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25.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글·다케다 미호 그림·사이토 다카시 엮음/정주혜 옮김, 담푸스, 2018.2.19.



  집에서 푹 쉬면서 그림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편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그림책 지음이인 다케다 미호(타케다 미호) 님이 그렸다. 한국에 이분 그림책이 몇 권 안 나오기에 섭섭하지만, 이렇게 새로 나오는 책이 있으니 반갑다. 구미 삼일문고 그림책 칸에 이 책이 보기 좋게 놓였기에 덥석 집는다. 이 그림책을 옮긴 곳도, 다루는 책집도, 여기에 장만하는 내 손까지 모두 사랑스럽다고 여긴다. 나쓰메 소세키 님 소설에서 ‘고양이’가 이야기를 읊으며 이끄는 대목을 알맞게 추려서 엮은 그림책은 마치 이 그림책을 빚으려고 쓴 글이라기도 하다는 듯이 새롭다. 다만 옮김말에서 “이 몸의 주인(7쪽)”하고 “주인이 대단한(9쪽)”에 나오는 일본 한자말 ‘주인’은 바로잡아야지 싶다. 7쪽은 “이 몸을 돌보는 이”로, 9쪽은 “아저씨가 대단한”으로. 일본말 ‘主人’하고 한국말 ‘주인’은 다르다. 소릿값으로만 적는 일은 번역이 아니다. 그림하고 줄거리로만 보면, 따스하면서 익살스러운 그림결이 나긋나긋하다. 봄볕에 가만히 낮잠에 들고는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고서 저녁일을 마무리하는 느긋한 하루를 그려 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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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뚝딱뚝딱 우리책 7
팽샛별 지음 / 그림책공작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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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800


아직 말하기 어려운 아이들
― 어떡하지?
 팽샛별
 그림책공작소, 2017.12.26.


  어느 어른을 처음 보더라도 조잘조잘 할 말을 아주 잘하는 어린이가 있습니다. 이런 아이를 만나기란 매우 드물지만,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낯익은 어른한테도 좀처럼 말을 잘 못하는 어린이가 있습니다. 때로는 제 어버이한테조차 사근사근 말을 못 붙이는 어린이가 있을 테지요.

  눈치를 보느라 말을 못 붙일 수 있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 줄 몰라서 말을 못 꺼낼 수 있습니다. 언제 말해야 하는가를 모를 수 있고, 따로 말을 하지 않고 혼자 풀고 싶을 수 있습니다.


아줌마가 청소를 하고 있다. “저…….” “응? 왜 그러니?” “아니에요.” 아직 참을 수 있을 거 같다. (2쪽)


  그림책 《어떡하지?》(팽샛별, 그림책공작소, 2017)는 그린이가 여덟 살 적에 겪은 일을 바탕으로 어린이 마음이란 무엇일까를 가만히 드러냅니다.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어린이를 앞둔 어른은 어떤 매무새가 되어 이 마음을 읽어 주면 좋을까 하는 뜻도 넌지시 드러냅니다.

  아이들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서 말을 잘 하도록 다그쳐야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지도 않아요. 때로는 어른으로서 말없이 가만히 자리를 비켜 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서 아주 찬찬히 ‘내 마음을 똑똑히 밝혀서 내가 하고픈 일을 하는 길’을 가도록 이끌어 주어야지 싶어요.


휴, 살았다. 겨우 빠져 나왔네. 하마터면…… 아, 놀이터 화장실! (16쪽)

아…… 어떡해! 나 정말 급하단 말이야. (18쪽)


  《어떡하지?》에 나오는 아이는 학교에서 뒷간에 들르지 못합니다. 뒷간을 청소하는 어른을 마주하면서 말을 못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건널목은 너무 길고 더딘 듯합니다. 길에서 수다쟁이 동무를 만나 붙들립니다. 공원 뒷간을 떠올리지만 잠겼습니다.

  참말로 공원 뒷간이 잠기는 일이 잦더군요. 저도 아이들을 이끌고 시골 읍내 공원이든 도시에 있는 공원이든, 공원 뒷간에 가려다가 잠긴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돌아서야 한 적이 잦습니다. 숫자를 세며 쉬를 참던 아이는 집 앞까지 이르지만 아슬아슬합니다.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합니다. 비는 왜 와서 오늘 하루가 이다지도 기냐고 하늘에 대고 따집니다.


아, 맞다…… 비가 오지. 하느님, 부처님 밉다고 한 거 취소! (30쪽)


  아직 말하기 어려운 아이들이라면 “아직 다 말하지 않아도 돼.”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앞으로 즐겁게 말하는 길을 찾아보자.” 하고 이야기를 붙일 수 있어요. 아이들이 힘들게 여기는 대목을 어른으로서 먼저 더 깊고 넓게 살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든 저런 일이 있든, 모두 걱정할 일이 없다고 다독여 주면 좋겠어요. 비에 젖은 옷을 빨래하든 다른 까닭으로 젖은 옷을 빨래하든 똑같아요.

  넘어진 아이도, 넘어지지 않은 아이도 사랑스럽습니다. 쭈뼛거리는 아이도, 야무진 아이도 사랑스럽습니다. “어떡하지?” 하는 낯빛인 아이들 마음을 읽는 어른이 늘면 좋겠어요. 2018.3.2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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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4.


《꽃에게 묻는다》

사소 아키라 글·그림/이은주 옮김, 학산문화사, 2018.2.28.



