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짝 친구 - 친구를 위한 배려 내 친구는 그림책
후쿠자와 유미코 글.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8



마음을 읽어 함께 어울린다

― 숲 속의 단짝 친구

 후쿠자와 유미코 글·그림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4.2.20.



  아이들한테 또래동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어른들이 으레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또래동무는 나이가 비슷한 아이를 억지로 묶는다고 해서 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아이들을 억지로 학교에 몰아세워서 똑같은 나이인 아이를 같은 교실에 묶어야 또래동무가 되지 않습니다.


  똑같은 교과서에 똑같은 차림새에 똑같은 지식으로 아이들을 다그치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서로 아끼고 보살피지 못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학교에서는 성적과 시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교과서를 둘러싸고 오직 교과서 지식으로 시험을 치를 뿐이니, 아이들은 시험점수를 놓고 서로서로 틀을 지웁니다.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숨결로 즐겁게 어울리도록 하지 못하는 학교이니, 이런 곳에서는 따돌림과 괴롭힘이 끊일 수 없습니다.



.. 둘이 처음 만났을 때 “겨울잠쥐는 작아서 귀여워.” 하고 곰은 생각했습니다. “곰은 크고 듬직해서 멋있어.” 하고 겨울잠쥐는 생각했습니다 ..  (5쪽)





  학교라는 곳에서 마음동무가 있을 수 있을까요? 없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만, 제도권학교에서 마음동무가 나타나기란 참으로 어렵다고 느낍니다. 교과서와 시험점수만 흐르는 제도권학교인 터라, 이 메마른 곳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지 못해요. 마음껏 소리치거나 노래하지도 못합니다. 조금만 소리를 높여서 수다를 떨어도 모든 교사가 아이들을 윽박지르거나 조용히 하라며 꾸짖습니다.


  아이들이 교과서를 배우면서 웃는 일이 없어요. 아이들이 수업을 받으면서 하하호호 깔깔낄낄 웃을 수 없습니다. 모두 멍하니 칠판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모두 ‘성적 향상’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아이들이 ‘100점’을 받아야 한다고 몰아세우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이 아이들이 ‘100점을 못 받게’끔 ‘변별력’을 키워야 한다고 내세우면서 ‘시험점수 줄세우기’를 시킵니다.


  또래 아이들을 몰아놓은 곳에서 한다는 일이 고작 이런 짓이니, 이 메마른 교실에서 또래 아이들은 ‘동무’가 아니라 ‘맞수’가 될 뿐입니다.



.. 곰은 좋아하는 벌꿀이 듬뿍 들어 있는 벌꿀 몽블랑을 주문했습니다. 겨울잠쥐는 과일이 듬뿍 올려져 있는 3단 생크림 케이크를 주문했습니다 ..  (10∼11쪽)





  후쿠자와 유미코 님이 빚은 그림책 《숲 속의 단짝 친구》(한림출판사,2004)는 아주 사랑스럽습니다. 숲동무로 지내는 큰곰과 겨울잠쥐는 서로 아끼고 보듬는 숨결로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삶을 지어요. 큰곰은 상냥한 품으로 겨울잠쥐를 아끼고, 겨울잠쥐는 너그러운 품으로 큰곰을 아낍니다. 몸집이 커다란 곰은 상냥하면서 귀여운 몸짓이요, 몸집이 자그마한 겨울잠쥐는 넉넉하면서 씩씩한 몸짓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이 《우리는 단짝 친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책이름을 왜 바꾸었을까요? ‘숲 속’과 ‘우리’라는 말은 사뭇 다른데, 왜 ‘우리’로 바꾸어야 했을까요?


  그림책에 나오는 큰곰과 겨울잠쥐는 ‘숲’에서 동무가 됩니다. 아무 곳에서나 흔히 보는 동무가 아니라 숲동무입니다.


  더 생각해 보면, 요새는 ‘단(單)짝 친구(親舊)’라는 말을 흔히 쓰지만, 지난날에는 ‘짝꿍’이라는 말만 썼습니다. 한국사람이 ‘친구’라는 한자말을 쓴 지는 얼마 안 됩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 얼거리를 본다면 ‘단짝 친구’라는 말보다도 ‘짝꿍’이라든지 ‘어깨동무’ 같은 이름이 한결 잘 어울릴 만합니다.



