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여한 餘恨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 이제 죽어도 안 아쉽다

 같이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 같이 있다면 나쁘지 않겠다

 후회도 여한도 없으니 → 울지도 싫지도 않으니


  ‘여한(餘恨)’은 “풀지 못하고 남은 원한 ≒ 여감”을 가리킨다지요. ‘나머지·남다·남은빛·남은기운·남은길’이나 ‘나쁘다·나쁜곳·나쁜빛·나쁜결·나쁜것’으로 다듬습니다. “풀지 못하다·못 풀다”나 ‘맺지 못하다·못 맺다·못맺음’으로 다듬어요. ‘서운하다·섭섭하다·싫다·싫어하다’나 ‘아쉽다·허전하다·허거프다’로 다듬을 만합니다. ‘고름·고름덩이·고름꽃·응어리·딱지’나 ‘헛짚다·헛되다·헛헛하다·헛물·헛바람’으로 다듬어도 어울려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여한’을 둘 더 싣지만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여한(餘寒) : 겨울이 지난 뒤에도 아직 남아 있는 추위

여한(驢漢) : [불교] 어리석고 둔한 사람



이누야샤는 여한이 없을 겁니다

→ 이누야샤는 아쉽지 않습니다

→ 이누야샤는 안 서운합니다

→ 이누야샤는 응어리가 없습니다

《이누야샤 9》(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17쪽


“정말 그것만 하면?” “그러면 더 이상 여한은 없소.” “알겠어요.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낭만적이야.”

→ “참말 그렇게 하면?” “그러면 더 아쉽지 않소.” “알겠어요.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멋있어.”

→ “참으로 그리 하면?” “그러면 섭섭하지 않소.” “알겠어요.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아름다워.”

→ “참말 그러면?” “그러면 더 허전하지 않소.” “알겠어요.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사랑스러워.”

《경계의 린네 2》(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0) 17쪽


여한이 남아서 성불 못 할 거야

→ 아쉬워서 눈도 못 감겠지

→ 서운해서 죽지도 못 하겠지

《치하루 씨의 딸 1》(니시 케이코/전가연 옮김, 서울문화사, 2015) 10쪽


매운 육즙이 입 안에 퍼졌다. 닭갈비만 먹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 같았다

→ 매운 고깃물이 입에 퍼진다. 닭갈비만 먹다가 죽어도 될 듯하다

→ 매운 고깃물이 입에 퍼진다. 닭갈비만 먹다가 죽어도 싫지 않다

→ 매운 고깃물이 입에 퍼진다. 닭갈비만 먹다가 죽어도 안 나쁘다

《체리새우》(황영미, 문학동네, 2019)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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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매진



  어제까지 자리가 널널하던 ‘고흥-부산’ 시외버스인데, 아침에 읍내에 나와서 기다리며 살피니 빈자리가 없다. 설마 고흥부터 꽉 차지는 않을 테고, 순천에서 꾹꾹 타리라 본다. 흙날이라면 빈자리가 없곤 한데, 쇠날도 꽉 차네. 종이(표)는 진작 끊었기에 걱정할 일은 없다. 그런데 오늘은 이 시골에서 나들이를 가는 할매가 많다. 그래, 흙날과 해날을 끼고서 ‘도시로 나간 아이들’을 만나러 가시는구나. 또는 ‘큰고장으로 나들이’를 가시거나.


  어제는 다시 개구리소리를 듣는다. 어제는 아침도 낮도 저녁도 포근했다. 이러다가 오늘 새벽은 살짝 언다. 개구리야, 포근볕이 하루이틀쯤 비추더라도 더 자야 하지 않겠니. 아직 늦겨울인걸. 곳곳에서 봄맞이꽃이 피거나 꽃망을과 잎망울이 부푼다. 나뭇가지를 쓰다듬으면 슬슬 눈뜨고 기지개를 켜려는 숨결을 푸르게 느낄 수 있다. 개구리와 풀과 벌레는 곧잘 일찍 나오기는 하는데, 나무는 깊이 숨쉬면서 나긋하고 느긋하다.


