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21.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

하종강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8.3.30.



  서울 성대 앞 인문책집 풀무질에서 책을 새로 써내시고, 이 책을 우리 책숲집 지음이 이웃님한테 한 권씩 부치기로 했다. 봉투에 주소를 적으니 예순한 분이다. 출판사에서 내 사진을 쓰면서 주기로 한 책은 마흔세 권. 열여덟 권을 더 사야 하고 우표값이 들 테니, 이래저래 어림하면 25만 원쯤 나갈 듯하다. 기쁘게 책값이랑 우표값을 쓰기로 한다. 인문책집이라는 이름을 서울에서 지키기란 매우 빠듯한 노릇이라 하는데, 풀무질은 바로 이 가시밭길을 씩씩하게 걷는다. 일이란 무엇인가? 삶과 사람이란 무엇인가? 삶터와 마을과 나라란 무엇인가? 우리는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일을 하는 하루일까? 마침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라는 책이 나와서 반가이 읽는다. 하종강 님이 세 해 만에 쓰신 책이라고 한다. 하종강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속이 깊으면서 품이 넓다. 이만 한 분이 꾸준히 글길을 갈고닦을 뿐 아니라 우리 삶터 한 자락을 밝히니 반갑다. 더구나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는 마흔한 꼭지로 간추려 ‘일(노동)은 무엇이고, 우리는 일을 어떻게 바라볼 만한가’를 쉽고 부드러이 다루니 좋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슬기로운 이야기를 듣고, 슬기로이 생각을 키우기를 빈다. 이 작은 책은 훌륭한 밑책이 되어 주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3.20.


《하늘을 나는 사자》

사노 요코 글·그림/황진희 옮김, 천개의바람, 2018.2.28.



  얼마만인가. 순천 기차역 건너편에 있는 마을책집 〈책방 심다〉에 작은아이하고 찾아갔다. 오늘도 책집에는 불은 켜졌되 책집지기는 안 보인다. 지난 두 달 동안 오늘로 네 걸음째 헛걸음이 되려나 싶었는데, 작은아이하고 밥집을 찾으며 골목을 걷다가 〈심다〉 지기님하고 길에서 마주쳤다. 옳거니. 오늘은 책집에서 다리쉼을 할 수 있네. 느긋하게 밥을 먹고, 빵집에서 얼음과자를 산다. 찬찬히 걸어서 책집에 닿는다. 작은아이는 책집지기하고 그림놀이를 한다. 큰아이하고는 몇 걸음 다니지 못했으나 작은아이하고는 여러 걸음 드나든 〈심다〉이다. 작은아이는 〈심다〉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좋아하는구나 싶다. 책집을 나설 즈음 책 세 권을 고른다. 이 가운데 《하늘을 나는 사자》는 ‘천개의바람’에서 열세 해 만에 다시 펴내 주었다. 고맙다. 큰 출판사에서 판이 끊어진 그림책을 작은 출판사에서 새롭게 엮어 주는구나. 옮김말은 살짝 아쉬워 아이들하고는 글월을 고쳐서 읽는다. 하늘을 나는 사자는 오랫동안 제 삶을 놓친 채 휘둘렸지만, 오래도록 잠들어 꿈꾸는 동안 비로소 제 삶길을 찾았다. 하늘까지 날 줄 아는 멋진 사자는 왜 한동안 고양이들한테 휘둘렸을까? 우리는 모두 하느님으로 태어난다는데 왜 어른이 되면 눈빛이 흐릴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7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763



마음으로 사귀는 길을 배우다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7

 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2.28.



“그, 그런데 신사는 왜?” “니시카타가 사다 준 선물. 같이 먹고 갈까 해서.” … “흐음, 뭐 괜찮을지도.” “그치? 아, 기쁘다. 니시카타가 여행 가 있는 동안에도 내 생각을 해 줘서.” “뭣?” “그런 거 아냐? 선물도 사다 줬잖아.” “아니! 그건, 그게 아니라!” “게다가 도서관까지 날 보러 와 줬고.” “그러니까 그것도 그게 아니라고!” “아, 기쁘다. 또 얼굴이 빨갛네?” (50∼53쪽)


“혹시 함정?” “응?” “안에 겨자가 들었다든가.” “그런 거 안 들었어. 배고플 것 같아서 주는 거야.” “고, 고마워.” (87쪽)


“혹시 교과서 깜빡했어? 다음 시간 국어 교과서.” “응.” “그럼 책상 붙여서 내 거 같이 볼래?” (123쪽)


