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자전거를 탔어요! - 시각 장애아 미유키의 자전 동화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1
카리노 후키코 그림, 이노우에 미유키 글, 이정선 옮김 / 베틀북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3

 


아름답게 일어서요
― 엄마, 내가 자전거를 탔어요!
 이노우에 미유키 글
 카리노 후키코 그림
 베틀북 펴냄, 2002.4.10.

 


  글을 찬찬히 익히면서 새롭게 눈을 뜨는 아이는 스스로 책을 읽고 싶습니다. 스스로 그림책 한 권 다 읽어내고서 아주 뿌듯해 합니다. 다만, 글을 좇아 하나하나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에 빠져, 이야기에는 깊이 스며들지 못합니다. 그래도, 아이는 한 번 읽은 책을 덮고 다시 안 읽지 않아요. 한 번 읽은 책을 꾸준하게 다시 읽습니다. 나중에는 외우다시피 책을 읽을 뿐 아니라, 책을 들추지 않고도 이야기를 줄줄 뀁니다.


  스스로 즐기고 누리면서 자랍니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즐기고 누리는 동안 자랍니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차츰 익숙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도 어른도 낯설고 어렵지만, 차츰 익숙하면서 잘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밥을 잘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옷을 잘 깁거나 집을 잘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차근차근 하면서 몸에 익힙니다. 찬찬히 즐기면서 삶으로 녹아듭니다.


.. 의사 선생님은 아기가 살 수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지요. 아기의 아버지는 초여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  (2쪽)

 

 

 

 

 

 


  학교에서 시험을 치러 점수를 따야 공부를 잘하지 않습니다. 시험은 시험일 뿐이요, 공부는 공부일 뿐입니다. 그리고, 삶은 삶이며 사랑은 사랑이에요. 꿈은 꿈이고 놀이는 놀이이며 일은 일이에요.


  학교에 보내는 일은 학교에 보내는 일입니다. 시험공부는 시험공부입니다. 영어를 일찍부터 가르치니 영어를 일찍부터 잘합니다. 아주 마땅해요. 한국말을 일찍부터 슬기롭게 가르치면 한국말을 일찍부터 슬기롭게 잘하기 마련입니다. 어버이가 아이 앞에서도 늘 거친 말을 일삼으면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으레 거친 말을 쓰지요. 어버이가 언제나 웃고 노래하는 삶이라면 아이들은 언제나 웃고 노래하는 넋입니다.


  사회나 학교에서 흔히 ‘조기교육’을 말하지만, 무엇이든 일찍 가르치면 잘합니다. 일본문학 《오싱》이나 한국문학 《몽실 언니》에 잘 나옵니다.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일곱 살 어린이가 동생 기저귀를 빨래해요. 한겨울에도 냇물 얼음을 깨고 동생 오줌기저귀와 똥기저귀를 빨래합니다. 그런데, 기저귀 빨래를 해 본 적 없으면, 스무 살이건 서른 살이건 마흔 살이건 처음에는 서툴고 어설픕니다. 일곱 살 어린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이 일을 해야 하면 아주 익숙하면서 솜씨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잘 알아두어야 해요. 한 손에는 하나씩 쥘 수 있습니다. 한 손에 우산을 쥐었으면 책을 쥘 수 없습니다. 한 손에 책을 쥐었으면 호미를 쥘 수 없습니다. 한 손에 호미를 쥐었으면 자동차 운전대를 쥘 수 없습니다. 한 손에 자동차 운전대를 쥐었으면 수세미를 쥘 수 없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아이들이 일찍부터 영어나 한자를 지식으로 외우듯이 익혀야 하면, 이 아이들은 일찍부터 ‘잃거나 잊어야’ 하는 대목이 있어요. 일찍부터 영어나 한자를 익혀야 하는 아이들은 일찍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못 듣고 제대로 못 배웁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푸름이가 되고 젊은이가 되면, 겉으로는 한국사람 얼굴로 한국말을 읊지만,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즐거운 한국말하고는 동떨어진 모습이 되고 말아요.


.. 엄마는 나를 공원에 데려가면 “여기는 모래밭.” 하며 손으로 만지게 해 놓고는 어딘가로 가 버립니다. 내가 넘어져서 울어도 오지 않아요 ..  (8쪽)

 

 

 

 

 

 


  내 어릴 적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국민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3학년인지 어렴풋합니다. 아무튼, 학교에서 담임 교사가 받아쓰기를 시킵니다. 받아쓰기는 날마다 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두 차례를 했다고 떠오릅니다. 받아쓰기를 시키면 교실은 쥐죽은듯이 조용합니다. 받아쓰기를 해서 하나라도 틀리면 한 대씩 얻어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받침 하나라도 틀리면 그야말로 큰일이 터집니다. 다섯 문제를 내어 다섯 문제를 모두 맞혀야 하거나 열 문제를 내어 열 문제를 모두 맞혀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얻어터지지 않으’려고 용을 씁니다.


