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묶으며 사계절 그림책
테드 랜드 그림, 빌 마틴 주니어 외 글, 김장성 옮김 / 사계절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8



바람은 언제나 반가운 동무

― 매듭을 묶으며

 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

 테드 랜드 그림

 김장성 옮김

 사계절 펴냄, 2003.5.21.



  유채꽃 곁에 서면 노란 꽃송이가 샛노란 꽃내음을 베풀어 줍니다. 바람이 흐르지 않아도 꽃내음이 퍼지고, 바람이 흐르면 꽃내음이 훅 끼칩니다. ‘유채꽃바람’이라고 할 만한 ‘사월바람’이 부는 날에 빨래를 마당에 널면, 옷가지마다 유채꽃내음이 듬뿍 뱁니다. 나는 유채꽃내음이 밴 옷을 입으면서 흐뭇합니다. 아이들도 유채꽃내음이 가득 밴 옷을 입으면서 신나게 뛰놉니다.



.. “또 얘기해 주세요, 할아버지. 제가 어떤 아이인지.” “여러 번 얘기했잖니, 아가야. 너도 다 외웠겠다.” “그래도 할아버지 얘길 듣는 게 좋아요.” ..  (2쪽)




  삶을 이루는 기쁜 숨결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남이 나한테 선물처럼 기쁜 숨결을 베풀 수 있을 테지만, 누구보다 내가 스스로 나한테 기쁜 숨결을 베풉니다. 유채꽃바람을 쐬려면, 마당 한쪽에서 유채꽃이 자랄 수 있도록 하면 되고, 매화꽃바람을 쐬려면, 마당 한쪽에 매화나무를 심으면 돼요. 벚꽃바람을 쐬려면 벚나무를 심으면 되고, 모과꽃바람을 쐬려면 모과나무를 심으면 됩니다.


  아파트에 산다면 나무를 심기 어려울 텐데, 아파트에서는 꽃그릇을 놓으면 돼요. 그리고, 머잖아 층층이 선 시멘트집이 아닌, 마당이 있고 텃밭이 고운 넉넉한 집을 누리려는 꿈을 키울 수 있어요. 언제나 바람을 이웃으로 삼아서 지내는 삶자리를 꿈꿀 만하고, 아침저녁으로 햇볕을 곱게 쬐는 보금자리를 꿈꿀 만합니다.



.. “네 엄마가 말했지. ‘상처 입은 바람 소릴 들었어요. 오늘 밤에 사내아이가 태어날 거래요.’” ..  (5쪽)




  빌 마틴 주니어 님과 존 아캠볼트 님이 글을 빚고, 테드 랜드 님이 그림을 빚은 《매듭을 묶으며》(사계절,2003)를 읽습니다. 북중미에서 터를 잡고 사는 아이와 할아버지(인디언)가 주고받는 이야기가 푸근하게 흐르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는 할아버지한테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다시 듣고 거듭 듣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같은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주고 새삼스레 들려주며 사랑스레 들려줍니다.


  아이는 늘 들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또 듣고 싶어요. 왜 그러한가 하면,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이와 얽힌 이야기이고, 아이가 처음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겪은 이야기이며, 아이를 둘러싼 어버이와 어른이 아이를 아끼고 돌보는 숨결이 깃든 이야기입니다.



..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 말고도 보는 방법은 많이 있어요.” “그렇고 말고. 넌 어둠을 뚫고 보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 넌 할 수 있단다. 너에겐 푸른 말의 힘이 있으니까.” … “무지개는 제 눈이에요. 무지개는 저를 양떼한테 데려다 줘요. 양떼가 어딜 가든지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싶을 땐 언제나 저를 집으로 데려다 주지요.” ..  (17, 23쪽)




  우리가 나누는 말은 어느 모로 본다면 두 가지로 나눌 만합니다. 하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잔소리입니다. 이야기가 되는 말은 노래입니다. 잔소리가 되는 말은 시끄럽습니다. 이야기가 되는 노래는 사랑스러우면서 기쁩니다. 잔소리가 되어 시끄러우면 괴롭거나 싫습니다.