“타카기는?” “난 예정 비워 뒀어.” “비워 둬?” “누가 같이 가자고 꼬시면 같이 가야지, 하고 생각 중이야. 맨날 나한테 골탕 먹는 바로 그 누가 말이야.” (144∼145쪽)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7》(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읽으면 타카기하고 니시카타 사이에 갓 중학교에 들어올 무렵 겪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니시카타란 아이는 학교 언저리에서 손수건을 하나 주웠고, 이 손수건 임자를 찾아 주려고 하다가 교실에 늦게 들어옵니다. 떨어진 손수건 임자는 바로 니시카타 옆자리에 앉은 타카기입니다. 타카기는 제 옆에 앉은 아이가 퍽 착한 마음이로구나 하고 알아챕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장난을 걸어 보면서 옆짝을 살펴보고, 나중에는 옆짝이 매우 쉽게 골탕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시나브로 끌립니다.


  니시카타란 아이는 으레 옆짝한테 골탕을 먹습니다만, 여태 골탕을 먹기는 하더라도 그리 싫지 않은 일이었고, 이 골탕질이란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가를 살피려 하던 마음 떠보기였나 하고 어렴풋이 느낍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싹틀 적에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바람을 마시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손을 잡는다든지 어깨동무를 꼭 해야 하지 않습니다. 함께 한 곳에 있다는 기운만으로도 즐거워요.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하기도 하고, 사회에서는 성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구나 싶은 이들이 막스러운 추근질을 저지르기도 하는데요, 학교하고 사회를 좀 찬찬히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참말 성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막스러운 추근질을 저지를까요? 성교육에 앞서 서로 마음으로 아끼는 삶을 누리지 못한 탓에 마음이 일그러지지는 않았을까요?


  남녀·여여·남남이 저마다 마음으로 아끼는 길을 어릴 적부터 느끼고 누리며 배운다면, 서로 마음으로 사귀면서 즐거이 어우러지는 삶을 바라본다면, 좋아하는 마음이 자라서 사랑으로 피어나는 살림을 가꾸었다면, 아름다운 평등하고 평화가 널리 퍼질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사랑 배우기’를 해야지 싶습니다. 몸하고 얽힌 성교육에만 기울어진 틀을 넘어, 마음하고 얽힌 사랑을 가르치고 배우는 틀을 세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참사랑을 배우고 나눌 수 있다면, 사람들 사이는 한결 따스할 테며, 서로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짓도 사라질 만합니다. 참사랑을 가르치고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마을이며 집이며 나라이며 즐거운 평등살림으로 북돋울 만합니다.


  부드러운 장난짓으로 두 아이가 차츰 마음이 자라면서 고운 길을 걷는 하루를 그리는 만화책을 읽습니다. 줄거리로 본다면 장난짓이라 여길 수 있으면서도, 마음으로 다가서는 손짓이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상냥한 손짓이 포근한 손길이 됩니다. 착한 손짓이 사랑스러운 손길로 피어납니다. 2018.3.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3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762



서로 알아가는 하루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3

 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12.31.



‘난, 타카기의 약점을 모르잖아.’ (27쪽)


“치사한 질문들만 했으니까 나도 니시카타의 질문에 대답해 줄게. 어차피 내 약점 같은 걸 테지? 내 약점은 있지, 니시카타를 보면 골탕 먹이고 싶어진다는 거야.” (35쪽)


“또 내 생각 하고 있었어?” “이, 이상한 소리 마. 게다가 안 했어. 타카기 생각 같은 건.” “그럼 또 야한 생각?” “아, 아니라니까.” “아하하. 난 니시카타 생각만 하는데.”“엥?” “아하하, 빨개졌네.” “안 빨개졌어!” (84∼85쪽)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3》(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을 읽으면 가시내랑 사내하고 어느 대목이 다른가를 넌지시 보여줍니다. 가시내는 사내 마음속까지 꿰뚫듯 들여다보지만, 사내는 가시내 마음속은커녕 낯빛조차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사내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가시내는 언제나 장난을 가볍게 걸며 골탕을 먹일 줄 알고, 가시내 마음속을 조금도 못 들여다보는 사내는 으레 허탕입니다. 더더구나 사내 아이는 제 짝꿍인 가시내한테 어디가 빈틈인지를 몰라요.


