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잡이


 따스한 남녘땅 마을에는 파리가 퍽 많다. 이웃에 소를 치는 집이 있기 때문일까. 소똥 둘레에는 파리가 많다. 소한테 달라붙는 파리도 많다. 소는 저 많은 파리들이 달라붙을 때에 얼마나 간지러울까. 어쩌면 파리는 소가 눈 똥을 야금야금 빨아먹으면서 소가 튼튼해지도록 돕는지 모른다.

 고단하게 잠든 두 아이 얼굴에 파리가 자꾸 내려앉는다. 이 파리들은 왜 아이들 얼굴에 내려앉을까. 아이들 얼굴에서 무언가 핥아먹으며 아이들 몸에서 빠져나오는 나쁜 기운을 씻어 주려는 마음일까. 아니면, 그저 성가시거나 번거로운 파리일까.

 아이들이 조용히 잠들 수 있도록 하려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파리채를 들고 파리를 잡는다. 얼추 마흔 마리 남짓 잡고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다. (4344.10.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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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9.28.) 

 살고 싶은 마을 들머리에서


 충청북도 멧골자락을 떠나 전라남도 시골자락으로 옮기려고 한다. 빠듯한 살림돈으로는 좀 벅차기에 이모저모 알아보며 겨우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듯하다. 돌이키면 참 기나긴 나날 골머리를 앓으며 알아보았구나 싶지만, 달력을 들여다보면 며칠 안 지난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새 보금자리를 알아보러 움직이면서 네 식구가 오붓하게 지낼 겨를이 거의 없었다. 아버지 혼자 움직일 때에는 이대로 고단하고, 네 식구 함께 돌아다닐 때에는 이대로 고달프다.

 이제 새 보금자리 집임자를 만나서 이 집을 우리가 물려받고 난 다음 신나게 집안을 손질해서 살림을 옮기면, 이제껏 힘겹게 복닥이느라 떨어져 지내기도 하고, 옆지기 어버이 살아가는 일산에서 북적인다며 어수선했던 일이란, 애틋하게 돌아볼 옛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고마운 옛이야기로 되새기고 싶고, 살가운 새이야기를 길어올리고 싶다. 두 아이가 마음껏 뛰놀면서 들판이랑 멧자락이랑 바다와 벗삼을 터전에서 우리들 보금자리를 어떻게 다스릴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와 가슴을 알뜰히 채운다. (4344.10.1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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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수레와 어버이 가슴


 첫째 아이와 살아가는 동안 아기수레를 안 썼습니다. 둘째 아이와 살아가면서 아기수레를 안 씁니다. 첫째와 둘째는 언제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갈마들면서 가슴으로 안고 다닙니다. 첫째는 여느 아이보다 컸기에 하루에 몇 시간씩 안고 돌아다니면 팔이 없는 듯했습니다. 첫째가 두 다리로 서고 걸으며 달릴 수 있을 때에 얼마나 홀가분하면서 기뻤는지 모릅니다. 둘째는 첫째보다 큽니다. 첫째보다 큰 둘째를 안고 다닐라치면 첫째 때보다 훨씬 팔이 없는 듯합니다. 등허리 또한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둘째도 언젠가 스스로 제 다리로 서고 걸으며 달릴 날을 맞이하겠지요. 서고 걸으며 달리기까지 한 해는 더 기다려야 할 테지만,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나날을 헤아린다면 한 해쯤 아이를 가슴으로 폭 안으면서 다니는 일이란 어버이로서 아이를 사랑하는 고마운 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4344.9.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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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과 노래와 어린이


 피아노를 치다가 피아노 위에 얹은 하모니카를 들고는 피아노 걸상에 서서 춤을 추면서 하모니카를 부른다. 하모니카를 불며 춤을 추는 누나를 동생은 평상에 누워 목아지를 쪼옥 빼며 바라본다. 아이들이 이루는 사랑과 평화를 집에서 맞아들일 수 있는 어버이는 즐겁다. (4344.9.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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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를 바라보는 두 아이


 깊은 저녁, 좀처럼 잠들지 않으려는 두 아이 눈망울이 말똥말똥하다. 이제 그만 자면 안 되겠니? 홀가분하게 잠들고 싶으며, 기쁘게 잠들고 싶지만, 아이들 마음은 더 놀 수 있으면 몸에 기운이 다 빠지도록 더 놀아야 후련할까.

 이제 제법 머리를 가눌 줄 아는 둘째까지 아버지를 가만히 바라본다. 이 녀석들, 제 아버지 기운을 송두리째 빼먹을 녀석들. 그래, 나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한테서 당신 기운을 아낌없이 빼먹었겠지. 너희들은 너희 아버지와 어머니 기운을 신나게 빼먹어야 할 테지.

 날마다 저녁이 되면 아이들 재우느라 고단하다. 그러나, 고단하지 않을 수 없는 삶인 줄 깨달아야지 싶다. 어제는 어제대로 어제까지 고단했다면, 오늘은 새삼스레 생각하고 가다듬으면서 ‘내가 아이들에 앞서 곯아떨어질’ 때까지 함께 놀자. 함께 놀다가 아버지가 곯아떨어지면 제아무리 말괄돼지 첫째 아이라 하더라도 제풀에 지쳐 곯아떨어지지 않을까. 아니, 이런 다음에는 어머니를 들볶으려나. (4344.9.2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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