃이나 어른이 없어요.


  중·고등학생은 교과서와 참고서만 들여다보면서 대학바라기로 살면 되나요? 대학바라기 되어 대학교에 들어가면, 이때부터 스스로 하고픈 일을 실컷 할 수 있나요? 그렇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고 보니, 어떤 일이든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잖아요? 대학생이 되니, 이때부터 취업을 생각하라며 집회나 시위 현장에는 얼씬하지도 말라고, 도서관에 가려면 토익 공부를 해야지 도서관에 꽂힌 책을 읽지는 말라고 그러잖아요?


  대학생이 된 수많은 젊은이들은 누구도 공부를 하지 않아요. 고등학생 때하고 똑같이 수험공부는 할는지 몰라도, 삶공부와 사랑공부와 꿈공부를 하지 않아요. 어느 대학교이든 소설책만 잔뜩 꽂아 놓지, 삶과 사랑과 꿈을 스스로 익히도록 돕는 책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요. 이 나라 대학교는 도서관이라기보다 도서대여점이라고 해야 할 만해요. 그러니 나는 이런 대학교에 머물 수 없어, 혼자서 학교를 그만두었어요. 몇몇 동무한테 함께 그만두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다들 ‘여태 집에서 들인 돈이 얼마인데 그만두느냐’면서, 그만두면 집에서 쫓겨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쫓겨나지 말고 집을 나오면 되지 않니’ 하고 물으니, 모두들 그저 웃기만 해요.


.. “작은 새의 노래, 들어 봐. 바람 소리, 이건 강물 소리.” ..  (6쪽)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이나 부산으로 달릴 적에 늘 생각해요. 너덧 시간 동안 시외버스에서 버스 엔진과 바퀴와 텔레비전이 내는 소리가 울려퍼지지만, 고속도로가 가로지른 시골마을과 숲과 들과 냇가에서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요. 내 마음은 버스와 텔레비전이 아닌 창밖으로 이어져요. 저 숲에서는 어떤 목숨이 어떤 삶을 이을까 하고 생각해요. 저 들에서는 어떤 들풀이 살몃살몃 고개를 내밀까 하고 생각해요.


  도시로 마실을 나와 길을 거닐 적에도 꽉 막힌 시멘트길과 아스팔트길에서조차 어느 틈바구니 있는지 없는지 살펴요. 살그마니 고개를 내민 들풀이 있는지 눈여겨봐요. 북적거리는 시내 한복판이라 하더라도 조그마한 들풀을 보면 쪼그려앉아 살살 쓰다듬어요. 네가 이 도시를 살리는구나, 하고 인사를 하면서 노래를 불러요. 네가 이 도시에 있는 이웃들한테 푸른 숨결 앞으로도 싱그러이 나누어 주렴, 하고 고개숙여 인사를 해요.


.. 그 아이의 주변에 새가 날고 있다. 프롤의 소리를 듣고 있는것이겠지? 나는 볼 수 없는 강아지를 꼭 껴안고 있다. 아저씨가, 조용하게 미소짓고 있다. 저녁놀을 조용히 보고 있는 것 같다. 천 개의 첼로가, 천 개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  (31쪽)


  이세 히데코 님 그림책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천개의바람,2012)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일본에서 2000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1995년에 일본 고베에서 일어난 엄청난 지진 뒤에 생긴 이야기 한 가지를 담습니다.


  일본에서는 몇 해 앞서 후쿠시마에서 아주 끔찍한 일이 있었어요. 1995년 고베뿐 아니라, 우리로서는 일제강점기라고 할 퍽 지난날에 관동대지진이 있기도 했어요. 1945년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이때에, 일본에서 우악스럽고 바보스러운 전쟁 미치광이가 꽤 많이 죽었지요. 그런데, 이런 때에 전쟁 미치광이뿐 아니라 착하고 얌전하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느 수수한 사람도 아주 많이 죽었어요.


