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아니요군 - 엄마라서 반짝이는 순간들
노인경 지음 / 이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93


《사랑해 아니요군》

 노인경

 이봄

 2019.9.16.



  아이가 우리한테 올 적에는 어마어마하게 꿈을 꿉니다. “울 어머니는 나랑 얼마나 신나게 놀까?” 하고. 아이가 우리 품에서 태어날 적에는 대단하게 바라지요. “울 아버지는 나하고 얼마나 재미나게 뛰놀까?” 하고. 아이 꿈은 엄청납니다. “우리 집이 고스란히 놀이터라면 좋겠어.” 같은 마음이거든요. 아이는 더없이 바라요. “마당도 있고 뒤꼍도 있고 나무도 있고 새도 있고 풀벌레도 있고 개구리도 있고 …….” 같은 생각이니까요. 《사랑해 아니요군》은 그림책을 빚는 아주머니한테 찾아온 아이하고 보내는 나날을 꽤나 투박한 그림으로 들려줍니다. 일부러 투박한 붓질을 했을 텐데요, 그만큼 ‘아이하고 보내는 하루’가 바쁘고 힘들고 졸립다는 뜻일 테지요. 그런데 있지요, 아이하고 더 놀면 좋겠어요. 아이가 놀다가 꾸벅꾸벅 졸고는 폭 고꾸라질 때까지 같이 놀면 좋겠어요. 이 만화책에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엄마 아빠랑 노는 아이’ 모습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랑 놀려고 이 별에 태어났어요. 이 대목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아이한테는 돈도 자가용도 아파트도 학교도 책도 아닌, 바로 놀이동무를 집에서 늘 만나면서 속닥속닥 노래하려고 찾아왔어요. 투박붓질보다는 사랑붓질이라면 참 좋았을 텐데요. ㅅㄴㄹ



“아빠. 개구리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왜?” “저기. 엄마가 냉장고 위에 숨겨둔 젤리를 꺼낼 수 있으니까.” (102∼103쪽)


엄마가 요리할 때, 아루는 대부분 엄마 옆에 있습니다. 발 위에 있거나, 바지를 내리거나, 엄마 위에 있거나, 소리를 지릅니다. (14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핸드메이드 3
소영 지음 / 비아북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94


《오늘도 핸드메이드! 3》

 소영

 비아북

 2017.12.22.



  손이 있기에 아이를 두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안습니다. 굳이 ‘안아 주는 기계’를 들여야 아이를 안을 만하지 않습니다. 우리한테 다리가 있기에 아이랑 손을 잡고서 걷습니다. 구태여 ‘실어 날라 주는 기계’를 몰아야 아이랑 걸을 만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하는 일을 맡는 틀(기계)이 나쁠 까닭이란 없습니다. 사랑어린 마음이 있다면 어떤 틀을 쓰더라도 사랑스럽지요. 하루를 돌아봐요. 두 눈을 마주보면서 아이하고 이야기를 했는가요, 아니면 손전화 쪽글을 주고받았나요. 《오늘도 핸드메이드!》는 모두 석걸음으로 매듭짓습니다. “오늘도 손살림”이라는 줄거리를 다루는데, 그린님을 이끄는 바탕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로구나 싶어요. 마음에 드는 그 사람한테 다가가는 길에 손살림을 곁에 둡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만 헤아리며 손살림을 짓지 않아요. 굳이 그 사람이 아니어도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바라보고 싶어서 짓는 손살림이 꾸준히 나옵니다. 손살림이 살갑다면 ‘살’을 대어 짓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틀(규격)’을 따르지 않고서 스스로 새롭게 틀(앞길)을 짜면서 한결 즐겁습니다. 마음에 드는 그 사람한테 뜨개바늘하고 실을 건넨다면, 이 만화책이 좀 다른, 눈부신 결이 되었을 텐데 싶습니다. 아쉽네요. ㅅㄴㄹ



며칠씩 걸리는 작업은 어깨도 아프고 지겹기도 하지만, 가끔씩 엄마께서 손을 보태 주시기도 하고, 여름밤과 어울리는 음악도 있어, 비교적 즐겁게 매듭 작업이 끝났습니다. (12쪽)


종이실로 휘감으며 엮어 주었더니 종이실 부채가 튼튼히 완성됐습니다. 레시피를 따르는 것도 좋지만 직접 부딪혀 가는 맛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31쪽)


‘나’로 살아온 지가 짧지 않은데도, 요즘 들어 나에게 ‘왜’라는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20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3.


