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 코끼리 똥으로 만든 재생종이 책 동물과 더불어 그림동화 3
투시타 라나싱헤 지음, 류장현.조창준 옮김, 로샨 마르티스 그림 / 책공장더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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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2

 


똥종이, 흰종이, 빛종이
―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투시타 라나싱헤 글
 로샨 마르티스 그림
 류장현·조창주 옮김
 책공장더불어 펴냄, 2013.10.3.

 


  어릴 적 일을 떠올리면, 어머니는 종이 한 장 허투루 버린 적이 없습니다. 버릴 종이가 없습니다. 신문종이가 되든 광고종이가 되든 모두 모읍니다. 학교에서는 다달이 폐품수집을 한다며 신문과 책과 종이를 내도록 시켰습니다. 이때에 내야 하는 종이를 여느 때에 바지런히 모으기도 해야 했지만, 종이는 요모조모 쓸 곳이 많습니다. 한 쪽이 빈 종이이든 두 쪽 모두 이것저것 꽉 찬 종이이든 모두 건사합니다. 찬장이나 옷장을 받칠 적에 종이를 댑니다. 나물을 다듬으면서 마룻바닥에 종이를 댑니다. 달력종이는 책싸개로 씁니다. 새 학기철이 되면 학교에서 받은 교과서를 달력종이로 싸느라 부산합니다. 달력종이로 교과서를 싼 뒤 겉에 정갈한 글씨로 교과서 이름과 숫자와 이름을 적습니다.


  나는 나대로 종이 쓸 곳이 많습니다. 딱지를 접어야 합니다. 요모조모 종이접기를 합니다. 껌을 씹건 과자를 먹건, 겉종이를 하나도 안 버립니다. 껌종이는 종이접기로 쓰고, 과자상자는 딱지를 접거나 다른 만들기를 할 적에 알뜰히 씁니다. 길을 가다가도 길에 구르는 종이를 보면 얼른 줍습니다.


  이웃들도 종이를 알뜰히 건사합니다. 동무들도 종이 한 장을 아쉽게 여깁니다. 스케치북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동무가 있습니다. 미술 수업 있을 적에 그림종이 하나 5원 주고 산다든지, 두꺼운종이 하나 20원 주고 사는 동무가 있습니다. 그림종이를 살 돈이 없어 종이를 빌리는 동무가 있었어요.


  딱지치기를 하려고 빈 우유곽을 잘 펼쳐서 쓰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급식을 한다며 받아서 마시게 하는 우유가 있는데, 우유를 다 마신 뒤 잘 씻어서 말린 뒤 손으로 예쁘게 뜯습니다. 우유곽은 두꺼우니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딱지를 접습니다. 때로는 개구리를 접습니다. 우유곽 딱지나 개구리는 무척 힘이 세고 잘 나갑니다.


  중학교에 들어서니 동무들이 딱지치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개구리는 곧잘 접습니다. 학교 앞에서 학원 광고종이 따위를 나눠 주면 잘 받아서 모은 다음 종이비행기를 접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수북하게 쌓이는 학원 광고종이를 모아서 종이비행기를 잔뜩 접습니다. 학교에서 창문을 열면 보이는 화학공장 쪽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았어요.

 

 


.. 지금 얼마 남지 않은 숲이 파괴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나무를 너무 많이 베고 있거든요. 우리의 먹을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  (7쪽)


  어릴 적부터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종이 한 장’ 만들어서 얻는 이야기를 곧잘 들었습니다. 종이 한 장을 얻어 쓰면서 늘 이 대목을 헤아렸습니다. 국민학교 다닐 적에 종이그림 한 장 함부로 쓰지 못했어요. 그러나 누가 종이를 아껴서 쓰라고 시키지는 않았어요. 종이를 함부로 쓰는 동무도 있었으니까요. 국민학교에서는 종이를 마구 쓰거나 버리는 동무를 못 봤지만, 중학교부터는 종이쓰레기가 학교에 넘쳐요. 무엇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폐품 모으기를 안 했습니다.