.. “나는 곰의 밭이 부러워.” 겨울잠쥐가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 서로 밭을 바꿔 볼까?” 곰이 겨울잠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잠쥐는 “싫어, 내 밭도 한번 열심히 가꾸어 볼 거야.” ..  (23쪽)




  예쁜 그림책을 넘기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예부터 이 땅에서 수수한 사람들이 늘 쓰던 ‘동무’라는 낱말은 새마을운동과 함께 짓밟혔습니다. ‘동무’는 마치 북녘에서만 쓰는 낱말인 듯 여기면서 억지스레 ‘친구’라는 한자말로 바꿔서 쓰도록 몰아세웠습니다. 이런 그악스러운 독재정권 짓거리가 춤을 추었어도 아이들은 ‘소꿉동무’와 ‘놀이동무’와 ‘어깨동무’와 ‘불알동무’ 같은 이름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책동무’나 ‘글동무’ 같은 이름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림책 《숲 속의 단짝 친구》에 나오는 두 아이를 보면, 처음에는 ‘숲동무’이고, 다음에는 ‘마실동무’이며, 다음에는 ‘밥동무’이고, 다음에는 ‘꽃동무’이자 ‘일동무’요, 마지막에는 ‘잔치동무’이면서 ‘삶동무’인 ‘길동무’가 됩니다. 차츰차츰 살가이 지내면서 ‘어깨동무’를 이루는 ‘짝꿍’이 되어요.



.. “이렇게 많은 고구마와 호박을 우리들끼리 다 먹을 수야 없지.” 곰이 말했습니다 ..  (35쪽)




  기쁨을 나누는 동무라면 ‘기쁨동무’입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동무라면 ‘사랑동무’입니다. 여기에서 ‘사랑’은 남녀나 남남이나 녀녀 사이에 살갗을 부비는 몸짓이 아닙니다. ‘사랑’은 서로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넉넉하면서 포근한 숨결을 가리킵니다. 함께 꿈을 키우는 ‘꿈동무’가 있고, 언제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야기동무’가 있습니다. 같이 배우면서 ‘배움동무’이고, ‘마을동무’나 ‘시골동무’나 ‘편지동무’가 있어요.


  동무는 서로 얼굴을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동무는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마음으로 사귀기에 동무입니다. 마음으로 함께하기에 동무입니다. 서로 헤아릴 줄 알고, 서로 생각할 줄 알며, 서로 손을 맞잡고 이 길을 걸을 수 있으니 동무입니다. 숲에서 지내는 두 아이는 멋진 동무입니다. 4348.4.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이의 우주선 상상 1호 웅진 세계그림책 130
에즈라 잭 키츠 지음,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7



네 꿈을 지어서 펼치렴

― 루이의 우주선 상상 1호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서애경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9.8.28.



  아이들은 아주 손쉽게 놉니다. 맨손으로도 놉니다. 맨손에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배고플 적에도 맨손에 짠 하면서 과자나 사탕이나 빵이나 떡을 지어 냅니다. 아이들과 나들이를 다니다 보면, 이 아이들은 으레 손바닥을 쫙 펼치면서 “자, 아버지도 먹어!” 하고 말합니다. 손바닥에 온갖 것이 다 있으니 골라서 먹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도 손바닥을 낼름 펼치면서 너한테 사탕을 이만큼 주지 하고 말합니다.



.. “고물이라니? 애들이 뭘 몰라서 하는 말이란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상상을 할 줄 알아야 하는 법! 상상을 하면, 저 고물을 타고 우주여행을 할 수도 있단다. 어떠냐, 루이? 한번 해 보고 싶지 않니?” ..  (3쪽)





  우리 놀이는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놀잇감으로 놀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우리 삶은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우리는 늘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지내니 사랑스럽습니다.


  꽃씨를 심으면서 꽃을 생각하니 참말 꽃이 핍니다. 나무씨를 심으면서 나무를 꿈꾸니 참말 나무가 자랍니다. 꺾이거나 잘린 나뭇가지가 있으면, 이 나무가 씩씩하게 되살아나는 꿈을 꾸면서 심습니다. 이리하여, 꺾이거나 잘린 나뭇가지는 새로운 나무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습니다.


  꺾일 만한 꿈이 없습니다. 무너질 만한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싱그럽게 꿈꿉니다. 우리는 늘 해맑게 생각하고 춤추면서 노래합니다.



