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아, 고마워 네버랜드 과학 그림책 5
이마이 유미코 그림, 고바야시 마사코 글,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1



사랑스러운 이웃을 느끼며

― 눈물아 고마워

 이마이 유미코 그림

 고바야시 마사코 글

 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2.6.10.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으로 내려설 적에, 처마 밑에서 으레 푸드득 소리가 납니다. 밤새 우리 집 처마 밑에 깃들던 딱새나 참새입니다. 가을에 바다 건너 따스한 나라로 건너간 제비는 야무지게 손질한 둥지를 석 채 남겼고, 이 가운데 두 채에 딱새 두 마리와 참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나란히 겨울나기를 합니다. 이 아이들은 날마다 나를 보건만 날마다 아침이면 푸드덕 날아서 대문 위로 드리운 전깃줄에 앉습니다.


  옛날과 견주면 시골에 남은 새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짓수도 옛날과 대면 아주 많이 줄었습니다. 시골에서 뜸부기나 후투티 같은 새를 보기는 몹시 어렵고, 흔하디흔하다던 종달새나 꾀꼬리를 만나기도 참으로 어렵습니다. 누렁조롱이를 어쩌다가 한 마리 스치듯이 만나지만, 매를 못 본 지 퍽 오래되었어요. 까치와 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은 으레 보지만, 왜가리는 아직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따오기나 두루미는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는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너무 아팠어. 그런데 눈물이 나와서 모래를 빼 줬어.” ..  (8쪽)



  겨울로 접어든 남녘 시골마을에도 찬바람이 붑니다. 아침저녁으로 퍽 쌀쌀하게 바람이 불어,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얼음이 업니다. 그러나 이 얼음도 해가 차츰 높이 솟으면서 살살 녹을 테지요.


  뒤꼍에서 씩씩하게 자라는 복숭아나무를 들여다봅니다. 겨울눈이 날마다 새삼스레 부풉니다. 마당에서 자라는 동백나무도 꽃망울을 단단하게 맺었는데, 겨울에도 따순 볕이 이레쯤 이어지면 곧바로 터지려고 하는지 새빨간 잎이 살짝 보입니다.


  낮에는 구름이 흐르는 하늘을 보고, 밤에는 별이 초롱거리는 하늘을 봅니다. 낮에는 파란 물결을 보고, 밤에는 까만 물살을 봅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시골자락도 고즈넉합니다. 가을까지 드문드문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었지만, 이제 풀벌레 노랫소리는 모조리 잠듭니다.


  아침에 마당을 둘러보다가 봄까지꽃이 앙증맞게 맺은 조그마한 꽃망울을 살핍니다. 어느새 꽃대까지 내놓았으니 곧 꽃송이를 터뜨릴 듯한데, 겨울에 싱싱 부는 찬바람에 어떻게 꽃잎을 열까요. 그러나, 찬바람도 내내 불지 않을 테고, 시나브로 포근한 볕살과 바람이 흐를 테니, 이 겨울에 우리 집 아이들은 이쁘장한 꽃손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 “엄마는 울보라고 흉보는걸.” 소라가 투덜대자, 눈물이 말했어요. “그건 마음의 눈물이야.” ..  (14쪽)



  이마이 유미코 님이 그림을 그리고, 고바야시 마사코 님이 글을 쓴 《눈물아 고마워》(시공주니어,2002)를 읽습니다.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눈물이 나고, 슬픈 일이 있어서 눈물이 나며, 가슴이 시린 책을 읽으며 눈물이 난다고 하는 이야기를 살몃살몃 들려줍니다. 날마다 눈물이 조금씩 흐르면서 눈을 뜰 수 있고, 눈을 눈물이 살포시 감싸기에 무엇이든 즐겁게 바라보면서 하루를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볼을 타고 흘러야 눈물이 아닙니다. 볼을 타고 흐르지 않아도 우리 눈에는 눈물이 있습니다. 차갑거나 메마른 사람은 눈물조차 없다고 말합니다만, 볼을 타고 흘리는 눈물은 없더라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면, 두 눈에는 눈물이 꼭 있어요.