  종이 한 장을 어떻게 얻는지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무엇보다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나무를 베어야 합니다. 벤 나무를 짐차로 끌어서 날라야 합니다. 공장에서 나무를 알맞게 자릅니다. 알맞게 자른 나무를 다스립니다. 이동안 기계를 움직여야 할 텐데, 기계를 움직이자면 전기나 석유가 있어야 합니다. 전기는 발전소를 돌려서 얻습니다. 발전소는 석유나 석탄이나 우라늄으로 돌리는데, 발전소에서 전기를 얻기까지 발전소라는 건물을 짓느라 또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쓰고 전기를 씁니다. 석유를 얻을 적에도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쓰고 전기를 써야 해요. 마지막으로 종이공장에서 종이를 만들 적에도 전기와 석유를 많이 씁니다. 그리고, 공장을 돌리는 만큼 쓰레기와 매연이 나옵니다.


  이렇게 만든 종이를 우리가 쓰려면, 종이공장에서 짐차에 실어서 가게로 나릅니다. 문방구로든 백화점으로든 할인마트로든 나릅니다. 가게에서 종이를 사려고 걸어서 가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고,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갈 수 있어요. 택배로 종이를 산다면 누군가 짐차를 몰아서 우리 집까지 올 테지요.


  그냥 얻어서 쓰는 종이가 없듯이, 그냥 얻어서 쓰는 물건은 없습니다. 어느 물건이든 공산품을 쓴다면 엄청나게 많은 자원과 물과 전기를 씁니다. 이러면서 바람과 물과 숲을 더럽히는 쓰레기와 매연을 내놓아요. 한낱 종이 한 장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 먹을 것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다가 코끼리도 사람도 많이 죽었어요. 사람과 코끼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11쪽)


  투시타 라나싱헤 님이 글을 쓰고 로샨 마르티스 님이 그림을 그린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책공장더불어,2013)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책이름처럼 ‘똥으로 만든 종이’로 만들었습니다. 똥 가운데 코끼리가 눈 똥으로 만든 종이로 책을 만들었어요. 코끼리 가운데에서 스리랑카에서 살아가는 코끼리가 눈 똥으로 종이를 만들었고, 또 스리랑카에서 책으로 묶어서 한국으로 왔다고 합니다.


  스리랑카에는 ‘사회 기업 막시무스’가 있다고 해요. 이 회사에서는 코끼리가 누는 똥으로 종이와 책과 여러 물품을 만든다고 해요. 스리랑카에서는 이렇게 코끼리똥으로 종이와 책을 만든다는데, 코끼리가 많이 사는 태국에서도 코끼리똥으로 종이와 책을 만든다고 하네요.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하구나 싶어요. 왜냐하면, 코끼리는 풀을 먹어요. 종이는 섬유질이에요. 나무로 종이를 만들 적에는 섬유질로 만드는 셈입니다.


  그러면, 옛날 옛적에 살던 시골사람이 누는 똥으로도 종이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우리 겨레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도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들은 흙밥을 먹었어요. 풀밥을 먹었습니다. 고기 먹을 일이 거의 없거나 고기를 아예 안 먹고 흙을 일구어 밥을 먹었어요. 오늘날까지도 풀밥을 먹고 풀똥을 눈다면, 사람이 누는 똥으로도 얼마든지 종이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이 누는 똥으로는 흙기운을 되살려서 다시 흙을 일구는 거름으로 씁니다.


.. 어린이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말해 주세요. 사람들이 우리 똥으로 종이나 물건을 만들면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으니 코끼리를 죽이면 안 된다고요. 그러면 사람과 코끼리 모두 평화롭게 오래 함께 살 수 있을 거예요 ..  (27쪽)

 

 


  옛날에 시골에 살던 사람들한테는 굳이 종이를 만들어야 할 까닭이 없었으리라 생각해요. 종이를 만드느라 ‘아까운 똥’을 쓸 수 없었으리라 여겼지 싶어요. 참말, 지난날에는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들은 책을 읽지도 않았고 글을 쓰지도 않았어요.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이 읽도록 ‘한국말을 한국글에 담아 책을 엮은’ 일도 없어요. 세종 큰임금이 훈민정음을 만들기는 했어도, 시골사람이 읽도록 글을 쓰거나 책을 묶은 일은 한 차례도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골사람이 읽을 만한 글이나 책이 나왔어요. 이를테면, 윤봉길 님이 쓴 《농민독본》이 있어요.