  짝꿍한테 어디가 빈틈인지 훤히 아는 가시내는 어떤 장난을 걸든 몽땅 뜻대로 이룹니다. 빈틈을 노려 장난을 걸어 골탕을 먹이는 일, 늘 골탕을 먹는 사내 아이 쪽에서 보자면 부아가 나거나 싫을 수 있습니다만, 이는 달리 바라볼 수 있어요. 빈틈을 자꾸 건드려 주기 때문에 어느새 이 빈틈이 사라질 수 있어요. 빈틈이 왜 빈틈인가를 꾸준히 알려주기 때문에 시나브로 이 빈틈을 메우는 길을 사내 아이 스스로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남녀 사이에서뿐 아니라, 남남이나 여여 사이에서도 서로 동무라면, 빈틈을 감싸 주기도 하지만, 이 빈틈을 동무가 스스로 떨치거나 다스릴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장난을 걸어도 짓궂지 않습니다. 힘들면 억지를 쓰지 말라고 얘기하면서, 동무가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데까지 하도록 즐겁게 지켜보며 기다려요.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사회에서도 남녀가 고루 섞여서 어울릴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서로 따사로이 지켜보면서 도울 줄 아는 마음을 익히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우리는 모두 낱낱이 다른 사람이면서, 성별로도 다른 사람입니다. 몸도 마음도 삶도 모두 다릅니다. 이 다른 사람들이 자리나 힘으로 사납게 몰아붙이거나 괴롭히는 길이 아닌, 이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자리나 힘에 맞추어 서로 보살피거나 헤아리는 길을 알려주고 배우며 함께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2018.3.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 - 기획: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203


나라는 넉넉하지만 사람들은 가난하다면?
―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
 오건호·남재욱·김종명·최창우·홍순탁 글
 철수와영희, 2018.2.28.


복지국가는 기본 생활 보장과 사회 연대라는 두 개의 기둥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복지국가는 학생들 밥, 아이 돌봄, 노인과 실업자의 기초 생활뿐만 아니라 전체 구성원의 기본적 삶을 보장해 주는 나라입니다. (16쪽)


  한국은 가난한 나라일까요, 아니면 가난하지 않은 나라일까요? 한국은 넉넉한 나라일까요, 아니면 넉넉하지 않은 나라일까요?

  어느 자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테고, 누가 보느냐에 따라 또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한국이라는 나라는 ‘가난한 나라’라 하기 어렵습니다. 아주 넉넉한 나라는 아니라고 할는지 몰라도, 더욱이 가난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나오기도 하지만, 한국은 틀림없이 ‘안 가난한 나라’, 다시 말하자면 ‘넉넉한 나라’로 꼽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올림픽을 치르는데 가난한 나라일 수 없겠지요. 고속도로가 그렇게 많은데 가난한 나라일 수 없을 테지요. 자동차가 그렇게 많이 오가는데 가난한 나라일 수 없을 텐데요, 그러나 한 가지를 짚어야겠지요. 틀림없이 ‘나라는 넉넉한’데, 고단하거나 힘들거나 슬프거나 괴로운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지금보다 30퍼센트 정도 건강 보험료를 더 내면서 1년에 환자 한 사람이 내는 본인 부담금을 100만 원으로 제한하자는 거예요. 의학적 비급여 진료비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지금 가구당 국민 건강 보험료가 약 10만 원인데, 여기에 평균 3만 원을 더 내고 기업과 정부 부담을 합치면 가능합니다. 이러면 병원비 때문에 가계가 파탄 나는 일은 사라질 것입니다. 또 가구당 월 30만 원에 이르는 민간 의료 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습니다. (31쪽)

스웨덴에서 보편주의의 유연한 적용이 농민이나 중산층과의 연합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더 빈곤한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들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차별’이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일찌감치 나타납니다. (68쪽)