  그런데, 교사 가운데에는 시골에서 자란 분들이 있어 곧잘 사투리를 섞습니다. 도시에서 자란 분들 가운데에도 혀짤배기 소리라든지 새는 소리를 내는 분이 있습니다. 받아쓰기는 늘 표준말로 하는데, 동무들 가운데에는 담임 교사가 읊는 ‘표준 소리가 아닌 소리’를 그대로 받아서 적는 아이가 있어요. 참 안쓰럽지요. 동무는 담임 교사가 읊은 대로 제대로 받아서 적었으나 담임 교사한테 얻어터져야 해요. 담임 교사는 한 반 예순 아이를 신나게 두들겨팹니다. 지치지도 않고 몽둥이질을 아침저녁으로 합니다. 열 문제 가운데 하나만 틀린 아이는 살살 때리고, 둘을 틀린 아이는 조금 세게 때리며, 셋을 틀린 아이부터 무척 셉니다. 다섯을 틀린 아이는 머리통이 깨질듯이 맞거나 엉덩이가 터질듯이 맞습니다. 몽땅 틀린 아이는 밀걸레자루로 피멍이 들도록 맞아요.


  요즈음에는 초등학교(학교이름도 바뀌었으니)에서 받아쓰기 틀렸대서 두들겨팰 교사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왜 받아쓰기를 시켰을까요. 왜 아이들은 받아쓰기를 해야 했고, 왜 교사는 받아쓰기 숙제를 내야 했을까요.


  한국하고는 좀 멀리 떨어졌다지만, 프랑스라는 나라는 프랑스사람이 프랑스말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제 나라 아름다운 시를 아이들 스스로 읽고 읊도록 이끈다고 해요. 받아쓰기나 외워읽기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이 피어날 만한 아름다운 시를 아이들이 스스로 골라서 즐겁게 머릿속에 담아 학예회 같은 자리에서 시를 노래한다고 해요. 나중에 더 살펴보니, 한국을 뺀 웬만한 나라에서는 아이들한테 ‘제 나라 아름다운 시’를 읽히고 손수 종이에 옮겨쓰며 언제나 되읽도록 북돋으면서 마음속에 담도록 가르칩니다.


.. 어느 날 라디오에서 멋진 시를 들었습니다. 자전거에 관한 시였어요.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려 보고 싶다.” “그럼 운동장에 가자.” 엄마와 나는 보조 바퀴를 떼낸 자전거를 끌고 운동장으로 갔지요 ..  (18쪽)

 

 

 


  이노우에 미유키 님이 쓴 글에 카리노 후키코 님이 그림을 붙인 《엄마, 내가 자전거를 탔어요!》(베틀북,2002)를 읽습니다. 아이한테 이 그림책을 내밀기 앞서 내가 먼저 즐겁게 읽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이 그림책을 받더니 스스로 읽습니다. 이제 일곱 살 아이는 읽어 달라는 말을 안 합니다. 가끔 말하기는 하되, 모든 글을 혼자서 먼저 읽고 싶습니다. 누가 알려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는 그림책을 들여다보면서 묻습니다. “얘는 이렇게 작게 태어났어?” “얘는 커서 아이가 됐어?” “얘는 엄마하고 뭐 해?” “얘가 넘어져서 아야 해?” “얘는 왜 자전거를 못 타?” “얘는 이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나도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얘는 엄마하고 서로 안았어?” 그림에 뻔히 나오는 모습이지만, 하나하나 낱낱이 들여다보면서 묻습니다.


  책을 여러 차례 스스로 읽은 아이가 그림책을 들어 내 눈앞에 대더니 “여기 ‘미유키’라고 적혔어. 왜 미유키라고 해?” 하고 말합니다. “이 아이 이름이 미유키야. 미유키네 어머니는 미유키라는 이름이 예뻐서 이 아이한테 붙여 주었어.”