.. “루이, 너 혼자 갈 거야? 같이 가도 돼?” “그건 너한테 달렸어. 상상을 해야 우주선이 움직이거든.” ..  (6쪽)





  에즈라 잭 키츠 님 그림책 《루이의 우주선 상상 1호》(웅진주니어,2009)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생각으로 짓는 놀이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꿈으로 나누는 놀이를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상상 1호’라는 이름을 쓰는데, 영어로 나온 그림책은 “regards to the man in the moon”입니다. 한국말로 옮기면 “달사람한테 띄우는 말”쯤 됩니다. 한국말로 옮기며 붙인 이름이 한결 재미있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아이들이 달사람한테 띄우는 말은 ‘생각’이나 ‘꿈’입니다.



.. 둘은 가만히 지구를 내려다보았지요. “사람들은 모두 저 아래에 있는데…… 우리만 이 위에 있어, 무섭다!” “나도 무서워!” 루이가 속삭였어요 ..  (13쪽)




  아이들은 ‘낡은 것’으로 지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기로 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꿈을 지어서 우주선을 우주로 날립니다. 아이들은 알아요. 그리고 이 아이들을 돌보는 어버이도 알아요. 우주선은 ‘과학기술’로 우주에 날릴 수 있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을 쓰려면 아주 무거운 쇳덩어리를 만들 뿐입니다. 과학기술이 아닌 꿈을 지을 수 있으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홀가분하게 우주를 훨훨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만으로 우주에 가려 하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옷을 입어야 하며 산소통이니 뭐니 자질구레하게 잔뜩 챙겨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꿈으로 우주마실을 하려 하면, 아무것이 없어도 홀가분하게 우주를 날아요. 산소통이 있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무겁고 커다란 쇳덩이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 “한 번 더 만나면 본때를 보여 줘야지!” 루이가 말했어요. “괴물들은 자기들 상상력이 다 떨어져서 돌아간 거야!” ..  (29쪽)




  꿈은 바로 생각이요 삶입니다. 생각은 언제나 삶이면서 꿈입니다. 아름답게 짓는 꿈으로 삶을 아름답게 짓습니다. 아름답게 품는 생각으로 사랑을 아름답게 품습니다.


  루이라는 아이는 제 꿈으로 우주선을 날립니다. 루이라는 아이는 제 생각으로 먼먼 우주를 마음껏 돌아다닌 뒤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왜 집으로 돌아올까요? 집에는 바로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거든요. 우주마실도 재미있지만, 집으로 돌아와서 따스한 사랑을 받으면서 저녁밥도 맛나게 먹고 싶습니다.


  꿈으로 놀고, 사랑으로 하루를 지냅니다. 생각으로 이야기하고, 삶이 꽃처럼 맑게 피어납니다. 4348.4.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풍이 온다 베틀북 그림책 47
미야코시 아키코 글.그림, 송진아 옮김 / 베틀북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6



바람과 논다

― 태풍이 온다

 미야코시 아키코

 송진아 옮김

 베틀북 펴냄, 2012.5.25.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 집에서 꼼짝을 못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집 바깥으로 나가서 비도 바람도 맞고 싶습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봄이든 가을이든, 이 비와 바람하고 동무가 되어 놀고 싶습니다.


  슬금슬금 바깥을 살피며 마당으로 내려선 아이들은 드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면서 우산을 폅니다. 우산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날리듯이 움직이다가, 우산살이 하나 똑 부러지거나 휘고, 우산살이 둘 똑 부러지거나 휩니다.


  우산을 써서는 걷지도 서지도 못 하는 줄 깨닫고는 우산을 어떻게든 접어서 마당 한쪽에 놓습니다. 이러고 나서 맨몸으로 비와 바람을 맞습니다. 이러면서 웃고 노래합니다. 몸도 옷도 비에 옴팡 젖습니다. 깔깔깔 웃는 아이들은 젖은 옷을 벗습니다.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닦고, 새옷으로 갈아입습니다.



.. 조금 전에 선생님이 말했어요. “곧 태풍이 오니까, 바로 집으로 가렴.” ..  (4쪽)




  바람이 드세게 불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면서 놀려고 하는 아이입니다.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나도 어릴 적에 이렇게 놀았습니다. 바람이 그야말로 힘차게 몰아쳐서 나를 제법 높이 날리면 깜짝 놀랍니다. 아이코 어떻게 내려가라고? 그러나 내려갈 걱정을 하면서 바람놀이를 하지는 않았으니, 섬찟하게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다가 어느새 바닥으로 나뒹굽니다. 바람은 휘휘 불면서 나를 놀립니다. 네가 나한테 태워 달라고 했으면서 왜 무섭다고 하니? 바람에 날려 하늘을 날다가 바닥에 떨어진 뒤, 그래도 이렇게 바람을 타니 재미있고 신납니다. 또 태워 주렴, 다시 태워 주렴, 하고 노래합니다.


