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 쓸수록 새로 쓸 수 있다. 쓰기에 새로 쓰고, 써서 나누기에 다시금 새 마음 되어 글마다 새 숨결이 깃든다. 글도 새롭고 사랑도 새롭다. 나누면서 다시 새로운 사랑이요, 베풀면서 가없이 나아가는 사랑이다. 마음이 자라서 사랑을 낳고,  사랑은 꿈을 지으니 오늘 나는 글 하나 새로 쓰는 기운을 스스로 얻는다. 4348.1.1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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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고 또 놀면서 새 기운을 낸다. 왜 그러한가 하면, 더 놀고 싶으며 다시 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철이 들되 우리 아이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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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호랑지빠귀
카사이 스이 글.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51



나무가 있어야 새가 찾아온다

― 달밤의 호랑지빠귀

 카사이 수이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12.11.15.



  우리 집 네 사람이 지내는 시골집에는 온갖 새가 아주 많이 드나듭니다. 우리 집 네 사람은 하루 내내 온갖 새노래를 듣습니다. 새가 노래하니 새노래입니다. 마당에도, 마당에 있는 나무에도, 뒤꼍에도, 뒤꼍에 있는 나무에도 온갖 새가 마음껏 드나듭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아니 예전에는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는데, 새는 으레 나뭇가지에 앉는 모습을 늘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러려니 하고 여겼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뭇가지가 있어야, 나무가 있어야, 나무가 곳곳에 있어야, 새가 나무를 믿고 기대면서 깃들 수 있는데, 이러한 얼거리를 예전에는 미처 못 느낀 채 멀거니 새를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집 네 사람이 깃든 시골집에 새가 날마다 수없이 찾아올 수 있는 까닭은, 우리 집을 둘러싸고 마당과 뒤꼍에 제법 잘 자란 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없다면 새는 우리 집에 찾아올 수 없습니다.





- “마녀가 원래 저런가?” “상냥한 척해서 애들을 납치하는 거야.” “납치하는 건 고양이 아냐?” (9쪽)

- “굉장해. 비가 그쳤어. 있지, 지금 이거 마법? 마법이야?” (24쪽)



  볼일을 보러 시골집을 떠나 시외버스를 타고 도시로 가다 보면, 여러 가지 모습을 구경합니다. 고속도로 둘레에 높다랗게 ‘소리막이 울타리’를 쌓은 모습도 구경합니다. 시골에서는 그냥 쇳덩이를 세우지만, 도시에서는 ‘경관’이나 ‘미관’ 때문에 ‘유리 울타리’를 세웁니다.


  유리 울타리가 어떤 구실을 하는지 예전에는 잘 몰랐으나, 시골에서 살며 새를 늘 마주하면서 차근차근 깨닫습니다. 고속도로 둘레에 소리막이 울타리를 세우려면 그냥 ‘쇠붙이 울타리’를 세워야지, 유리 울타리를 세우면 안 되는 줄 요즘에야 알아차립니다. 왜냐하면, 새는 유리를 못 알아보기 때문입니다. 꽤 많은 새가 유리 울타리에 머리를 처박고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신나게 날다가 유리 울타리인 줄 모르고 머리를 박는다고 합니다.




- “바다! 바다가 있어. 바다!” “그리고 덥지. 항상 여름인 나라야. 무이네라는 리조트도 있단다. 최근에는 꽤나 개발이 됐다는구나.” “근대화?” “라기보다는 관광지화겠지. 베트남은 쭉 프랑스의 식민지였어. 그래서 지금도 프랑스 빵을 먹는단다. 한 개를 통째로 샌드위치로 만들기도 하고.” (78∼79쪽)

- “있는 일, 없는 일을 떠벌리고 다른 사람을 폄하하며 안심한들, 거짓이든 엉터리든 몇 번씩 반복해 봤자 한낱 거짓이야. ‘진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하단다.” (142쪽)



  카사이 수이 님이 빚은 만화책 《달밤의 호랑지빠귀》(대원씨아이,2012)를 읽습니다. 짤막한 만화를 여럿 묶은 책입니다. 달밤에 노래를 부르는 호랑지빠귀 이야기가 흐르고, 한낮에 물고기를 잡는 물총새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 둘레에서 저마다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사람들 이야기가 흐릅니다.


  새가 노래하고, 사람이 노래합니다. 어른이 노래하고, 아이가 노래합니다. 아기가 노래하고 할매와 할배가 노래합니다. 다 함께 노래를 해요. 서로서로 웃고 춤추면서 노래를 합니다.





