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초피나무를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는다. 어라, 옆구리에서 싹이 터서 잎이 돋고 꽃이 피네? 새 가지가 돋지 않는데 그곳에서 어째 잎이랑 꽃이 날까? 앞으로 이곳에서 가지가 뻗을 수 있을까. 초피나무 옆구리에 새로운 가지가 차츰 굵고 길게 뻗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다른 나무도 곧잘 옆구리에서 꽃을 터뜨리거나 잎을 틔운다. 우리 집 후박나무도 가끔 옆구리에서 새 잎이 돋곤 한다. 도시에서 자주 만나는 은행나무도 때때로 옆구리에서 작은 잎을 내곤 한다. 우람한 느티나무도 옆구리에서 잎을 내놓곤 한다. 그렇구나. 작은 숨결이 사랑스레 태어나는구나.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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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8] 권정생



  하늘이 내린 빛을 글로 쓰고

  하늘이 빚은 아이들을 사랑하여

  하늘숨 먹고 하늘로 돌아간 넋.



  시골마을 작은 예배당에서 종지기로 있으면서 쥐와 함께 살던 아재는 어느덧 나이를 먹으며 머리카락이 한 올 두 올 빠지고 흰머리가 부쩍 늘어 할배가 됩니다. 처음에는 예배당 구석방을 얻어 아픈 몸을 이끌고 살지만, 나중에는 예배당과 등을 돌리고 혼자 밥을 먹고 풀이랑 벌레랑 하늘이랑 바람이랑 해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배당에 없는 하느님 목소리를 풀과 벌레와 하늘과 바람과 해한테서 듣고, 작은 방 이부자리에서 함께 겨울을 나는 쥐한테서 듣습니다. 이제는 하늘숨 마시는 하늘나라에서 하늘빛으로 파랗게 빛나는 별이 되어 살아갑니다.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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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4-27 22:20   좋아요 0 | URL
작년에 성당에 분도출판사 수사님들이 오셔서, 반갑게 다시 구매한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의 그 깊은 이야기가 떠오르는 밤입니다.

하늘이 내린 빛을 글로 쓰고
하늘이 빚은 아이들을 사랑하여
하늘숨 먹고 하늘로 돌아간 넋.-

숲노래 2014-04-27 23:15   좋아요 0 | URL
종지기 아저씨 그 동화책은
얼마나 애틋하고 아름다운가요.
언제 다시 읽어도
눈물과 웃음을 베푸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문학이지 싶어요.

오늘 드디어 <몽실 언니> 느낌글을 쓰면서
이 짧은 '바침시'를 마무리지었습니다.
 

매화알이 익는다



  매화알이 익는다. 매화꽃이 피었으니, 꽃이 질 무렵부터 매화알이 익는다. 매화알은 매화잎처럼 푸르게 빛난다. 매화잎은 벌레한테 먹히기도 하고, 나비나 불나비가 알을 낳고 나서 애벌레가 고치를 벗으려고 돌돌 말기도 한다. 단단하며 야무지게 익는 매화알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살그마니 손에 쥐어 본다. 해마다 야물딱지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매화나무에는 어떤 숨결이 감돌까. 매화나무는 우리한테 어떤 빛과 넋을 나누어 줄까.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매화나무한테 인사한다. 이 가지를 어루만지고 저 가지를 쓰다듬으면서 매화나무하고 노래한다.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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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4-27 21:51   좋아요 0 | URL
앗 매화열매가 열렸네요!
해마다 5월말이나 6월초에 시장에 잠깐 나오는 매실만 보다가
이렇게 나무에 달린 모습을 보니 참 신기하고 새롭네요~
푸르라니 작은 열매가 참 풋풋하고 예쁩니다~*^^*

숲노래 2014-04-27 22:00   좋아요 0 | URL
저희는 매화알이 노르스름하게 익을 때에 따서 먹어요.
푸른알은 그닥 먹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올해에는 처음으로
푸른 매화알을 따서
효소를 담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매화가 열매를 맺어 굵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꽃과 열매와 잎이 어여쁜가 하고
새삼스레 놀라면서 즐겁곤 해요.
 

시골아이 61. 풀 뜯다가 민들레씨 후우 (2014.4.20.)



  풀을 뜯다가 민들레씨를 본 사름벼리는, 풀뜯기를 멈추고는 민들레씨 멀리멀리 날아가라면서 후우 하고 분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 민들레씨를 날리는데, 다 날아가지는 않는다. 꽃대에서 안 떨어지는 씨앗은 손으로 콕콕 집어서 떼어서 날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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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풀도 잘 뜯지



  아침저녁으로 먹을 풀을 뜯는다. 사름벼리가 이를 보더니 “나도 뜯을래.” 하면서 바구니를 달란다. 하나 건넨다. 씩씩하게 똑똑 끊고 뜯는다. 아아 맛있겠다. 그렇지? 그런데, 입으로 넣을 때에만 맛있지 않아. 손으로 뜯을 적에도 손에 풀물이 들면서 즐겁단다.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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