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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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57



마음에 안 드는 사람한테 장난을 칠까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

 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8.31.



‘날이면 날마다 날 골탕먹였겠다. 오늘은 반드시 내가 타카기한테 골탕을 먹여 줘야지.’ (7쪽)


‘웃기려는 상대한테 어떡하면 웃길지 지도를 받고 있다니, 어쩐지 굴욕적이야.’ (47쪽)


“어쩐지 조용한 교실에 단둘이 있으면 말이야,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 안 들어?” (100쪽)


“그럼 별로 안 아픈가 봐.” “응.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그럼 골탕 먹여도 되겠네?” (134쪽)



  마음에 안 드는 사람한테 장난을 치는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우리 장난에 발끈한다면 무슨 일을 치를는지 모르겠지요. 누가 누구한테 장난을 친다면 그이를 마음에 둔다는 뜻이지 싶어요. 같이 놀고 싶으니까 장난을 겁니다. 같이 놀면서 하루를 즐겁게 누리고 싶어서 장난을 합니다. 아무한테나 장난을 부리지 않아요.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에 나오는 두 사람을 가만히 보면,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합니다. 한쪽은 좋아한다는 뜻을 서슴없이 밝히고, 다른 한쪽은 좋아한다고 느끼면서도 이를 못 밝힐 뿐 아니라, 좋아하는지 마는지도 아리송하다고 여깁니다.


  곰곰이 본다면, 한쪽은 일찌감치 철이 들었고, 다른 한쪽은 아직 철이 들려면 한참 멀었다고 할 만합니다. 한쪽은 자그마한 장난질로 찬찬히 가까워지는 길을 걷는다면, 다른 한쪽은 이 장난질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읽어낼 낌새가 없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장난질이 싫거나 미울 수 있는데, 아주 짓궂게 놀리지는 않아요. 한쪽 아이가 거는 장난을 곰곰이 보면 대수롭지 않습니다. 속임짓도 없습니다. 가만히 바라보면 뻔히 알 수 있는 장난이고, 홀가분하게 마주하면 속을 일이란 없이 즐겁게 웃으면서 함께 놀 만한 장난이에요. 2018.3.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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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8.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

이자벨라 버넬 글·그림/김명남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7.7.7.



  전주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서 서학동을 걷는다. 새벽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아침에는 빗줄기로 바뀌면서 밤새 쌓인 눈이 다 녹는다. 이른아침에 눈 사진 찍으러 나오면 좋았으려나 싶으나 비내리는 길도 좋지. 그림책을 사랑하는 마을책집 〈책방 같이:가치〉에 들러서 등짐이 묵직하도록 그림책을 고른다. 그림책공작소에서 펴낸 그림책을 여럿 고른다. 책상맡에서 셈틀을 켜면 누리책집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책이지만, 마을길을 거닐어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장만하는 책은 다르다. 자가용으로 달리는 길하고 자전거로 달리는 길하고 두 다리로 걷는 길은 같을 수 없다. 손수 짓는 밥하고 밥집에서 사다 먹는 밥도 같을 수 없다. 서울살림을 넘어 마을살림이나 고장살림을 헤아린다면, 사람들이 셈틀을 한동안 끄고서 마을가게에 눈길을 둘 수 있어야지 싶다. 마을책집은 누리책집하고 다르게 책을 건사하고 꽂으며 마을이웃하고 나누는 길을 찾으면 좋을 테고. 더 잘 팔리는 책을 두는 마을책집이 아닌, 즐겁게 사랑할 책을 두는 마을책집으로 거듭나야지 싶다. 그림책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이 땅에서 사라질까 걱정스러운’ 쉰 가지 짐승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 사라지고 왜 숨겠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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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열면 창비시선 418
김현 지음 / 창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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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말 328


입술을 열어 어떤 말을 하는가
― 입술을 열면
 김현
 창비, 2018.2.10.