  아마 누군가한테는 텔레비전 연속극이 재미있을 수 있어요. 또, 누군가한테는 텔레비전 연속극이야말로 끔찍하도록 시끄러울 수 있어요. 누군가한테는 어느 대중노래가 몹시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리고, 누군가한테는 어느 대중노래가 몹시 싫을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어떤 말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맞아들이지만, 어떤 말은 싫거나 성가시거나 귀찮을까요? 왜 우리는 어떤 말은 듣고 다시 들을수록 새로운데, 어떤 말은 한두 번 듣기만 해도 지겹다고 여기거나 잔소리로만 느끼면서 귀를 닫으려 할까요?



.. “무서웠어요. 할아버지가 저를 부르기 전까지는. 그때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지요?” “두려워 말아라, 아가야! 네 어둠을 믿어야 한다. 바람처럼 달려라!” … “그렇지만 저는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어요.” “그래, 하지만 넌 바람처럼 달렸어.” “바람은 제 친구예요. 바람은 제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제 얼굴을 향해 웃어요.”  ..  (24, 28쪽)




  그림책 《매듭을 묶으며》에 나오는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아주 포근하면서 부드럽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할아버지뿐 아니라, 아이 어머니와 아버지도 아이한테 언제나 상냥하면서 따사로운 목소리와 눈길과 손짓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었겠지요. 이리하여, 아이는 늘 포근하면서 부드러울 뿐 아니라, 상냥하면서 따사로운 숨결을 물려받았을 테고, 이러한 숨결을 푸른 들과 파란 하늘처럼 받아들이리라 느껴요. 그리고, 아이도 할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들판에 조그마한 집을 마련한 뒤 언제나 들바람을 마시면서 삽니다. 들꽃을 보고 들풀을 먹으며 들판에서 별바라기를 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가 “바람은 내 동무!” 하고 외칩니다. 아이는 바람을 쐬면서 웃습니다. 바람을 쐬면서 노래할 테고, 바람과 함께 춤을 출 테지요.


  그림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나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사랑스러운 꿈을 짓는 하루를 누릴 때에 웃고 노래할 만합니다. 나부터 언제나 춤추고 노래하는 상냥하고 따사로운 어버이로 살면서, 이 땅에서 흐르는 바람을 쐴 적에 “이야, 반가운 동무가 찾아왔네!” 하고 외쳐야겠습니다. 4348.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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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 괜찮아, 괜찮아 6
헬레나 그랄리즈 글, 수지 브리젤 그림 / 두레아이들 / 2015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6



두려움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

 헬레나 그랄리즈 글

 수지 브리젤 그림

 한결 옮김

 두레아이들 펴냄, 2015.4.20.



  아이를 다그치는 일은 참으로 나쁩니다. 그러나, 나쁜 줄 알면서 다그치는 어른이 많습니다. 아이가 어떤 일을 잘못했다 싶으면 먼저 꾸짖거나 나무라고 맙니다.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아이는 잘못인 줄 알까요? 아이는 아직 모릅니다. 모르니 어떤 일을 ‘잘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 못했다’고 해서 아이를 나무라거나 꾸짖으면 아이는 주눅이 듭니다. 주눅이 드는 아이는 ‘잘 못한’ 일을 차츰 말하지 못합니다. ‘잘 못한’ 일을 한 번 두 번 말하지 못하며 지내다 보면, 어느새 ‘잘못 한’ 일까지 말을 못합니다. 이러면서 한 번 두 번 거짓말이 나오거나 ‘숨기는 말’이 나오고, 아이는 차츰차츰 ‘참말’하고 멀어집니다.



.. 그때 톰은 주머니에 기타 교습비가 있다는 게 생각났어요. 누군가 자기보다 먼저 이 장난감 자동차를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 톰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했어요 ..  (6쪽)




  잘 못했으면 잘 못했을 뿐입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을 뿐입니다. 잘 하면 잘 할 뿐입니다. 잘 하건 잘 못하건 모두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이웃과 동무가 어떤 일을 잘 못할 적에도, 그저 ‘잘 못할’ 뿐이에요.