.. “미유키! 탔구나, 탔어!” 엄마 목소리가 가까이 들려 옵니다. “엄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자전거가 앞으로 쑥쑥 나갔어요.” “잘 했어.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거야.” “맞아요. 난 해냈어요!” “그래, 해냈구나, 미유키.” 엄마와 나는 서로 부둥켜안고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엄마의 볼이 젖어 있었어요 ..  (30쪽)

 

 

 

 

 

 


  그림책에 나오는 미유키는 고작 500그램 무게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모두 이 가녀린 아기가 죽는다고 말했지만, 미유키네 어머니만큼은 이 아기를 믿었고, 이 아기를 살아났으며, 씩씩하게 자랍니다. 미유키네 어머니는 여리고 작은 아이가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애씁니다. 일부러 안 도와주고 일부러 옆에서 조용히 지켜봅니다. 앞을 못 보는 몸으로 태어난 미유키는 늘 넘어지고 부딪힙니다. 그렇지만 미유키네 어머니는 언제나 안 도와줍니다. 넘어지고 부딪히더라도 스스로 일어나라고 말할 뿐입니다. 스스로 다시 일어서고 힘을 내라고 말할 뿐입니다. 앞을 못 보는 몸으로 자전거를 타려 할 적에도 그저 지켜보기만 합니다. 정 못 타겠으면 그만두라고 말합니다. 어린 미유키는 달래지도 도와주지도 않는 어머니 곁에서 씩씩거리며 다시 기운을 내어 보란듯이 자전거를 타겠다고 다짐합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자빠지고 다친 끝에 드디어 반듯하게 자전거를 가누어 운동장을 가릅니다. 혼자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달리면서, 바람을 가르는 맛이 얼마나 즐겁고 시원한가를 깨닫습니다. 이 아이 미유키는 앞으로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겠지요. 스스로 아름답게 일어섰으니까요. 미유키네 어머니도 미유키도 모두 아름답게 일어서는 삶과 사랑을 나누면서 웃겠지요.


  늘 마음속으로 시를 읽고 들으면서 자라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나무가 속삭이는 꿈을 들으면서 사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시험공부나 받아쓰기 아닌 삶노래를 즐길 적에 비로소 삶이 노래가 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4347.3.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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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3-23 09:19   좋아요 0 | URL
받아쓰기가 아닌 시를 읽으면서 익히는 글! 참 아름다운 생각이에요.

숲노래 2014-03-23 10:33   좋아요 0 | URL
어릴 적에 이렇게 '받아쓰기' 아닌 '시읽기'를 배웠으면 참 많이 달라졌겠다 싶은데, 높은학년일 적에는 '시읽기'를 하기도 했지만, 한 마디라도 틀리면, 그때에도 담임 교사는 무시무시하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때렸답니다 ^^;;;

희망찬샘 님은 학교에서 아름답게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책으로 노래를 부르시겠지요? ^^

희망찬샘 2014-03-30 07:4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모습에 요즘 기운을 많이 잃고 지내고 있답니다. 능력 밖의 문제? 라고 할까요? 그런 것을 느끼면서 저의 무기력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많이 들어서 있는데, 그들을 감동교화 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우울하네요.

숲노래 2014-03-30 09:27   좋아요 0 | URL
저런...
그렇지만 '잘못된 길'이라고는 섣불리 여기지 마시고요,
그 아이들이 '왜 그런 길을 걸어가면서 그런 길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는가'를
차분하게 살펴보아 주셔요.

좋은 쪽으로든 궂은 쪽으로든
아이들은 어른이 힘으로 잡아당기면 안 좋아해요.
우리는 아이들을 '힘으로 잡아당기지' 않는다고 여겨도
아이들은 달리 여기기도 해요.

늘 부대끼시겠지만,
늘 즐겁게 바라보고 지켜보면서
희망찬샘 님 스스로 고운 넋으로 지내는 빛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찬찬히 따라오리라 믿어요.

오늘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도 마음속에는 그 고운 빛을 담아서
나중에 그 빛으로 나아갈 테고요.

감동과 교화는 천천히 이루어지는 만큼
느긋하게 한 해 걸어가시기를 빕니다. ^^
디 잘 되리라 믿어요.
 
오늘 할아버지랑 자야한대요 온세상 그림책 6
나카가와 치히로 지음, 고향옥 옮김 / 미세기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4

 


할아버지와 즐겁게 노래해요
― 오늘 할아버지랑 자야 한대요
 나카가와 치히로 글·그림
 고향옥 옮김
 미세기 펴냄, 2008.5.20.

 


  봄을 맞이한 시골은 조금씩 부산합니다. 마을 할매와 할배는 논밭에 새힘을 북돋우려고 애쓰고, 마을로 찾아와 먹이를 찾는 새들도 아침저녁으로 조잘조잘 복닥거립니다.


