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를 함께 타고 다니기



  아이들과 시골버스를 탄다. 왜냐하면,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사니까. 시골버스는 시골길을 가르면서 달린다. 시골버스는 이쪽 시골에서 저쪽 시골로 간다. 시골에서도 모든 버스는 읍내로 간다. 시골에서는 모든 시외버스가 도시로 가고, 고장마다 있는 도시는 죄다 서울로 가듯이, 모든 길은 ‘도시’로 뻗는다. 길은 왜 도시로 뻗을까? 도시로 가라는 뜻일 테지. 그러면 왜 도시로 가라는 뜻일까? 도시에 사람들이 모여야 돈이 된다고 여기니까.


  우리 아이들은 그냥저냥 버스를 타고 놀면서 즐겁다. 버스놀이를 한다. 버스놀이를 하니까 버스를 탈 적마다 즐겁고, 즐거운 버스마실은 아이들한테 즐거운 숨결이 된다. 4348.1.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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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느라 전화 못 받는 아버지



  오늘은 큰가방을 빨 생각이었다. 큰가방에다가 곁님 옷가지랑 이럭저럭 꾸려서 빨래기계를 쓰려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하늘이 꾸물거린다. 이런 날에는 가방을 빨지 못한다. 가방이 잘 마르려면 해가 나야 하니까. 하는 수 없이 빨래를 하루 미룰까 하다가, 자잘한 옷가지 몇은 손으로 빨까 싶어서 조물조물 주무른다. 아마 이동안에 전화가 온 듯하다. 그렇지만, 빨래에 마음을 듬뿍 쏟느라 전화기 울리는 소리를 못 듣는다. 빨래를 하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내가 하는 일이 어떠한 숨결인지 헤아린다. 빨래를 마치고 기쁘게 넌다. 방바닥에 큰아이가 바이올린을 펼쳐 놓았기에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큰아이를 불러서 나즈막하게 타이른다. 얘 얘, 이렇게 바닥에 널브러뜨리면 밟을 수 있잖니, 얼른 상자에 담으렴. 척척 빨래를 너는 동안 쪽글이 온다. 빨래를 널 적에는 비빔질도 헹굼질도 안 하니 쪽글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빨래를 모두 널고 나서 홀가분하게 쪽글에 답글을 보낸다. 4348.1.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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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살기 11호 (사진책도서관 2015.1.2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소식지)인 《함께살기》 11호를 오늘 주문한다. 한동안 종이값을 못 모으기도 했지만, 새로운 해를 맞이해서 새롭게 엮을 틀을 생각하느라 찬찬히 지켜보았다. 며칠 동안 단출하게 글을 모으고 엮어서 피디에프파일로 꾸린 뒤 인쇄소에 보낸다. 그동안 《함께살기》를 도톰한 낱권책으로 엮었는데, 올해에는 부피를 줄여서 자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더 많은 글을 실어 더 도톰한 책으로 내는 일도 재미있는데, 앞으로 살림돈이 넉넉할 때에 이처럼 하기로 하고, 아직은 작고 가벼운 책으로 꾸려야겠다고 느낀다.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는 이웃님한테 더 자주 편지를 띄우는 얼거리로 가자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되도록 다달이 이야기책을 엮으려 한다. 다달이 내기에 빠듯하다면 두 달에 한 차례씩 꼭 내려 한다. 다음주부터 이야기책을 보내어, 설을 앞두고 이 이야기책을 받을 수 있기를 빈다. 예쁘게 잘 나오기를 기다린다. ㅎㄲㅅㄱ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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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버스 앞자리에서



  산들보라는 버스 앞자리에 앉고 싶다. 그래서 산들보라한테 이른다. 얘야, 네가 버스 앞자리에 앉으려면, 엉덩이와 등을 걸상에 찰싹 붙여야 해. 그리고, 한손으로는 걸상 손잡이를 쥐어야지. 너는 아주 작은 아이라서 버스가 조금만 흔들려도 몸이 흔들리지. 그러니, 이렇게 걸상에 몸을 폭 안기도록 해야, 버스를 모는 일꾼이 마음을 놓을 수 있어. 네가 앞자리에서 바깥을 넓게 바라보고 싶으면, 이렇게 네 몸짓을 다소곳하게 하고서 보기를 바란다. 4348.1.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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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5. 버스표를 처음으로 끊다



  읍내마실을 가는 길에 군내버스 일꾼한테 ‘어린이 버스표’는 얼마인지 여쭌다. 여덟 살이라고 하니 그냥 타라고 한다. 버스 일꾼은 우리 아이가 ‘삼월 입학식 마친 뒤’부터 버스삯을 내면 된다고 말씀한다. 그러라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간다. 읍내에서는 큰아이를 불러서 손수 버스표를 끊도록 시킨다. 왜냐하면,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안 다닐 테니, 입학식 날짜는 대수롭지 않다. 오늘부터 큰아이가 스스로 버스표를 끊으면 된다. “벼리야, 저쪽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큰소리로 ‘도화 신호 어린이 하나요!’ 하고 말해.” 처음으로 하는 일이라 우물쭈물 모깃소리처럼 작다. “벼리야,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듣지. 똑똑하고 크게 말해야지.” 읍내 버스터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기다리다가 ‘도화 신호 어린이 하나!’를 크게 외쳐 주면서 거스름돈과 표를 큰아이한테 내민다. 낯설면서 새롭지? 큰아이가 손수 버스표를 끊으니 작은아이도 저한테 표를 달라고 한다. 그래, 너는 아버지 표를 받으렴.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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