  전쟁은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전쟁은 어른과 아이를 따지지 않아요. 전투기나 폭격기에서 떨어뜨리는 무시무시한 폭탄은 마을을 가리지 않아요. 이웃을 등치거나 괴롭히던 사람이든, 이웃한테서 시달림 받던 사람이든, 조용히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든, 핵폭탄도 크고작은 온갖 폭탄도 아무것도 안 가려요. 그예 모두 다 죽일 뿐입니다.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전쟁이 피어나는 소리가 아닌, 사랑이 피어나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윽박지르거나 다그치는 소리가 아닌, 쓰다듬거나 어루만지는 소리를 노래 한 가락으로 들려주고 싶습니다. 내 마음에도, 이녁 마음에도, 살몃살몃 고운 노랫소리가 피어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살금살금 맑은 봄노래가 피어날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열어요. 마음을 열었으면 웃어요. 웃었으면 노래해요. 4347.2.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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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2-19 14:14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여러 분들의 소개로 많이 접했는데,
함께살기님의 아름다운 느낌글 읽으니, 이젠 읽어야겠습니다~
감사히 담아갑니다~*^^*

숲노래 2014-02-20 00:00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일본판'으로 이 책을 장만했어요.
한글판과는 사뭇 다른 '그림책 빛결'이
참 곱구나 하고 느꼈어요.

곧, 일본판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쪽빛문고 11
가코 사토시 지음, 고향옥 옮김, 김웅서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6

 


바다와 사람과 지구별
―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코 사토시 글·그림
 고향옥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2009.9.30.

 


  일본에서 1969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청어람미디어)는 한국에서 2009년에 번역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 그림책을 1980년대에 해적판으로 본 일이 떠오릅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바닷속 모습을 어느 책인지 그림책인지 몰래 훔쳐서 썼지 싶어요. 한국에서는 1999년 12월 31일까지 세계저작권을 지키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나온 책이든 일본에서 나온 책이든 몰래 펴내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펴낼 만하다면 그만큼 한국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면서 좋다고 할 만하겠지요. 안 좋은 책을 애써 번역해서 낼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아름다운 책을 아름다운 손길로 가다듬고 묶어서 펴내야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아름다운 책을 안 아름다운 손길로 몰래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1980년대를 살던 아이들이, 또 1970년대나 1990년대를 살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한국땅 어른들이 몰래 훔쳐서 펴낸 그림책을 모르겠습니까.


.. 얕은 바다에는 이밖에도 재미있는 생물이 많이 살고 있답니다. 그러나 얕은 바다는 언젠가 메워져 공장이 들어서거나 깊이 파여 항구가 되어 그 모습이 확 바뀌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  (7쪽)


  마흔 해만에 제대로 번역한 그림책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를 찬찬히 읽으며 생각합니다. 번역글은 매끄럽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을 사람은 바다학자 아닌 어린이입니다. 이 그림책은 과학자 아닌 어린이한테 맞추어 나왔습니다. 그러면, 이 책에 담을 낱말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야겠지요. 이를테면, “내해는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 파도가 많이 일지 않아 조용합니다(8쪽).” 같은 글은 “안바다는 뭍으로 둘러싸여서 물결이 크게 일지 않아 조용합니다.”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 어린이한테는 ‘뭍’보다 ‘육지’ 같은 한자말이 익숙할는지 몰라요. 어른들은 아이한테 ‘물결’이라는 한국말은 안 가르치고 ‘파도’라는 한자말만 쓸는지 모릅니다.