  다리가 느려서 달리기를 ‘잘 못하는’ 어른이 많습니다. 자전거를 ‘잘 못 타는’ 어른도 많습니다. 돈을 잘 못 번다든지, 어떤 일을 솜씨있게 잘 못하는 어른도 있겠지요. 아무렴, 다 좋습니다. 다 우리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어떤 일을 ‘잘못 했으’면, 이를 잘 바로잡거나 잘 추스르면 됩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 곁에는 ‘잘못을 다독여 줄’ 이웃과 동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이웃과 동무로 지내는 까닭을 헤아려 보셔요. 우리는 이웃과 동무를 다그칠 마음이 아닙니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건 이웃이 잘못을 저지르건 똑같아요. 그래, 한 번 두 번 열 번 백 번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요. 너그러이 봐주어야 합니다.



.. 톰은 일단 아무 버스나 올라탔어요. 그러고는 자신의 거짓말을 어떻게 고백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져 있었어요. “톰!” 톰의 등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불렀어요. “네가 기타를 치는지 전혀 몰랐어.” 이웃에 사는 니카였어요 ..  (14쪽)




  헬레나 그랄리즈 님이 글을 쓰고, 수지 브리젤 님이 그림을 그린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두레아이들,2015)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거짓말은 자꾸 커진다고 합니다. 참말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커지기만 합니다. 그러면, 참말도 커질까요? 참말도 하고 또 하면 자꾸 커질까요?


  네, 그렇지요. 참말도 커집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은 커집니다. 참말이든 거짓말이든 커집니다. 수수한 말이든 대단한 말이든 커집니다. 말은 사람들 입을 거쳐서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면서 커집니다.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말 한 마디에 빚을 다 갚는다고 하는 한편, 말 한 마디로 큰빚을 진다고 해요.



.. 톰은 가슴속에 있는 돌덩이를 없앨 수가 없었어요. 그것은 날마다 점점 더 커져만 갔어요 ..  (18쪽)




  네가 나한테 들려주는 따사로운 말은 언제나 나한테 힘이 됩니다. 따사로운 말을 듣고 다시 듣고 새로 들으면서 내 마음은 아름답게 자랍니다. 내가 너한테 들려주는 넉넉한 말은 늘 너한테 힘이 되어요. 넉넉한 말을 듣고 또 듣고 거듭 들으면서 네 마음은 넉넉하게 자랍니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을 말은 ‘사랑’이 깃든 말입니다. 우리가 함께 나눌 말은 ‘사랑’이 가득한 말입니다. 왜 그러할까요? 사랑이 깃든 말을 주고받아야 서로서로 사랑스럽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말을 나누어야 다 함께 사랑으로 기뻐요.


  밉거나 거친 말을 해 보셔요. 밉거나 거친 말을 듣는 사람뿐 아니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한테도 미움과 거친 숨결이 자랍니다. 곱거나 포근한 말을 해 보셔요. 곱거나 포근한 말을 듣는 사람뿐 아니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한테도 곱거나 포근한 숨결이 자라요.



..“좋아, 앞으로 매주 화요일에 삼촌이 기타를 가르쳐 줄게. 그리고 네 아빠의 쉰 번째 생일에 우리 다시 생일 축가를 연주하는 거야. 어때?” 그제야 톰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요. “고마워요, 삼촌.” ..  (24쪽)




  어린이책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를 보면, 주인공 아이는 끝내 ‘참말’을 털어놓습니다. 거짓말 때문에 오래도록 스스로 짓누르던 시커먼 돌덩이를 치웁니다. 그런데, 이때에, 주인공 아이를 둘러싼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무 말을 못 해요. 그저 멍하니 아이를 바라봅니다. 너무 놀랐기 때문일까요? 오랫동안 거짓말 때문에 스스로 괴로웠던 아이가 비로소 돌덩이를 스스로 치웠는데, 왜 아무 말을 못 할까요?


  가만히 보면, 어버이라고 해서 모두 슬기롭지는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지만, 아이 마음을 제대로 못 읽는 어버이도 있어요. 바로 이때, 작은아버지(삼촌)가 슬기롭게 나섭니다. 작은아버지가 아이한테 ‘거짓말을 내려놓고 참말로 일어선’ 모습을 기쁘게 맞이해 줍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를 북돋웁니다. 이제 거짓말을 내려놓았으니, 앞으로 참말로 아름답게 피어나자고 어깨를 토닥입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참말을 털어놓을 적에 어버이나 어른이 ‘참말을 안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거나 두려워 하니까 자꾸 거짓말을 합니다.


