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함께 놀아요 - 遊ぼう, 遊ぼう, お父さん! (1993)
하마다 케이코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4



두 손으로 짓는 놀이

― 아빠 아빠 함께 놀아요

 하마다 케이코 글·그림

 김창원 옮김

 진선출판사 펴냄, 2005.2.25.



  간지럼을 안 타는 아이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간지럼을 타고 싶기 때문입니다. 살짝 건드려 주기만 해도 웃음을 터뜨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살살 쓰다듬어 주면 활짝 피어나면서 노래를 부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놀고 싶습니다. 아이는 누구하고든 놀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누구하고도 동무가 됩니다. 동생하고도 동무가 되고, 또래하고도 동무가 되며, 할매 할배하고도 동무가 됩니다.


  어른은 놀고 싶을까요? 네, 어른도 어른끼리 놀고 싶을 테지요. 그런데, 어른끼리 놀면 어른은 서로 동무가 못 되기 일쑤예요. 어른은 자꾸 나이를 따지고 신분이나 계급을 따져요. 어른은 자꾸 웃사람과 아랫사람으로 스스로 나눠요.



.. 지글지글 꽁치를 구워요. 뒤집어서 다른 쪽도 익혀야 해요. 와, 무거운 꽁치다! 영차 영차 영차! ..  (9쪽)





  놀고 싶은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놉니다. 장난감이 있어야 놀지 않습니다. 장난감집에 가서 장난감을 잔뜩 사들여야 놀지 않아요. 아이들이 자꾸 장난감을 사려고 한다면, 왜 아이들이 장난감에 그리 매달리는지 생각해야 해요. 왜 그럴까요? 왜 아이들은 장난감을 보면 미친듯이 달라붙을까요?


  아주 쉬워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아이하고 잘 놀지 않으니 장난감에 매달려요. 장난감에 매달리고 얽매이고 징징 울어대야 비로소 어머니나 아버지가 저를 쳐다보아 주니까, 자꾸 매달리면서 울어요.


  장난감은 어른이 아이한테 주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돈을 주고 사서 주는 선물이 아니라, 손수 깎고 다듬어서 마련하는 선물입니다. 이리하여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장난감 짓기’를 배워요. 장난감을 가게에서 돈으로 척척 사서 안기기만 한다면, 아이들은 가게에 갈 때마다 징징 울 테지요. 왜 저 앞에 있는 장난감을 안 사느냐고 따지겠지요. 장난감 하나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다듬는가를 하나도 본 적이 없으니, 가게에서 보일 때마다 ‘그냥 사면’ 된다고 여겨요.



.. 무, 배추, 가지, 오이, 당근, 양배추 순무 이파리 모두 모두 모여라. 꾹꾹 눌러서 소금을 뿌리고 무거운 누름돌로 눌러 놓자 ..  (12쪽)





  하마다 케이코 님이 빚은 그림책 《아빠 아빠 함께 놀아요》(진선출판사,2005)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안타깝게도 판이 끊어졌습니다만, 한국말로 한 번 나왔으니 헌책방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아빠 아빠 함께 놀아요》는 《엄마 엄마 함께 놀아요》와 짝을 이룹니다. 두 그림책은 ‘장난감 없이’ 맨손과 맨몸으로 아이들과 노는 어버이 삶이 나옵니다. 그저 아이하고 놀면 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언제나 즐겁게 아이와 복닥이면서 하하 웃고 깔깔 노래하면서 우하하하 잔칫날을 이루는 하루가 넘칩니다.



.. 아빠가 멋진 우리 집이 되었어요. 집으로 들어가자. “다녀왔습니다!” 문을 잠가야지. 찰카닥. 밖은 바람이 불어요. 슁슁 ..  (20쪽)





  아이를 잠자리로 데려가면서 안아 보셔요. 목말을 태울 수 있고, 어깨에 볏섬처럼 얹을 수 있고, 두 손으로 슬슬 들고 이리저리 흔들 수 있습니다. 두 아이를 옆구리에 하나씩 낄 수도 있어요.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안아서 잠자리로 데려가 보셔요. 때로는 물구나무를 세워서 잠자리로 데려갈 수 있습니다.


