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이야기 1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 길찾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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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곁에 둘 한 가지

[내 사랑 1000권] 27.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공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군청이나 시청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차역이며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모두를 알맞게 쓰거나 나누려는 뜻이라면 무엇이든 있을 만하지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 어떻게 두어야 좋을까를 깊이 살펴야지 싶어요. 밀어붙여서 때려짓는 길이 아닌, 두고두고 살펴서 앞으로 오백 해이건 천 해이건 ‘무슨무슨 마을’이 될 수 있는 길로 가야지 싶습니다.


  멧골을 끼며 멧마을입니다. 냇물을 끼며 냇마을입니다. 깊이 우거진 숲에 있어 숲마을이고, 바닷가에 바닷마을입니다. 공항마을이든 발전소마을이든 군청마을이나 시청마을도 생길 만합니다. 다만, 어떤 시설이나 공장 때문에 사람들이 밀려나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어우러질 수 있도록, 누릴 수 있도록, 새롭게 지을 수 있도록 기틀을 닦을 노릇입니다.


  모든 것은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날아갑니다. 묵직한 것은 땅에 깃들어 땅을 물들입니다. 어느 것은 땅에 깃들며 새로운 흙이 될 테고, 어느 것은 땅심을 빼앗거나 더럽힙니다. 어느 것은 온 하늘에 싱그러운 꽃내음으로 퍼질 테고, 어느 것은 매캐한 바람이 되어 우리 목을 죕니다.


  만화책 《우리 마을 이야기》는 일본 나리타 공항이 들어설 적에 시골마을을 어떻게 괴롭히고 망가뜨리려 했는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이때에 시골마을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공무원하고 교사하고 대학생은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꾸밈없이 보여줍니다.


  한 마을에 온갖 사람이 살았어요. 착한 사람, 상냥한 사람, 따뜻한 사람, 고운 사람이 있고, 궂은 사람, 차가운 사람, 메마른 사람, 눈먼 사람이 있어요. 우리 스스로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마을빛이 바뀝니다. 우리 보금자리에 무엇을 두고, 보금자리 곁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얼마나 헤아리느냐에 따라 마을살림이 바뀝니다. 2018.3.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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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3.


《레딩 감옥의 노래》

오스카 와일드 글/김지현 옮김, 큐큐, 2018.3.3.



  어제 낮 다섯 시 반에 쓰러졌다. 밤 열두 시 반에 일어났다. 몇 시간이었을까. 끙끙거리면서 마음을 추슬렀고, 마음이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니 여러 시간이 걸렸어도 몸이 차츰 나아진다. 물조차 입에 안 대면서 속을 비운 채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고흥읍으로 가고, 순천버스역, 순천기차역, 진주기차역, 동대구역, 구미역, 이렇게 여덟 시간 남짓 걸려서 간다. 이 길에 책 몇 권을 읽고 무릎셈틀을 꺼내서 글을 쓴다. 《레딩 감옥의 노래》를 읽으면서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람이 꿈처럼 짓고 싶던 글·삶·노래란 무엇일까 하고 되새긴다. 왼쪽에는 영어로, 오른쪽에는 한국말로, 두 말로 읽도록 엮은 책이 반가운데, 1800년대 영어란 이렇구나 하고 느끼다가, ‘오스카 와일드가 쓴 영어는 영국에서도 어느 고장 말, 곧 사투리 영어’일 수 있겠다고 느낀다. 우리는 오늘날 표준 서울 한국말로만 글을 쓰거나 말을 하기 일쑤이다만, 표준도 서울도 버리고서 경상말 전라말 제주말로 아름다이 삶을 노래하며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글을 펼 수 있으면 먼먼 뒷날에 새로운 이야기 씨앗을 남겨 줄 만하지 싶다. 《레딩 감옥의 노래》도 옮김말이 퍽 아쉬운데, 몰록 떠오르기로, 옮김말이 아쉽다기보다 옮긴이가 ‘시를 쓰지 못했구나’ 싶네.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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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2.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