  아이가 그동안 거짓말을 했어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참말을 하면 다 됩니다. 이제부터 참말을 하면 반가우면서 사랑스럽습니다. 지난날은 아이한테 아름다운 발자국, 그러니까 ‘고마운 경험’으로 여기면 돼요. 아이는 앞으로 걸어갈 길이 멉니다. 아이는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씩씩하게 일어서서 새롭게 삶을 가꾸면 돼요.


  아이가 참말을 늘 할 수 있도록 어버이와 어른이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아이가 걱정없이 참말로 노래할 수 있도록 어버이와 어른은 마음을 활짝 열고 웃어야 합니다. 언제나 따스한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4348.4.1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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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페트리샤 리 고흐 글, 김경미 옮김 / 현암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7



우리 둘이 바람처럼 춤을 추자

―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

 페트리샤 리 고흐 글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김경미 옮김

 현암사 펴냄, 2003.10.20.



  사이좋게 지내는 두 사람은 서로 닮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다른 두 사람일 테지만, 사이좋게 지내면서 낯빛이 닮고 목소리가 닮습니다. 사이좋게 지내는 사이 몸짓이 닮고 생각이 닮습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입으로 말을 주고받는 사이를 넘어서,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요. 사이가 좋은 두 사람은 눈빛으로도 마음을 읽고, 손짓으로도 생각을 알아차려요.



.. 타냐는 늘 춤을 추었어요. 밥 먹으러 갈 때도 춤을 추었고, 이불 속에서도 춤을 추었죠. 발레 수업을 받으러 갈 때도 춤을 추었고, 공원에서도 춤을 추며 곧장 가로질러 갔죠 ..  (5쪽)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은 서로 아끼고 사랑합니다. 아주 마땅하지요. 사이가 좋으니 서로 아끼고 사랑할밖에 없습니다. 사이좋은 사람들은 서로 다툴 일이 없습니다. 사이좋은 사람들은 전쟁무기나 핵무기가 없어도 평화와 평등입니다. 군대가 뒤에서 지켜 주어야 평화가 아닙니다. 따스한 사랑으로 마주할 때에 평화입니다. 똑같은 학교를 마치고 똑같은 재산을 가져야 평등이 아닙니다. 넉넉한 사랑으로 어깨동무를 할 적에 평등입니다.


  이리하여,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춥니다. 사이좋게 어울리는 사람들은 기쁘게 노래하면서 활짝 웃습니다. 이 지구별이 서로 사이좋은 나라로 나아간다면, 전쟁무기와 군대 따위는 곧바로 몰아내면서, 기쁜 웃음과 밝은 노래와 싱그러운 춤사위가 넘실거리리라 생각합니다.



.. 에밀리가 물었어요. “너 뭐하는 거니? 그거 주떼니?” 타냐가 대답했어요. “아니, 이건 타조야.” 그러면서 타냐는 타조 춤을 추었습니다 ..  (14∼15쪽)





  페트리샤 리 고흐 님이 글을 쓰고, 이치카와 사토미 님이 그림을 그려서 1994년에 《Tanya and Emily in a dance for two》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온 그림책이 2003년에 한국에서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현암사,2003)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두 분이 함께 빚은 그림책은 《꼬마 발레리나 티나》와 《꼬마 발레리나의 사계절》로도 나왔고, 《타냐의 빨간 토슈즈》와 《타냐와 마법의 옷장》으로도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는 ‘춤을 사랑하는 타냐’와 얽힌 여러 그림책 꾸러미 가운데 하나예요.



.. “타냐, 야생 염소라고 생각해 봐! 펄쩍 뛰어오르는 야생 염소!” 그러고 에밀리는 언덕을 곧장 가로지르며 카브리올르를 추었습니다 ..  (25쪽)




  발레라고 하는 춤을 배우는 어린 타냐는 발레학원에서 늘 혼자 춤을 춥니다.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춤을 추며 그치지만, 타냐라는 아이는 언제나 춤을 춥니다. 밥을 먹을 적에도 춤을 추고 잠을 자면서도 춤을 추어요. 길을 걸을 적에도 춤을 추고, 공부를 할 적에도 춤을 추겠지요.


