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열한·열둘



1985년 여름 어느 날

마을 귀퉁이에 있는

철조망으로 둘러친 보일러실이 있는데

동무들하고 철조망에 올라서

아슬아슬 걸으며 놀았다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척척 잘 걸었는데

옆에서 부르는 아이를 보다가

그만 미끄러졌다

왼손등부터 왼어깻죽지까지 좍

찢어졌다 피도 잔뜩 났다

꿰맬 수 없다고 했는데

이듬해에 흉터 없이 사라졌다


2025.6.16.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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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스탠드stand



스탠드(stand) : 1. 물건을 세우는 대(臺) 2. 음식점이나 술집 따위에서 카운터를 향하여 의자를 설치한 자리 3.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방구석 따위에 놓아서 그 부분을 밝게 하여 주는 이동식 전등 = 전기스탠드 4. 경기장의 계단식 관람석

stand : [움직씨] 1. 서다, 서 있다 2. 일어서다 3. (어떤 위치에) 세우다 4. (특정한 곳에) 서[위치해] 있다 5. (특정한 조건·상황에) 있다 6. (키·높이가) …이다 7. (수준·양 등이) …이다 [이름씨] 1.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태도[의견] 2. 저항, 반항 3. 가판대, 좌판 4. -대(전시회 등에서 전시·홍보용 물건을 얹어 놓기 위해 만든 시설) 5. (…용) 스탠드[세움대] 6. (경기장의) 스탠드[관중석]

スタンド(stand) : 1. 스탠드 2. 대(臺). 작은 탁자 3. 매장(賣場). 판매대. 경음식점 4. (경기장 등의) 계단식 관람석 5. 전기 스탠드. 갓이 달린 조명기구 6. 일어섬. 일어남



영어 ‘stand’는 움직씨와 이름씨로 따로 쓰임새가 무척 넓습니다. 서른 가지 즈음 된다고 여길 만한데, 우리나라에서 쓰는 ‘스탠드’는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쓰임새라고 느낍니다. 이때에는 ‘디딤턱·다락턱·다랑턱’이나 ‘세우다·세움틀·서다·선자리’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불·불빛·불빛줄기’나 ‘불살·불줄기’로 고쳐쓰고, ‘빛·빛살·빛발·빛줄기’나 ‘책상불’로 고쳐쓰면 되어요. ㅍㄹㄴ



스탠드의 불을 켜자

→ 책상불을 켜자

→ 자리에 불을 켜자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곽재구, 문학동네, 2019) 78쪽


밤낮으로 태양 대신 낮은 스탠드 불빛 아래

→ 밤낮으로 햇빛 아닌 낮은 불빛에서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김상미, 문학동네, 202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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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댄디·댄디즘dandyism



댄디 : x

댄디즘(dandyism) : 겉치레, 허세 따위로 멋을 부리려는 경향. 문학에서는 정신적 귀족주의 경향으로 나타난다

dandy : 1. 멋쟁이 (남자), 멋을 많이 부리는 남자 2. 아주 좋은

dandyism : 치장, 멋부림

ダンディ-(dandy) : 1. 댄디 2. 멋쟁이 사내. 세련된. 멋을 내는

ダンディズム(dandyism) : 댄디이즘, 멋부림, 치레, 멋



우리 낱말책에 ‘댄디즘’이 나오는데 ‘겉치레·겉발림·겉옷’이나 ‘겉멋·겉짓·껍데기·겨’로 고쳐쓰면 되어요. 영어 낱말책과 일본 낱말책을 살피니 ‘멋부림·멋부리기’나 ‘멋내기·멋질’로 고쳐써도 되겠구나 싶습니다. 수수하게 ‘멋·옷’이라고만 해도 될 테고요. ‘반지르르·번드르르·말로·말뿐’이나 ‘눈가림·치레·흉허물’로 고쳐쓰고, ‘옷나래·옷날개·옷맵시·옷차림’이나 ‘옷꽃·옷빛·옷섶’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입성·입다·입으로·입만’이나 ‘차림·차림결·차림멋·차림빛·차림새’로 고쳐써도 되어요. ㅍㄹㄴ