  그리고, 볼을 타고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지만 가슴으로 흘리는 눈물이 있습니다. 가슴으로 아끼고, 마음으로 사랑하며, 꿈으로 어깨동무를 하는 눈물이 있어요.



.. “소라야, 우리는 하는 일이 아주 많아. 그러니까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마음껏 울어도 돼.” 눈물은 가슴을 쫙 폈어요 ..  (25쪽)



  그림책 《눈물아 고마워》는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숨결 가운데 아주 조그마한 한 가지를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몸은 수많은 숨결이 어우러집니다. 눈과 코와 입이 있습니다. 눈물이 있고 콧물이 있습니다. 손톱과 발톱이 있습니다. 눈썹과 머리카락과 나룻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 대수롭지 않은 숨결이란 없습니다. 모든 곳이 저마다 아름답고, 모든 숨결은 하나하나 새롭습니다.


  옆을 돌아보셔요. 우리 둘레에는 아름다운 이웃이 있습니다. 내가 알아보는 이웃이 있고, 내가 미처 못 알아본 이웃이 있습니다. 내가 알아보는 이웃이기에 더 살갑지 않습니다. 내가 미처 못 알아본 이웃이기에 안 살갑지 않습니다.


  눈을 감싸면서 맑은 빛을 보여주는 눈물처럼, 눈을 감싸다가도 마음을 적시는 뜨거운 기운을 밝히는 눈물처럼, 우리 둘레에는 사랑스러운 이웃이 있습니다. 새 한 마리가 살가운 이웃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사랑스러운 이웃입니다. 풀 한 포기가 반가운 이웃입니다. 구름 한 점과 별 하나가 모두 애틋한 이웃입니다. 나는 너한테 이웃이 되고, 너는 나한테 이웃이 됩니다. 눈물은 눈물꽃으로 피어나서 온누리를 맑고 밝게 보듬습니다. 4347.1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97
안노 미츠마사 글, 그림 | 송해정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0



작은 사랑도 큰 사랑도 모두 같다

―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

 안노 미쓰마사 글·그림

 송해정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9.8.10.



  우리 집 큰아이는 ‘큰 것’을 좋아합니다. 큰아이라서 큰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둘레 어른처럼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거나, 어른하고 똑같이 움직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 큰아이는 다섯 살 적부터 ‘어른이 쓰는 큰 젓가락’을 씁니다. 아이 스스로 큰 젓가락을 쓰겠노라 외쳤습니다. 아이를 말릴 수 없으니 큰 젓가락을 쓰라 했고, 아이는 아이한테 아직 무거울 만큼 큰 젓가락을 씩씩하게 놀리면서 손힘과 아귀힘을 늘립니다. 이제 여느 어른 못지않게, 때로는 여느 어른보다 야무지게 젓가락질을 합니다.



.. 옛날 어느 나라에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커다란 것만 좋아하는 임금님은 지붕보다 더 높은 침대에서 잠을 잤습니다 ..  (2쪽)



  아이들은 밥이나 주전부리를 먹을 적에 ‘큰 것’을 집기도 하지만, 굳이 큰 것을 안 집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큰 것을 집어 보아도 먹기에 안 좋은 줄 알아차립니다. 아이들은 ‘작은 것’을 집어야 집기에도 수월하고 먹기에도 한결 나은 줄 깨닫습니다. 게다가 아주 조금 남은 먹을거리를 둘레에 나누어 줍니다. 한 줌이나 한 조각조차 아닌 조그마한 조각을 나누어 주지요.


  아이들은 주머니에 10원이 있어도 이 쇠돈을 동냥꾼한테 건넵니다. 아주 즐거우면서 씩씩하게 건넵니다. 돈이 크고 적고를 떠나, 이 돈이 도움이 되리라 믿으면서 건넵니다.