- “선생님이신가요? 훌륭한 직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사람에 따라 다르죠. 전 매일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거든요.” (149쪽)

- “천애고아에 노숙자인 녀석은 세상에 널렸어요, 성인 하인츠 님. 그럼 어떡할 셈인데요? 데려와서 평생 돌봐 줄 건가요? 딱 봐도 영감님 쪽이 먼저 죽을 게 뻔하다구요.” “그런 건 알고 있어.” (196쪽)



  사람이 사는 마을에 새가 찾아와야, 사람들이 노래를 새롭게 깨닫습니다. 사람이 사는 마을에 새가 찾아오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만 노래를 잊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사는 마을에 나무가 없으면 새가 찾아오지 못하는데다가, 나무가 없고 새가 안 오는 줄 사람들이 못 깨닫기까지 합니다.


  나무가 우거진 마을에 새가 기쁘게 찾아와서 노래를 하고, 새가 노래를 하는 마을에서 사람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함께 노래를 합니다. 노래를 하는 마을은 아름답습니다. 노래가 흐르는 마을은 사랑스럽습니다. 노래가 넘치는 마을에는 법이나 제도나 규칙 따위가 없어도 평화롭습니다.


  그러니까, 노래가 없으면서 법과 제도와 규칙만 있는 마을은 으스스합니다. 노래가 없으면서 대통령과 시장과 군수와 판사와 의사만 있는 마을은 메마르고 거칩니다.





- “결국 언젠가는 모두 죽잖아? 나도 언젠가는 죽어, 형처럼. 아저씨 같은 사람은 순식간에 죽어 버리는 주제에, 어째서, 왜 이런 말을.” “그래, 누구나 언젠가는 세상을 떠난다. 평생 함께 같은 건 없어.” (204∼205쪽)



  나무와 함께 살아야 사람이 사람답습니다. 나무를 심고 아껴야 사람이 사랑스럽습니다. 나무를 바라보고 돌보면서 날마다 쓰다듬을 수 있어야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누구나 나무를 아낄 수 있기를 빌어요. 어른이라면 아이와 함께 나무를 심을 수 있기를 빌어요. 나무 심을 마땅한 땅이 없다면, 나무 심을 마땅한 땅을 마련해요. 어떻게든 나무가 우리 삶터에서 씩씩하게 줄기를 뻗을 수 있도록, 나무가 자랄 땅을 마련해요.


  나무와 함께 노래해요. 나무에 앉아서 기쁘게 노래하는 새와 동무가 되어요. 4348.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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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버스 현금 승차’ 거부



  2015년 1월 15일 낮 네 시 반,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 있는 버스터에서 271번을 기다린다. 망원역 쪽으로 가려 한다. 버스길을 살핀 뒤 다른 버스를 먼저 살핀다. 맞돈으로 버스삯을 내려면 얼마를 치러야 하는지 살피는데, 버스삯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글씨가 되게 작다. 코딱지보다 조금 크구나 싶은 저 글씨를 누가 알아보라고 이리 작게 붙였을까. 요새는 도시에서 교통카드 안 쓰는 사람이 없다고 여겨, 이렇게 잔글씨로 붙일까. 1150원만 내면 되는지 1200원이나 1250원을 하는지 모르기에 1250원을 손바닥에 쥔다. 버스가 온다. 버스 일꾼한테 여쭌다. “망원역 쪽까지 가는 데에 얼마인가요?” “망원역 안 가요.” 어라? 내가 잘못 알았나? 갑작스러운 말에 어리둥절해서 부랴부랴 내린다. 그러나,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271번이 맞다. 나는 망원역에 가려는 길이 아니라 망원역 둘레로 가니까 그 언저리 다른 데에서 내리려고 271번을 기다렸다.


  한참 기다리다가 올라타려다가 내린 버스는 저만치 사라진다. 어처구니없다고 뒤늦게 깨닫는다. 저 버스 일꾼은 무슨 마음으로 나를 버스에 안 받았을까? 택시를 타고 갈까 살짝 생각하다가 그냥 걷기로 한다. 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걷는다. 홍대 쪽으로 들어서는 길을 걷다가, 이쪽으로 마을버스가 지나가는 줄 알아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버스길을 살피니, 09번 마을버스가 내가 가려는 데까지 간다. 십 분쯤 기다리니 들어온다. 천 원짜리 종이돈을 돈통에 넣는다. 150원을 거슬러 준다. 4348.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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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01-16 11:0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함께살기님
아마 서울 사람들이 워낙 걷지를 않기때문에, 망원역에 바로 딱 안가는데 태웠다가 원망들을까봐 그런걸까요? 아니면 회차시간까지 너무 적게 남아서? 서울 나들이 힘드셨겠어요

파란놀 2015-01-21 16:41   좋아요 0 | URL
여러 가지 까닭이 있었을 테지만
무엇보다 저한테 `서울은 재미난 곳이야`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뜻이었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래서 몸은 아주 고되었지만 재미난 이야기를 누렸습니다 ^^
 
별들은 따뜻하다 창비시선 88
정호승 지음 / 창비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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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75



시와 뼈다귀

―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0.10.25.