  생각해 볼 일이에요. 물결이든 파도이든 ‘많이’ 일지 않습니다. 크게 일거나 작게 입니다. ‘둘러싸여 있어’와 같은 글꼴은 한국 말투가 아닙니다. ‘둘러싸여’처럼 적어야 한국 말투입니다. 낱말도 낱말이지만 말투를 제대로 추스를 수 있어야 해요. “굴은 조개의 한 종류입니다(9쪽).” 같은 글을 헤아려 보셔요. “굴은 조개 가운데 한 가지입니다.”나 “굴은 조개 가운데 하나입니다.”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 물고기를 더 많아지게 하거나 더 크게 자라게 하는 바다목장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도 바닷속에서 일을 하거나 살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바닷속, 바다 밑바닥은 육지 위와 똑같이 자꾸자꾸 열리고 있습니다 ..  (17쪽)


  그림책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는 아이들이 바다를 가까이 마주하면서 살가이 보듬도록 이끕니다. 바닷속으로 십 미터 백 미터뿐 아니라 천 미터까지도 깊이 들어가면서 돌아보는 그림책이에요. 바닷가 모래밭이랑 갯벌부터 지구별을 두루 살피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너른 눈길과 깊은 마음길을 가다듬을 만합니다.


  참 잘 빚은 그림책이라 생각하는데, 여러모로 좋은 대목을 많이 엿보면서도 꼭 한 가지에서 걸립니다.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를 사람한테 쓸모있게 개발하자’는 쪽에서 바라봅니다. 바다 깊은 곳과 바닷가에 공장을 짓고, 바다 깊은 곳에 길을 내며 온갖 기계로 파헤치는 쪽에서 바라봐요. 갯벌이 어떤 노릇을 하고, 물결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짚지 않습니다. 물과 뭍이 서로 어떻게 얽히면서, 지구별 숨결이 서로 어떻게 잇닿는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바다 자원’과 ‘바다 개발’이라는 눈높이로만 바라보기에, 기계를 많이 써서 바닷고기를 잔뜩 낚은 탓에 바닷고기 씨가 말라 ‘양식장’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얼거리를 제대로 밝히지 않습니다. ‘바다 자원을 관리’하면서 ‘현대 문명이 끝없이 치닫는 흐름’을 아주 좋거나 바람직한 쪽에서 바라봅니다.

 


.. 여러분도 바다를 조사하고 탐험해 보고, 바다를 사랑해 주세요 ..  (39쪽)


  바다는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요.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면서 어깨동무할 때에 사랑이 될까요. 바다는 어떠한 곳일까요. 뭍은 어떠한 곳일까요. 지구별은 어떠한 곳일까요. 우리 어른들은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면서 보듬을 때에 아름다울까요. 우리 아이들은 바다에서 무엇을 느끼면서 무럭무럭 자랄 적에 아름다울까요.


  바다를 왜 조사하고 탐험해야 할까 궁금합니다. 바다를 조사하거나 탐험하는 사람은 바다를 어떻게 하고 싶은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바다에 끝없이 쓰레기를 버릴 뿐 아니라, 바닷속에서까지 핵폭탄 실험을 하는 과학자와 산업국가 정책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바다를 더럽히는 목숨은 오직 사람뿐입니다. 바다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목숨도 오직 사람뿐입니다. 사람들은 지구별에서 바다를 어떻게 건드리는 목숨일까요? 사람들은 지구별에서 바다를 어떻게 바꾸고 싶을까요?


  바다는 사람한테 개발되고 싶을까요. 바다는 사람 손길에 길들고 싶을까요. 바다는 한낱 양식장 노릇을 하는가요. 바닷가에 공장과 발전소와 군부대를 잔뜩 만들어 놓는 정책은 바다를 제대로 알거나 사랑하거나 지키거나 돌보려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을까요. 4347.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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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는 할머니
사노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45

 


선물을 하는 마음이란
― 산타클로스는 할머니
 사노 요코 글·그림
 이영미 옮김
 나무생각 펴냄, 2008.12.17.

 


  아마 어디에서나 ‘산타클로스’는 할아버지라고 일컫지 싶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라고만 말하지, ‘산타 할머니’라고는 말하지 않으리라 느껴요. 돌이켜보니, 저 또한 《산타클로스는 할머니》(나무생각,2008)라는 그림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여느 사회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싶습니다.