《자갈자갈》

 표성배 글, 도서출판 b, 2020.6.16.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고서 조용히 사전쓰기를 한다. 이 낱말 저 낱말 사이를 누비면서 실타래를 풀고 수수께끼를 엮다가 부스럭 소리를 듣는다. 지네인가? 아닌데, 지네는 이런 소리를 안 내는데? 꽤 큰아이가 들어온 듯한데 누구일까? 부스럭 다음에는 보스락 소리이다. 내가 부스럭 소리를 들은 줄 눈치챘나 보다. 아니, 큰소리를 낸 아이는 지레 놀랐구나 싶다. 두리번두리번하니, 아하 아주 큰 거미 하나가 있다. 어쩜 이렇게 커다란 거미가 들어왔을까? 아니면 우리 집에서 허물벗기를 하다가 이만큼 자랐을까? 바깥으로 내보내 준다. 낮나절에 읽은 《자갈자갈》을 떠올린다. 공장일꾼인 노래님이 선보이는 새로운 시집이다. 공장에서 길어올리는 산뜻한 노래가, 공장하고 집 사이에서 얼크러지는 싱그러운 노래가, 집이랑 공장 언저리에서 마주하는 사랑스러운 노래가 한 올 두 올 퍼진다. 이 시집을 읽다가 노래님이 ‘딸바보’인 줄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러셨구나. 딸바보란 딸사랑이란 뜻. 딸사랑이란 아이사랑이란 얘기. 아이사랑이란 곁님하고 지피는 하루를 사랑한다는 말일 테지. 사랑이란 어떻게 태어날까. 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다 다르게 피어나는 이 사랑이라는 꽃은 우리 하루를 얼마나 눈부시도록 밝혀 주는가. 잘 읽었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2.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

 박유희 글, 책과함께, 2019.10.27.



4월에 첫 매화알을 훑었고, 알이 더 굵기를 기다려 5월에 두벌 매화알을 훑었다. 바야흐로 6월에 세벌 매화알을 훑는다. 4월보다는 5월에, 5월보다는 6월에 매화알이 굵다. 6월 매화알은 오얏만큼 굵다. 맨발로 나무타기를 하면서 훑었다. 목에 천바구니를 걸고서 나무를 몸으로 감싸듯이 안고서 슬슬 오른다. 맨발에 웃통을 벗고서 나무를 쓰다듬는다. 나무가 찰랑찰랑 춤추면서 반긴다. 목걸이 삼은 천바구니가 매화알로 묵직해서 목이 아프면 나무 밑에 있는 작은아이를 불러서 비워 달라고 이른다. 아침볕을 누리면서 작은아이하고 매나무랑 놀았다. 꽃나무는 꽃그늘이 사랑스럽다면, 열매나무는 열매를 훑으려고 타고오르면서 개구쟁이가 된다.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는 한국영화를 몇 갈래 눈길로 바라보면서 읽어낸다. 뜻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다룬 책이 아예 안 나오지는 않지만 다들 먼나라 이론에 짜맞추려고만 하니까. 그렇다고 이 책이 쉬운말이나 삶말로 영화를 풀어내지는 않는다. 빠뜨리는 영화도 많다. 아무래도 ‘역사인문’이란 눈으로 읽자니 삶자리하고는 좀 먼 이야기가 되지 싶은데, 비평도 논문도 ‘아이랑 함께하는 길’로 바라보면 좋겠다. ‘아이랑 읽는 영화’란 눈길이라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1.


《긴 호흡》

 메리 올리버 글/민승남 옮김, 마음산책, 2019.12.20.



“Good night”을 “굿 나잇”으로 옮기면 될까, “좋은 밤”으로 옮기면 될까, 아니면 “잘 자”나 “잘 자렴”이나 “꿈 꾸렴”이나 “고요히 자렴”으로 옮기면 될까. 거꾸로 생각하자. “잘 자”라는 한국말을 영어로 어떻게 옮기면 될까? 《긴 호흡》을 마을책집에서 집어들어 읽다가 내려놓는다. 옮김말 탓에 지친다. “창작은 고독을 요한다”는 무슨 소리일까. 영어가 이런 꼴로 생겼는가, 아니면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면 이런 글이 되는가? 한국말도 아니요, 영어도 아니며, 거의 일본 말씨라고 해야 할, 무늬만 한글인 이런 글이 종이에 척척 찍혀서 나와도 좋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옮겼고, 이렇게 엮었으며, 이렇게 내놓았고, 이렇게 책집으로 들어온다. 학교라는 곳은 아이들한테 어떤 살림을 어떤 말씨로 들려주면서 가르치는가? 사회라는 곳은 아이들한테 어떤 사랑을 어떤 글씨로 보여주면서 들려주는가? 다시 생각한다. “외로워야 짓는다”나 “쓸쓸할 적에 쓴다”나 “조용히 짓는다”나 “혼자서 쓴다”나 “지을 적에는 혼자다”나 “쓸 적에는 혼자다” 같은 말마디를 조용히 읊는다. 아마 어떤 분은 혼자여야 쓰겠지. 아니 쓸 적에는 혼자일밖에 없겠지. 곁님이나 아이나 동무가 있으면 수다를 떨어야 하니, 글은 혼자 쓴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