  오늘날에도 여느 시골마을 여느 사람이 읽을 만한 책을 묶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책이 수없이 쏟아지지만, 이 가운데 시골 할매와 할배가 읽을 만한 책은 거의 없습니다. 아니, 아예 없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어린이책은 엄청나게 나오지만, 이 어린이책 가운데 시골마을 시골아이가 즐겁게 읽을 이야기책은 매우 드물어요.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흙을 만지고 살아갈 아이를 헤아리면서 어린이책을 쓰는 어른은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예나 이제나 시골사람은 따로 종이를 만들지 않고, 따로 종이책을 누리지 않습니다. 나무나 풀이나 똥으로 종이를 만들어 책을 묶을 만하지만, 종이에 글을 써서 책을 누리기보다는 나무를 나무대로 누리고 풀을 풀대로 누리며 똥을 똥대로 누립니다. 나무를 바라보면서 나무를 읽어요. 흙을 만지면서 흙을 읽습니다. 하늘을 읽고 바다를 읽습니다. 날씨를 읽고 철을 읽습니다. 마음을 읽고 사랑을 읽어요.


  책은 종이책만 책이 아닙니다. 삶책이 있고 사람책이 있습니다. 마음책과 사랑책이 있어요. 풀책과 꽃책이 있습니다. 온누리를 그득 밝히는 온갖 책이 있어요.


  똥종이로 밑을 닦을 수 있지만, 풀잎으로 밑을 닦을 수 있습니다. 흰종이에 연필이나 물감이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나뭇가지로 흙바닥이나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빛종이를 곱게 접어 예쁜 놀잇감 꾸밀 수 있지만, 풀잎과 풀줄기로 인형을 만들고 목걸이와 반지와 팔찌를 만들어 놀잇감 즐길 수 있습니다.


  종이에 깃드는 숨결이란 푸른 바람입니다. 종이에 감도는 내음이란 빗물과 흙이 얼크러진 내음입니다. 종이에 서리는 무늬란 햇볕이 베푼 무늬입니다. 종이에 흐르는 빛이란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나누는 사랑이 밝히는 빛입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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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1-15 13:27   좋아요 0 | URL
사람과 코끼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님의 닉네임처럼 함께살기를 지향합니다. ^^

숲노래 2014-01-15 13:32   좋아요 0 | URL
둘이 함께,
또 코끼리뿐 아니라
풀과 나무도 사이좋게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요~
 
아주 특별한 선물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9
펄 벅 지음, 이상희 옮김, 김근희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3

 


선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 아주 특별한 선물
 펄 벅 글
 김근희 그림
 이상희 옮김
 길벗어린이 펴냄, 2006.11.20.

 


  선물은 하늘에서 똑 떨어집니다. 참말 하늘에서 똑 떨어집니다. 바라고 바라며 또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즐기는 사람들은 하늘에서 똑 떨어지는 선물을 받습니다. 바라고 바라며 또 바라는 마음으로 삶을 가꾸고 일구니, 어느 날 하늘에서 선물이 똑 떨어집니다.


  선물은 땅에서 퐁 하고 솟습니다. 참말 땅에서 퐁 솟습니다. 꿈꾸고 꿈꾸며 다시 꿈꾸는 넋으로 하루를 빚는 사람들은 땅에서 퐁 솟는 선물을 받습니다. 꿈꾸고 꿈꾸며 또 꿈꾸는 넋으로 사랑을 빛내고 돌보니, 어느 날 땅에서 선물이 퐁 솟습니다.


  선물은 마음에서 스르르 배어나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땅에서 솟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선물이 스르르 배어나오곤 합니다.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는 삶을 아끼고 보듬으니, 마음속에서 선물이 배어나와 하루가 즐겁습니다.


.. 그는 갑자기 눈을 떴습니다. 새벽 네 시, 우유 짜는 일을 거들라고 아버지가 늘 자기를 깨우던 시각이었습니다. 어릴 적 습관이 여태껏 남아 있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지요. 벌써 오십 년이 지난 옛 일이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도 삼십 년이 되었는데 ..  (5쪽)


  곰곰이 돌아보면, 모든 선물은 웃는 사람한테 찾아갑니다. 어떤 선물이든 노래하는 사람한테 찾아가지요. 웃지 않는 사람한테 선물이 찾아가지 않아요. 노래하지 않는 사람한테 선물이 찾아갈 일이란 없어요.