  꽃을 눈으로 볼 수 없어도 꽃을 마주하며 묻는다. 꽃을 손으로 만질 수 없어도 꽃을 그리며 묻는다. 꽃내음을 맡을 수 없어도 꽃을 마음으로 부르며 묻는다. 무엇을? 너는 왜 꽃이니? 너는 어쩌면 이리도 곱니? 너는 이 땅에 무엇을 하려고 왔니? 만화책 《꽃에게 묻는다》는 ‘볼 수 있는 사람’하고 ‘볼 수 없는 사람’이 나온다. 하루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하루를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사랑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사랑을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아기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기를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무엇을 보거나 못 보는 사람이 있을까? 또한 우리는 무엇을 보거나 못 보는 사람일까? 베트남 이웃을 사귀는 스님이 계신 절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구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진주를 거치고 순천을 거쳐 고흥으로 돌아온다. 이동안 《꽃에게 묻는다》를 고이 품으면서 내가 나한테 물어본다. 나는 꽃한테 어떤 이야기를 물어볼 수 있을까. 나는 꽃한테서 어떤 모습을 알아보고서 어떻게 손길을 뻗을 수 있을까. 꽃은 나를 보며 마음으로 무엇을 물을까. 꽃이 나한테 “너는 어떤 숨결이니?” 하고 물으면 무어라 얘기해야 할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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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알던 거인 분도그림우화 6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미림 옮김 / 분도출판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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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던 사랑

[내 사랑 1000권] 31. 오스카 와일드 《저만 알던 거인》



  흔히들 “저만 아는 사람”이라든지 “저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곰곰이 보면 “저도 모르는 사람”이나 “저조차 모르는 사람”일 수 있구나 싶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저이가 “저만 아는”구나 싶지만, 참말로 저만 안다면, 아니 ‘나’라고 하는 숨결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안다면, 바보짓을 할 수 없으리라 느껴요. 우리가 바보짓을 하는 까닭은 “저만 알기” 때문이 아니라 “저만 아는 척하지만 정작 저 스스로조차 모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부드러이 이야기가 흐르는 《저만 알던 거인》은 거인이라는 이가 누구보다 저 스스로를 몰랐고, 저를 둘러싼 이웃을 몰랐으며, 제가 사는 집을 몰랐고, 이녁 집을 둘러싼 마을이며 숲을 하나도 몰랐던 대목을 넌지시 짚습니다.


  얼핏 보기에 거인은 참말 “저만 아는” 삶이었으나, 이보다는 “저 스스로도 모르는”, 아니 “저 스스로뿐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삶이었어요.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가는지, 무엇을 하며 사는지, 사는 보람은 어떻게 찾는지 하나도 모르지요.


  하나도 모르기에 우거진 숲이 있어도 왜 우거진 숲인지 모릅니다. 숲조차 무엇인지 모릅니다. 나무도 씨앗도 모를 뿐더러, 어떻게 돌보거나 보듬을 적에 아름다운가를 몰라요. 온통 모르는 것투성이예요.


  그러나 거인은 모르는 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바로 나부터 제대로 바라보면서 알려고 합니다. 나를 찬찬히 바라보려고 하던 때에 이웃(아이들)을 알아차립니다. 이웃을 알아차리면서 나무이며 꽃이며 풀이며 숲을 알아차립니다. 이윽고 삶을 알아차리고, 사는 뜻이나 보람을 알아차려요. 하나하나 알아차리면서 기쁘고, 살며 늘 기쁘니 언제나 웃음을 지을 수 있습니다. 모르는 줄 알면서, 배우려 하기에 기쁩니다. 모르는구나 하고 깨달으며 천천히 익히니 기쁩니다.


  우리는 알려고 태어났지 싶습니다. 우리는 배우려고 태어났지 싶습니다. 삶을 배우고 사랑을 배워서 사람으로 고이 서려고 태어났지 싶습니다. 2018.3.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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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 1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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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곁에 둘 한 가지

[내 사랑 1000권] 27.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군청이나 시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차역이며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모두를 알맞게 쓰거나 나누려는 뜻이라면 무엇이든 있을 만하지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 어떻게 두어야 좋을까를 깊이 살펴야지 싶어요. 밀어붙여서 때려짓는 길이 아닌, 두고두고 살펴서 앞으로 오백 해이건 천 해이건 ‘무슨무슨 마을’이 될 수 있는 길로 가야지 싶습니다.


  멧골을 끼며 멧마을입니다. 냇물을 끼며 냇마을입니다. 깊이 우거진 숲에 있어 숲마을이고, 바닷가에 바닷마을입니다. 공항마을이든 발전소마을이든 군청마을이나 시청마을도 생길 만합니다. 다만, 어떤 시설이나 공장 때문에 사람들이 밀려나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어우러질 수 있도록, 누릴 수 있도록, 새롭게 지을 수 있도록 기틀을 닦을 노릇입니다.


  모든 것은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날아갑니다. 묵직한 것은 땅에 깃들어 땅을 물들입니다. 어느 것은 땅에 깃들며 새로운 흙이 될 테고, 어느 것은 땅심을 빼앗거나 더럽힙니다. 어느 것은 온 하늘에 싱그러운 꽃내음으로 퍼질 테고, 어느 것은 매캐한 바람이 되어 우리 목을 죕니다.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는 일본 나리타 공항이 들어설 적에 시골마을을 어떻게 괴롭히고 망가뜨리려 했는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이때에 시골마을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공무원하고 교사하고 대학생은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꾸밈없이 보여줍니다.


  한 마을에 온갖 사람이 살았어요. 착한 사람, 상냥한 사람, 따뜻한 사람, 고운 사람이 있고, 궂은 사람, 차가운 사람, 메마른 사람, 눈먼 사람이 있어요. 우리 스스로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마을빛이 바뀝니다. 우리 보금자리에 무엇을 두고, 보금자리 곁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얼마나 헤아리느냐에 따라 마을살림이 바뀝니다. 2018.3.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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