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474 : 텍스트 통해 존재하게 된


텍스트는 읽기를 통해 존재하게 된다

→ 글은 읽어야 산다

→ 읽을 적에 글이 있다

→ 읽기에 글이 흐른다

→ 글은 읽을 적에 피어난다

→ 글은 읽을 적에 깨어난다

→ 글은 읽을 적에 일어난다

《사진과 시》(유희경, 아침달, 2024) 148쪽


읽기에 이곳에 있습니다. 읽지 않기에 여기에 없어요. 글을 읽으면서 하나씩 헤아립니다. 글을 읽는 동안 곰곰이 생각합니다. 글을 읽으며 오늘 이 자리를 살핍니다. 누가 읽기에 글이 우리 곁에 있어요. 저마다 읽으니 글이 이 별에 있습니다. 가만히 흐르는 글이요, 서로 마주하며 오가는 글입니다. 글빛이 피어나고, 글씨가 깨어나고, 글결이 일어납니다. ㅍㄹㄴ


텍스트(text) : 1. 주석, 번역, 서문 및 부록 따위에 대한 본문이나 원문 2. [언어] 문장보다 더 큰 문법 단위. 문장이 모여서 이루어진 한 덩어리의 글을 이른다

통하다(通-) : 12. 어떤 사람이나 물체를 매개로 하거나 중개하게 하다 13. 일정한 공간이나 기간에 걸치다 14. 어떤 과정이나 경험을 거치다 15. 어떤 관계를 맺다

존재(存在) : 1. 현실에 실제로 있음 2.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품위나 처지 3. [철학]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 자인 4. [철학] 형이상학적 의미로, 현상 변화의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재 5.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 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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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결판 決判


 결판을 짓다 → 매듭을 짓다 / 판가름하다

 결판을 보기로 하자 → 끝장을 보기로 하자

 생사 결판으로 맞싸웠다 → 끝겨룸으로 맞싸웠다


  ‘결판(決判)’은 “옳고 그름이나 이기고 짐에 대한 최후 판정을 내림. 또는 그 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끝·끝장·끝판·끝마당’이나 ‘끝내다·끝겨룸·끝맺다’로 다듬습니다. ‘마무리·마지막·막겨룸’이나 ‘매듭·매듭짓다’로 다듬어요. ‘두겨룸·두다툼·두싸움·둘겨루·둘다툼·둘싸움’이나 ‘가름하다·판가름’으로 다듬어도 됩니다. ㅍㄹㄴ



어떻게든 오늘 내로 적과는 결판 내고 말 겁니다

→ 어떻게든 오늘 그 녀석과는 끝을 내고 맙니다

→ 어떻게든 오늘은 그놈과는 끝장 내고 맙니다

《피아노의 숲 4》(이시키 마코토/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0) 202쪽


언젠가 결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 언젠가 끝겨룸을 내야 한다고 여겼으니까

→ 언젠가 끝판을 내야 한다고 보았으니까

《바나나 피쉬 1》(요시다 아키미/김수정 옮김, 애니북스, 2009) 156쪽


올해에는 무승부지만 내년에는 결판이 나겠지

→ 올해에는 비기지만 새해에는 끝이 나겠지

《아무도 모르지》(박철, 창비, 2024) 91쪽


말싸움은 천년만년 혀도 결판이 안 나니께

→ 말싸움은 꼬박꼬박 혀도 끝이 안 나니께

→ 말싸움은 족족 혀도 끝장이 안 나니께

→ 말싸움은 오래 혀도 매듭을 못 지응께

《고양이 화가 주베의 기묘한 이야기 25》(나가오 마루/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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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은은 隱隱


