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한복판에 심은 꽃 (2018.8.20.)

― 서울 종로 〈역사책방〉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4

02.733.8348.

http://historybooks.modoo.at



  우리 몸을 이루는 숨결이 무엇인가를 놓고서 스스로 몸에 이모저모 해본 폴란드사람이 있습니다. 이분은 이태란 나날을 덩이진 밥을 안 먹고서 햇볕하고 바람하고 빗물을 받아들이면서 살기도 했답니다. 이동안 손수 살피고 캐내며 알아낸 이야기를 여러 나라를 돌면서 들려주는데 마침 한국에도 찾아온다고 해서 곁님하고 아이들이랑 배움마실을 다녀왔어요. 지리산 골짜기에서 듣고 같이 해보는 배움마실은 재미났습니다. 오래도록 뒤엉킨 여러 실타래를 찬찬히 풀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집을 나선 김에 여느 때에는 좀처럼 가기 힘든 데도 나들이를 합니다. 이를테면 일산에서 묵으며 전철로 아이들하고 서울 한복판 경복궁 옆자락으로 나들이를 왔어요. 이곳에 ‘한글전각갤러리’란 알찬 터가 있거든요. 한글전각갤러리 ‘돌꽃지기’님하고 돌에 글씨를 새기며 놀다가, 이곳하고 이웃한 〈역사책방〉에 살짝 들릅니다. 한글전각갤러리는 곧잘 들렀는데 어느새 이웃에 알뜰한 책집이 깃들었네요.


  책집 이름처럼 역사를 다루는 책을 넉넉히 들여놓습니다. 역사책만으로도 넉넉히 책집을 채울 만하지요. 다만 역사책만으로 장사가 될까 걱정하면서 선뜻 ‘역사책집’을 열려고 나서기는 만만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경복궁 곁에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있는 〈역사책방〉 골마루를 거닙니다.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박남옥, 마음산책, 2017)이라는 책을 먼저 집어듭니다. ‘첫 여성’ 영화감독이라서기보다, 글쓴님이 걸어온 삶자국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마치 레닌 리펜슈탈 님처럼 모든 삶길을 스스로 일구고 스스로 짓고 스스로 펴면서 이 별에 사랑이란 씨앗을 심은 분이로구나 싶어요.


  역사책 곁에 있는 과학책이라 할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슈테판 클라인/전대호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4)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책을 죽 읽고 보니 뒤로 가면 갈수록 엮은이가 여러 과학자한테 묻는 말이 새롭지 못해요. 일부러 뻔한 말만 묻는다기보다 스스로 마음을 더 틔우거나 열면서 ‘별 = 먼지’인 실마리를 깊고 넓게 들여다보지는 않네 싶더군요.


  일본사람은 남다르기도 하다고 여기면서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이나가키 히데히로/조홍민 옮김, 글항아리, 2017)을 골라듭니다. 가만 보면 우리도 ‘숲고장’이나 ‘푸른고을’ 같은 이름으로 어느 고장이나 고을이 걸어온 길을 되새길 만합니다. 높다란 집이나 널따란 찻길이 끝없이 늘어나는 고장이나 고을이란 얼거리가 아닌, 어느 고장이나 고을에 푸나무가 얼마나 오래도록 어떻게 사람들 곁에서 푸른바람을 일렁이는가를 짚을 만해요. 푸나무가 우거진 고장에 마실을 해보면 그 고장에서 만나는 분들 낯빛이 참 푸르게 빛나요. 푸나무가 없다시피 한, 이른바 자동차하고 높은집으로 매캐한 고장에 마실을 해보면 그 고장에서 스치는 분들 낯빛이 너무 바쁘고 차갑고 서두르고 안절부절 못하는구나 싶어요.


  신기수라는 분이 남긴 자취를 따라서 엮은 《신기수와 조선통신사의 시대》(우에노 도시히코/이영화 옮김, 논형, 2017)는 일본사람이기에 엮을 만한 책인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만큼 파고들거나 짚으면서 우리 발자취를 책으로 묶을 만한 마음결은 없지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책을 못 묶더라도 이런 책을 알아보고서 한국말로 옮길 줄은 알기에 반갑습니다.


