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11.


《제비의 한 해》

토마스 뮐러 글·그림/한윤진 옮김, 한솔수북, 2017.3.25.



  해마다 삼월이면 떠오르는 한 가지는 바로 제비. 올해에도 우리 집 처마 밑에 제비가 찾아와서 둥지를 손질하겠거니 기다린다. 우리 집뿐 아니라 마을 곳곳에 둥지를 틀거나 손질하며 즐거운 봄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제비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기다리는 새라고 한다. 그림책 《제비의 한 해》를 보면 아프리카를 가로질러서 북유럽으로 찾아가는 제비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에서는 태평양을 가로질러서 중국 남쪽하고 한국을 오가는 제비라면, 북유럽에서는 드넓은 땅이며 사막을 가로지르는 제비로구나. 제비는 먼먼 마실을 즐길까? 한곳에서 내처 눌러앉기에는 따분할까? 어쩌면 이렇게 오랜 마실길을 날아다니면서 날개를 튼튼하게 가다듬을는지 모른다. 멀디먼 길을 힘차게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더욱 매끄럽고 야무진 몸이 될는지 모른다. 사람도 마실을 다니고 몸을 갈고닦듯이 제비는 제비 나름대로 제 삶을 짓는 길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아 기꺼이 그 기나긴 하늘길을 가로지른다고 할 만하리라. 중국이나 일본에서 제비 한살이를 그린다면, 또 아프리카나 미국에서 제비 한살이를 그린다면, 서로 얼마나 다르면서 재미있을까 궁금하다. 새봄에 새로운 이야기씨앗을 물어다 나라는 작은 새 제비.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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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4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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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53



똑같이 물들다

― 명탐정 코난 4

 아오야마 고쇼/이희정 옮김

 서울문화사, 1997.3.15.



“모르겠습니까? 저 그림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를……. 악마는 정의의 기사의 손에 매장되지만 그 사악한 피를 뒤집어쓴 기사는, 머지않아 악에 물들어 간다는 뜻을 지니고 있지요. 이유야 어쨌든 나는 살인자. 나도 악마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 증거로 순수하고 작은 정의의 눈을 속이지 못했습니다.” (50∼51쪽)



  《명탐정 코난 4》(아오야마 고쇼/이희정 옮김, 서울문화사, 1997)을 읽습니다. 넷째 권도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온갖 일이 흐릅니다. 이러다가 오랜 미술관을 둘러싼 이야기에서 살그마니 숨을 돌려 할아버지 한 분이 삶이란 무엇인가를 밝힙니다. 악마를 물리친, 아니 악마를 죽은 착한 싸울아비는 악마가 흘린 피를 뒤집어쓰면서 시나브로 악마하고 똑같이 물든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거꾸로 말하자면, 악마를 악마로 여기지 않고 이웃이나 동무로 여긴다면, 악마는 어느새 이웃이나 동무가 베푸는 숨결이나 빛을 받아서 악마다움을 모조리 녹여 없앨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물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길로든 갈 수 있습니다. 스스로 바라는 대로 생각하거나 느끼면서 나아갑니다. 이를 제대로 짚을 줄 안다면 죽이거나 죽는 쳇바퀴가 아닌, 아끼며 보듬는 사랑으로 가겠지요. 2018.3.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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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0.


《밥을 지어요》

김혜경 글, 김영사, 2018.2.9.



  다른 이름이 붙었으면 눈이 안 갔을 수 있다. “밥을 지어요”라니, 이 가장 수수하고 투박한 이름이라니. 《밥을 지어요》는 어느덧 스물일곱 해째 밥을 지으며 산다는 아줌마가 쓴 책이다. 어떻게 보면 ‘이재명 시장 곁님’이지만, 이런 이름을 떠나 ‘아줌마 스물일곱 해’를 살아낸 밥살림을 보여준다고 해야 걸맞지 싶다. 집에서 밥을 하기에 집밥이고, 사랑하는 사람하고 나눌 밥살림이니 날마다 즐거이 밥을 지을 수 있다. 아이들 밥을 차려 주고서 등허리를 펴려고 자리에 누워서 책을 넘기다가 문득 돌아본다. 2018년 올해로 나는 아저씨 열두 해 살림인데, 앞으로 열다섯 해쯤 아저씨 살림을 더 이으면서 날마다 새로 배우고 하루를 즐기면, 그때에는 나도 “밥을 지어요” 하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겠네 하고. 아저씨 밥살림 열두 해는 아직 소꿉살림이다. 소꿉밥이요 소꿉질이지. 나는 오늘 내 소꿉살림을 사랑한다. 앞으로 한 걸음씩 씩씩하게 디디면서 배우고 살펴서 날개돋이를 할 꽃살림을 마음으로 그린다. 머지않았다. 열다섯 해를 걸어가면 된다. 꽃밥을 짓고 꽃그릇을 부시고 꽃노래를 부를 수 있는 즐거운 보금자리는 새로운 꽃집·꽃숲, 꽃숲집이로구나 싶다.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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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꽃 열두 달
한태희 지음 / 한림출판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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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96


다달이 새로운 꽃을 마음에 품다
― 마음꽃 열두 달
 한태희
 한림출판사, 2017.11.27.


  꽃은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핍니다. 꽃은 풀에도 나무에도 피고, 우리 마음이나 얼굴이나 손에도 핍니다. 봄이 되어 피는 꽃은 온누리에 따스한 기운이 고루 퍼지는 숨결을 알려줍니다. 얼굴에 피는 꽃은 즐겁거나 환한 마음이 되는구나 하고 알려줍니다.