  타냐라는 아이한테는 ‘발레’ 한 가지 춤만 있지 않습니다. 삶이 모두 춤입니다. ‘발레’는 수많은 춤사위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즐기는 온갖 춤사위 가운데 하나예요.


  발레학원에서 에밀리와 타냐는 처음에는 딱히 말을 안 섞는 서먹하다 싶은 사이입니다. 어느 날 동물원에서 여느 때처럼 춤을 추며 노는 타냐를 에밀리가 보았고, 에밀리는 ‘어떤 발레 몸짓’을 하느냐고 타냐한테 물어요. 타냐는 ‘발레 몸짓’이 아니라 ‘동물원 짐승들 몸짓’을 보고서 따라한다고 말해요. 이윽고 두 아이는 저마다 좋아하는 짐승 몸짓을 따라서 예쁘게 춤을 춥니다.



.. 둘이 함께 추는 춤은 정말로 멋졌습니다 ..  (32쪽)




  두 아이가 짓는 춤사위는 ‘짐승 흉내’일까요? 아니면, 두 아이는 수많은 짐승과 하나가 되어 ‘춤놀이’를 할까요?


  두 아이는 동물원에서 함께 놀며 ‘여러 짐승과 하나가 되는 춤’을 춥니다. 두 아이는 들판에서 함께 놀 적에는 ‘여러 꽃과 풀과 나무와 하나가 되는 춤’을 추겠지요. 길에서는 자동차와 하나가 되는 춤을 출 만하고, 버스나 신호등과 하나가 되는 춤을 출 수 있어요. 온갖 사람이 온갖 몸짓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웃과 하나가 되는 춤’을 출 수 있습니다.


  해님과 같은 춤도 출 만하고, 바람과 같은 춤도 출 만해요. 언제나 춤입니다. 서로 웃으면서 춤입니다. 기쁘게 동무가 되는 춤이고, 다 함께 이웃으로 노래하는 춤입니다. 4348.4.1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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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 웅진 세계그림책 140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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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2



새 모자를 꿈꾸는 마음

― 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11.9.23.



  옷은 한 벌이어도 넉넉합니다. 한 벌 있는 옷을 아껴서 입을 줄 알면, 한 벌로도 얼마든지 넉넉하게 지냅니다. 두 벌이나 세 벌쯤 있어야 넉넉하지 않습니다. 열 벌이나 스무 벌이 있기에 넉넉하지 않아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한두 벌이나 서너 벌이라고 해서 모자라지 않아요. 마음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스무 벌이나 쉰 벌이 있어도 모자라요.


  내 주머니에 돈이 가득가득 넘쳐야 넉넉하지 않습니다. 내 삶이 넉넉할 때에 언제나 넉넉합니다. 내 주머니가 아닌 내 마음에 사랑이 넉넉할 때에 비로소 삶이 넉넉합니다.


  아이들은 주머니에 돈이 한 푼조차 없더라도 걱정하지 않아요. 군것질을 못 하니 걱정할까요? 아닙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말 한 마디만 들려주면 돼요. 어머니 저것 먹고 싶어요, 또는 아버지 저것 먹을래요, 이렇게 말 한 마디만 하면 됩니다. 장난감을 갖고 싶을 적에도 말 한 마디만 하면 돼요. 다만, 으앙 울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 지나가는 도토리들에게 소리쳐 보지만, 다들 이렇게 대답할 뿐이에요. “모자는 하나만 있으면 충분해!” “구멍난 것도 아닌데, 뭘.” ..  (3쪽)




  아이들은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넉넉합니다. 마음이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넉넉하기에 장난감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도 활짝 웃으면서 놀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어른들은 주머니에 돈이 가득해도 모자랍니다. 아직 마음이 안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 누구나 어린이로 살았지만, 막상 이녁이 어릴 적에 ‘돈 한 푼 없이’ 넉넉한 마음이 되어 신나게 뛰놀던 삶을 되새기지 못하기에, 자꾸 모자란 삶이 되고 말아요.