  10원 한 푼은 작다면 작다고 할 테지만, 열 사람 10원이 모이고 백 사람 10원이 모이며 만 사람과 십만 사람 10원이 모이면 안 작습니다. 작은 10원이 모이고 모여서 어마어마하게 큰 숲과 바다를 이룹니다.




.. “그렇게 작은 집게로 이를 뽑는 건 싫어!” 임금님은 더욱더 크게 울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결국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모여 무지무지하게 커다란 집게를 만들었습니다 ..  (10쪽)



  안노 미쓰마사 님이 빚은 그림책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임금님》(시공주니어,1999)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곧잘 ‘큰 것’을 노리는 우리 집 큰아이는 이 그림책을 재미나게 읽습니다. 임금님이라는 사람이 큰 것만 생각하다가 마지막에 조그마한 튤립꽃 한 송이를 얻는 모습을 보면서 덤덤합니다. 아하 그렇구나 하고 지나칩니다.


  일곱 살 아이는 큰 것을 노려도 혼자 차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고작 이십 킬로그램을 조금 넘는 몸무게로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쓴다든지, 설거지를 거든다든지, 걸레질을 함께 한다든지, 빨래터 물이끼를 막대솔로 걷는다든지, 짐을 나른다든지, 마늘을 빻거나 풀무침을 섞는다든지 …… 온갖 일과 심부름을 하고 싶습니다. 옷가지를 잘 개고, 동생이 옷을 입기 힘들어 하면 양말과 신까지 발에 꿰어 줍니다. 몸뚱이는 작아도 마음은 너르며 고운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림책에 나오는 임금님이라는 사람은, 몸뚱이는 크지만 마음은 조그맣습니다. 좁쌀보다 작고 깨알보다 작으며 풀씨보다 작습니다. 흙알보다 작을 테며, 이웃이나 동무는 조금도 헤아리지 못합니다.  




.. 임금님은 또 대단한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정원을 파서 넓은 연못을 만들고, 파낸 흙으로 커다란 화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 임금님은 커다란 낚싯바늘에 커다란 찌를 매단 아주 커다란 낚싯대를 연못에 드리우고, 일주일 내내 물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렸습니다 ..  (19∼20쪽)



  임금님이 큰 것을 누리려 할 적에, 다른 사람은 무엇을 누릴 수 있을까요? 임금님이 큰 것을 누리도록 하려고 심부름꾼이 잔뜩 달라붙어야 합니다. 임금님이 큰 것을 누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쉬지 못합니다.


  그림책을 보다가 자꾸 어느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4대강사업을 벌인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평화의댐 성금을 모아 가로챈 어느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새마을운동을 벌이며 시골을 와르르 무너뜨린 어느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평화가 아닌 전쟁을 외친 어느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에 서는 사람이 할 일은 ‘크지’ 않습니다. 큰 일은 안 해도 됩니다. 게다가, 큰 일이 따로 있지도 않습니다. 손수 흙을 일구어 손수 밥을 얻고 손수 집을 지으면서 손수 아이를 보살피고 가르치면 됩니다. 세금이란 아예 없이 두레와 품앗이로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조그마한’ 마을과 보금자리를 사람들 스스로 이루도록 함께 땀을 흘리면 됩니다.



.. ‘화분이 크니까 틀림없이 아주아주 커다란 튤립이 필 거야.’ 임금님은 이렇게 생각하며 날마다 꽃이 피기를 기다렸습니다 ..  (24쪽)



  작은 사랑이나 큰 사랑은 따로 없습니다. 사랑이면 모두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작으니까 모자라지 않아요. 저 사랑은 크니까 훌륭하지 않아요. 사랑은 모두 사랑입니다. 사랑은 모두 따스합니다. 그리고, 사랑이 어린 노래는 모두 즐겁습니다. 사랑이 어린 이야기는 모두 기쁩니다. 사랑이 어린 웃음은 모두 해맑습니다.