  역사책 둘레에 살몃 깃든 사진책 《바람의 눈, 한국의 맹금류와 매사냥》(김연수, 수류산방, 2011)을 폅니다. 사진책이란 새로운 역사책입니다. 글 아닌 사진으로도 우리가 걸어왔고 살아왔고 사랑했고 살림한 자취를 읽을 만하거든요. 꼭 글로 갈무리해야 역사책 갈래에 들지 않아요. 사진책은 사진으로 역사에 인문에 문학에 예술에 그림에 이야기에 과학에, 모든 갈래를 품어서 선보이는 살뜰한 꾸러미라고 느껴요. 그나저나 매사냥을 다룬 사진책은 ‘너무 멋들어지게 꾸미려’ 했네 싶어서 아쉬워요. 수수하면서 가볍게 짚으면 한결 나아요. 자꾸 스스로 치켜세우면서 치레를 하려는 엮음새가 된다면, 되레 ‘바람눈’이라는 매사냥 이야기하고 동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글전각갤러리에서 놉니다. “같이 책집 둘러볼래?” 하고 물으니 “우리 집에도 책 많아. 책 그만 사.” 하고 대꾸합니다. 심드렁한 아이들 대꾸도 있고 해서 책은 몇 자락만 고릅니다. 이곳 서울 한복판에 역사책으로 꽃을 심은 어여쁜 마을책집이 언제나 새롭게 피어나는 살림자리가 되기를 바라면서, 제가 쓴 사전 가운데 하나인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에 슥슥 토막글을 적어서 건넵니다. 이다음에 서울 한복판에 다시 마실을 올 날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사뿐사뿐 걸음꽃 옮기고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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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24. 입노래


제대로 하더라도 알아주지 않을 때가 있다지요. 똑똑히 했지만 알아보지 않기도 한다지요. 처음부터 딱 잘라 놓고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꿍꿍이가 있기에, 잘 해내는 이가 떨어지기도 하는 판이에요. 모든 일은 하늘이 지켜볼 텐데 그야말로 얄궂게 나아가서야 오늘 하루가 얼마나 즐거울는지 아리송해요. 그렇지만 알음알음으로 번집니다. 입에서 입으로 마치 노래처럼 퍼집니다. 사랑으로 지은 살림은 언제나 ‘입노래’에 실려 찬찬히 물결치기 마련이에요. 밑돈이 있어서 일을 벌이기도 하지만, 아무 밑천이 없이 맨몸으로 뛰어들기도 해요. 든든하구나 싶은 도움벗이 있으면 거뜬하겠지요. 곁일꾼이 있으니 홀가분하고, 큰힘이 되어 주니 반가워요. 누구나 우리한테 도움이랍니다. 풀벌레도 도움님이요, 딱새랑 박새도 곁도움이랍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서 마주하기로 해요. 두 눈에 따스한 빛살을 담고서 맞이하기로 해요. 때로는 맞붙거나 맞서야겠지요. 때로는 모시기도 하고, 마주보며 웃을 날을 기다려요. 속살속살 노래처럼 대꾸합니다. 소근소근 상냥한 숨결로 되받습니다. 저는 노래로 듣겠어요. 저는 노래로 돌려주겠어요. 저는 노래로 살겠어요. ㅅㄴㄹ


뚜렷하다·또렷하다·생생하다·잘·제대로·똑똑히·똑바로·확·팍·척척·착착·그야말로·어김없이·틀림없이 ← 선연, 확연

입노래·입말·알음알음·알음알이 ← 입소문, 소문

돈·밑돈·밑천 ← 자본, 자본금

도움이·도움벗·도움지기·도움꾼·도움님·곁일꾼·곁도움이·큰힘 ← 지원군, 조력자

누구나·누구든지 ← 필수, 필히

대꾸·대척·되받다·되치다·마주하다·마주보다·맞이하다·맞붙다·맞서다·맞받다·맞춤·뵈다·모시다 ← 대응, 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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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23. 하늘돌이