제일 비싼 방에서 머무른 것은 무위도식을 표방한 그다운 댄디즘이지 않았을까

→ 가장 비싼 칸에서 머무르기는 놀고먹기를 내세운 그다운 겉멋이지 않았을까

→ 가장 비싼 칸에서 머무르기는 흥청망청을 내세운 그다운 겉치레이지 않았을까

→ 가장 비싼 칸에서 머무르기는 느긋이 놀기를 앞세운 그다운 멋이지 않았을까

→ 가장 비싼 칸에서 머무르기는 노닥질을 앞세운 그다운 멋내기이지 않았을까

《작업실 탐닉》(세노 갓파/송수진 옮김, 씨네북스, 2010) 33쪽


묘하게도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오면 가장 대신 멋진 댄디가 되어 나를 모른 체했다

→ 얄궂게도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오면 기둥 아닌 멋쟁이가 되어 나를 모른 체했다

→ 재밌게도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오면 들보 아닌 겉멋이 들어 나를 모른 체했다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김상미, 문학동네, 2022)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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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십 十


 십 주년 → 열 돌

 십 주 → 열 이레

 십 미터 → 열 길

 십 번 손님 → 열째 손님


  ‘십(十)’은 “1. 구에 일을 더한 수. 아라비아 숫자로는 ‘10’, 로마 숫자로는 ‘X’으로 쓴다 2. 그 수량이 열임을 나타내는 말 3. 그 순서가 열 번째임을 나타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열’이라 하면 그만입니다. ㅍㄹㄴ



딸을 처음 본 것은 십 년 전이었다

→ 딸을 열 해 앞서 처음 보았다

→ 딸은 열 해 앞서 처음 보았다

《행운아》(존 버거·장 모르/김현우 옮김, 눈빛, 2004) 23쪽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들보다 적어도 십 센티미터는 더 커요

→ 비슷한 나이인 할머니들보다 적어도 열 치는 더 커요

→ 나이가 비슷한 할머니들보다 적어도 열 치는 더 커요

→ 또래 할머니들보다 적어도 열 치는 더 커요

《할머니와 친구가 될 순 없나요?》(프랑크 비주/윤정임 옮김, 책그릇, 2007) 21쪽


벌써 몇 십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려

→ 벌써 여러 열 해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나쁜꿈에 가위에 눌려

→ 벌써 여러 열 해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 무서운 꿈에 가위에 눌려

《우리들의 7일 전쟁》(소다 오사무/고향옥 옮김, 양철북, 2011) 155쪽


앞치마만 거멓게 태워먹은 십 년 수절과부 소나무 엉거주춤 서 있는 모양새라니

→ 앞치마만 거멓게 태워먹은 열 해 홀몸 소나무 엉거저춤 선 매무새라니

→ 앞치마만 거멓게 태워먹은 열 해 홑살림 소나무 엉거저춤한 모습이라니

《빵 굽는 시간》(전태련, 문학의전당, 2015) 75쪽


10구째

→ 열공째

《콩고양이 3》(네코마키/장선정 옮김, 비채, 2016) 118쪽


십 년 동안의 습작 경력은 무용하고

→ 열 해 동안 쓴 글은 덧없고

→ 열 해 동안 쓴 글은 쓸데가 없고

→ 열 해 동안 글을 썼으나 부질없고

→ 열 해 동안 글을 썼어도 쓸모없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강민선, 임시제본소, 2018) 15쪽


10위 이내에 들어가겠어

→ 열째까지 들어가겠어

《여동생은 고양이 1》(센코/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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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우주가 산업이 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 가이드
켈리 제라디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윰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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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6.26.

인문책시렁 423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켈리 제라디

 이지민 옮김

 혜윰터

 2022.8.15.



  무슨무슨 때(시대)라고 하는 말이 나그네처럼 떠돌곤 합니다. 우리 삶터를 돌아본다면, ‘옛조선’이던 때를 지나고 ‘세나라·네나라·닷나라’라 할 때를 지나고 ‘봉건왕조’나 ‘중국 사대주의’라는 때를 지나고 ‘식민지’라는 때를 지나고 ‘한겨레싸움’에 ‘군사독재’라는 때를 지났습니다. 이러다가 ‘세계화’에 ‘누리’라는 때에 이른다고도 합니다.