  몸뚱이가 작은 아이들 손을 잡고 사랑노래를 불러요. 몸뚱이가 큰 어른들은 이웃을 한껏 아끼고 돌보는 마음을 키워요. 아이와 어른이 나란히 아름다운 숨결이 되도록 이 지구별에서 사랑을 꿈꾸어요. 4347.11.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라의 장미 다산어린이 그림책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정숙경 옮김 / 다산어린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9



즐겁게 놀고 싶은 생각

― 노라의 장미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남주현 옮김

 두산동아 펴냄, 1996.11.13. (2012년에 다산어린이에서 새로 펴냄)



  하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 땅에 서서 맨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랗게 빛나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파란 빛깔을 넘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지 못합니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어 둘레에 불빛이 사라지면, 파란 빛깔 뒤에 무엇이 있는지 조금은 짚을 수 있습니다. 낮에는 거의 알아볼 수 없던 수많은 별을 헤아립니다. 다만, 도시에서는 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골에 있어야 별을 볼 수 있는데, 시골에서도 읍내나 면소재지를 벗어나야 하고, 조용하고 깊은 마을에서도 전깃불을 안 밝힌 데에 있어야 합니다.


  낮에 보는 하늘과 밤에 보는 하늘은 무엇이 다를까요. 낮에는 무엇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낮에는 어떤 터전을 느낄 수 있고 밤에는 어떤 삶자락을 알 만할까요.





.. 강아지 키키, 인형 마기와 곰인형 푸도 감기에 걸린 노라와 함께 방 안에만 있어야 햇습니다 ..  (2쪽)



  바다 너머는 그저 바다이지 않습니다. 바다 끝까지 보려고 하면 그저 바다만 보일는지 모르나, 저 바다 너머에는 다른 뭍이 있습니다. 우리 맨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 해서 바다 너머에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다. 바다 너머에는 우리가 발을 디딘 이곳과는 다른 터전이 있습니다. 바다 너머에서도 우리가 있는 이곳을 똑같이 바라봅니다.


  땅밑은 어떠한 터전일까요. 아직 땅밑으로 깊이 파고든 사람은 거의 없어서, 땅밑이 어떠한 터전인지 똑똑히 아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이를테면, 땅밑으로 십 킬로미터나 백 킬로미터쯤 들어가 본 사람이 없습니다. 땅밑으로 오백 킬로미터나 천 킬로미터쯤 들어가 본 사람이 없어요.


  과학은 아무것도 밝히지 않습니다. 과학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학에 기댄다면 아무것도 알 길이 없습니다. 과학이 들려주는 지식으로는 삶을 제대로 읽지 못합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생각입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생각을 기울이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온마음을 쏟아 생각을 밝히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 노라의 장미꽃은 이웃집에도 가고, 음악회에도 가고, 파티에도 갔습니다. “나도 가고 싶어…….” ..  (15쪽)



  이치카와 사토미 님이 빚은 예쁜 그림책 《노라의 장미》(두산동아,1996)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 ‘노라’는 그만 고뿔에 걸려 자리에 드러눕습니다. 꽤 여러 날 집에만 머뭅니다. 바깥에 나가 놀고 싶지만 바깥에 나가지 못합니다. 동무들과 어울리고 싶고, 신나는 잔치마당에 가고 싶지만, 아무것도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할 수 있습니다. 노라가 머무는 방에서 창문으로 장미나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노라네 집 앞으로 지나가는 이웃들이 노라네 집 장미나무에 맺힌 어여쁜 꽃송이를 하나씩 따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웃들은 노라네 장미꽃을 아주 반기면서 한 송이씩 꺾습니다. 노라는 창문으로 장미꽃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나도 나가서 놀고 싶다고, 나고 잔치마당에 가고 싶다고, 나도 훌훌 털고 일어나고 싶다고, 온갖 생각을 합니다.