놀리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려고 하는 이는 으레 “그런 시골구석에서!” 같은 말을 했습니다. 서울이 아니어도 시골이고, 인천이어도 시골이고, 인천 같은 큰고장이어도 골목마을은 시골이고, 이 골목에서도 가난한 집은 시골로 여겨요. 그런데 시골에서도 읍내나 면소재지가 아니면 또 ‘더 시골’이라고, 후미진 곳이라고, 구석퉁이라고, 끄트머리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굳은틀로 바라보니까 “너희는 구석이잖아?”라든지 “그런 구석빼기에서 뭘 한다고?”처럼 비아냥대는구나 싶어요. 공처럼 생긴 이 별에서는 구석도 끝도 복판도 없이 모두 고요히 삶터일 뿐인데 말이지요. 굴레를 깨지 못하면 생각을 틔우지 못합니다. 스스로 갇히면 삶뿐 아니라 생각도 사랑도 갇혀요. 우리는 어떤 별에서 살까요? 하늘이 돌까요, 땅이 돌까요? 어느 쪽이 맞느냐를 놓고 참 오래 다투는구나 싶었습니다만, 곰곰이 보자면 하늘도 돌고 땅도 돌아요. 해도 돌고 이 별도 돌지요. 우리는 이 별이 가만히 돌고 도는 결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이 별이 도는 소리가 너무 커서 외려 못 들을까요. 숨을 가늘게 고르고, 마음을 가느다랗게 추스르면서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언저리·외지다·후미지다·가장자리·구석·귀퉁이·가·가생이·구석빼기·끝·끝자리·끄트머리 ← 변(邊), 변두리, 변방, 변죽

굳은틀·굳은넋·굳은생각·낡은틀·낡은넋·낡은생각·갇힌틀·갇힌넋·갇힌생각·굴레·틀박이·틀 ← 고정관념, 구태의연

하늘돌이·하늘이 돌다 ← 천동설

땅돌이·땅이 돌다 ← 지동설

가늘다·가느다랗다 ← 약하다, 희미, 연하다, 세세, 미세, 미소(微小), 단(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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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낙서 : 아이는 글을 쓴다. 아이는 그림을 그린다. 아이는 노래를 한다. 아이는 춤을 춘다. 아이는 말을 한다. 아이는 빙그레 웃다가 까르르 터진다. 아이는 눈물에 젖기도 하고, 아이는 꿈을 꾸면서 사르르 잠이 든다. 아이는 꽃이며 나무한테 속삭인다. 아이는 어른이 안 보는 자리에서 구름에 살짝 올라타며 놀고, 바람하고 온나라를 돌다가 별빛을 품고서 온누리를 즐긴다. 아이가 붓을 쥐어 생각나는 대로, 본 대로, 사랑하는 대로, 살아가는 대로, 무엇이든 종이에 담아낸다. 아이 손길이 흐르는 붓자국을 바라보는 어른은 몇 가지로 느낄 만하겠지. 첫째, 아이 삶이자 사랑이자 꿈이로구나. 둘째, 낙서잖아. 아이 손길을 삶·사랑·꿈으로 알아보든, 아이 손길을 한낱 낙서라고 치면서 지나가든 대수롭지 않다. 다만 하나는 밝힐 만하다. 아이 손길을 고스란히 아이 눈빛으로 읽으면서 말을 섞으면 아이는 사랑으로 꿈을 키우며 살아간다. 아이 손길을 그냥 낙서로 읽으면서 핀잔하거나 비웃으면, 뭐 그냥 끝이지. 2020.3.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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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봄꽃 : 봄을 밝히는 꽃은 들판에, 사랑을 밝히는 아이는 어른 곁에. 하루를 밝히는 해는 하늘에, 살림을 밝히는 어버이는 보금자리에. 숲을 밝히는 풀은 나무 곁에, 오늘을 밝히는 우리는 서로서로. 2018.3.25. ㅅㄴㄹ


春の花 : 春を照らす花は野原に、愛を照らす子は大人のそばに。 一日を照らす太陽は空に、生活を照らす親は家庭に。 森を照らす草は木のそばに、今日を照らす私たちは互いに。 (作 : 森の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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