  함께 놀면서 재미있습니다. 함께 놀면서 삶을 배웁니다. 함께 놀면서 튼튼하게 자랍니다. 함께 놀다 보면,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혼자 놀이를 지을 수 있습니다. 신나게 놀려고 태어난 아이가 그야말로 신나게 놀도록 이끌면서, 함께 배우고 서로 가르치다 보면 하루가 곧 지나갑니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어른이 자랍니다. 아이가 사랑스레 크는 만큼 어른도 사랑스레 큽니다. 두 손을 뻗어 따사롭게 어루만져요. 두 팔을 내밀어 넉넉히 안아요. 모든 놀이는 바로 우리 두 손에서 태어납니다. 아무것도 없는 듯하지만 모든 것이 있는 우리 두 손으로 모든 놀이를 짓습니다. 4348.3.2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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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별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1
파블로 네루다 지음, 남진희 옮김, 엘레나 오드리오솔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2



별은 저 하늘에 있어

― 안녕, 나의 별

 파블로 네루다 글

 엘레나 오드리오솔라 그림

 살림어린이 펴냄, 2010.7.15.



  해가 기울면 별이 돋습니다. 해가 있어도 별은 늘 그곳에 있었지만, 우리한테는 햇빛이 대단히 밝기에 여느 별빛은 햇빛에 가려 낮에 잘 안 보입니다. 밤에 별이 돋을 무렵, 아이들이 외칩니다. 저기 별 있어! 그런데 하나밖에 없네! 아이들을 바라보며 빙긋 웃다가 한 마디 들려줍니다. 네가 별을 보고 싶다고 불러야 별이 나오지. 별이 없다고 여기니까 별이 안 나와. 별더러 얼른 나와서 우리 함께 놀자 하고 부르면 별이 네 목소리를 듣고 하나씩 둘씩 차근차근 반짝반짝 빛나면서 찾아온단다.



.. 높이 솟은 높다란 빌딩 꼭대기 그곳에서 고요한 어두움을 향해 몸을 기울이면 꼭 밤하늘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  (2쪽)



  파랗던 하늘이 보랏빛이 되다가 차츰 까맣게 물들어 온통 새까만 빛이 되면, 바야흐로 별잔치입니다. 낮에는 해님이 알록달록 무지개빛으로 온누리를 밝히고, 밤에는 별님이 반짝반짝 신나는 웃음빛으로 온누리를 적십니다.


  밤에는 별자리를 헤아립니다. 별자리에는 가없고 끝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양에서도 동양에서도 저마다 별자리를 그리면서 이야기를 빚습니다. 나는 나대로 내 별자리를 그리면서 내 이야기를 담습니다. 언제나 새로우면서 즐거운 이야기가 천천히 솟습니다.




.. 수정을 닮은 투명한 별은 수줍게 떨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해요. 갑자기 허리춤에서 얼음보다 서늘한 기운을 느꼈어요. 하늘의 천사가 내게 벌이라도 내리려는 걸까요 ..  (7쪽)



  파블로 네루다 님이 쓴 글에 엘레나 오드리오솔라 님이 그림을 넣은 《안녕, 나의 별》(살림어린이,2010)이라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단출하면서 정갈하게 쓴 시에 붙이는 그림은 어떤 숨결이 되어 훨훨 날갯짓을 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노래가 되어 흐르는 싯말에 얹는 그림은 어떤 바람이 되어 하늘을 가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나의 별”이 아닌 “내 별”이나 “우리 별”로 책이름을 붙였어야지 싶어요. “나의 별”이라는 한국말은 없습니다. 어린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인데, 이런 번역이라면 좀 얄궂습니다. “잘 가렴, 내 별아”라든지 “잘 가, 우리 별”처럼 책이름을 다시 헤아려 볼 만합니다.



.. 별은 내게 마치 밤하늘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깜빡였어요. 별이 내뿜는 맑고 찬란한 빛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생활을 뒤흔들었죠 ..  (12쪽)




  《안녕, 나의 별》은 내 곁에 두고 싶던 별을 하늘로 돌려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에 눈길도 마음도 온통 사로잡혀서 그만 별 한 송이를 몰래 따서 우리 집에 두었다고 해요. 별빛을 오직 나 혼자 누리려는 마음이었겠지요.