  마음에 아무런 걱정이 없이 기쁨이 가득하다면, 누구나 하늘을 가르며 바람을 탈 수 있습니다. 마음에 오직 노래와 웃음이 가득하다면, 누구나 하늘 높이 날아올라서 어디로든 휘휘 찾아갈 수 있습니다.



.. 시무룩한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말해요. “내일 못 가면 다음 주말에 데리고 갈게.” “싫어, 난 꼭 내일 가고 싶단 말이야!” ..  (10쪽)





  미야코시 아키코 님이 빚은 그림책 《태풍이 온다》(베틀북,2012)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도시내기입니다. 주말을 맞이해서 두 어버이가 비로소 바깥일을 쉬니까, 이때에야 바다로 나들이를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어버이는 거센 비바람이 찾아와서 바닷마실을 갈 수 없다고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아이가 얼마나 서운해 하는가를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저, 집에 꼭 틀어박혀서 비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여깁니다. 바다는 다음 주말에 가자고 여깁니다.



.. 곰곰이 생각해요. 태풍을 몰아낼 수는 없을까 ..  (18쪽)




  일본은 한국과 달리 태풍이 더욱 모질게 찾아옵니다. 일본에서는 대문과 창문을 널나무로 못을 박아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도 집이 날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본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바깥으로 돌아다니지 않아요. 참말 일본에서는 비바람을 타고 아주 멀리 날아가 버릴 수 있을 테니까요.


  《태풍이 온다》라는 그림책에서는 두 가지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먼저, 아이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를 엮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 아이가 바람을 그치게 하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어요. 네, 이 그림책은 이쯤으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 난 더 센 바람을 만들어 시커먼 구름들을 몰아내요 ..  (24쪽)




  바람은 어떻게 그칠 수 있을까요? 생각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바라보고 바라보면 됩니다. 바람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너, 이제 그쳐!’ 하고 외칠 줄 알면 됩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들은 바람한테 말을 걸지 않아요. 바람이 와도 내다보지 않아요. 바람하고 놀려는 사람은 이제 찾아볼 수 없어요. 바람이 반갑지 않으면 바람더러 얼른 지나가라고 말하면 될 텐데,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꽁꽁 틀어박히기만 해요.


  바람은 사람들이 서운합니다. 바람은 사람들더러 좀 밖으로 나와서 저랑 놀거나 말 좀 하자고 부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바람과 마주할 생각을 안 해요. 그저 기다리기만 하지요. 바람이 제풀에 지쳐서 돌아가기를 기다려요.


  ‘어른’이 된 거의 모든 도시사람은 이렇게 ‘바람이 제풀에 지쳐 떠나기’를 기다립니다. ‘아이’는 아직 어른이 아니기에, 바람이 떠나기를 기다리지 않기도 하고,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처럼 생각으로 씩씩하게 맞서기도 합니다.


  아무튼, 바람하고 놀면 재미있습니다. 바람은 개구쟁이라서 우리 몸을 하늘에 붕 띄워 주면서 아주 홀가분하게 이리저리 나들이를 시켜 주거든요.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 비룡소의 그림동화 147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4



나들이를 다니는 마음

―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세현 옮김

 비룡소 펴냄, 2005.9.8.



  나들이를 갑니다. 맑은 날에는 맑은 햇볕을 쬐면서 나들이를 갑니다. 찌푸린 날에는 우산을 챙기고 나들이를 갑니다. 비가 흩뿌리는 날에는 우산을 들고서 나들이를 갑니다. 가까운 곳은 걸어서 가고, 조금 먼 곳은 자전거를 달리며, 퍽 먼 곳은 버스를 탑니다. 걸을 적에는 걸으면서 쐬는 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자전거를 달릴 적에는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바라보는 맛이 시원합니다. 버스를 탈 적에는 이웃마을을 스치면서 너른 들을 바라보는 느낌이 상큼합니다.