  고흥 시골자락을 떠난 시외버스는 다섯 시간 가까이 달려 서울에 닿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자락을 떠나 도시로 볼일을 가면서 책을 읽습니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시외버스에서 시집을 세 권째 다 읽습니다. 시집을 읽는 동안 시외버스 텔레비전에서는 사람들이 싸우고 죽이고 피가 튀는 모습이 흐르고, 내가 앉은 자리에서 네 칸쯤 앞에 앉은 일곱 살짜리 아이는 이런 방송을 버젓이 들여다봅니다. 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나들이를 가는 할매도, 할매 곁에 있는 여러 할배도, 시외버스 일꾼도, 일곱 살 아이가 ‘사람들이 때리고 죽이고 거친 말을 일삼는 온갖 몸짓’이 흐르는 연속극을 안 보게 하도록 멈추거나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멍하니 이 연속극을 들여다봅니다.


  재미 삼아서 보면 될 연속극일 수 있습니다. 주먹다짐 연속극도, 살 섞는 이야기 흐르는 연속극도, 일곱 살 아닌 대여섯 살 아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틀어도 될는지 모릅니다. 아니, 한국 사회는 어른과 아이를 모두 주먹다짐 물결과 살섞기 바람으로 휘감으려 하는지 모릅니다.



.. 내 너를 위해 더듬이를 잘라야겠느냐 / 내 너를 위해 저녁해를 따라가야겠느냐 / 모래내 성당의 종소리는 들리는데 / 개연꽃 피는 밤에 가을달은 밝은데 ..  (이별에게)



  서울로 접어든 시외버스는 오직 아스팔트만 있는 찻길을 달려 고속버스역에서 멈춥니다. 서울에서는 길바닥이 아니면 볼 것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길바닥 아닌 다른 데를 보고 걷다가는 전봇대에 부딪히거나 광고판에 부딪히거나 오토바이에 치이거나 다른 사람이 툭툭 치고 지나갈 테니까요. 서울에도 곳곳에 나무가 있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나무를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걷기 어렵습니다. 겨울눈이 텄구나 하고 생각하며 쳐다보고 길을 걷다가는 갑자기 골목에서 튀어나온 자동차가 빵빵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거님길을 빠르게 내달리는 자전거한테 치일 수 있습니다.


  시골집에서는 언제나 나무를 바라보며 지냈으나, 볼일을 보러 서울로 오면 길바닥만 바라봅니다. 사람이 걷기에는 너무 좁은 길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다른 사람한테 치이지 않으려고 바삐 걸음을 놀립니다.



.. 어둠 속에서도 풀잎들은 자라고 / 오늘도 서울 가는 야간열차의 흐린 불빛을 바라보며 / 내가 던진 마음 하나 별이 되어 사라지면 ..  (당신에게)



  서울을 가득 채운 아주 많은 사람은 저마다 일이 많아 바쁩니다. 발걸음도 바쁘고, 살림돈을 벌어서 달삯을 치르느라 바쁩니다. 여기를 갔다가 저기를 가느라 바쁩니다. 그래도 저마다 손에 손전화를 들고 무엇인가 들여다봅니다. 손에 종이책을 쥐는 일은 드물지만, 손전화에 찍히는 글은 바지런히 들여다봅니다. 책은 안 읽어도 글은 읽는 셈입니다. 다만, 삶을 이야기하는 글이 아니요, 사랑을 노래하는 글이 아니며, 꿈을 짓는 글이 아닙니다. 10초만 지나면 낡거나 삭는 ‘새롭지 않은 새소식’만 들여다봅니다. 10초만 지나도 잊고 마는 수없이 많은 ‘쪽글’만 들여다봅니다. 하나같이 바쁘면서 ‘새롭지 않은 새소식과 쪽글’을 들여다보느라 바쁘기 때문에, 이 넓은 서울에서는 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무척 드물고, 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조차 매우 드뭅니다. 지하철역 유리벽에 시 몇 줄을 아로새기기는 하지만, 이 시 몇 줄이나마 읽을 겨를을 낼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유리벽에 아로새긴 시 말고, 정갈한 마음으로 곱게 꿈을 지은 이야기를 엮은 시집 한 권 장만하려고 동네책방으로 나들이를 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  (가을꽃)