  이런저런 때를 더듬자면, 으레 나라지기나 벼슬아치 같은 몇몇 사람들 힘으로 이끄는 얼거리입니다. ‘나라’는 있되 ‘나’는 없어요. ‘나라’만 보이고 ‘사람’은 안 보입니다.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푸른별 바깥을 오가는 길하고 얽히는 일 가운데 하나를 맡은 분이 쓴 글입니다. 왜 푸른별 바깥을 오가는 길을 열 만한지 알리는 글이요,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맡는지 들려주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누리때(우주시대)에 이르렀다는 오늘, 푸른별은 얼마나 푸르게 어울리는지 궁금합니다. 푸른별 바깥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푸른별 살림길을 열려는 뜻인지 궁금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돈을 쏟아부어야 오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면 푸른별 바깥을 못 오갈는지 궁금하고, 이 어마어마한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누리배(우주선)를 타고서 푸른별 바깥으로 나갈 적에는 무엇을 보고 살피면서 푸른별로 돌아올까요. 누리배에서 바라보아야 온누리를 넓거나 깊게 살피거나 알 만할까요. 누리마실을 하는 길은 누리배가 아니고 없을까요.


  예나 이제나 별이 흐릅니다. 예나 이제나 숲사람과 들사람과 멧사람과 바닷사람은 별바라기를 하면서 살림을 헤아렸습니다. 들숲메바다를 품은 누구나 별읽기를 누리면서 이 숨빛을 아이한테 물려주었습니다. 이제까지 온사람은 돈이 아닌 마음으로 별빛을 읽어서 부스러기(지식·정보)가 아닌 사랑을 담은 이야기로 아이한테 이어주었습니다.


  사람을 이루는 몸도 누리요, 사람이 익히는 모든 이야기를 담는 마음도 누리이며, 사람이 마주보는 눈길도 누리입니다. 사람을 이끄는 넋도 누리이고, 사람이 짓는 사랑도 누리예요. 오늘날이 ‘누리때’라면, 돈으로 올려세우는 잿더미가 아닌, 마음으로 나누면서 함께하는 누리길을 열 때라는 뜻일 텐데 싶습니다.


ㅍㄹㄴ


이듬해 나치 독일이 전쟁에 패배하자 연합국은 앞다퉈 독일이 개발한 강력한 기술을 차지하려 했다. (28쪽)


미국 전역에는 약 40만 명의 남녀가 아폴로 계획에 참여하고 있었다. 2만 개에 달하는 기업과 대학도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36쪽)


흐릿한 먼지구름은 우리 은하 귀퉁이에 자리한 가스나 먼지 성단이 아니라 관측 결과 팽창하고 있는 우주 건너편에 자리한 자체 은하였다. (53쪽)


스푸투니크호 오직 탐사 목적만을 위해 만들어졌을 거라는 환상에 빠진 사람들을 위래 본래 우주는 우주 개발 경쟁 초창기부터 군사 영역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07쪽)


#NotNecessarilyRocketScience #ABeginnersGuidetoLifeintheSpaceAge

#KellieGerardi


+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켈리 제라디/이지민 옮김, 혜윰터, 2022)


태양으로부터 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았으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 아주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 해한테서 알맞게 멀어서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았으며 얼지 않은 물이 있을 만한 터전이었다

→ 해하고 알맞게 떨어져서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았으며 물이 얼지 않을 만한 곳이었다

17쪽


특정 누군가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이들이 인류의 생존에 이바지하고 있다

→ 어느 누가 아니라 숱한 사람이 이 별을 살린다

→ 몇몇이 아니라 숱한 사람들이 서로 살리며 돕는다

60쪽


평생 자신의 가치와 적성을 입증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자격이 아닐까 하는 내 안의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

→ 이제껏 제 값어치와 빛을 밝힌 몇몇만 누리지 않나 하는 걱정을 잠재워야 한다

→ 이제껏 제 몸값과 밑동을 밝힌 몇몇만 되지 않나 하는 근심을 잠재워야 한다

61쪽


우주 분야의 아웃사이더였던 내가 인사이더가 된 구체적인 순간을

→ 별누리 바깥이던 내가 따로 안쪽이 된 때를

→ 별밭 바깥에 있던 내가 이른바 안사람이 된 때를

100쪽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무척 궁금했다

→ 처음 이야기를 듣던 날 몹시 궁금했다

146쪽


물론 나의 동료 가운데에도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 다만 일벗 가운데에도 이 같은 말을 내치는 이가 있다

→ 그러나 일동무도 이 같은 말을 꺼리곤 한다

167쪽


내가 올린 첫 게시물이 입소문이 났을 때

→ 내가 올린 첫글이 알려졌을 때

→ 내가 처음 올린 글이 퍼졌을 때

206쪽


한 가지 덧붙인다면 모든 것을 건 뒤의 혼돈을 기꺼이 껴안으라고 말하고 싶다

→ 한 가지 덧붙인다면 모두 건 뒤에 어지러워도 기꺼이 껴안으라고 말하고 싶다

21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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