.. “뭔가 잘못 안 것 같은데, 나는 산타클로스를 구하고 있어요. “물론 산타클로스인 줄 알고 왔습니다.” 할머니는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6쪽)


  사노 요코 님은 ‘산타 할머니’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선보입니다. 하늘나라에서도 하느님은 ‘산타 = 할아버지’라는 틀에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씩씩한 할머니는 왜 산타가 할아버지이기만 해야 하느냐고 따집니다. 하느님은 하늘나라에서 아뭇소리를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두 손을 모아 빌 뿐입니다. ‘산타 할머니’도 이녁한테 주어진 일을 잘 하면서 아이들한테 고운 선물 두루 나누어 주기를 바라기만 합니다.


.. “어때요, 할 만합니까?” 지붕 위에서 마주친 베테랑 산타클로스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습니다. “아무래도 난 타고난 산타클로스 같아요. 난 알겠어요.” “뭘 안다는 거요?” 할머니는 대답도 없이 순록과 함께 휑하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  (17쪽)


  산타 할아버지들은 주어진 일을 주어진 대로 잘 해냅니다. 산타 할머니도 이녁한테 주어진 일을 주어진 대로 잘 해냅니다. 그러나, 산타 할머니는 한 가지를 알아요. 한 가지를 알기 때문에 모든 일을 주어진 대로만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새 선물’ 못지않게 ‘헌 선물’도 받고 싶거든요. 산타 할머니는 이녁 손주한테 ‘헌 선물’을 주기로 해요. 아이들 마음을 읽었기 때문에, 아이가 ‘새 선물’ 못지않게 바라는 선물을, 그러니까 ‘헌 선물’을 마음으로 빌고 바란다는 뜻을, 사랑스럽고 살갑게 읽었기에 ‘하느님이 나누어 주라고 맡긴 새 선물’은 냅두고 ‘할머니가 손수 마련한 헌 선물’을 건넵니다.

 


.. “천국에서 훨씬 예쁜 새 인형을 들고 왔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내가 알아버렸는걸.” 할머니 산타클로스는 능숙한 솜씨로 망가진 인형을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알아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순록이 기다리다 지쳐 혼자 하늘로 올라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  (24쪽)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마음으로 아이 생각을 읽습니다. 아이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가 어떠한가를 알아챕니다. 빙그레 말없이 웃고는 아이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는 어버이입니다. 아이 또한 어버이 사랑을 마음으로 읽으면서 알아요. 어버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이루어 준 선물을 말없이 알아채고는 빙그레 웃어요.


  사랑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옮습니다. 사랑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은 마음에서 태어나 마음에 뿌리를 내립니다.


  그림책 《산타클로스는 할머니》는 조용히 알려줍니다. ‘베테랑 산타 할아버지’는 하늘나라에서 맡긴 일을 척척 잘 해내겠지요. 그러나 사랑은 척척 잘 해내는 솜씨로는 빛내지 못해요. 다 다른 아이들이 꾸는 다 다른 꿈을 읽을 때에 사랑이 자라요.


  온누리 들판에서 자라는 모든 꽃이 장미꽃이 되면 예쁠까 하고 생각해 보면 돼요. 이 꽃이 있고 저 꽃이 있으니 이 꽃 저 꽃 모두 예쁘면서, 장미는 장미대로 예쁩니다. 온누리 숲에서 자라는 모든 나무가 소나무가 되면 멋있을까 하고 헤아려 보면 돼요. 이 나무가 있고 저 나무가 있으니 이 나무 저 나무 모두 멋있으면서,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멋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 흐르면서 봄내음이 천천히 퍼집니다. 이제 두 달을 기다리면 새해에 새로운 제비떼 찾아들어 우리 집 처마 밑에서도 새롭게 새끼를 까고는 날마다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겠지요.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기다립니다. 4347.2.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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