.. 드소토 선생님은 외국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코끼리 입속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 드보라가 크게 노래를 불렀어요. “우리 함께 가요. 네?” 드소토 선생님이 맞장구쳤어요. “그래요, 그러자고요!” 둘은 뽀뽀를 하고서 답장을 보냈어요 ..  (4쪽)




  윌리엄 스타이그 님이 빚은 그림책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비룡소,2005)을 읽습니다. 생쥐인 치과의사 선생님은 먼 곳에서 날아온 초청장을 받고는 기뻐서 소리를 지릅니다. 아프리카에는 아직 가 보지 못했다면서, 아프리카로 이를 고치러 갈 수 있는 마실길을 몹시 기뻐해요. 치과의사 선생님은 이녁 곁님과 함께 먼 마실길을 갑니다. 그런데, 생쥐로서 코끼리 이빨을 고치는 일을 하다가 그만 원숭이한테 사로잡혀요. 원숭이는 생쥐 치과의사 선생님이 코끼리 이를 안 고치기를 바라거든요.


  낯선 땅에 찾아가서 일을 하다가 꼼짝없이 낯선 곳에 갇힌 생쥐 치과의사 선생님은 걱정스럽습니다. 여러 날 배를 곯아야 하기에 걱정스럽다기보다, 저를 기다리며 애태울 곁님을 생각하니 걱정스럽고, 앓는 이 때문에 어찌할 바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를 코끼리가 걱정스럽습니다.



.. 잘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드소토 선생님 부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하지만 뛰어난 의사 선생님이랑 뛰어난 조수 그리고 불쌍한 환자는 일단 잠을 조금 자고 나서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치료하기로 했어요 ..  (13쪽)




  나들이를 다니면 어떤 일을 겪을는지 모릅니다. 들길을 한 시간 남짓 걷는 동안 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마주할는지 모릅니다. 걷다가 넘어질 수 있고, 걷다가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걷다가 한곳에 오래도록 서서 어떤 모습을 지켜보거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사월로 접어드는데 개구리가 깨어났는지 안 깨어났는지 궁금해서 귀를 쫑긋쫑긋 세울 수 있어요. 들길에 어떤 들꽃이 피어 우리를 기다리는지 살필 수 있어요. 들바람을 쐬면서 새롭게 들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 드소토 선생님은 물론 환자 걱정도 했어요. ‘가엾은 그 친구는 어떻게 됐을까?’ 불쌍한 무담보는 견딜 수 없이 어금니가 쿡쿡 쑤셔댔어요 ..  (19쪽)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에 나오는 드소토 선생님은 힘겨운 고비를 넘긴 끝에 드보라 품으로 돌아갑니다. 코끼리 이를 고치는 일도 신나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모든 일은 말끔하게 풀리고, 이제 드소토 선생님이 할 일은 ‘푹 쉬기’입니다. 다친 다리를 낫도록 하려면 푹 쉬어야 해요.


  드소토 선생님과 드보라 님은 아프리카를 처음으로 밟았다고 하는데, 아프리카 말고도 아직 밟지 못한 땅이 넓겠지요. 그동안 일하느라 바쁜 나머지 지구별을 두루 돌아볼 겨를을 못 냈겠지요. 이제는 일을 쉬어야 하니, 일을 쉬는 동안 마음을 달래면서 북돋울 수 있습니다. 둘은 오직 서로 헤아리면서 삶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 드보라가 말했어요. “여보! 당신 다 나을 때까지 푹 쉬어도 될 거 같네요. 다 나으면 이 돈으로 멋진 세상을 좀더 보러 다니는 건 어떨까요?” 드소토 선생님이 말했어요. “내 사랑 드보라, 내 생각을 읽었군요.” ..  (30쪽)



  우리는 돈을 벌려고 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제 삶을 지으려고 일을 합니다. 돈을 번다면, 이 돈으로 내 삶을 아름답게 짓는 길에 밑천으로 삼으려는 뜻입니다.


  꼭 어디를 가야 하는 여행이 아닙니다. 꼭 무엇을 보아야 하는 관광이 아닙니다. 마음에 새로운 숨결을 드리우면서, 두 눈에 새로운 빛을 담고, 두 귀에 새로운 노래를 실으며, 온넋으로 고요하게 생각을 짓는 길을 떠나는 나들이입니다. 이웃을 찾아서 떠나는 마실입니다. 이웃과 함께 삶을 즐기는 마실입니다. 4348.4.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릭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8
토미 웅게러 글, 그림 | 장미란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4



모두 사랑스러운 동무요 이웃

― 크릭터

 토미 웅거러 글·그림

 장미란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6.6.7.