뱃살이 늘어간다
그걸 평화라고 부를 수 있겠지
뱃살의 평화 (빛의 뱃살/30쪽)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이 “아버지, 잘 주무셨어요?” 하고 입술을 엽니다. 저도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래, 즐겁게 꿈을 꾸었니?” 하고 입술을 엽니다.

  말을 하려면 입술을 엽니다. 입술을 열지 않고서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입술을 달싹이지 않고 속으로 꿍얼거리면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제대로 생각을 나누어 말을 섞자면 입술을 제대로 열어야 합니다.


그게 어느새 / 늙어버린 우리 얼굴 // 견딜 수 없는 / 얼굴을 사이에 두고 // 우리는 우리를 본다 / 우리는 다 알겠다는 표정으로 (조선마음 11/51쪽)


  입술은 곱게 열 수 있습니다. 곱게 여는 입술로 곱게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입술은 밉게 열 수 있겠지요. 밉게 여는 입술로 밉게 가시 돋힌 이야기를 퍼부울 수 있어요.

  겉보기로는 입술을 여는 똑같은 모습일 테지만, 우리 마음에 따라서 말씨가 사뭇 다릅니다. 서로 즐거운 입술짓이 될 수 있으나, 서로 지치거나 싫은 입술질이 될 수 있어요.


물은 딱딱한 돌 / 한번에 여러번 죽어간 인간들을 보면 알 수 있지 // 보릿자루를 풀었다 / 묶었다가 // 하루아침에 생명을 다 썼다 (무서운 꿈/122쪽)


  김현 님 시집을 읽습니다. 마치 영화처럼 꾸미고 싶었다는 《입술을 열면》(김현, 창비, 2018)입니다. 시마다 글이름에 어깨무늬를 달고서 끝자락에 덧말을 붙여요. 시는 시대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덧말에는 덧말대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시 한 꼭지마다 두 가지 이야기를 섞는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시 한 꼭지에 달리는 두 가지 이야기를 나란히 읽어도 되고, 하나만 읽어도 됩니다. 둘을 함께 살펴도 좋고, 하나만 살펴도 좋습니다. 시를 쓴 분은 우리가 영화를 보며 저마다 좋아하는 흐름을 살피거나 좇듯, 시를 읽을 적에도 ‘시를 쓴 마음을 읽’되 ‘시를 읽는 우리 스스로 어떤 마음인가를 새롭게 헤아리며 읽’기를 바라는구나 싶습니다.


귀에 대고 말을 하면 / 말은 귀에 담긴다 // 내 입술이 / 네 귀와 가까워지려는 말 (귓속말/166쪽)


  새로운 틀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시가 흐르는 《입술을 열면》을 읽으면서 때때로 놀라기도 합니다. 시인은 살섞기하고 얽힌 낱말을 갑자기 거침없이 풀어놓기도 하거든요. 그러고 보면, 김현 시인은 이 시집하고 《질문 있습니다》라는 산문책을 나란히 내놓았습니다. 김현 시인이 쓴 산문책은 ‘문단 성폭력’을 비롯한, 우리 사회 한켠에 꽁꽁 감춰진 이야기를 낱낱이 풀어내는 책이라지요. 시인이라는 자리에 앞서 평등하고 인권을 살피고픈 활동가로 지켜보고 맞닥뜨린 아픔이랑 생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책이라 하고요.

  산문책에서는 이 땅 한켠에서 아프거나 괴로운 이웃이 얼마나 아프거나 괴로운가를 줄줄이 풀어내는 글로 들려준다면, 시집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여러 눈으로 바라보자는 뜻을 어깨무늬+덧말로 그린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는 일요일 아침을 세계화하는 데
쓴다

그림일기는
꼬맹이들의 몫

아이의 왼쪽 팔 옆에는 딸기스무디가
엄마와 형이 있고

아이는 영양가 있는 세계라는 말을
배워서 곧이곧대로 사용한다

어른들은 영양가라는 말에 사족을 못 쓴다 (일요일 아침 태현이는/135쪽)


  김현 시인이 들려주는 시는 꽤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 어려움이란 글재주를 부려서 어렵다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일요일 아침 태현이’가 겪는 하루처럼 입시·대학·점수·돈·취업 같은 데에 얽매여 아이들을 다그치는 몸짓에서 비롯했다고 할 만하지 싶어요.