  정호승 님 시집 《별들은 따뜻하다》(창작과비평사,1990)를 읽습니다. 시골집을 떠나 읍내로 가는 군내버스에서 읽습니다. 시골집을 벗어나 읍내로 가까이 갈수록 줄어드는 나무와 숲을 흘깃 바라보면서 시집을 읽습니다. 고흥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탄 뒤로는 차츰 줄어드는 나무와 숲을 살짝 쳐다보다가 시집을 다시 읽습니다.


  별은 따뜻합니다. 저 먼 별도 이 지구별도 따뜻합니다. 연속극을 쳐다보는 일곱 살 시골아이도 따뜻하고, 큰 소리로 연속극을 틀고 시외버스를 모는 일꾼도 따뜻합니다. 따뜻하지 않은 사람은 없고, 따뜻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없습니다.



.. 호롱불 켜놓고 밤새워 / 콩나물 다듬으시던 어머니 / 날 새기가 무섭게 콩나물다라이 이고 나가 / 온양시장 모퉁이에서 밤이 늦도록 / 콩나물 파시다가 할머니 된 어머니 / 그 어머니 관도 없이 흙 속에 묻히셨다 ..  (어머니)



  그런데, 서울에서는 해가 질 무렵 별을 볼 수 없습니다. 새벽에도 별을 볼 수 없습니다. 달조차 볼 수 없고, 볼 수 없는 별과 달은 아예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천만이 넘는 사람이 바글거리는 서울인데, 경기도를 아우르면 이천만이나 되는 사람이 우글거리는 도시인데, 이곳에서 별을 그리거나 생각하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정호승 님은 《별들은 따뜻하다》 같은 시집을 선보이지만, 정호승 님 스스로 서울에서 별을 얼마나 쳐다보고 나서 이러한 시집을 쓸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밤새 환한 불빛 때문에 별이 안 보이기도 하지만, 높다란 아파트숲 때문에 별이 가리기도 하지만, 엄청난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하늘을 잿빛으로 덮어 별이 묻히기도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두 발로 디디는 이 지구별부터 제대로 느끼려고 하는 몸짓은 아주 드물다고 느낍니다.



..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 가장 높은 가지 위에 집을 짓다가 // 홀로 바람 되어 / 산길 따라 떠난 사내 // 지은 죄 많아 영혼 없어도 / 이제는 죽음도 아프지 않아 // 별들의 시냇물 소리에 / 새벽잠 드는 사내 ..  (金宗三)



  뼈다귀를 묻을 땅 한 뼘이 없는 서울입니다. 고기를 뜯는 사람은 많아도, 고기가 밥상에 오르기까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다가 잡히는가를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뼈다귀를 묻어 흙으로 돌아가도록 할 만한 땅 한 뼘이 없는 서울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땅 한 뼘이 없는 서울이요, 고작 한 평짜리 자투리땅조차 대단히 비싼 값으로 사고파는 서울입니다.


  돈이 될 만하면 시멘트 건물을 높이 올리는 서울입니다. 언제나 돈부터 따져야 하는 서울입니다. 삶을 생각하거나 사랑을 헤아리는 보금자리하고는 너무 먼 서울입니다. 아이와 함께 꿈을 짓거나, 어른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두레를 하기에는 너무 벅찬 서울입니다. 지구가 무너지더라도 나무를 심는다는 사람이 있다지만, 막상 이곳 서울에서 나무 한 그루 심겠노라 외치는 사람은 어디에서 만날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아파트를 내 집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많지만, 아이와 함께 나무를 심을 만한 보금자리를 찾거나 살피려는 사람은 없는 서울입니다.


  나무를 심으려 하지 않으니 책을 읽으려 하기 어렵습니다. 나무를 바라보려 하지 않으니 손수 시를 쓰고 노래하면서 웃기란 어렵습니다.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푸른 바람을 쐬어야 비로소 별을 볼 텐데, 서울에서 부산하게 하루를 여는 아주 많은 이웃들이 이녁 따순 가슴을 자꾸 잊으면서 그예 쳇바퀴만 돌려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집 《별들은 따뜻하다》는 ‘어느 별이 어떻게 따뜻한지’를 밝히거나 들려주지는 못합니다. 문득 뼈다귀가 떠오릅니다. 4348.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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