정해심 글, 이비락, 2018.2.10.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를 순천으로 마실간 길에 장만해서 읽는다. 글쓴이는 틀림없이 이 나이라 하든 저 나이라 하든 그림책을 즐길 마음일 터인데, 나이가 들면 그림책을 멀리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구나 싶다. 어쩌면 아직도 이 나라는 ‘그림책·동화책은 어린이만 즐기는 유치한 이야기’라고 여긴다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참말 이러한지 생각할 노릇이다. 그림책을 왜 어린이만 즐겨야 할까? 마흔 살 아줌마나 쉰 살 아저씨가 그림책을 즐기면 바보스러울까? 쉰 살 아줌마나 예순 살 아저씨가 만화책을 즐기면 어처구니없을까? 아니다. 모든 책은 저마다 삶을 아름다이 바라보면서 가꾸는 길에 얻은 슬기로운 꿈이랑 사랑스러운 노래를 담는다고 본다. 그림책은 ‘어린이도 알아보고 누릴 수 있도록’ 헤아린 책일 뿐이다. 어린이도 알아보고 누릴 수 있도록 헤아린 책이란, 누구나 언제나 기쁘게 즐기는 책이다. 마흔을 훌쩍 넘어 쉰을 바라보는 내 나이에도 아름다운 그림책을 무릎에 얹고서 웃거나 웃는다. 아마 예순이나 일흔 나이에도 이런 모습일 수 있다. 예순이나 일흔쯤 된 나이에는 책은 거의 안 읽고서 집짓기나 흙짓기만 할 수 있는데, 그때에 문득 손에 쥘 책이라면 아무래도 그림책하고 만화책이 되리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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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궁금해?
이영보 지음 / 자연과생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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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38



거미가 이토록 야문 벗님인 줄 몰랐네

― 거미가 궁금해?

 이영보 글·사진

 자연과생태, 2018.1.29.



전 세계 거미목록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한 거미는 모두 45,313종입니다 … 우리나라에 사는 거미는 모두 46과 726종이며 꼬마거미과가 80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왕거미과와 깡충거미과가 각 73종으로 이 3과가 약 31%를 차지합니다. (14쪽)


‘거미’라는 말은 ‘검다’에서 왔습니다. 15세기에 ‘검다’라는 형용사 어근 ‘검’에 명사형 접미사 ‘-의’를 붙여 ‘거믜’라고 부르다가 거미가 되었습니다. (18쪽)



  봄이 되면 들에 숲에 푸릇푸릇 새싹이 돋지요. 겨우내 잠든 뭇목숨이 깨어납니다. 꿀하고 꽃가루를 찾는 벌이 날고, 벌써 깨어난 나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화나무랑 동백나무는 꽤 멀리까지 향긋한 냄새를 퍼뜨립니다.


  그런데 이 봄에 꽤 일찍 깨어난 목숨붙이가 있어요. 바로 거미입니다. 거미는 풀밭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깨어나요.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거미가 몇 가지 있는데, 이 가운데 깡충거미가 있어요. 예전에는 이 거미가 무슨 거미인지 몰랐으나 거미 도감을 곁에 둔 뒤로 비로소 이름을 알았고, 이름 그대로 깡총깡총 껑충껑충 날듯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재미있어 바닥에 엎드려 깡총짓을 지켜보곤 합니다.



모든 거미가 허물을 벗기 전에 먹이를 끊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눈에 띄게 동작이 느려지고 몸 색깔이 흐려집니다. 허물을 벗을 때는 먼저 다리를 길게 뻗습니다. 머리가슴 쪽의 키틴판에 금이 가면서 서서히 허물이 벗겨지고, 머리가슴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으로 배가 벗겨지며, 더듬이다리가 나온 뒤 마지막으로 긴 다리 8개가 서서히 빠져나옵니다. (30쪽)


무당거미 암컷이 날개띠좀잠자리 1마리를 예비소화하고 빨아먹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어 보니 2시간 2분 26초가 걸렸습니다. (44쪽)



  《거미가 궁금해?》(이영보, 자연과생태, 2018)는 거미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무척 쉽게 풀이해서 알려주는 길동무책입니다. 전문가나 학자만 알 수 있는 어려운 말이 아닌,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거미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지구에 거미가 몇 가지 있는지, 이 가운데 한국에는 몇 가지 있는지, 거미는 어떤 먹이를 좋아하고, 거미는 누구한테 잡아먹히는지, 거미줄은 얼마나 단단한지, 거미가 이 땅에서 맡는 몫이란 무엇인지, 거미는 물 없이 얼마나 버티는지, 거미는 암수가 왜 크기가 다른지, 거미가 줄을 어떻게 뽑고, 비가 오는 날은 어떻게 하며, 거미는 왜 줄에 달라붙지 않는가를 쉽고 부드러이 풀어내어 들려줍니다.



가 새끼에게 먹이는 먹이에서 거미가 차지하는 비율은 12%이며, 새가 먹이로 삼는 거미는 17과 85종입니다. 새끼 먹이로 거미를 가장 많이 사냥하는 새는 곤줄박이로 전체 먹이에서 27.7%가 거미였다고 합니다. (53쪽)


동박새, 오목눈이, 쇠솔딱새, 쇠개개비 등 여러 새가 둥지를 만들 때 거미줄을 접착제로 씁니다. (122쪽)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거미에 물려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거미 독은 주요 먹이인 곤충을 마비시킬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137쪽)



  숲에 사는 여러 새가 거미를 먹이로 삼을 뿐 아니라, 거미줄을 풀로 삼아서 둥지를 짓는다는 말에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숲에 사는 새가 무척 똑똑하다고 깨닫습니다. 참말로 그렇거든요. 거미줄이 날벌레가 들러붙도록 하는 먹이그물이기에, 이 끈끈한 거미줄이라면, 새가 나뭇가지나 깃털을 모아 둥지를 엮을 적에 풀로 삼을 만합니다.