  풀잎이 깨어나면서 풀벌레가 함께 깨어납니다. 꽃잎이 터지면서 벌과 나비가 하나둘 춤춥니다. 나뭇가지마다 잎망울과 꽃망울이 가득합니다. 일찍부터 꽃이나 잎을 내놓는 나무가 있고, 아직 조용히 기다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다만, 옛날과 견주면 한 가지가 다릅니다. 옛날에는 따사로운 봄날에 따사로운 봄볕을 받으며 개구지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고샅과 들과 숲마다 넘쳤으나, 오늘날에는 어느 시골마을에서도 아이들 노랫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 처음으로 할아버지 댁에 혼자 자러 왔어요 ..  (2쪽)

 

 

 

 

 

 


  언제부터 아이들 노랫소리가 시골에서 사라졌을까 헤아려 봅니다.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 아이들은 도시에서 노래를 부를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뛰놀아서 아이인데, 요즈음 도시 아이들은 얼마나 신나게 놀면서 노래하거나 춤추는지 궁금합니다.


  텔레비전이나 만화영화가 무언가 나와야 춤을 추거나 노래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저희끼리 어울려 놀면서 스스럼없이 춤이 흘러나오고 노래가 터져나오는 아이들입니다. 놀 때에는 늘 노래가 흘러요. 놀 적에는 언제나 노래와 함께예요.


  그러고 보면, 예부터 어른들도 아이와 같아요. 아이들은 놀면서 노래라면, 어른들은 일하면서 노래입니다. 아이들은 놀 적에 늘 노래를 불렀고, 어른들은 일할 적에 언제나 노래를 즐겼습니다.


.. “할아버지. 잠이 안 와요.” “그래? 그럼, 안 자도 돼.” “안 자도 돼요?” “그럼, 되고말고. 할아버지가 고래 만났던 이야기를 해 주마.” ..  (25쪽)


  아이들은 누구나 어버이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저희를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저희를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낳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안 따집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 나이를 안 묻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한테 돈이 많은지 적은지 캐묻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한테 부동산이 있는지 전셋집이 있는지 살피지 않습니다.


  즐겁게 놀면서 즐거운 아이들입니다. 즐겁게 일하면서 즐거운 어른들입니다. 기쁘게 뒹굴면서 기쁜 아이들이에요. 기쁘게 두레와 품앗이를 하는 동안 기쁘게 웃음짓는 어른들입니다.

 

 

 

 

 


.. “할아버지, 그 뒤로 쭈욱 그 섬에 있었어요?” “아니다. 또 모험을 떠났지. 할아버지는 너보다 몇 십 배나 더 오래 살았으니까 말이야. 어이쿠, 아빠가 벌써 데리러 왔구나.” ..  (30쪽)


  나카가와 치히로 님 그림책 《오늘 할아버지랑 자야 한대요》(미세기,2008)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머스마는 할배 집으로 혼자 갑니다. 머스마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바깥일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닐 수 없어 하루 동안 할아버지한테 아이를 맡기기로 해요.


  아이는 할아버지를 잘 모릅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잘 알까요? 글쎄, 모를 노릇입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잘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를 이끌고 목욕탕으로 갑니다. 이녁이 살아온 이야기를 아이한테 스스럼없이 들려주면서 함께 놉니다. 아이는 할아버지 말을 듣다가 어느새 빨려듭니다. 아이는 할아버지 이야기에 녹아들고, 어느덧 할아버지하고 신나게 놀아요.


  예부터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사람들은 큰식구를 이루었어요. 큰식구란 한식구입니다. 크게 하나인 식구요, 하늘처럼 하나인 식구입니다. 아이와 어버이와 할매와 할배가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었습니다. 서로 오순도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어른들은 함께 일하고 아이들은 같이 놀았습니다. 어른들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고,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물려받았어요.


  오늘 이 땅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됩니다. 이 땅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이 아이들을 낳은 어버이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될 테지요. 어른이 된 아이들은 곧 새 아이를 낳을 테며, 새 아이는 다시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될 테며, 예전에 아이였던 사람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됩니다.


  즐겁게 노래하던 아이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어른으로 살아갑니다. 즐겁게 놀던 아이들이 즐겁게 일하는 어른으로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즐겁게 노래할 수 있기를 빌어요.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알뜰살뜰 아끼고 사랑하면서 꿈꿀 수 있기를 빌어요.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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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장이 요정
이모토 요코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삼성당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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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3

 


사랑스러운 빛이 흐르는
― 구두장이 요정
 그림 형제 원작
 이모토 요코 글·그림
 길지연 옮김
 삼성당 펴냄, 2009.2.15.