  즐겁게 웃고 사이좋게 웃는 사람은 날마다 선물꾸러미입니다. 기쁘게 노래하고 사랑스레 노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선물보따리입니다. 내가 나한테 선물하기도 합니다. 내 이웃 모두한테 선물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재잘거리는 목소리는 삶을 밝히는 선물입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차려서 내미는 밥상은 삶을 가꾸는 선물입니다. 아이들이 달려들며 품에 안기는 몸짓은 삶을 빛내는 선물입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입히는 옷은 삶을 일구는 선물입니다.


  선물은 늘 마음에서 마음으로 흘러요. 선물은 늘 마음으로 지어서 마음으로 건네요. 선물은 늘 마음으로 받고 마음으로 누립니다.


.. 그는 행운아였습니다. 아내의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그가 아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었던 것 또한 큰 행운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기쁨입니다. 세상에는 사랑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  (33쪽)


  펄 벅 님 글에 김근희 님이 그림을 붙인 《아주 특별한 선물》(길벗어린이,2006)을 읽습니다. 아이들과 즐기는 그림책을 으레 어버이인 내가 사서 아이들한테 선물하듯 건네며 함께 읽는데, 모처럼 그림책 하나를 선물받았습니다.


  선물이란 무엇일까요. 선물은 서로를 얼마나 기쁘게 할까요. 선물 한 점은 우리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꾸미는가요.


  사랑받는 삶도 선물이지만, 사랑하는 삶도 선물입니다. 누군가 나한테 사랑해 주기만을 바라는 선물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언제나 내 마음속 사랑을 내 둘레 이웃한테 즐겁게 나누어 주는 선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이니, 번역글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라요. 이를테면, 한국말 ‘버릇’이 있으니 ‘습관’ 같은 한자말은 안 써도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기쁨입니다” 같은 글월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이 글월은 이 그림책에서 아주 뜻있는 한 마디인 만큼 더 마음을 기울여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면 살아가면서 참으로 기뻐요”라든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참다운 기쁨입니다”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의 + (무엇)한 + (이름씨 꼴 그림씨)’로 엮는 글투는 일본 글투나 번역 글투예요. 먼먼 옛날부터 이어온 한국사람 글투는 이런 모양새가 아닙니다. 4347.1.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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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14 09:40   좋아요 0 | URL
'모든 선물은 웃는 사람에게 찾아갑니다.'
'즐겁게 웃고 사이좋게 웃는 사람은 날마다 선물꾸러미입니다.'-
예~ 오늘도, 선물꾸러미로 살아가야겠어요~*^^*

숲노래 2014-01-14 09:46   좋아요 0 | URL
appletreeje 님 고운 선물에 힘입어 즐겁게 누리고
즐겁게 느낌글을 갈무리했어요.

어제도 오늘도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즐겁게 하루를 누리셔요~
 
구룬파 유치원 내 친구는 그림책
니시우치 미나미 글, 호리우치 세이치 그림 / 한림출판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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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1

 


그냥 다 좋아
― 구룬파 유치원
 니시우치 미나미 글
 호리우치 세이치 그림
 한림출판사 펴냄, 1997.8.1.

 


  무엇을 하면서 놀면 즐거울까요?


  누군가 무엇을 하며 놀겠어요 하고 묻는다면 “음, 그냥 놀게요.” 하고 말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에 어른들이 “너희 무얼 하며 놀겠니?” 하고 물을 적에 “그냥 놀아요.” 하고 말했지 싶어요. 딱지를 꼭 쳐야 더 재미있지 않아요. 오징어놀이를 해야 더 신나지 않아요. 공놀이를 하든 공차기를 꼭 해야 하지 않아요. 땅따먹기나 돌치기나 구슬치기나 자치기를 굳이 해야 하지 않아요.


  골마루를 달리거나 운동장을 달리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집부터 학교까지 한 차례도 안 쉬고 달음박질을 해도 즐겁습니다. 학교부터 동무네 집까지 숨이 차도록 달려가도 놀이가 됩니다. 조약돌 하나를 주워 주머니에 넣고는 하루 내내 만지작거리기만 해도 놀이입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무엇이든 놀이이기 때문에 ‘무엇을 따로 하면서 논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습니다.