  어젯밤 00시에 하루를 열고서 03시까지 글일을 추슬렀다. 살짝 눈을 붙이고서 먼길을 나서려 했는데, 06시에 이르러 일어났다. 두 시간을 더 쉬었구나. 씻고 설거지하고 짐을 꾸린다. 큰아이 배웅을 받고서 논둑길을 달린다. 시골버스를 잡고서 숨을 고른다. 하루글을 쓴다. 꿈을 그릴 적에는 나하고 네가 나란히 노래하며 스스로 지을 살림살이를 지켜볼 노릇이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무엇을 하려는 마음인 넋이라는 빛’을 보면 된다. 꿈을 그리며 바라보는 동안, 우리 둘레에서는 으레 가시밭이나 걸림돌을 놓는다. 우리가 휩쓸리려는지, 고요히 꿈씨를 묻으며 새길을 물어보려는지 헤아린다.


  빈자리가 있으니 앉는다. 빈자리가 없으니 선다. 마음을 비우고서 생각씨앗을 빛으로 심는다. 뱃속을 비우고서 기쁘게 먹듯, 여태 쌓은 삶길은 마음밭에 옮긴 다음 새빛을 놓는다. 비우기에 비로소 빚는다. 빚이라 여기니 빈털터리이고, 비워서 빚으려 하니 빛나는 이 길을 오늘로 삼는다. ‘새옷’을 따로 ‘빔’이라 하는 뜻을 읽으면 될 텐데, 우리는 오늘날 비·비다·빚다·빚·빗·빛·빔……을 고스란히 잊고 잃는다. 빗물을 미워하고 멀리하는 데부터 이미 글러먹는다. 빗물이 들숲메를 푸르게 가꾸고, 빗물로 논밭이 푸르게 살아나고, 빗물이 깃들어 샘물로 솟아서 냇물을 이루다가 다시 바다를 파랗게 돌보는 줄 아주 까먹는다.


  시외버스는 잘 달린다. 나는 아침글부터 하나 여민다. 이제 책을 읽을 테고, 오늘 만날 이웃님한테 드릴 노래를 쓰려고 한다. 노래를 몇 자락 쓰면 또 책을 읽다가 하루글을 쓸 테지. 이 노래는 늘 내가 나한테 베풀면서 두 아이한테 속삭이는 숲말이다. 이웃님한테 건네는 노래를 쓸 수 있기에, 내가 나를 돌보고 사랑하는 손끝을 새삼스레 느낀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책쓰기+책팔이’를 하려는 ‘글장사’가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북돋우는 빗물과 빛살과 빚기를 이루는 빔 한 벌을 이루려고 글을 쓴다. 서로 빗대거나 견줄 까닭이 없고, 서로 빗질하고 비질하듯, 가만히 빗방울로 스미는 글을 주고받으니 함께 웃고 울면서 오늘 하루를 노래한다. 2026.2.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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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모처럼 앉아서



  집밖으로 나와서 움직일 적에는 으레 내내 선다. 자리에 안 앉는다. 시골버스를 타면 글을 쓰려고 슬쩍 앉기는 한다. 마을과 읍내 사이가 16km라서 한참 달린다. 이 기나긴 길에 읽기랑 쓰기를 즐기며 다닌다. 오늘은 읍내 나래터로 책을 부치러 나와서 돌아가는 길이다. 집으로 갈 시골버스를 34분쯤 기다리다가 걸상에 앉아 본다. 아직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책 한 자락은 다 읽었고, 글과 노래도 조금 썼고, 숨을 가늘게 고른다.


  우리집 쑥이 돋았다. 읍내 가게는 쑥을 꾸러미로 판다. 곧 잣나물을 훑어서 먹을 수 있다. 늦겨울해가 높고 길다. 곧 깡똥소매에 깡똥바지로 갈아입을 철이다. 한낮은 살짝 더운데, 겨울오리는 문득 너무 덥다고 느낄 수 있다. 깨어난 개구리가 여럿이고, 무당벌레가 팔뚝에 내려앉아서 같이 걷기도 했다. 깡총거미가 봄꽃 사이로 뛰어다닌다. 굴뚝새도 박새도 동박새도 직박구리도 한결 개구지게 날아다닌다. 이러다가 다시 얼어붙을 만한데, 아무리 얼음날이 또 찾아오더라도 겨울은 저물어간다.