  별은 너른 누리를 골고루 비춥니다. 별은 어느 한 사람한테만 빛을 비추지 않습니다. 해도 별과 같아요. 어느 한두 사람한테만 빛이나 볕을 베풀지 않아요. 모든 사람한테 골고루 빛과 볕을 베풀어요.


  모든 사람과 나무와 풀과 벌레와 짐승한테 따사로우면서 눈부신 숨결로 찾아가던 별은 어느새 풀이 죽습니다. 차가워지고 맙니다. 그러나, 별은 새롭게 기운을 차립니다. 별을 가두면 가둘수록 별은 더욱 밝게 빛납니다. 별은 홀가분하게 하늘을 날고 싶으니 어둡고 외로운 곳에서 훨씬 밝게 빛납니다.



.. 나는 얼음처럼 차가워진 별을 집어 물속에 살며시 놓아 주었어요 ..  (21쪽)



  별 한 송이를 몰래 데려와서 집에 두려던 사람은 부끄럽습니다. 남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습니다. 스스로 부끄럽습니다. 다시 몰래 별을 데리고 집에서 나옵니다. 숲으로 갑니다. 숲에 가서 못에 별을 놓아 줍니다. 별은 못에서 다시 삶을 찾고, 못을 환하게 비춘 뒤 하늘로 돌아갑니다. 이제 별빛은 다시 모든 사람한테 새롭게 빛줄기를 베풉니다. 부끄러웠던 사람한테도 다른 이웃한테도, 풀 한 포기와 벌레 한 마리한테도 별빛이 포근하면서 부드럽게 흐릅니다. 4348.3.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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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32
마거릿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김서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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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2



꿈을 생각하고 끝없이 생각하라

―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마거릿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김서정 옮김

 비룡소 펴냄, 2014.12.11.



  생각이 삶을 짓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삶을 알뜰살뜰 짓습니다. 아름답게 생각하는 사람이 삶을 아름답게 짓습니다. 생각을 사랑으로 품어서 가꾸는 사람이 삶을 사랑이 가득한 하루로 따사롭게 짓습니다.


  생각이 없으면 삶을 못 짓습니다. 생각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짓는 삶이 없기에 남이 시키는 일만 합니다. 생각이 없는 채 남이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은, 늘 쳇바퀴를 돌아요. 쳇바퀴를 돌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텐데, 돈이 아무리 많아도 스스로 짓는 삶이 없기 때문에 기쁨이나 즐거움이 없습니다.



.. “책 속에 뭐가 있기에 저러지?” 돌사자가 돌괴물에게 물었어요. “책에는 사람들 사는 얘기가 들어 있어. 벤은 행복이나 슬픔, 절망이나 희망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거야.” 돌괴물이 대답했지요. 돌사자는 생각했어요. ‘나도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면…….’ ..  (6쪽)





  꿈을 생각해야 합니다. 꿈을 생각해야 꿈을 이룹니다. 꿈을 지어야 합니다. 꿈을 먼저 생각으로 지어야 합니다. 꿈을 먼저 생각으로 지어야, 이 꿈을 바라보면서 한 발짝씩 내딛을 수 있습니다. 꿈을 짓지 않는다면, 스스로 나아갈 수 없고, 스스로 나아갈 수 없기에, 스스로 아름답지 못하며 스스로 사랑스럽지 못해요.


  끝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하고 자꾸 생각해야 합니다. 가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을 깊고 넓게 다스리면서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걸어갈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지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우리가 참말 하고 싶은 일과 놀이를 생각해야 합니다.


  생각이 삶으로 드러나고, 삶으로 드러난 생각은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새로운 생각은 다시 새로운 삶으로 나타나고, 새롭게 나타난 삶은 다시금 새로운 생각으로 뻗습니다.