 은은하게 보이는 먼 산 → 어슴푸레 보이는 먼 메 / 흐릿하게 보이는 먼 메

 달빛이 은은하게 비친다 → 달빛이 흐릿흐릿 비친다 / 달빛이 어슴푸레 비친다

 은은히 들려오는 종소리 → 아득히 들려오는 쇠북소리 / 잔잔히 들려오는 쇠북소리


  ‘은은하다(隱隱-)’는 “1.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고 어슴푸레하며 흐릿하다 2. 소리가 아득하여 들릴 듯 말 듯 하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만히·가만·가만가만·가볍다·지긋하다·지그시’나 ‘곰곰·곰곰이·구수하다·그윽하다·고요하다·고즈넉하다’로 손봅니다. ‘나긋하다·나긋이·낮다·나지막하다·나직하다’나 ‘넌지시·느긋하다·느긋이·말없다·말이 적다’로 손봐요. ‘보드랍다·보들보들·보얗다·부옇다·부드럽다·부들부들’이나 ‘자분자분·자근자근·잔잔·잔잔하다·잠잠·잠잠하다·잠자코’로 손볼 만합니다. ‘사뿐·사뿐사뿐·사뿟사뿟·사푼·사푼사푼·사풋사풋’이나 ‘서뿐·서뿐서뿐·산들바람·선들바람’으로 손보고, ‘살-·설-·살그머니·살그니·살그미·살금살금·살며시·살몃살몃·살포시’로 손볼 수 있어요. ‘살살·설설·살짝·살짝살짝·살짝궁·사부작·사부작사부작’이나 ‘소리없다·조용하다·조곤조곤’으로 손볼 만하지요. ‘속속들이·스스럽다·여리다·여릿하다’나 ‘아득하다·아련하다·아렴풋하다·어렴풋하다·아슴푸레·어슴푸레’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차분하다·찬찬하다·참하다·호젓하다·흐리다·흐릿하다’나 ‘스리슬쩍·슥·슥슥·스윽·스윽스윽·쓱·쓱쓱·쓰윽·쓰윽쓰윽·쓱쓱싹싹’로 손봅니다. ‘슬그머니·슬그니·슬그미·슬금슬금·슬며시·슬몃슬몃’이나 ‘슬슬·슬쩍·슬쩍슬쩍·슬쩍궁’으로 손보며, ‘상긋·상그레·싱긋·싱그레·생글·생긋·빙긋·빙그레·빙글’로 손보면 돼요. 이밖에 낱말책은 ‘은은하다(殷殷-)’를 “들려오는 대포, 우레, 차 따위의 소리가 요란하고 힘차다”를 뜻한다면서 싣지만, 이런 한자말은 쓸 일이 없으니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ㅍㄹㄴ



살구나무의 꽃은 향기가 얼마나 은은한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은 냄새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내음은 얼마나 잔잔한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내음은 얼마나 차분한지 모른다

《시 창작 교실》(도종환, 실천문학사, 2005) 7쪽


딸기는 등불처럼 은은하게 빛나고요

→ 딸기는 불빛처럼 잔잔하게 빛나고요

→ 딸기는 불처럼 부드럽게 빛나고요

→ 딸기는 불처럼 고요하게 빛나고요

《나에게 정원이 있다면》(케빈 헹크스/최순희 옮김, 시공사, 2010) 22쪽


은은한 아이리스 향기

→ 잔잔한 아이리스 냄새

→ 상긋한 아이리스 내음

→ 고요한 아이리스 꽃내

《숲을 사랑한 소년》(나탈리 민/바람숲아이 옮김, 한울림어린이, 2015) 13쪽


포성이 은은하게 울리는 전쟁터의 참호에서

→ 쾅소리가 조용히 울리는 싸움터 굴길에서

→ 펑소리가 잔잔히 울리는 쌈터 구덩이에서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허만하, 최측의농간, 2016) 237쪽


색이 참 은은하네요

→ 빛이 참 잔잔하네요

→ 빛깔 참 부드럽네요

→ 빛이 참 차분하네요

→ 빛깔이 참 여리네요

《오늘은 홍차》(김줄·최예선, 모요사, 2017) 77쪽


마음이 한결 은은해질 거야

→ 마음이 한결 부드럽지

→ 마음이 한결 나직하지

《오리 돌멩이 오리》(이안, 문학동네, 2020) 6쪽


가을 국화의 은은한 향기는 김 군의 섬세함이 되었고

→ 가을 움꽃 그윽한 내음은 김씨한테 부드러이 스미고

→ 가을 움큼꽃은 그윽히 김씨한테 나긋나긋 감돌고

《꽃에 미친 김군》(김동성, 보림, 2025) 25쪽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운해는 그윽하구나

→ 달빛에 가만히 빛나는 구름밭은 그윽하구나

→ 달빛에 사풋 빛나는 구름바다는 그윽하구나

《고양이 화가 주베의 기묘한 이야기 25》(나가오 마루/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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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감천동 가맛길 (2026.1.23.)

― 부산 〈마주서가〉



  저는 쇠(자동차)를 여태 안 몰 뿐 아니라, 앞으로도 몰 마음이 없습니다. 읽고 쓰는 사람은 다리로 걷고, 손으로 적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에 담고, 머리로 생각하고, 살갗으로 겪어서 온넋으로 받아들일 노릇이거든요.


  어디를 가든 으레 쇠를 모는 분이라면, 으레 “쇠를 바탕으로” 둘러보고 바라보고 느껴서 삶과 마음에 담습니다. 어디를 가든 언제나 걷고 서고 기다리고 지켜보는 분이라면, 언제나 “팔과 다리와 몸을 바탕으로” 돌아보고 헤아리고 살펴서 삶과 마음에 담아요.