  즐겁게 놀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 노라한테 장미꽃 넋이 찾아옵니다. 노라는 장미나라로 나들이를 갑니다. 장미나라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놉니다. 노라는 즐거운 놀이와 신나는 잔치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기에 두 가지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 즐거움과 기쁨을 어떻게 오래오래 건사하면서 누릴까 하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일을 한 가지 합니다.


  바로 그림입니다. 노라 스스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노라가 앞으로도 즐겁게 맞이하면서 기쁘게 사랑하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담아요.





.. 장미꽃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잘 말릴까요? 아니면, 말린 꽃잎을 조그만 단지에 넣어 둘까요? 향수로 만들면 어떨까요 ..  (27쪽)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 봅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알지 않습니다. 책을 읽거나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볼 수 있지 않고 알 수 있지 않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하나도 알아내지 못합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책을 안 읽고 학교를 안 다녔어도 스스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밥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옷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그리고 삶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짓지 못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집과 밥과 옷을 지으면서 하루를 새롭게 짓습니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뛰놀 수 있는 까닭은 오직 하나입니다. 즐겁게 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기 때문입니다. 4347.11.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4-11-22 13:17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넘 이뻐요

숲노래 2014-11-22 15:14   좋아요 0 | URL
그림을 그린 분이 어릴 적 겪은 일을 그렸나 하고
가만히 생각하면서
이쁜 그림을 한껏 누렸습니다~
 
화가 난 수박 씨앗 호호할머니의 기발한 이야기 4
사토 와키코 글.그림, 박숙경 옮김 / 한림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8



씨앗 한 톨과 온누리

― 수박 씨앗

 사토 와키코 글·그림

 박숙경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5.7.15.



  수박씨는 아주 작아요. 참으로 작지요. 커다란 수박을 커다란 칼을 숙 집어넣어 쩍 하고 갈라 보셔요. 촘촘히 박힌 까맣거나 하얀 씨앗은 참으로 작습니다. 다만, 다른 풀씨와 견주면 아주 큽니다. 이를테면, 배추씨나 당근씨하고 수박씨를 대면, 수박씨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겁습니다. 민들레씨나 고들빼기씨하고 수박씨를 대면, 수박씨는 몹시 크고 무겁지요. 나팔꽃씨랑 부추씨하고 견주어도 수박씨는 참으로 크고 무거워요.


  호박씨도 꽤 큽니다. 여느 풀씨에 대면 퍽 큽니다. 호박씨나 수박씨는 서로 엇비슷합니다. 같은 ‘박’이라 그럴 수 있는데, 다른 풀씨와 견주어 무척 크다 싶은 수박씨이지만, 나중에 수박잎이 나고 수박덩굴이 뻗으며 수박알이 맺는 모습을 보면, ‘어쩜 이리 작은 씨앗에서 어쩜 이리 큰 열매가 맺나’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합니다.



..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는 기분 좋은 날. 호호할머니는 정원에 수박 씨앗을 심었습니다. 구멍을 파서 씨앗을 넣고, 조심조심 흙을 덮었습니다. “맛있는 수박이 열리도록 해 주세요.” 하고 빌면서 말입니다 ..  (2쪽)





  도시에서는 수박씨나 호박씨를 심어서 거두기에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그마한 골목집에서 살며 수박씨를 알뜰히 심어 넝쿨이 찬찬히 뻗으면서 큼지막한 호박알이 맺도록 하는 할매가 꽤 많아요. 날마다 살피고 찬찬히 건사하면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호박알을 얻어요. 수박알을 도시에서 얻기란 만만하지 않을 테지만 빈터를 살리면 수박씨도 심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수박씨를 심어서 수박꽃을 보고 수박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학교마다 아스콘을 까느니 인조잔디를 까느니 하는데, 이런저런 것은 다 덧없어요. 엉뚱한 곳에 돈을 쓰지 말고 수박씨를 심으면 아주 즐겁습니다. 수박씨를 심어서 기르기 어려우면 수박싹(수박 모종)을 사다가 심어도 돼요.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수박풀을 바라보면서 ‘우와, 수박알은 이렇게 맺는구나!’ 하고 놀라리라 생각해요. 가게에서 사다 먹는 수박이 아니라, 동네나 학교에서 손수 심어서 손수 거두는 수박알이란 대단히 맛나고 시원하리라 생각해요.