.. 돌사자는 생각했습니다. ‘여기 있으면 큰일 날 텐데.’ 아기가 조그만 주먹을 내두르며 낑낑거렸어요. 그때, 돌사자의 가슴속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습니다. ‘사라랑 아기가 금세 딱닥하게 얼어 버릴 거야. 걷지도 뛰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 느끼게 될 거야. 나처럼.’ 돌사자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펄럭이는 것 같았습니다. ‘저 애들을 따뜻한 도서관으로 데려가고 싶어. 내가 움직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15쪽)




  마거릿 와일드 님이 글을 쓰고, 리트바 부틸라 님이 그림을 그린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비룡소,2014)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돌사자’와 ‘돌괴물’이 나오고, 도서관지기 ‘벤’이 나오며, 길거리에서 떠돌이로 지내는 아이 ‘사라’와 ‘사라네 동생’이 나옵니다. 다섯 숨결은 저마다 다릅니다. 먼저, 돌로 된 숨결은 꼼짝을 못하며 그 자리에 있습니다. 도서관지기는 언제나 도서관을 지킵니다. 사라와 동생은 집과 어버이가 없이 길거리를 떠돌면서 동냥을 하다가, 겨울에 그만 오들오들 떨면서 거의 죽음 문턱에 닿습니다.



.. 그런데 벌써 다리가 뻣뻣해지고 힘줄이 엉키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 할 일이 한 가지 남아 있는데 말이에요 ..  (20쪽)



  돌사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돌괴물은 무엇을 할까요? 돌괴물은 똑똑하거나 슬기롭다고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돌사자는 아는 것이 없으나 ‘궁금한 것’이 가득합니다. 궁금한 것이 많은 돌사자는 스스로 생각합니다. 아는 것이 많은 돌괴물은 온갖 정보와 지식을 모읍니다. 지식과 정보가 가득한 돌괴물은 스스로 생각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지식도 정보도 없는 돌사자는 그저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면서 ‘내 삶’을 스스로 찾고 싶습니다. 돌사자이면서 끝끝내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을 꽃으로 피웁니다. 돌사자는 아무 새로운 숨결을 스스로 길어올립니다.





.. 몇 년이 지났습니다. 가끔 한 남자아이가 누나와 함께 돌사자를 찾아왔어요. 남자아이가 돌사자에게 뺨을 비비며 말했어요. “누나, 이 돌사자가 내 코에 내린 눈을 핥아 줬어.” 누나가 아이를 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아이는 함께 돌사자를 안았지요. 돌사자도 두 아이를 안고 싶었어요 ..  (29쪽)



  돌사자한테는 ‘가슴(심장)’이 새롭게 생겼습니다. 다만, 가슴이 새로 생겼으되 몸을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마음으로 움직입니다. 마음으로 말을 걸고, 마음으로 바라보며, 마음으로 사랑하지요. 이리하여, 사라와 동생은 ‘떠돌이 삶’을 끝낼 수 있습니다. 떠돌이 삶을 끝낸 사라와 동생은 둘이 어릴 적에 돌사자가 저희를 살려 준 줄 또렷하게 압니다. 지식이나 정보로 알지 않아요. 몸으로 알고 마음으로 알아요.


  앞으로 사라와 동생은 어떤 삶을 지을까요? 틀림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삶을 짓겠지요? 돌사자는 무엇을 할까요? 사라와 동생을 따사롭게 바라보면서, 사라와 동생이 새로 짓는 삶을 바라볼 테고, 사라와 동생이 새로 낳을 아이들이 새롭게 자라는 모습도 바라볼 테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두 아이를 잇고 잇는 새로운 삶과 사랑과 숨결을 바라볼 테지요. 늘 그곳에서, 도서관 앞에서, 따스한 눈길과 넉넉한 마음과 아름다운 사랑으로. 4348.3.2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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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는 오줌싸개 내 아이가 읽는 책 5
다나카 키요 글 그림, 이예린 옮김 / 제삼기획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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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1



도깨비를 보았구나

― 연지는 오줌싸개

 다나카 키요 글·그림

 이예린 옮김

 제삼기획 펴냄, 2002.7.15.



  나는 어릴 적부터 무엇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무엇인가 하면, 참말 무엇입니다. 귀신도 아니고 도깨비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무엇’입니다. 그런데, 이 무엇은 밤과 낮 언제나 보입니다. 잠을 자려고 해도 보이고, 멀쩡히 돌아다녀도 보입니다. 길을 걸을 적에도 보일 뿐 아니라, 책을 읽을 적에도 보입니다.