.. “구룬파는 다 컸는데도 늘 빈둥빈둥거려요.” 친구 코끼리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훌쩍훌쩍 울어.” “그럼, 일을 하게 내보내자.” “그래, 그래.” ..  (4쪽)

 


  놀자고 하면 놀 뿐입니다. 꼭 무엇을 하면서 놀지 않습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합니다. 이것은 이 놀이가 되고 저것은 저 놀이가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도 놀이입니다. 눈을 살며시 감고 마음속으로 어떤 이야기를 지어내도 놀이입니다. 눈알을 빙글빙글 돌려도 놀이입니다. 무언가 뚫어져라 바라보아도 놀이요, 벽종이 무늬를 따라 눈알을 움직여도 놀이입니다. 가만히 앉을 적에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먼지 꽁무니를 좇아도 놀이입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물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아닌 물방울을 읽어도 놀이입니다. 바가지에 푼 쌀을 씻으면서 쌀알을 손끝으로 느낄 적에도 놀이입니다. 걸레를 쥐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슥슥 먼지를 훔쳐도 놀이입니다.


  빨래를 널며 기지개를 켜는 놀이입니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쳐다보는 놀이입니다. 자전거로 달려도 놀이요, 두 다리로 걸어도 놀이예요.


  참말 온누리 모든 삶은 놀이예요. 언제 어디에서나 놀이예요. 누구하고라도 놀이입니다. 어른들이 노래방에 가거나 찻집에 가거나 술집에 가야 놀이가 되지 않아요. 골목을 걸어도 놀이요, 밭에서 풀을 뽑아도 놀이입니다. 쑥을 뜯고 봄딸기를 훑어도 놀이입니다. 개구리 노랫소리 듣는 놀이입니다. 제비 날갯짓 구경하는 놀이입니다. 무지개를 찾아 소나기를 맞으며 이 비가 멎기를 기다리는 놀이입니다.


.. 구룬파는 있는 힘을 다해서 피아노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커다란 피아노는 웬만큼 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아서 누구도 칠 수 없습니다. 피 아저씨는 “구룬파야, 이제 피아노 만드는 일은 그만두어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  (17쪽)

 


  니시우치 미나미 님이 글을 쓰고 호리우치 세이치 님이 그림을 그린 그림책 《구룬파 유치원》(한림출판사,1997)을 읽습니다. 일곱 살 큰아이를 옆에 앉히고 함께 읽습니다. 나는 책에 적힌 글을 읽어 주지만, 아이는 책에 적힌 글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만 들여다봅니다. 그림을 보며 왜 이래 왜 그래 하고 묻습니다.


  그래요, 글을 아는 어른은 글을 먼저 읽으려 할 테지만, 글을 모르는 아이라면, 또 글을 알더라도 여느 아이라면 그림으로 그림책을 읽으려 하겠지요.


  구룬파는 혼자 똑 떨어져 외로운 코끼리예요. 곁에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습니다. 틀림없이 어미 코끼리가 사랑을 속삭이며 낳았으니 구룬파가 태어났어요. 그러나, 구룬파한테는 구룬파 몸을 씻기거나 보살피는 어버이나 어른이 없어요. 동무들도 구룬파를 아끼거나 사랑하지 않습니다.


  구룬파는 외롭게 지내다가 마을을 떠납니다. 구룬파는 코끼리 마을을 떠나 사람들 사는 마을로 가서 일자리를 얻습니다. 구룬파는 늘 있는 힘껏 일합니다. 아마 구룬파라는 ‘아이 코끼리’는 이런 날을 기다렸는지 몰라요. 누구한테라도 도움이 되고 빛이 되며 사랑이 될 수 있기를 꿈꾸었지 싶어요. 온힘을 쏟아 과자를 굽고 접시를 빚으며 자동차까지 만들어요. 그러나, 구룬파가 흘리는 땀방울을 알뜰히 돌아보는 사람이 없어요.


  구룬파는 다시 외롭습니다. 기운이 없습니다. 풀이 죽어요. 쓸쓸하게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길을 나서요. 외톨이 되어 조용히 길을 가요.