  얼다가 녹고 풀린다. 풀리기에 얼고서 또 녹는다. 이러며 시나브로 봄으로 건너가고, 덥다고 풀리다가 시원하다가, 새삼스레 덥고 찌며 열매가 무르익는 철로 새록새록 건너간다. 하루가 돌고, 이레가 흐르고, 보림을 지나고, 달을 가르고, 철을 넘나드니, 어느새 해가 바뀌어, 누구나 새롭게 한 살을 머금는다. 차분히 나이를 머금으니 서로서로 어질게 말을 나누며 자란다. 저마다 주고받는 말에 마음을 살며시 얹으니 바야흐로 생각꽃이 피어나서 향긋하게 퍼진다. 2026.2.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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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패딩·패딩점퍼/padding·padding jumper



패딩 점퍼 : x

패딩(padding) : [복식] 옷을 만들 때, 솜이나 오리털을 넣어 누비는 방식

점퍼(jumper) : 품이 넉넉하고 활동성이 좋은 서양식 웃옷 ≒ 잠바

padding jumper : x

padding : 1. (푹신하게 만들거나 형체를 잡기 위해 안에 대는) 속, 충전재 2. (연설·글 등을 길게 만들려고) 불필요하게 넣은 군더더기

jumper : 1. 점퍼, 잠바, 작업용 상의 2. 점퍼 드레스 (여성·어린이용 소매 없는 원피스) 3. (블라우스 위에 입는) 풀오버식 스웨터



누벼서 겹겹이 입는 옷을 예부터 ‘누비옷’이라 하고, 이를 영어로는 ‘패딩’이라 한다지요. “패딩 점퍼”는 ‘누비옷’이라 하면 됩니다. 또는 ‘누비겉옷’이라 할 수 있어요. ‘솜옷·핫옷’이나 ‘오리털옷’이라 하면 되어요. ‘겹겹옷’이나 ‘도톰옷·두툼옷’이라 해도 되지요. ‘따끈옷·따뜻옷’이나 ‘포근옷·푸근옷’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패딩 점퍼를 입은 노인은 세상 좀 살아 본 얼굴로 알은체를 한다

→ 누비옷 입은 어른은 좀 살아 본 얼굴로 알은체를 한다

→ 솜옷 입은 어른은 좀 살아 본 얼굴로 알은체를 한다

《전라선》(김지연, 열화당, 2019) 127쪽


일교차가 심해서 패딩 점퍼를 입고 나왔더니

→ 밤낮이 사나워서 도톰옷을 입고 나왔더니

→ 하루날씨가 갈려서 핫옷을 입고 나왔더니

→ 날씨틈이 있어서 폭신옷을 입고 나왔더니

《체리새우》(황영미, 문학동네, 201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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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해시태그hashtag



해시태그 : x

hashtag : 해시태그

ハッシュタグ(hash tag) : [컴퓨터] 해시 태그;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 글을 올릴 때 해시 마크(#) 뒤에 특정 단어를 넣어 태그를 단 것; 또는, 그런 기능



‘#’이라는 무늬를 지난날에는 “우물 정”으로 읽었습니다. 한때는 영어로 ‘샵’이라고도 했는데, 요새는 ‘해시태그’라고들 합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우물’이라고만 할 수 있고, ‘우물글씨·우물무늬·우물그림’처럼 쓸 만합니다. ‘찾기무늬·찾기글씨·찾기그림’이나 ‘찾무늬·찾글씨·찾글·찾그림’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수수하게 ‘찾다·찾기·찾음’이나 ‘찾는꽃·찾는눈’이라 해도 되어요. ㅍㄹㄴ



‘#GirlsCanDoAnything’이라는 해시태그이기도 하다

→ ‘#GirlsCanDoAnything’이라는 우물무늬이기도 하다

→ ‘#GirlsCanDoAnything’이라는 우물그림이기도 하다

《조선의 페미니스트》(이임하, 철수와영희, 2019) 7쪽


해시태그를 단 글들을 보여주었다

→ 찾글을 단 글을 보여준다

→ 찾기를 단 글을 보여준다

→ 찾는꽃을 단 글을 보여준다

《체리새우》(황영미, 문학동네, 2019)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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