  어릴 적에 ‘무엇’을 볼 적마다 흠칫흠칫 놀랐고, 무섭거나 두렵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그저 ‘귀신’이라고 놀리는 말을 했지만, 귀신이라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내가 본 무엇이 귀신이었으면 나를 해코지하거나 괴롭혔을 테니까요. 내가 본 무엇은 늘 내 둘레에서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 타박타박 연지가 길을 걷고 있었어요. 저기 커다란 버드나무 건너, 연지네 집이 보여요. 하얀 이불이 팔락팔락 흔들리고 있네요. 연지가 지난밤 오줌을 쌌던 이불이지요 ..  (3쪽)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봅니다. 다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몸이 바뀌면서 ‘무엇’을 잊는 사람이 많습니다. 티없는 눈으로 바라볼 적에는 ‘무엇’이 그저 무엇일 뿐입니다. 무섭거나 두려울 까닭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도깨비와 귀신 같은 말을 하고, 때로는 괴물이나 유령이라는 말을 합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내 둘레에서 늘 알아차릴 수 있던 그 ‘무엇’은 언제나 내 둘레에서 나를 지켜보면서 나를 지켜 주었구나 싶습니다. 내가 샛길로 빠지지 않도록 지켜보고, 내가 스스로 씩씩하게 삶을 짓는 길로 나아가도록 도왔구나 싶어요.



.. 도깨비가 아니라 도깨비 인형이었어요. “이런 도깨비라면 하나도 무섭지 않아!” 연지는 애써 씩씩한 척 말해 보았어요. 그러고는 거기에 앉아, 한참 동안 그 인형을 살펴보았지요. 인형의 얼굴이 무척 귀여웠어요 ..  (4쪽)





  다나카 키요 님이 빚은 그림책 《연지는 오줌싸개》(제삼기획,2002)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연지’라는 아이는 도깨비를 봅니다. 낮이고 밤이고 도깨비를 봅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도깨비를 무섭게 여깁니다. 이리하여, 도깨비는 연지하고 놀려고 밤마다 연지한테 찾아와서 ‘으앙!’ 하고 입을 쩍 벌리면서 놀래킵니다. 연지라는 아이를 놀래키는 재미로 밤마다 찾아오거든요.


  연지는 그만 도깨비한테 깜짝 놀라서 밤마다 오줌싸개가 됩니다. 이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른 도깨비가 연지한테 ‘인형’ 모습으로 찾아갑니다. 인형 모습으로 연지한테 찾아간 도깨비는 연지한테 새로운 생각을 심어 줍니다. ‘자, 보렴, 도깨비라고 다 무섭지는 않지? 도깨비도 귀엽지?’


  연지한테 인형 모습으로 찾아간 도깨비는 이날 밤, 연지가 화장실에 혼자 갈 적에 함께 가 줍니다. 그리고, 연지를 놀래키는 개구쟁이 도깨비를 한방에 눕힙니다. 이제 그만 놀리렴, 이제 연지가 씩씩하게 놀 수 있도록 해 주렴, 이런 이야기를 개구쟁이 도깨비한테 넌지시 알려줍니다.



.. 예전에 할머니가 집에 오셨을 때의 일입니다. 연지가 오줌 싼 이불을 보고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연지는 도깨비가 무서워 화장실에 못 가는 거구나?” 연지는 깜짝 놀랐어요. 할머니가 어떻게 아셨을까 궁금하기도 했지요. “도깨비를 무서워하면 안 돼. 도깨비는 겁쟁이 집에만 찾아가거든.” ..  (7쪽)




  우리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한테 제대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도깨비’나 ‘수많은 무엇’을 본다는 이야기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있는 ‘무엇’은 두렵거나 무섭지 않은 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무엇’한테 똑똑히 말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나를 놀래키지 말고, 나랑 놀고 싶다면 상냥하게 다가오렴, 하고 말해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씩씩하게 내 길을 걸어갈 테니, 너도 그만 네 길로 떠나렴, 하고 말해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 겨우겨우 화장실 문 앞까지 갔을 때, 이상한 일이 생각났어요. 항상 닫아 두는 화장실 문이 아침이면 다시 열려 있는 것입니다. “아침마다 엄마가 열어 두는 것이 틀림없어. 그렇지, 도롱아?” 연지는 그렇게 말하고, 불을 켜려고 손을 뻗었어요. 자기도 모르게 손이 바들바들 떨렸어요 ..  (21쪽)



  그림책에 나오는 연지는 착한 아이입니다. 착한 아이인 연지이기에 도깨비를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이 맑으니 도깨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착한 마음에 사랑스러운 숨결이 깃들 수 있도록 둘레 어른이 조금 더 따스하게 품어 주기를 빌어요. 이 맑은 넋에 고운 꿈이 자랄 수 있도록 둘레 어른이 한결 더 너그러이 안아 주기를 빌어요.