.. 여우가 자리를 뜨자마자, 호호할머니는 얼른 땅을 파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까만 수박 씨앗만 나왔습니다. “이게 뭐야, 수박 씨앗이잖아. 아하, 아까 내가 심었던 거구나.” 그러자 갑자기 까만 수박 씨앗이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  (13쪽)




  사토 와키코 님이 빚은 그림책 《수박 씨앗》(한림출판사,2005)을 읽습니다. 수박씨는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자라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아이입니다. 수박씨는 흙에 깃들면서 가장 씩씩하고, 흙과 함께 지내면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아무렴, 씨앗인걸요.


  모든 씨앗은 흙을 좋아합니다. 아니, 모든 씨앗은 흙에서 살아갑니다. 모든 씨앗은 흙 품에 안겨서 해님과 비님과 바람님이 베푸는 숨결을 먹으며 살아요. 여기에, 지구별에서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 손길을 곱게 받으면서 큽니다.


  그런데, 그림책 《수박 씨앗》에 나오는 수박씨는 좀처럼 사랑을 못 받아요. 모두들 ‘땅에 대단한 보배’가 묻혔다고 여기면서 자꾸 파서 들춥니다. 이러고는 ‘고작 수박씨’가 있다면서 섭섭해 합니다. 흙 품에 안겨서 고이 잠들어 새로 깨어나야 할 수박씨는 잠도 못 잘 뿐 아니라, 아주 골이 날 만한 말만 잇달아 듣습니다.




.. 수박을 먹을 때도 시끄럽습니다. 칼로 수박을 쩍 갈랐더니 안에서 이런 고함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이래도, 이래도 내가 시시해 보여? 엉!” ..  (27쪽)



  씨앗을 심었으면 흙을 믿어야 해요. 씨앗을 심은 뒤에는 볕이 잘 들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해요. 씨앗을 심은 자리에 빗물과 바람이 골고루 찾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릅니다. 씨앗은 이 모든 기운을 받아 숙숙 올라오고, 멋진 꽃을 피우며, 알찬 열매를 맺어요.


  씨앗 한 톨에 온누리가 깃듭니다. 씨앗 한 톨에서 모든 목숨이 비롯합니다. 씨앗 한 톨에 꿈이 깃들고, 씨앗 한 톨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자랍니다.


  우리 모두 씨앗을 심어요.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우리 함께 씨앗을 심어요. 삶을 가꾸고, 밭을 가꾸며, 사랑을 가꾸어요. 4347.11.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델과 사이먼 베틀북 그림책 90
바바라 매클린톡 지음, 문주선 옮김 / 베틀북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7



내가 너 때문에 산다

― 아델과 사이먼

 바바라 매클린톡 글·그림

 문주선 옮김

 베틀북 펴냄, 2007.10.10.



  동생한테는 누나가 있어서 즐겁습니다. 누나한테는 동생이 있어서 즐겁습니다. 둘은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둘은 서로 보듬고 아끼면서 하루를 마음껏 즐깁니다. 누나는 칠칠맞은 동생을 건사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상냥하게 웃으면서, 때로는 부아를 내면서, 예쁜 동생을 데리고 이곳저곳 나들이를 다닙니다.