 


.. 한참 가자 아이가 12명이나 있는 엄마가 “아, 바쁘다, 바빠. 셔츠가 12장에 반바지도 12장, 앞치마가 12장, 양말을 24짝. 바쁘다, 바빠.” 하며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구룬파를 보자 “미안하지만 아이들과 같이 놀아 주겠니?” 하고 부탁했습니다 ..  (22쪽)


  코끼리 구룬파는 열두 아이를 혼자 돌보는 아줌마를 만납니다. 열두 아이를 혼자 돌보는 아줌마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가 구룬파를 보더니 반깁니다. 아이들과 놀아 주기를 바랍니다. 이동안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고 집일을 하고 밥을 차리려 했겠지요. 구룬파는 피아노를 칩니다. 구룬파는 제 과자를 아이들한테 나누어 줍니다. 구룬파는 저처럼 외톨이인 아이들을 모두 부릅니다. 구룬파는 어느새 ‘유치원을 열어 모든 아이들하고 동무가 되어 신나게 어울리고 놀면서 하루를 누리는 빛’이 되었습니다.


  외톨이였던 아이들은 이제 더 외톨이가 아닙니다. 외톨이였던 구룬파는 이제 더 외톨이가 아닙니다. 서로 빙긋빙긋 웃습니다. 서로 깔깔 호호 하하 웃으면서 뛰놉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먹을것을 함께 나눕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함께 놉니다. ‘구룬파 유치원’은 허물도 담도 없습니다. 사랑 하나로 어우러지는 놀이터요, 꿈 하나로 함께 어깨동무하는 삶터입니다.


  그냥 웃습니다. 그냥 놉니다. 그냥 사랑합니다. 그냥 꿈을 꾸고, 그냥 손을 맞잡으면서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릅니다. 하루하루 모두 아름답습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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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토 요코 지음, 변은숙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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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0

 


놀잇감은 일감이 됩니다
― 이모토 요코
 이모토 요코 글·그림
 문학동네 펴냄, 2002.10.20.

 


  어른들은 장난감을 만듭니다. 어른들은 장난감 가게를 엽니다.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장난감을 팝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내미는 장난감을 받아서 놉니다. 장난감을 받아서 노는 동무를 본 아이는 저도 장난감이 갖고 싶습니다. 아이를 제 어버이를 조릅니다. 아이들 어버이는 다른 아이들 장난감 때문에 또 장난감을 새로 사고 다시 삽니다. 장난감 만드는 어른은 자꾸자꾸 새 장난감을 만듭니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거든요.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장난감이 쏟아집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장난감을 깎거나 다듬으며 만들 줄 모릅니다. 어른들이 가게에 가서 돈을 치러야 장난감을 얻을 수 있는 줄 여깁니다.


  어른들이 돈을 들여 장만한 장난감을 받은 아이들은 마치 보배라도 되는 듯 여깁니다. 아이로서는 이 장난감이 재산입니다. 가끔 동무한테 빌려주며 함께 놀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혼자 놉니다. 그런데, 혼자 놀다가 지칩니다. 이윽고 새 장난감을 얻고 싶습니다. 집안 가득 장난감투성이인데, 자꾸 새 장난감을 바랍니다.


  손수 깎고 다듬어 만든 장난감이라면 질리거나 물리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뚝딱 하고 어른들이 돈으로 장만해서 내미는 장난감은 어른 손에서 아이 손으로 가는 때부터 질리거나 물립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내미는 장난감, 이 가운데에서 돈으로 장만한 플라스틱 장난감은 끝없이 새 장난감을 부릅니다.


.. 가만히 들여다보니 달팽이가 당근을 먹고 있었어요. 느릿느릿, 입으로 녹여 가며 천천히 천천히 ..  (6쪽)


  우리 아이들은 예부터 장난감이 따로 없었습니다. 장난을 치면서 손에 쥐는 장난감은 거의 안 가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예부터 놀잇감을 마련했습니다. 스스로 마련하든 어버이나 어른이 깎고 다듬어서 살며시 건네든, 우리 아이들은 먼먼 옛날부터 놀잇감을 마련하거나 얻었습니다.