  그러니까, 연지는 오줌싸개가 아닙니다. 연지는 그냥 ‘아이’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서도록 어른은 손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씩씩하게 웃고 춤추면서 노래하도록 어른은 곁에서 상냥하게 지켜보면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4348.3.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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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는 메뚜기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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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0



아름다운 이웃을 찾아서 나들이

― 길을 가는 메뚜기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비룡소 펴냄, 1998.4.15.



  우리 집에 찾아오는 새를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저 새는 어디에서 살며 우리 마을까지 찾아와 뒤꼍 나무에 앉다가 어디로 갈까? 저 새는 하늘을 날며 무엇을 보고, 오늘까지 살며 어느 곳을 날아다녀 보았을까?


  우리 집에는 해마다 사월에 제비가 찾아옵니다. 제비는 사월부터 팔월 끝자락까지 우리 집 처마 밑에서 머뭅니다. 제비는 태평양을 가로질러서 한국으로 왔다가, 다시 태평양을 가로질러 중국으로 갑니다. 해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나들이를 다닌다고 할 텐데, 아주 조그마한 몸이지만 그야말로 씩씩하게 바다를 가로지릅니다.


  제비 말고도 수없이 많은 새들이 지구별 이쪽에서 저쪽으로 씩씩하게 날아다닙니다. 대단히 먼 길을 아무렇지 않다고 할 만큼 날아다녀요. 사람은 새처럼 하늘을 날지 않는데, 새처럼 날지는 않아도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걷습니다. 무척 멀다 싶은 길도 씩씩하게 걷습니다. 이른바 ‘순례’라고도 하고, ‘여행’이라고도 합니다.



.. 메뚜기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어요. “길을 찾아 내야지. 그 길이 어디로 뻗어 있든, 난 그 길을 따라 갈 거야.” 하고 메뚜기를 말했어요 ..  (6쪽)



  내처 걷기만 한다면, 사람은 한 시간에 십 킬로미터도 걸을 만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걷자면 둘레를 살피기 어렵습니다. 그저 앞만 보고 걸어야 시간마나 십 킬로미터씩 걸을 테지요. 길을 가다가 다리도 쉬고, 둘레를 돌아보며, 나무그늘에서 나무노래도 듣다가, 길동무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자면, 한 시간에 오 킬로미터 길도 많이 걷는다고 할 만합니다. 어쩌면 어느 한 자리에 주저앉아 며칠 동안 머물 수 있고, 어느 한 자리에서 몇 달을 지낼 수 있으며, 아예 눌러앉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행길이나 마실길이라고 할 적에는 일부러 ‘빨리’ 다니거나 ‘서둘러’ 다니지 않습니다. 빨리 다니거나 서둘러 다닌다면 여행이나 마실이 아닙니다. 빨리 다니거나 서둘러 다니는 몸짓은 쳇바퀴입니다. 재미없어요. 그예 앞만 쳐다보고 나아가는 길이란, 나 스스로 아무런 이야기를 짓지 못하면서 멍하니 몸을 움직이는 셈이라고 할 만합니다.



.. “이건 규칙이야. 이 호수를 건너려면 반드시 이 나룻배로 건너야 해.” 하고 모기가 말했어요. “하지만 모기 선생님. 저는 쉽게 저 건너편으로 훌쩍 뛰어넘을 수가 있는걸요.” 하고 메뚜기는 말했어요 ..  (35쪽)



  아놀드 로벨 님이 빚은 작은 그림책 《길을 가는 메뚜기》(비룡소,1998)를 읽습니다. 1978년에 처음 나온 책이라 하니 꽤 묵었습니다. 1998년 한국이 아닌 1978년 한국을 헤아린다면, 그무렵에는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마실길 걷기’는 아주 마땅했습니다. 누구나 으레 걸었고, 한두 시간쯤 가볍게 걸었어요. 꽤 무거운 짐을 이거나 지고 여러 시간 걷기 일쑤였습니다.