 


  그림 형제가 쓴 글에 이모토 요코 님 그림이 붙은 《구두장이 요정》(삼성당,2009)을 읽습니다. 이모토 요코 님은 어떤 이야기에 그림을 그리더라도 무척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아프거나 힘든 사람도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에서는 웃습니다. 슬프고 고단한 사람도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에서는 머잖아 아름다운 빛이 흐를 듯합니다. 가난에 찌들리거나 살림이 어려운 사람도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에서는 곧 넉넉하고 푸진 살림으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은 너무 한 가지 틀에 매인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런 빛은 한 가지 틀에 매인다기보다, 그림책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밝고 맑은 넋이라고 느낍니다. 나쁜 짓을 일삼는 이는 시나브로 착하며 참다운 빛을 깨닫도록 이끕니다. 착한 길을 걷는 이한테는 씩씩하고 튼튼히 살라는 기운을 북돋아 주어요.


.. 그날 밤 구두장이는 마지막 남은 가죽을 구두 모양으로 정성껏 잘랐습니다. 이렇게 잘라 놓고 구두 한 켤레를 내일 천천히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  (4쪽)

 


  그림책 《구두장이 요정》에 나오는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가난하게 살아갑니다. 처음부터 가난했을는지, 나중에 가난한지는 잘 모릅니다. 애써 만드는 구두를 널리 팔지 못하고, 구두를 만들어 팔아서는 살림을 좀처럼 잇지 못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구두 한 켤레를 만들고 더는 못 만들 벼랑에 닿습니다. 이때에 요정이 나타납니다. 요정은 구두장이 할아버지를 돕습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뜻밖에 만난 도움을 받고 차츰 살림을 폅니다. 살림을 펴면서 웃음이 피어나고, 웃음이 피어나면서 하루하루 즐겁습니다.


.. 구두장이와 그의 아내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구두를 만들어 놓는 걸까?” 그날 밤, 두 사람은 문 뒤에 숨어 훔쳐보기로 했지요 ..  (20쪽)


  요정은 왜 구두장이 할아버지한테 나타났을까요. 왜 막다른 벼랑에 이르자 나타날까요. 요정은 이제껏 할아버지를 지켜보았을까요. 요정은 막다른 벼랑에 이를 때에 도와주는 손길일까요. 할아버지는 벼랑에서 더 미끄러지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요. 구두장이를 그만두고는 시골로 가서 흙을 일구면서 살아갈까요. 구두장이는 하지 못하더라도 흙을 일구면서 시골자락에서 오순도순 조용하게 살림을 꾸릴 수 있었을까요.


  구두장이 할아버지한테는 모든 일이 수수께끼입니다. 구두장수가 왜 이렇게 힘들어 마지막 한 켤레만 남겨 놓는지 수수께끼입니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허얘지도록 이은 구두장이 일을 늘그막에 더는 할 수 없는 일도 수수께끼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는지도 수수께끼입니다.


  그렇지만 꼭 한 가지 수수께끼가 아닌 이야기가 있습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구두를 그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마지막 한 켤레를 만들기로 했으면서도 앞으로 더더 꾸준히 구두를 만들고 싶습니다.

 

 


.. 구두장이와 아내는 요정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곧 크리스마스거든요. 두 사람은 발가숭이 요정들에게 옷과 신발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  (28∼29쪽)


  요정은 막다른 벼랑이 되었기에 찾아오지는 않았다고 느껴요. 구두장이 할아버지가 마음속으로 품은 깊고 큰 꿈을 듣고서야 기쁘게 찾아왔다고 느껴요. 할아버지 마음속에서 자라는 ‘오래오래 구두를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읽고는, 이 꿈이 고이 이어지도록 살짝 한손을 거들었다고 느껴요.


  할아버지 마음이 부른 요정이요, 할아버지 마음이 찾은 요정이고, 할아버지 마음이 만든 요정이지 싶어요.


  그림책을 덮고 생각합니다. 구두장이 할아버지한테만 요정이 찾아가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우리도 마음속으로 즐겁게 꿈을 꾸고 기쁘게 꿈을 가꾸며 씩씩하게 꿈을 다스리면, 어여쁜 요정이 살포시 찾아들리라 느껴요.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온힘을 기울여 꿈을 꾸었어요. 우리도 온힘을 기울여 꿈을 꿀 노릇이에요. 통일을 꿈꾸고, 민주를 꿈꾸며, 평화를 꿈꿀 노릇이에요. 입시지옥이나 차별이 아닌 아름다운 삶터를 꿈꿀 노릇이에요. 서로 어깨동무하는 삶을 꿈꿀 일입니다. 사랑스러운 빛이 흐르는 보금자리를 꿈꿀 일입니다. 너와 내가 빙그레 웃으면서 신나게 노래하는 하루를 꿈꿀 일입니다. 4347.3.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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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손 - 사랑, 성실 노란돼지 창작동화
박정희 지음, 무돌 그림 / 노란돼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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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1

 


맑은 넋으로 맑은 눈빛
― 깨끗한 손
 박정희 글
 무돌 그림
 노란돼지 펴냄, 2014.2.22.