  놀면서 손에 쥐기에 놀잇감입니다. 이와 달리, 어른들한테는 일감입니다. 일하면서 손에 쥐기에 일감일까요? 그렇기도 하고, 일할 거리가 일감이기도 합니다. 어른으로서는 풀뽑기도 일감이요 절구질도 일감입니다. 그러니, 호미로 풀을 캘 적에 일이 되면서 일감이요, 이 일과 일감이란 아이들한테는 놀이와 똑같아요.


  아이들이 어른 곁에서 흙을 호미로 쪼면 놀이입니다.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어른 둘레에서 절구질을 흉내내면 놀이일 뿐,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몸이 크고 키가 자라면서 놀이와 흉내에서 차츰 일로 거듭납니다. 절구나 다듬잇돌을 갖고 놀던 아이들이 어느새 절구와 다듬잇돌로 일을 합니다. 놀면서 노래하던 아이들이 일을 하면서 노래를 불러요.


  놀이노래는 시나브로 일노래로 거듭납니다. 놀이는 어느새 일로 다시 태어납니다. 아이들이 나무를 깎아 만들던 놀잇감은, 어느 때부터 나무를 깎아 만드는 지팡이가 되고 시렁이 되며 기둥이 됩니다. 나무를 켜거나 썰며 놀던 아이들이 나무를 깎고 다듬어 집을 짓습니다. 흙을 쪼고 풀을 뜯으며 놀던 아이들이 흙을 가꾸고 풀밥을 짓습니다.

 


.. 다음날 달팽이 새끼들은 초록똥을 쌌어요. 잎사귀색 똥을요 ..  (24쪽)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 《좋아질 것 같아》(문학동네,2002)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달팽이 두 마리를 선물로 받고는 당근을 슬며시 건넵니다. 아이는 당근을 안 좋아하나 봐요. 당근이 얼마나 맛난데, 이 아이는 당근을 왜 안 좋아할까요. 당근맛을 아직 모르기 때문일 테지요. 당근이 얼마나 대단한 줄 모르는 탓일 테지요.


  달팽이는 당근을 먹고는 당근똥을 눕니다. 달팽이는 배추를 먹었으면 배추똥을 눌 테지요. 사람도 똑같아요. 사람도 당근을 먹으면 당근똥을 누어요. 사람도 밥을 먹으면 밥똥을 누고, 불고기를 먹으면 불고기똥을 누어요. 과자를 먹은 사람은 과자똥을 누고, 술을 마신 어른은 술똥을 누어요.


  밥은 똥이 됩니다. 똥은 다시 밥이 됩니다. 놀이는 일이 됩니다. 일은 다시 놀이가 됩니다. 즐겁게 먹는 밥은 즐겁게 누는 똥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 좋은 거름이 되어요. 즐겁게 하던 놀이는 즐겁게 누리는 일이 되어, 놀이노래를 일노래로 삼고 일노래는 또 놀이노래처럼 여기면서 하루가 빛납니다. 4347.1.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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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똥 베틀북 철학 동화 1
헬메 하이네 글 그림, 이지연 옮김 / 베틀북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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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29

 


똥과 흙과 밥
― 코끼리 똥
 헬메 하이네 글·그림
 이지연 옮김
 베틀북 펴냄, 2001.12.20.

 


  아이들이 똥을 눕니다. 어른들도 똥을 눕니다. 어른은 똥을 눌 적에 말없이 뒷간에 가서 힘을 줍니다. 아이들은 똥을 눌 적마다 어버이를 부릅니다. “나 똥 눌게.” 하고 말합니다. 굳이 안 밝히고 누어도 되지만, 똥을 누는 일도 꼬박꼬박 알려주고 싶구나 싶은 한편, 똥을 누고 난 다음 밑을 닦거나 씻어 달라는 뜻입니다. 머잖아 아이들 스스로 밑을 닦거나 씻을 수 있다면, 애써 어버이를 부르며 “나 똥 눠.” 하고 말하지는 않겠지요.


  우리가 누는 똥은 예부터 거름으로 삼았습니다. 똥과 오줌을 알뜰히 그러모아 흙을 살리면서 살았습니다. 날마다 먹는 밥이란, 날마다 누는 똥이 거름이 되어 얻습니다. 날마다 누는 똥이란, 날마다 먹은 밥을 몸에서 알뜰살뜰 삭혀서 나옵니다.