  말만 바꾸기보다는, 삶부터 바꿀 일이라고 느낍니다. 스스로 보내는 하루에 따라서, 스스로 가꾸는 마음이 다르고, 스스로 짓는 삶이 달라요. ‘낳은아이’를 보든 ‘이웃아이’를 보든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으로 낳았기에 더 들여다보면서 사랑해야 하지 않아요. 푸른별에 태어난 뭇아이를 나란히 품으면서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는 아이하고 함께 지피면서 지을 살림길을 헤아리기에 즐겁습니다.


  새벽길을 나서며 닿은 부산에서 시내버스 15으로 바로 갈아탑니다. 덜컹덜컹 흔들흔들 같이 덜컹이고 흔들리면서 노래를 한 자락 씁니다. 이윽고 시내버스 16으로 갈아탑니다. 굽이굽이 오르막을 한참 달리더니 사르르 내리막입니다. 이제 내려서 오르막을 걷습니다. 오르막이 끝나니 내리막이요, 이 어귀에 〈마주서가〉가 있습니다. 겨우내 시들되 아직 말짱히 한들거리는 풀포기를 바라보면서 깃듭니다.


  지난해에 이곳으로 첫걸음을 떼었고, 올해에 두걸음입니다. 책집지기님은 잠든 아기를 업고서 일합니다. 폭 곯아떨어진 아기이니 바닥에 고이 내려놓고서 등허리를 펴도 될 테지만, 아기는 이부자리뿐 아니라 엄마아빠 등판을 몹시 바라기도 합니다. 아니, 아기는 엄마아빠 등판과 가슴에 안긴 나날을 누리려고 찾아온다고도 느껴요. 사랑받는 하루가 기뻐서 웃는 아기는 엄마아빠한테 활짝 짓는 웃음꽃으로 어느새 사랑씨를 베풀지요.


  모래내 밑마을이라 여겨서 ‘사하(沙下)’라 하고, 모래내 윗마을이라 여기며 ‘사상(沙上)’이라 한다면, ‘모래밑골·모래웃골’인 셈입니다. 감천동은 ‘감내’를 한자로 옮겼을 뿐인 이름이라면, “높고 거룩하며 깊고 밝은 냇물”하고 얽힌 살림길이라는 뜻입니다. 밤낮없이 ‘가맛마을(산복도로 르네상스)’을 찾는 손님이 엄청난 듯합니다. ‘문화·관광·예술’은 먼발치가 아닌 ‘곁마을’에서 피어나게 마련이거든요. 이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고, 느긋하며 즐거이 마을빛을 가꾸며 일하는 어른으로 설 수 있으면, 온누리 온곳이 가만히 빛날 만합니다.


《매달 아이를 그립니다》(배소현, 오늘의기록, 2025.9.9.)

《책 먹는 여우의 겨울 이야기》(프란치스카 비어만/송순섭 옮김, 주니어김영사, 2020.12.10.첫/2025.9.19.8벌)

#FranziskaBiermann #Herr Fuchs mag Weihnachten! (2020년)

《ひとりでゆっくり 韓國語入門》(チョ·ヒチョル, チョン·ソヒ, CUON, 2020.9.10.)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최은경, 덴스토리, 2017.5.1.)

《돌아올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김명기, 걷는사람, 2022.1.1.)

《말썽꾸러기 로타》(아스트리드 린드그렌/황경원 옮김, 다락방, 2004.8.30.)

《민주당을 떠나며》(털시 개버드/송영길 옮김, 메디치, 2025.9.8.첫/2025.9.22.3벌)

#TulsiGabbard #For Love of Country #Leave the Democrat Party Behind (20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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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타



01:30에 하루를 연다

07:05에 기지개를 켠다

살짝 등을 펼까 싶어 누우니 07:45

옆마을 08:00 시골버스 타야 하는데

깜빡 잠들었구나


얼른 짐을 챙겨서 달리니 07:55∼08:03

시골버스는 08:06에 들어온다


부산 가는 시외버스를 09:10에 탄다

매우 더워서 긴옷을 벗는다

터덜터덜 해를 보며 걷는 오늘은

감천동 〈마주서가〉를 누리고서

보수동 〈파도책방〉과 〈대영서점〉을 들르고서

거제동 〈책과아이들〉로


애쓴 발바닥과 온몸을 토닥이고

힘쓴 이 하루를 살살 타이른다


2026.1.23.쇠.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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