 


  우리 집에서 바닷가까지 가자면 걸어가기에는 살짝 멀고, 자전거로 달리면 사십 분 즈음 걸립니다. 택시를 불러서 타면 빠르고, 군내버스를 타면 발포리 상촌마을에서 내려 삼십 분 남짓 걷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으레 자가용이나 짐차가 있으니, 자동차로 휙 갔다가 휙 돌아옵니다. 우리 식구한테는 자가용이나 짐차가 없으니, 택시를 부르든 군내버스를 타고 돌아서 가든 자전거를 달리든 합니다.


  네 식구가 함께 바다에 다녀옵니다. 삼월로 접어든 고흥 바닷가이지만, 아직 바닷물은 차갑습니다. 아이들은 바닷물에 들어가고 싶은데, 두 아이 모두 긴옷을 입었습니다. 얼마나 물이 차가운가 알아보려고 내가 먼저 맨발로 찰방찰방 들어가니 발끝부터 종아리 모두 시립니다. 이런 물에 아이들이 들어갔다가는 고뿔이 들겠습니다.


  바닷물이 차기도 하지만 바닷바람이 아직 따뜻하지 않습니다. 한참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밭에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온몸에 찬기운이 돕니다. 모래도 따순 볕살을 머금지 못하니, 아이들이 모래밭에 폭삭 주저앉아 모래놀이를 하기에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바닷바람을 쐬면서 바닷내음을 맡으니 즐겁습니다. 바다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바다빛을 가슴으로 안을 수 있으니 시원합니다. 아이들은 거리끼지 않고 모래밭을 달립니다. 바위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기어오릅니다. 양식장에서 떠내려 온 긴 대나무 작대기를 들고 모래밭에 그림을 커다랗게 그립니다. 바다와 함께 노래를 합니다. 바닷내음을 먹으면서 바다아이가 됩니다.

 

 

 

 

 
.. 나는 대답할 말이 없어 답안지를 잡아당겨 X표 받은 문제를 붉은 연필로 바르게 고쳐 놓고, 저녁상을 치우고 들어오실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무어라 하실까?’ 하고 걱정이 되어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  (10∼11쪽)


  한참 놀고 나서 택시를 부릅니다. 면소재지로 옵니다. 면소재지 중국집에서 밥을 시켜 먹습니다. 면소재지 가게와 빵집을 들른 뒤,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들은 면소재지 빵집에서 장만한 빵을 조금 먹고 나서 마당으로 내려가 놉니다.


  기운이 넘치는구나. 마을 어귀에서 버스를 내려 집까지 들어오는 길에 다리가 아프다며 절뚝절뚝 걷거나 자꾸 넘어지더니, 집에 닿자마자 다시 기운이 났니?


  놀려면 기운이 넘쳐야겠지요. 아픈 아이는 놀지 못합니다. 일할 적에는 기운이 나야겠지요. 힘든 어른은 일하지 못합니다. 즐거이 밥을 차려서 먹어 기운을 얻은 뒤 신나게 놉니다. 기쁘게 밥을 마련해 먹고는 기운을 내어 알뜰살뜰 일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리기 앞서 차분히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오늘은 어떤 밥을 차려 얼마나 즐겁게 먹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찬찬히 도마질을 합니다. 하루나 이틀 걸러 숫돌로 칼을 갑니다. 칼이 잘 들어야 무를 잘 썹니다. 칼질 소리가 통통통 맑게 울리면, 아이들은 ‘아하, 곧 밥을 다 해서 우리를 부르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 언니는 두 살 위이고 5학년인데, 손만 깨끗한 것이 아니라 얼굴도 이도 머리도 언제나 깨끗합니다. 손님이나 식구들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맡아 놓고 듣습니다 ..  (13쪽)


  밥을 먹으며 기운을 얻는 아이들은 활짝 웃으면서 놉니다. 배고파 기운이 나지 않는 아이들은 자꾸 골을 부리거나 툭탁거리곤 합니다. 밥을 먹어 기운을 차린 어른들은 빙글빙글 웃음지으며 일합니다. 배고파 기운이 안 나는 어른들은 자꾸 한숨을 쉬거나 등허리를 두들기면서 일머리가 안 잡힙니다.