  요새는 짐을 잔뜩 짊어진 채 여러 시간을 걸어다니는 사람이 매우 드뭅니다. 이럴 까닭이 없을 테지요. 택시가 있고 자가용이 있습니다. 버스도 많을 뿐 아니라, 택배가 있어요. 짐을 이거나 지면서 걷는 사람이 아주 드물어요.


  아이를 안거나 업은 채 걷는 사람도 드뭅니다. 아이를 안고 여러 시간 걸어서 다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이를 차에 안 태우고 걸려서 여러 시간에 걸쳐 마실을 다니는 어른이 있을까요?



.. “날마다 날마다 우리들은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곤 한단다.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게 좋아.” 하고 나비 세 마리는 말했어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난단다. 우리는 세 번씩 머리를 긁지.” 하고 첫 번째 나비가 말했어요 ..  (46쪽)



  《길을 가는 메뚜기》에 나오는 메뚜기는 새로운 길을 가려 합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길을 가려 합니다. 늘 아는 곳에서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마음이 되어 새로운 꿈을 키우려 합니다.


  메뚜기는 여러 이웃을 만납니다. 메뚜기가 만나는 이웃은 모두 ‘어느 한 자리’에 머물면서 지냅니다. 다른 곳으로 다니려고 하는 이웃을 만나지 못합니다. 무당벌레도 파리도 모기도 나비도 잠자리도, 그저 어느 테두리에서만 맴돌며 지내요. 이러면서 저마다 ‘늘 맴도는 테두리’가 가장 아름다운 보금자리라고 여깁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즐거울까 생각해 봅니다. 한 자리에 머무는 삶이 즐거울까요? 여러 자리를 떠도는 삶이 즐거울까요? 그야말로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꾼 ‘보금자리숲’이 있다면, 굳이 다른 곳으로 나들이를 다니지 않아도 될 만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숲이 있어도, 다른 이웃이 저마다 가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숲을 둘러보러 다니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자리에 머물더라도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레 짓는 삶입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닐 적에도 대단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웃을 만나러 움직이는 삶입니다. 내 나름대로 아름다운 삶을 가꾸고, 내 눈길을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북돋우는 길을 걷습니다.



.. 메뚜기는 하늘에 있는 잠자리 두 마리를 보았어요. “메뚜기, 너 참 안됐구나. 우리는 빠르게 날아다니는데 너는 걷기만 하잖아. 참 안된 일이야.” 하고 잠자리들이 말했어요. “뭐가 안된 일이니! 나는 걷는 걸 좋아하는데.” … 메뚜기는 피곤했어요. 폭신폭신한 자리에 누웠지요. 메뚜기는 알았어요. 아침이면 길이 여전히 있고, 길을 따라 가면,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걸 말이에요 ..  (55, 62쪽)



   아름다운 이웃을 찾아서 나들이를 합니다. 나 스스로 아름다운 마음이 되어 새로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사랑스러운 동무를 사귀려고 마실을 합니다. 나 스스로 그대한테 사랑스러운 동무가 되고자 활짝 웃고 노래하면서 발길을 옮깁니다.


  나는 네가 반갑고, 너는 내가 반갑습니다. 나는 너를 새로 만나고, 너는 나를 새로 만납니다. 우리 함께 손을 잡아요. 내가 너한테 찾아왔듯이 너도 나한테 찾아오기를 바라요. 천천히 두 다리로 걷고 또 걸어서, 열흘이나 보름이나 달포나 서너 달에 걸쳐서 천천히 찾아오기를 바라요. 나도 그대한테 열흘이나 보름이나 달포나 서너 달에 걸쳐서 천천히 찾아갈게요. 그리고, 우리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어요. 내가 그대한테 달포에 걸쳐서 천천히 거닐며 찾아갔으니, 우리 달포에 걸쳐서 이야기꽃을 피워요. 그대가 나한테 한 해에 걸쳐서 천천히 거닐어 찾아왔으니, 우리 한 해에 걸쳐서 이야기잔치를 열어요.


  날마다 새롭게 노래를 부르는 마실길입니다. 언제나 새롭게 사랑을 짓는 보금자리입니다. 오늘도 새삼스레 꿈을 꾸는 마실길입니다. 늘 새삼스레 사랑을 길어올리는 보금자리입니다. 4348.3.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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