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9.
까칠읽기 84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최재천
김영사
2021.3.1.
미국에서 돌봄길(보건복지)을 맡는 일꾼은 ‘미리맞기(백신)’를 아무한테나 함부로 안 하는 길을 세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새로 돌봄길을 맡는다는 분은 ‘미리맞기’를 마구 퍼뜨려서 숱한 사람이 죽거나 다쳤는데 아무 말도 뒷일도 안 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돌봄길을 맡겠다는 분은 이모저모 돈벌이를 많이 해왔다. ‘이해충돌 방지법’은 뭐하러 있을까?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를 읽는 내내 갸우뚱했다. 글쓴이는 여러모로 똑똑하게 말을 하는 듯하지만 글쓴이 스스로 무엇을 바꾸거나 하거나 나선다고 하는지 하나도 알 수 없다. 글쓴이는 우리가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면서 “불편한 삶”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불편한 진실”과 “불편한 삶”이 무엇인지 똑똑히 드러내지는 않는다.
아주 작은 한 가지라도 글쓴이부터 스스로 바꾸는 일을 밝힐 노릇이지 않을까? “푸르게 바꾸는, 슬기롭게 이 별에서 살아가려는” 길은 하나도 안 어렵다. “숲을 품으며, 슬기롭게 어울려 살아가려는” 살림은 그냥 쉽다. ‘산책’이 아닌 ‘걸으’면 된다. 부릉부릉 몰지 않으면 된다. 쉴 때에 걷는다는 ‘산책’이 아니라, 저잣마실을 걸어서 다녀오면 된다. 바깥일을 볼 적에는 여느길(대중교통)에 몸을 실으면 된다.
한여름에 부채만 쓰면 된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더위에 어떻게 부채로 견디냐고 묻지 말자. 나무와 풀이 자라는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할 노릇이고, 잿더미(아파트)라 하더라도 나무가 우거지는 터전으로 바꿀 노릇이다. 서울이건 큰고장이건 잿더미 아닌 골목마을이 아직 있다. 골목집 할매할배는 손바닥만 한 땅뙈기에 나무를 심고 풀꽃을 돌본다. 그래서 골목마을은 아주 골목숲이라 할 만하고, 골목숲에 깃들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포근하다. 나무 한 그루를 품는 집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아주 다르다. 그러나 이 대목을 살피거나 외치는 ‘과학자·생물학자·생타학자’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를 보면,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육질향상’ 같은 말이 나온다. ‘비교적 안전한 먹거리’라고도 나오는데, 무슨 소리인가? ‘듣기 좋은’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글이지 않은가? 또한, ‘말라리아 퇴치 3조 원’을 해마다 쏟아부어도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죽는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샅샅이 짚어야 하지 않을까? 돈은 어디로 새나? ‘미리맞기(백신)’가 오히려 더 퍼뜨리고 죽이지 않는지 따져야 하지 않나?
‘백신 맞고 죽은 사람’ 앞에서는 아무 할 말이 있을까, 없을까? 숲을 잊은 채 ‘숲’이라는 낱말조차 모르면서 ‘자연·생태·환경’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에 갇힐 적에는, 우리 스스로 마음과 몸이 나란히 갇힌다. 들숲메를 등진 채 ‘들·숲·메’라는 낱말을 우리 스스로 잊어버리면, 바로 우리 스스로 들빛도 숲빛도 멧빛도 모를 뿐 아니라, 아이들한테 잿더미만 남기게 마련이다. ‘화이자·모더나’를 추켜세우는 말은 있되, 이런 미리맞기로 얼마나 많이 죽거나 다쳐야 했는지 아예 한 줄조차 없는 책이라면, “불편한 진실”은 아예 벙긋조차 안 한 셈이라고 느낀다.
ㅍㄹㄴ
게다가 우리는 그동안 소, 돼지, 닭 등을 사육하며 육질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 위험한 기생충과 병원체를 제거해 비교적 안전한 먹거리로 만들었다. (45쪽)
문제는 말라리아였다. 방역과 퇴치에 연 3조 원 남짓 쏟아붓건만 여전히 해마다 40만 명 이상 죽어나간다. (51쪽)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8 백신의 효험이 90퍼센트를 넘는다. 독감 백신의 효험이 기껏해야 50퍼센트 수준인 걸 감안하면 정말 놀랄 만큼 좋은 백신이다. (56쪽)
우리 정부는 국민의 ‘행동 백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접촉자 추적 시스템을 가동해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 (58쪽)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길은 우리 각자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불편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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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김영사, 2021)
호수라 부르기에는 좀 과한 게 사실이다
→ 못이라 하기에는 좀 작다
7쪽
불현듯 소로 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 불현듯 소로 님한테 글월을 쓰고 싶었다
→ 불현듯 소로 어른한테 글을 쓰고 싶더라
9쪽
자작나무를 나무 중의 왕이라 일컬었다
→ 자작나무를 으뜸나무라 했다
→ 자작나무를 가장 높이 쳤다
→ 자작나무를 첫손으로 꼽았다
9쪽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환경 재앙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 푸른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숲벼락과 거의 같다
→ 파란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날벼락과 비슷하다
17쪽
그 최초의 누군가는 무슨 연유로
→ 첫사람은 무엇 때문에
→ 첫사람은 왜
→ 첫사람은 어찌하여
42쪽
거의 맹목적으로 이타적인 사람, 그리고 보응적報應的, reciprocal인 사람
→ 거의 눈멀듯 베푸는 사람, 그리고 주고받는 사람
→ 거의 무턱대고 주는 사람, 그리고 받으면 주는 사람
78쪽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길은 우리 각자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불편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 거북한 민낯에는 우리 스스로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몸소 살림을 짓겠다고 다짐하는 길이 가장 어질다
→ 참이 괴롭더라도 우리 스스로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손으로 짓겠다고 다짐하는 길이 가장 슬기롭다
110쪽
《논어》의 한 구절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제시했다
→ 《논어》 한 자락 ‘틈새두기’를 펼치자고 말한다
→ 《논어》에 나오듯 ‘알맞은 틈’이 되자고 밝힌다
15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