  아이들은 어른이 쓰는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씁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보는 새소식을 같이 지켜보며 방송이나 신문에 흐르는 말을 하나하나 받아들여서 씁니다. 아이들은 시사상식을 살펴서 받아들이고, 사회비평을 하며 논술을 하는 훈련을 학교나 학원에서 해요. 아이들 입에서 ‘세계화·영양가 있는 세계’ 같은 말마디가 아무렇지 않게 흐른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입술을 어떻게 열어야 즐거울까요? 우리는 입술을 언제 어떻게 열어야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입술을 언제 어떻게 왜 열면서 어떤 말로 이야기를 지펴야 서로 어깨동무를 할 수 있을까요? 입술을 열기 앞서 마음을 열고, 마음을 열면서 생각을 열며, 입술·마음·생각을 열며 사랑도 함께 열 줄 아는 어른으로 살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2018.3.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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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8-03-09 13:18   좋아요 0 | URL
그제 서점에 갔다가 기존 창비시선과 다른 표지에 눈길이 갔습니다. 바로 <입술을 열면>이었는데요. 시집 소개 잘 읽었습니다. 조만만 주문 넣을 것 같습니다

숲노래 2018-03-09 16:26   좋아요 0 | URL
처음 읽을 적에는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못 알아들었어요.
다시 읽고
거듭 읽으면서
비로소 이야기를 짚어 보았습니다.
찬찬히 헤아리면서 즐겁게 만나시겠지요?
이대로도 좋은 시집일 테지만
조금 더 쉽게 말결을 살려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 보았어요.
 
마음꽃 열두 달
한태희 지음 / 한림출판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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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책방 같이:가치〉에 들러 이 책을 만나며 놀랐다. 그림도 엮음새도 이뻐서. 책을 사서 집으로 오니 또 놀란다. 우리 집 아이들이 시큰둥해하네! 시골꽃순이랑 시골꽃돌이는 늘 시골들꽃을 보며 함께 노니 그림책 꽃쯤은 안 대수로운가? 얘들아 눈부신 꽃잔치 그림책 맞지 않니?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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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7.


《누워서 부르는 사랑노래》

김해화 글, 실천문학사, 2000.8.1.



  완주군 삼례면에서 사는 이웃님이 마실을 오셨다. 책숲집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팔영산에 함께 오른다. 언제나처럼 고무신차림으로 간다. 북한산 인왕산 한라산도 맨발 고무신으로 올랐던 터라 팔영산도 고무신으로 신나게 오른다. 재미있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다 같이 멧골타기를 누리겠구나 싶다. 엊저녁에 한달음에 시집 《누워서 부르는 사랑노래》를 읽었고, 어느새 판이 끊어지고 만 이 시집을 쓴 김해화 님을 돌아본다. 요즈막에 말밥에 오르는 En시인을 떠올리면 참 멋진 김해화 시인이 아닌가 싶다. 교과서에서 En시인 글을 덜어내기로 했다면 김해화 시인이 쓴 글을 실으면 무척 좋겠다고 생각한다. 땀방울마다 꽃같은 사랑을 실어서 삶을 노래한 글이 아프면서 아름답다. 사랑노래란 말 그대로 사랑으로 부르는 노래이다. 다른 성별을 갖고 놀거나 주무르거나 깎아내리는 몸짓이란 바보나 얼간이요, 이를 문학이나 예술이라 할 수 없다. 참사랑으로 슬기롭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을 때라야 비로소 문학이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삼례 이웃님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자동차를 얻어타고서 전주마실까지 한다. 저녁에는 전주 마을책방 〈조지 오웰의 혜안〉에 들른다. 이곳이 서학동에 있었네. 서학동이란 대단하네. 밤에는 눈이 온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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