.. “그냥 여기에 가게를 차려 볼까?” 수리의 말에 키토리와 톨이가 찬성했어요. “좋아. 큰 도시에 사는 손님들이 지나가다 볼지도 몰라.” 셋은 조금 기운이 났어요 ..  (9쪽)





  나카야 미와 님 그림책 《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웅진주니어,2011)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도토리 마을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토리 마을에서 태어난 ‘예쁜 도토리’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스스로 살림을 가꾸는 어른이 됩니다. 젊은 도토리 셋이 모여서 모자 가게를 마련합니다. 도토리는 모두 ‘모자’를 쓰지요. 이 모자를 알뜰살뜰 지어서 모자 가게를 차렸는데, 막상 도토리 마을에서 이 모자 가게를 찾는 손님이 없습니다. 모두 한 마디를 해요. ‘우리 머리에 모자가 하나 있는’데 굳이 새 모자를 쓸 까닭이 없다고 해요.



.. “아기 쥐들이 똑같은 모자를 쓰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텐데…….” 이상하게 생각한 도토리 삼총사는 몰래 쥐들을 뒤따라갔어요. 아기 쥐들이 버려진 물감을 주워 모자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모자가 점점 예뻐졌어요. 도토리 삼총사는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  (16쪽)




  시골자락에 있는 도토리 마을 세 젊은이는 시골을 떠나기로 합니다. 도시로 가서 모자를 팔아 보기로 합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어수선한 도시로 모자 수레를 끌고 갑니다. 사람과 자동차 눈에 안 뜨이게 조용조용 길을 갑니다.


  이윽고 도시 한켠 공원에 닿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도시 도토리 마을’을 찾지 못합니다. 한참 헤매다가 공원 한쪽에 조그맣게 모자 가게를 열어요. 도시에는 사람이 많으니 손님도 많으리라 여겼는데, 정작 도시에서도 손님은 없습니다. 시무룩한 세 도토리는 끙끙 앓는데, 어느 날 ‘쥐 손님’이 찾아와요. 쥐 손님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물감을 주워서 ‘세 도토리가 만든 모자’에 ‘새로운 옷’을 입힙니다. 세 도토리는 이 모습을 지켜보고는 옳지 하고 무릎을 칩니다.



.. 도토리 삼총사는 두근두근 모자를 가게에 진열했어요. 그러자 손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왔어요 ..  (24쪽)




  세 도토리는 쥐를 흉내내지 않습니다. 쥐가 모자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배웁니다. 도토리한테는 모자가 하나씩 있으면 넉넉하지만, 가끔 새로운 모자를 써도 삶이 즐겁거나 기쁠 수 있는 줄 알아차립니다. 모자를 많이 팔려는 생각이 아니라, 모자를 새롭게 바라보는 눈길과 손길로 삶을 기쁘게 지으려는 쪽으로 나아갑니다.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 새와 벌레와 온갖 숲동무한테 모자를 나누어 주고는, 새 등에 올라타고 시골자락 도토리 마을로 돌아와요. 시골자락에서 세 도토리는 모든 도토리한테 사랑받는 새로운 모자를 신나게 짓습니다. 도토리 마을 도토리들은 저마다 알록달록 어여쁜 모자를 하나씩 장만하면서, 삶을 새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기쁨을 누립니다.


  옷이든 모자이든 여러 벌 있을 까닭은 없습니다. ‘여러 벌’이 아니라 ‘새롭게 웃고 즐길 옷이나 모자’가 있으면 됩니다. 아이들한테는 장난감이 많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느 장난감이든 아이들이 스스로 아끼고 보듬으면서 사랑스레 누릴 수 있는 장난감이 있으면 됩니다. 4348.4.1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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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하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5
팻 허친스 글.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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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5



사냥꾼은 언제나 하나

― 사냥꾼 하나

 팻 허친스 글·그림

 홍연미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6.12.16.



  여기 사람 하나 있습니다. 사람 하나는 맨손입니다. 두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습니다. 사람 하나는 아직 눈을 감습니다.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고요히 있는 사람 하나는 바람을 살며시 마십니다. 바람을 마시니까 산 목숨입니다. 바람을 안 마신다면 죽은 몸이겠지요.