  빨래를 합니다. 걸레질을 합니다. 방을 치우고 비질을 합니다. 깔개와 이불을 마당에 널어 말립니다. 하루가 흐릅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멧새가 노래합니다. 곧 들녘마다 개구리 노랫소리가 퍼지리라 생각합니다. 머잖아 풀벌레 노랫소리로 밤새 싱그러우리라 생각합니다.


  어제 낮에 마을 샘터와 빨래터를 치우는데, 다슬기가 퍽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다슬기가 샘터와 빨래터뿐 아니라 논도랑마다 그득했겠지요. 다슬기가 그득하던 지난날에는 개똥벌레도 많았겠지요. 개똥벌레가 밤마다 불빛잔치를 하던 지난날에는 논에 미꾸라지와 붕어도 살았을 테고, 게아재비와 물방개가 헤엄치며 놀았으리라 생각해요.


  개구리가 있으니 뱀이 있고, 뱀이 있으니 소쩍새가 있습니다. 소쩍새와 나란히 조롱이와 수리와 매가 하늘을 날고, 사월이면 제비가 찾아와 둥지를 매만집니다. 다 같이 곱게 어우러지면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또 새 앞니는 좀 있으면 희어지겠지. 새로 나왔을 때는 누구든지 그렇던걸. 그리고 치과에서 들었는데 너무 하얀 이는 약하다더라. 너는 이제 새로 나온 이와 다 닳은 이가 섞여서 더 누렇게 눈에 뜨이는 거야. 매일 닦으면 되지 뭐. 또 얼굴이 거무스레한 것이 걱정이라고? 하하……. 아침마다 비누질해서 씻지? 엄마는 우리 넷째 딸이 제일 미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얼굴은 마음이 변하는 대로 변해 가는 것이니까. 엄마가 말한 대로 수업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일하고 뛰어놀고 하면, 답안지 걱정도 없어지고 재미만 있게 되고 그렇게 될 거야. 머리는 빗을 줄을 몰라서 그런 게지.” ..  (22쪽)


  1960년대에 박정희 할머님이 이녁 큰딸과 함께 손수 빚은 작은 그림책 《깨끗한 손》이 새로운 그림을 얻어 되살아났습니다. 인천 화평동에서 ‘평안 수채화의 집’을 꾸리는 박정희 할머님은 이녁 넷째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큰딸과 함께 이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이 마음결을 2014년 봄에 ‘무돌’이라는 분이 새로운 그림을 입혀서 ‘노란돼지’라는 출판사에서 새책으로 선보입니다.


  자그마치 쉰 해를 묵은 예전 그림으로 되살려도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박정희 할머님 큰딸이 국민학교 5학년 어린이였을 적에 그린 그림은 그무렵 삶자락과 삶내음을 고스란히 담으면서 어린이 눈높이답게 수수하며 고운 빛이 흘러요. 그리고, 2014년에 새로 태어난 그림책은 쉰 해가 지난 오늘 눈빛과 손빛으로 어루만지면서 포근하고 부드러운 그림빛이 흐릅니다.

 

 

 


..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손수건과 양말이 뽀송뽀송 말라 있었습니다. 손도 언니처럼 깨끗했습니다. 매일 어머니께 빨아 주십사 부탁했던 손수건과 양말을 앞으로는 내가 빨겠다고 생각하니 기뻤습니다. 그리고 어제저녁에 걱정했던 일들은 꿈처럼 사라지고, 어머니 말씀대로 될 것이 틀림없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  (37쪽)


  오늘날 어린이는 제 옷가지를 손수 빨래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그림책 《깨끗한 손》에 나오는 넷째딸은 열 살 나이에 비로소 손빨래를 합니다. 어머니 곁에서 손빨래를 배우고, 집안을 스스로 치우고 쓸고닦는 매무새를 익힙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집일이 아니라, 스스로 웃으면서 하는 집일입니다. 남이 하라니까 하는 집살림이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하는 집살림입니다.


  학교에 다니며 배울 적에도 이와 같아요. 교실에서 교사가 교과서를 읽으니 배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히면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키웁니다. 스스로 눈망울을 빛내면서 슬기를 가꾸고 마음을 북돋웁니다. 100점을 맞으려고 하는 시험공부가 아닌, 스스로 아름답게 피어나려고 즐기는 삶빛이에요.