  들에 피는 꽃 가운데 좋은 꽃과 나쁜 꽃이 없습니다. 더 좋은 꽃과 덜 좋은 꽃도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은 어느 꽃을 더 좋아할 수 있고, 어느 꽃은 안 좋아할 수 있어요. 사람들 마음에 따라 ‘좋아하는 꽃’이 다를 뿐, ‘좋은 꽃’은 따로 없습니다.


  숲을 이루는 나무 가운데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가 없습니다. 더 좋은 나무와 덜 좋은 나무도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은 어느 나무를 더 좋아할 수 있어요. 어느 나무는 썩 안 좋아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마음에 따라 ‘좋아하는 나무’가 갈릴 뿐, ‘좋은 나무’는 딱히 없습니다.



.. 보도 할머니는 소포를 열어 보고 꺅 비명을 지르고 말았어. 할머니의 아들이 생일 선물로 뱀을 보냈지 뭐야 ..  (7쪽)




  동무를 사귈 적에는 모두 동무입니다. 더 좋은 동무나 덜 좋은 동무가 없습니다. 이웃과 어깨를 겯고 서로 아낄 적에는 모두 이웃입니다. 더 좋은 이웃이나 덜 좋은 이웃이 없어요. 나를 조금 더 돕기에 좋은 동무나 이웃이 아닙니다. ‘더 돕는다’는 말도 덧없지요. 어떻게 해야 ‘더 돕는’ 셈이 될까요?


  동무라면 모두 동무요, 이웃이라면 모두 이웃입니다. 아이를 여럿 낳은 어버이한테는 더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 수 없고, 더 좋은 아이라든지 덜 좋은 아이조차 있을 수 없습니다. 다섯손가락은 손가락으로서 모두 사랑스럽고, 아이도 아이로서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 할머니는 크릭터가 편안하게 지내도록 야자나무를 집 안에 들여놓았어. 크릭터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댔지. 마치 기분 좋은 강아지처럼 말이야 ..  (10쪽)




  토미 웅거러 님이 빚은 그림책 《크릭터》(시공주니어,1996)를 읽습니다. 그림책 《크릭터》는 ‘크릭터’라는 이름을 얻은 뱀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가 아들한테서 받은 선물은 뱀이라고 해요. 뱀은 ‘살아서 움직이는 목숨’이기에, 누가 누구한테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없습니다. 누구 곁에 있다가 누구 곁에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아프리카에 살던 뱀은 비행기나 배를 타고 멀디먼 나들이를 떠나 ‘도시에 있는 할머니’한테 가요.



.. 겨울이 왔고, 크릭터는 눈밭을 꿈틀꿈틀 기어다니는 게 너무나 재미있었어. 보도 할머니는 학교 선생님이었어. 어느 날, 할머니는 크릭터를 학교에 데려가기로 했지 ..  (16∼17쪽)




  할머니는 뱀을 멀리하거나 꺼리지 않습니다. 뱀은 그저 뱀일 뿐이니, 멀리하거나 꺼릴 까닭이 없습니다. 쥐라면 멀리해도 될까요? 토끼라면 꺼려야 할까요? 고양이라서 더 반갑지 않습니다. 강아지라서 더 귀엽지 않습니다. 어떤 짐승이나 벌레이든, 모두 똑같은 숨결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모두 사랑스러운 동무요 이웃입니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크릭터’라는 뱀한테 가장 따사로우면서 너그러운 사랑을 베풀고 주고받습니다. 할머니는 크릭터를 아끼고, 크릭터는 뱀을 아끼지요.



.. 시에서는 ‘크릭터 공원’을 지었고 ..  (32쪽)




  크릭터라는 뱀은 할머니 집에 들어온 도둑을 사로잡습니다. 크릭터로서는 몸을 바쳐서 할머니를 돕습니다. 얼마나 마땅한 노릇인가요. 할머니는 여느 때에 늘 온 사랑을 다해서 크릭터를 아꼈어요. 할머니가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되었으니, 크릭터는 온힘을 쏟아서 할머니를 돕습니다.


  둘레 사람들은 크릭터한테 훈장도 주고 동상도 세웁니다. 그러나 크릭터는 이러거나 말거나 대수롭지 않아요. 할머니와 지내는 삶이 즐겁고, 할머니와 함께 마실을 다니면서 기쁩니다. 할머니는 크릭터를 따사로이 돌보고, 크릭터는 할머니를 포근하게 마주합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스러운 동무입니다. 너와 나는 한마음이 되어 삶을 짓는 이웃입니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