  나무가 떨구어 흙바닥에 뒹구는 가랑잎은 찬찬히 삭아서 나무를 살찌우는 거름이 됩니다. 가을걷이를 마치고 모가지 잘린 볏포기는 겨우내 삭으며, 봄날 땅갈이를 하면서 다시 흙으로 돌아갑니다.


  흙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흙으로 돌아갑니다. 흙으로 돌아간 뒤 새롭게 흙에서 태어납니다. 흙에서 숨을 쉬고, 흙으로 숨을 쉽니다. 흙이 숨을 쉬고, 흙이 숨을 나누어 줍니다.


.. 코끼리는 기운이 넘치고 행복해져서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리기가 힘들었어요. 코끼리가 제대로 셈을 했을까요 ..  (44쪽)


  밥을 알뜰히 다스리는 사람은 똥을 살뜰히 다스립니다. 밥을 즐겁게 먹는 사람은 똥을 즐겁게 돌봅니다. 맛나게 밥을 먹고 시원스레 똥을 누어요. 기쁘게 밥을 차리고 힘차게 똥을 매만져요.


  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무열매를 얻습니다. 나무열매를 먹고 나서 포로롱 날아갈 적에 으레 똥을 뽀직 하고 쌉니다. 새들이 누는 똥은 나무 둘레 흙땅에 톡톡 떨어집니다. 새똥은 나무가 새롭게 기운을 얻도록 북돋우는 거름이 됩니다. 새는 나뭇가지에서 열매도 먹지만 벌레도 잡습니다. 나비 애벌레나 나방 애벌레를 잡아요. 애벌레는 나뭇잎을 알맞게 갉아서 먹습니다. 이러다가 곱게 깨어나기도 하고, 애벌레일 적에 새한테 잡혀서 먹히기도 합니다. 새는 열매와 애벌레를 찾아 나뭇가지에 앉습니다. 나무 곁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은 언제나 나무한테 새똥 거름을 내어줍니다.


  그러면, 사람은 나무한테 무엇을 돌려줄까요. 나무를 베고 자르고 꺾는 사람은 나무한테 무엇을 베풀까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만 여길 뿐, 나무한테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나요. 나무한테 사랑도 꿈도 따순 손길도 베풀지 않으면서, 그저 숲을 베거나 무너뜨리기만 하나요.


.. 코끼리는 매우 행복했어요. 100년이 지난 후에야 0을 알게 되었지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풀과 나뭇잎과 더하기와 빼기에 대해서도 말예요 ..  (54쪽)


  헬메 하이네 님이 빚은 그림책 《코끼리 똥》(베틀북,2001)을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코끼리는 천천히 어른이 되면서 마흔아홉 살, 쉰 나이에 이릅니다. 그러고는 이때부터 차츰 늙어 가만가만 아흔아홉 살, 백 나이에 이릅니다.


  기쁘게 태어나 즐겁게 하루하루 누립니다. 새로운 빛을 어느 나이에 깨닫고는 다시금 곱게 하루하루 즐깁니다. 그러고는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이 코끼리에 앞서 다른 어버이 코끼리들도 이렇게 살았겠지요. 이 코끼리에 뒤이어 다른 새끼 코끼리들도 이렇게 살아가겠지요.


  우리들은 밥을 몇 그릇쯤 비우면서 살아갈까요. 우리들은 똥을 몇 차례쯤 누면서 살아갈까요. 우리들이 먹는 밥은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우리들이 누는 똥은 어디로 갈까요. 흙에서 나오는 밥을 즐기면서 흙으로 돌려주는 똥이 되는 삶인가요. 흙에서 나오는 밥이지만, 정작 흙한테 똥 한 무더기 돌려주지 않고 바다에 쓰레기로 버리는 삶인가요. 날마다 먹는 밥이 정갈하고 아름답기를 바란다면, 날마다 누는 똥 또한 정갈하고 아름답게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생각할 노릇이라고 느껴요. 그래야, 비로소 삶이 삶다울 테니까요. 밥을 지키고 똥을 보살필 때에 이 지구별에 아름다운 사랑이 드리운다고 느껴요. 4347.1.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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