  맑은 넋으로 맑은 눈빛이 됩니다. 맑은 숨결로 맑은 삶이 됩니다. 맑은 노래로 맑은 사랑이 됩니다. 맑게 속삭이면서 맑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맑게 웃으면서 함께 어깨동무하는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4347.3.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

 

박정희 할머님과 맺은 인연과 얽혀 사진 몇 장을 붙입니다.

지난 2008년부터 박정희 할머님 사진을 찍었고,

얼마 앞서 2014년 3월 6일에 찍은 사진까지

이럭저럭 붙입니다.

 

사진이 좀 많아, 다른 글에 사진을 따로 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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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며
신자와 도시히코 글, 아베 히로시 그림, 유문조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61

 


우리는 모두 별빛
― 별을 보며
 신자와 도시히코 글
 아베 히로시 그림
 유문조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09.2.3.

 


  두 아이를 잠자리에 누입니다. 불을 끕니다. 두 아이 사이에 눕습니다. 등허리를 펴고 누우니 온몸이 우두둑우두둑 하루 내내 애썼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피어납니다.


  오른쪽에 누운 큰아이가 나를 부릅니다. “노래 불러 줘요.” 그래, 부르마. 노래를 부르면 듣는 너희도 즐겁고 부르는 나도 즐겁지. 노래를 두 가락쯤 부를 무렵, 집 바깥에서 어떤 소리가 납니다. 무슨 소리일까? “조용히 해 봐.” 10초 남짓 귀를 기울입니다. 아닌가?


  “무슨 일이야?”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 듯했거든.” “그래? 바람이 부는 소리인가 봐.” 큰아이 말대로 바람소리일는지 모르지만, 내 귀에는 틀림없이 이 저녁에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가 가늘게 들린 듯했습니다. 포근한 볕과 바람이 감도는 고흥 시골마을에서는 개구리가 깨어날 때가 되었거든요. 마침 엊그제 비가 촉촉히 내려 논에 물이 고였고 웅덩이도 곳곳에 생겼습니다.


.. 언제나 별은 있었다 ..

 


  다시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를 부르다가 끊어집니다. 스르르 잠들었습니다. 노래가 끊어진 줄 깨달은 큰아이가 나를 다시 부릅니다. “노래 더 불러 줘요.” “응? 그래, 그래.”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겨우 끝까지 마칩니다. “노래 더 불러 줘요.” “알았어.” 새로 다른 노래를 부르다가 두 마디쯤에서 또 스르르 잠듭니다. 큰아이는 나를 다시 깨우고, 나는 다시 노래를 부르다가, 또 끊어지고, 어찌저찌 네 가락쯤 더 부른 뒤 “벼리야, 이제 자꾸 잠이 쏟아져서 못 부르겠다. 자야겠어.” 하고 말합니다. 큰아이는 스스로 노래를 한 가락 부르고는 조용합니다. 다 함께 잠드는 저녁이 됩니다.


.. 하늘의 별을 보며 / 우리들은 자란다 ..

 

 


  밤에 아이들이 깨어나 쉬가 마렵다 하면 쉬를 같이 누입니다. 쉬를 누인 뒤 쉬통을 비우러 마당으로 내려서면 밤하늘이 언제나 별잔치입니다. 구름이 낀 날에도 구름 사이로 비추는 별빛이 곱습니다.


  누군가 우리 식구한테 ‘왜 도시에서 안 살고 시골에서 사나요?’ 하고 물으면, 곧잘 ‘별을 보려고요.’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도시에서도 별을 볼 수 있잖아요?’ 하고 되묻는데, 이때에 ‘시골에서는 별잔치예요.’ 하고 다시 말합니다.


  다른 식구들보다 나 스스로 별을 보고 싶어서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또, 우리 아이들이 별빛을 누리기를 바라며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앞으로 아무 전깃불 없이 깜깜한 보금자리를 꿈꾸면서 우리 땅을 늘리려 합니다. 별을 누릴 수 있기에 시골이고, 별빛과 함께 새근새근 잠들기에 시골이에요. 별과 함께 노래하니 시골이며, 별웃음으로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니 시골입니다.


  신자와 도시히코 님 글에 아베 히로시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별을 보며》(문학동네,2009)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참말 별빛입니다. 참으로 별꿈입니다. 숲에서도 남극에서도 들판에서도 모두 별노래입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별이고, 우리 가슴에도 별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별을 보며 자랍니다. 해님도 별이고 달님도 별입니다. 지구도 별이고 우리 몸뚱이도 별입니다. 다 함께 별이 되면서 빛납니다. 다 같이 별빛으로 어우러지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별꾳을 느끼고, 저 먼 곳에서 포근하게 드리우며 찾아오는 별살을 맞아들입니다.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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