  바바라 매클린톡 님이 빚은 그림책 《아델과 사이먼》(베틀북,2007)에 나오는 아델과 사이먼은 서로 아끼는 사이좋은 누나와 동생 사이입니다. 누나는 동생을 돌보다가 으레 골이 납니다. 제발 네 물건을 아무 데나 흘리면서 잃지 말라고 말하지만, 동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줄줄이 흘립니다. 어디에서 잃는지 하나도 모르고, 잃었어도 근심을 하지 않아요. 장갑 한 짝을 떨어뜨려도 다른 한 짝이 아직 남았다 말하고, 다른 한 짝마저 어느새 길에 흘립니다.





.. 아델과 사이먼은 길모퉁이 채소 가게에서 비스킷 아주머니를 만났어요. 아주머니는 사과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사이먼이 아델의 옷을 잡아끌었어요 ..  (6쪽)



  일곱 살 아이가 네 살 동생한테 책을 읽어 줍니다. 졸음이 얼굴에 가득한 네 살 동생은 잠자리로 파고들면서 말합니다. “나, 누워서 읽을래.” 일곱 살 아이는 동생이 바라는 대로 잠자리에 누워서 읽도록 해 줍니다. 그림책을 들고 와서 동생한테 종알종알 읽어 줍니다. 일곱 살 아이는 ‘책 읽어 주기’를 오래오래 합니다. 한 권 읽고 두 권 읽고 세 권 읽고, 거침없고 지치지 않습니다.


  참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지칠 일이 없습니다. 참말 즐기는 놀이라면 고단할 턱이 없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라면 지치지 않고 고단하지 않아요. 늘 웃음이 피어납니다. 늘 따스한 손길과 눈길이 되어 마음 가득 기쁜 웃음이 샘솟습니다.





.. “있잖아, 누나. 내 장갑 한 짝 못 봤어?” “또야?” 둘은 장갑을 찾아 여기저기 다녔어요. 하지만 끝내 찾지 못했지요. 그래도 사이먼은 하나도 걱정하지 않았어요. 아직 한 짝이 남아 있잖아요 ..  (12∼13쪽)



  큰아이는 작은아이를 바라보면서 삽니다. 작은아이는 큰아이를 바라보면서 삽니다. 어버이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살고, 아이는 어버이를 바라보면서 삽니다. 사람들은 서로 바라보면서 삽니다. 서로서로 따사로운 손이 되고, 너그러운 마음이 됩니다.


  그림책 《아델과 사이먼》은 여러모로 재미있습니다. 꼬물꼬물 앙증맞으면서 애틋한 그림이 가득한 책에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얼거리이면서, 두 아이가 씩씩하게 돌아다니는 동네 모습이 넉넉하게 흐릅니다. 두 아이는 온갖 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이웃을 만납니다. 두 아이(가 아닌 동생 혼자)는 온갖 물건을 흘리지만, 따순 이웃은 이 아이(가 아닌 동생 혼자)가 흘린 물건을 찬찬히 찾고 주워서 집으로 가져다줍니다.


  모든 것은 언제나 제자리로 갑니다. 모든 것은 언제나 제길로 흐릅니다. 모든 것은 언제나 제대로 짝을 찾습니다. 모든 것은 언제나 제 넋을 빛냅니다.




.. “누나, 내일도 나 데리러 올 거지?” “응, 그래야지.” 아델이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사이먼은 누나가 잔소리를 시작하기 전에 얼른 잠들어 버렸답니다 ..  (31쪽)



  그림책을 덮습니다. 나한테도 사랑스러운 형이 한 사람 있습니다. 우리 형한테도 사랑스러운 동생이 한 사람 있을 테지요. 우리 집 곁님한테는 사랑스러운 동생이 두 사람 있습니다. 우리 집 곁님을 사랑스러운 언니와 누나로 여기는 동생은 오늘도 저마다 제 삶자리에서 즐겁게 하루를 빚을 테지요.


  서로 아끼는 마음이 모여 보금자리를 이룹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어우러져 마을을 이룹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지구별을 이룹니다. 4347.11.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