  그림책 《마음꽃 열두 달》(한태희, 한림출판사, 2017)을 펼쳐 봅니다. 모두 열두 달에 걸쳐 열두 가지 꽃을 노래하는 그림책입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한 가지 꽃을 바탕으로 새롭게 이야기꽃을 지피는 그림책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꿈꾸는 마음꽃, 2월 홍매화

찬 바람 속에서
소곤대는 매화들

코끝이 시려.
입김이 하얗게 나와.
귀가 빨개졌어. (4쪽)


  꽃을 바라보는 마음에 꽃이 핀다고 하는 줄거리를 담은 《마음꽃 열두 달》은 풀꽃·나무꽃이 우리한테 마음꽃으로 스며들어 즐거운 한 해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열두 달 내내 저마다 다른 꽃을 한 가지씩 품으면서 꽃처럼 상냥하고 곱고 즐거운 마음꽃을 피울 만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눈꽃, 매화, 개나리, 벚꽃, 장미, 나팔꽃, 연꽃, 무궁화, 해바라기, 코스모스, 국화, 목화, 이렇게 열두 가지 꽃마다 일렁이는 꽃바람을 보드라우면서 포근한 그림결로 말을 붙여요. 흔히 마주하지만 흔히 놓칠 수 있는 모습을 짚어 줍니다. 제철을 놓치면 조용히 스러지는 꽃을 제때에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들려주지요.


노래하는 마음꽃, 6월 나팔꽃

아침 햇살 아래
이슬 먹은 나팔꽃
동글동글 위로 위로 올라간다.

어디까지 간 거야?
위에는 뭐가 있나
가만히 보는데 (12쪽)


  삼월이 무르익는 아침나절에 아이들이 이곳저곳 쏘다니면서 들꽃을 한 줌 훑습니다. 아이들은 봄꽃을 훑어 인형 곁에 놓습니다. 인형한테 봄꽃내음을 알려주고 싶었군요.

  아이들은 봄꽃을 밥상맡에 슬며시 놓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상맡에서 꽃내음을 물씬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이네요. 물잔에 물을 담아 봄꽃을 채우니 물잔은 새삼스레 꽃그릇이 됩니다. 꽃그릇을 책상에 올려놓고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꽃을 기다리며 마음 가득 곱고 맑은 꿈을 그립니다. 꽃을 바라보며 마음 가득 기쁘며 참한 살림을 가꿉니다. 꽃이란, 바라볼 적에는 바라보는 대로 즐겁고, 이 꽃이 흐드러지고 나서 조용히 시든 뒤에 맺는 열매를 기다리기도 하니 새삼스레 즐겁습니다.


기도하는 마음꽃, 12월 엄마품꽃

감기 걸리지 않고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동생이랑 싸우지 않게 해 주세요.
친구들 앞에서 부끄러움 타지 않게 해 주세요
달리기 잘하게 해 주세요.
축구도 잘하고 싶어요.
키도 많이 크고 싶어요.
그리고 또 내년에는 ……. (24쪽)


  아이한테는 어머니 품이 ‘엄마품꽃’이 된다고 해요. 어머니나 아버지한테는 아이 품이 ‘아이품꽃’이 되겠지요. 서로 꽃이 되어 가만히 안고, 함께 꽃이 되어 나긋나긋 노래합니다.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다달이 꽃으로 노래하는 그림책 《마음꽃 열두 달》처럼, 열두 달을 ‘마음나무’ 열두 그루로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마음책’ 열두 권을 곁에 두어 읽어 볼 수 있고, ‘마음노래’ 열두 가락을 다달이 새롭게 불러 볼 수 있어요.

  어버이는 스스로 꽃이 되어 아이를 보듬어요. 아이도 스스로 꽃이 되어 어버이한테 안겨요. 우리는 저마다 꽃이 되어 동무나 이웃이 됩니다. 이 땅에서도 지구별에서도 온누리 어디에서나 다 다른 꽃이 되어 착하며 곱게 피어납니다. 2018.3.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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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9.


《20만 원으로 즐기는 혼밥 한 달 생존기, 기본편》

오즈 마리코 글·그림/김혜선 옮김, 숨쉬는책공장, 2018.2.12.



  어제 전주를 다녀오면서 〈책방 같이:가치〉에 흰민들레씨를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 오월에 훑은 씨앗인데, 요즈막에 심으면 언제 싹이 틀는지 모르나 씩씩하게 잘 크겠지. 흰민들레꽃 몇 송이에서 건사한 씨앗인지 잊었지만, 열 송이쯤에서 건사했지 싶다. 곳곳에 심거나 흩뿌려 주실 테지. 우체국으로 길을 나서는데 읍내에서 고흥청정연대 모임이 있다. 고흥군수가 밀어붙이는 경비행기시험장 계획을 비롯해서 중앙언론에는 드러나지 않는 말썽거리를 놓고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가만히 보면 대통령한테는 중앙언론이며 사람들 눈길이 쏠려서 촛불로 끌어내릴 수 있었는데, 시골 군수한테는 시골언론도 사람들 눈길도 그리 미치지 않는다.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20만 원으로 즐기는 혼밥 한 달 생존기, 기본편》을 읽는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틈틈이 읽는다. 한국돈으로 한 달에 20만 원쯤으로 밥살림을 꾸리는 이야기인데, 한 사람 밥살림이라면 20만 원은 푸짐하리라. 내가 혼밥살림을 꾸린다면 한 달 3∼10만 원 사이를 오갈 듯하다. 집에서만 먹으면 3만 원, 가끔 바깥밥을 누리면 10만 원까지. 책쓴이는 다달이 돈금을 세워 밥살림을 꾸리니 매우 넉넉하면서 즐겁게 하루를 누린다고 한다. 옳은 말씀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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