  인문책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오건호와 네 사람, 철수와영희, 2018)는 어딘가 아리송한 대목을 찬찬히 짚으려 합니다. 여러모로 한국은 넉넉한 나라에 들 수밖에 없는데,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무척 많은 사람들은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틀림없이 돈은 늘어나지만, 이 돈이 한쪽으로 쏠려요. 틀림없이 새 아파트를 엄청나게 짓습니다만, 집이 없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요즈음 무주택자 비율은 44퍼센트라고 합니다. 그래도(?) 절반 넘게 집이 있지 않느냐고 말할는지 모르지만, 집이 없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국회나 정부에서 집 없는 이 목소리를 담아낼 일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합니다. 국회에도 공공기관에도 ‘집 있는 사람이 부동산으로 돈을 굴리도록 하는 정책’에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거의 모두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곰곰이 보면 오늘날 시골은 땅덩이는 넓으나 시골살림 목소리를 들어주거나 들려줄 일꾼이 매우 적습니다. 오늘날 도시는 땅덩이는 좁아도 사람이 매우 많기에, 인구에 맞추어 도시살림 목소리를 들어주거나 들려줄 일꾼이 무척 많아요. 이런 모습하고 맞물려 주거권, 기본권, 평등권, 여기에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를 담아내거나 펼칠 수 있는 자리가 좁다고 할 만합니다. 재산권을 펴는 자리는 아주 넓은데다가, 재산권을 지키는 목소리는 무척 크지 싶어요.


어떤 사람들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재산권’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재산권은 우리의 여러 권리 중 하나일 뿐입니다. 재산권을 내세워 인간의 기본적인 주거권을 침해하는 건 인간 존엄성과 평등권을 명시하는 우리 헌법에도 위배되는 일입니다. (137쪽)

최저 임금이 법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이에 미달하는 근로자가 많은 원인은 한국에 영세 사업장이 너무 많은 것도 있지만, 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12쪽)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라는 책을 이끄는 다섯 사람은 보편 복지, 의료 복지, 주거 복지, 연금 복지, 노동 복지, 이렇게 다섯 가지 복지란 무엇이고 우리 터전에서는 어떤 모습인가를 짚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이야기합니다. 마무리로는 세금을 나라에서 어떻게 걷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얼마를 누가 누구한테서 걷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해요.

  넉넉한 나라로 접어든 한국은 복지라는 길에 조금은 발을 들이기는 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해요. 인권으로도, 의료나 주거권으로도, 머잖아 바닥이 날 수밖에 없다는 연금에서도, 또 비정규직하고 하청이 나날이 늘어나는 얼거리에서도 모두 아장걸음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세금을 안 내면서 뒷돈을 쌓는 사람이 매우 많고, 이 돈도 엄청나다고 합니다.


전국의 다주택자가 187만 명인데, 그중에서 주택 임대 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4만 8000명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비율로는 2.6%밖에 안 되는 거죠. (253쪽)


  한 사람은 배가 부르지만 곁에 있는 다른 한 사람은 배가 고프다면, 오늘 배가 부른 한 사람도 머잖아 배를 곯을 수 있습니다. 학력이나 신분이나 지위에 따라 벌어지는 일삯이나 연금이나 복지가 아닌, 일하는 사람이 저마다 제몫을 누리면서 아늑한 살림터를 누릴 때에 다 같이 넉넉하면서 즐거운 나라가 될 만하지 싶습니다.


복지국가로 가는 재원을 만드는 방법은 정공법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비정상적으로 낮춰 놓았던 법인세나 보유세를 원상회복하고 진작 과세를 했어야 함에도 미뤄두었던 주식 양도 차익이나 주택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평 과세의 원칙이 확립될 것입니다. 공평 과세로 세금에 대한 신뢰와 증세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 사회 복지세 같은 새로운 복지 세금을 통해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264쪽)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 누려야겠지요. 보금자리를 가꾸며 느긋하게 아이를 낳아 돌볼 권리도 누구나 누려야겠지요. 햇볕을 쬐고 텃밭을 일구며 맑은 바람이며 물을 마실 권리도 누구나 누려야 할 테고요.

  그런데 이러한 길로 가자면, 여느 자리에 있는 우리도 어제보다는 세금을 조금 더 낼 수 있어야 한다지요. 그동안 세금을 떼먹은 사람한테서 제대로 세금을 걷을 수 있어야 할 테고요. 여기에 세금을 걷고 다스리는 나라일꾼은 슬기로우면서 곧발라야 합니다. 벼슬아치로 머무는 일자리가 아닌, 서로이웃이라는 마을살림을 헤아릴 노릇입니다.

  넉넉한 나라이지만 사람들은 가난해서 고달픈 살림이 아닌, 넉넉한 나라이면서 사람들도 넉넉한 살림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하는 우리 손으로 지은 돈을 걷어서 꾸리는 나라살림이 평화롭고 평등하며 아름다운 길로 갈 수 있기를 빕니다.  이제는 함께 걷는 길이 되어야겠어요. 이제부터는 함께 웃는 살림이 되어야겠습니다.  2018.3.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인문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