  살며시 바람을 마시며 가만히 있는 사람 하나가 문득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머릿속에 이야기 하나를 그립니다. 바야흐로 마음이 움직입니다. 스스로 떠올려서 이야기로 빚은 생각이 마음에 씨앗으로 깃들면서 비로소 눈을 뜹니다. 눈을 떠야 할 까닭이 생겼습니다. 마음에 그리는 생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 사냥꾼 하나 ..  (3쪽)




  눈을 떠서 움직이는 사람은 슬기롭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서 움직이기는 하되, 스스로 움직이려 하지 못하고 누군가 어떤 일을 시켜 주기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슬기롭게 사랑하려는 사람은 모든 일을 스스로 합니다. 굳이 다른 사람이 저한테 어떤 일을 시키도록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어떤 일을 시켜 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드디어 누군가를 만나서 심부름을 합니다. 저한테 일을 한 가지 맡져 주어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고맙다고 여깁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몸을 움직여 일을 찾는 사람은 슬기롭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짓는 모습입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은 어리석거나 바보스럽습니다. 제 생각이 없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인데, 남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니 제 뜻이나 마음이 없어요. 스스로 기쁜 일인지 새로운 일인지 살피지 못한 채, 그저 허수아비나 꼭둑각시처럼 움직입니다.


  ‘움직임’이라는 대목에서는 두 사람이 같아 보이지만, ‘삶’이라는 대목에서는 두 사람이 다릅니다. 한 사람은 언제나 웃으면서 삶을 짓고, 다른 한 사람은 웃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쳇바퀴를 돕니다.



.. 앵무새 열, 뱀 아홉, 원숭이 여덟, 악어 일곱, 호랑이 여섯, 영양 다섯, 타조 넷, 기린 셋, 코끼리 둘 ..  (22∼23쪽)




  팻 허친스 님 그림책 《사냥꾼 하나》(시공주니어,1996)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숫자’와 ‘이름’과 ‘모습’과 ‘흐름’을 헤아리도록 돕는 예쁜 길동무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세면서, 내 둘레 삶과 흐름을 가만히 살펴보도록 도와줘요.


  이러면서 ‘언제나 하나’인 사람이 사냥꾼 차림으로 나와요. 굳이 사냥꾼을 안 그려도 되는데, 팻 허친스 님은 일부러 사냥꾼을 그립니다.


  왜 사냥꾼을 그렸을까요? 구태여 사냥꾼을 그려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사냥꾼을 부러 그려서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사냥꾼 하나와 숲짐승 아홉 가지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어떤 삶과 사랑과 꿈을 헤아릴 만할까요?



.. 그리고 사냥꾼 하나 ..  (24쪽)




  총을 든 사냥꾼은 마치 무엇이든 다 잡아먹을 듯이 눈을 부라리면서 달립니다. 옆도 둘레도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립니다. 숲짐승은 이런 사냥꾼을 재미있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면서 바라봅니다. 아홉 가지 숲짐승이 모두 사냥꾼 하나를 바라봅니다. 사냥꾼 하나는 아무 숲짐승도 안 나오는 숲을 애써 달리다가, 어쩐지 뒷통수가 가려워서 문득 뒤를 한 번 돌아봅니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지요. 사냥꾼 혼자서 몰랐을 뿐, 다른 숲짐승은 내내 사냥꾼을 지켜보았어요. 이제 사냥꾼은 화들짝 놀라서 총도 안경도 모두 내팽개친 채 꽁무니를 뺍니다. 불이야 하고 외치면서 내빼지요.


  어리석게 총을 들고 숲으로 들어온 사냥꾼은 그야말로 어리석습니다. 숲짐승이랑 숲동무가 되려는 마음으로 숲에 들어왔으면, 이 사람은 놀랄 일이 없어요. 총이 아니라 따순 손길로 숲동무를 사귀려 했다면, 이 사람은 활짝 웃고 노래하면서 온갖 숲짐승하고 어깨동무를 했겠지요.


  어리석은 사람은 늘 하나입니다. 슬기로운 사람도 늘 하나입니다. 바로 내가 어리석고, 다른 사람 아닌 내가 슬기롭습니다. 이 지구별 아이들은 언제나 어리석게 쳇바퀴 도는 삶에 얽매인 채 자랄 수 있습니다. 이 지구별 아이들은 늘 아름답고 슬기로우면서 사랑스럽게 자랄 수 있습니다. 자,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할까요? 우리는 어떤 길을 갈 때에 즐거울까요? 4348.4.1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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