  어느 숲사람은 거미줄을 그러모아 옷을 짓기도 한대요. 거미줄로 실을 꼬아 옷을 지으려면 거미줄을 엄청나게 모아야 한다지만, 가만히 보면 사람들은 누에가 뿜은 줄을 그러모아 실로 삼아서 옷을 짓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헤아려 봅니다. 거미줄은 매우 단단하다고 해요. 부드러우면서 단단하다지요. 우리가 거미줄 밑바탕을 꼼꼼히 살펴서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가 입는 옷도 ‘거미줄 섬유’로 지을 수 있고, 자동차라든지 비행기 같은 데에도 ‘거미줄 탄성섬유’를 써 볼 만해요.



흰색이 아닌 거미그물을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관찰한 바로는 황금색 거미그물을 치는 무당거미와 형광빛 도는 파란 거미그물을 치는 부채거미가 있었습니다. (104쪽)


거미 한 마리가 한 번에 뽑아낼 수 있는 거미줄 길이는 보통 200∼300m입니다. 가장 길게 뽑는 경우는 700m에 이릅니다 … 굵기가 같은 섬유일 때 인장강도가 알루미늄은 4kg/㎟, 티타늄은 90kg/㎟, 신소재 유리섬유는 100kg/㎟, 강철은 40kg/㎟이고, 거미줄은 170kg/㎟였습니다. (110∼111쪽)



  흰 거미줄이 아닌 노란 거미줄을 본 적 있어요. 그때에 문득 생각했어요. 왜 거미줄이 하얗지 않고 노랄까 하고. 그러나 이내 잊었습니다. 《거미가 궁금해?》를 읽고 보니, 거미줄은 거의 다 하얗고, 더러 다른 빛깔로 줄을 치기도 한다는데, 왜 이와 같은 여러 빛깔 줄을 치는가는 낱낱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요.


  풀어야 할 이야기가 많은 거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풀면 풀수록 재미난 이야기도 많으며, 우리 삶이나 살림에 새롭게 도움이 될 만한 길을 엿볼 수 있는 거미라고도 할 만해요.



파브르는 새끼들을 업은 암컷 두 마리를 밀폐된 통에 넣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암컷은 격렬하게 싸웠고, 결국 한 마리는 다른 한 마리에게 잡아먹혔습니다. 파브르는 싸움에서 이긴 암컷이 다른 암컷의 새끼들까지 잡아먹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남은 암컷이 상대의 새끼들을 잡아먹지 않고 등 위에 올려 자기 새끼들과 함께 돌봐 주었습니다. (84쪽)


벼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볍씨를 심고 수확할 때까지 보통 3∼6개월 걸리니 벼가 자라는 동안 거미 한 마리가 해충을 90∼180마리 잡아먹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활약을 하니 수많은 논거미가 벼농사에 큰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합니다. (139쪽)



  새는 거미를 무척 많이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거미는 또 풀벌레를 무척 많이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흔히들 농약이 없으면 논짓기나 밭짓기를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지만, 농약이 없던 지난날에 시골사람이 시골 논밭을 건사할 수 있던 힘 가운데 하나는, 거미나 새 같은 우리 곁에 있는 온목숨을 고이 살피고 아끼던 손길이었지 싶습니다. 콩 석 알이 있으면, 사람하고 벌레하고 새가 같이 나눈다는 마음처럼, 기꺼이 서로 나누고, 즐거이 함께 살며, 넉넉히 어우러지는 마을이요 보금자리였다고 느껴요.


  예부터 어른들은 거미를 집에서 보면 안 죽이고 살살 달래어 바깥으로 내보냈어요. 거미가 하는 일을 잘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도 우리를 둘러싼 뭇목숨이 이 땅에서 어떤 숨결인가를 눈여겨보면서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슬기로우면서 아름답게 하루를 지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곁에 있는 이쁜 벗님인 거미 이야기를 책 하나로 상냥하게 마주합니다. 2018.3.2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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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1.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

하종강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8.3.30.



  서울 성대 앞 인문책집 풀무질에서 책을 새로 써내시고, 이 책을 우리 책숲집 지음이 이웃님한테 한 권씩 부치기로 했다. 봉투에 주소를 적으니 예순한 분이다. 출판사에서 내 사진을 쓰면서 주기로 한 책은 마흔세 권. 열여덟 권을 더 사야 하고 우표값이 들 테니, 이래저래 어림하면 25만 원쯤 나갈 듯하다. 기쁘게 책값이랑 우표값을 쓰기로 한다. 인문책집이라는 이름을 서울에서 지키기란 매우 빠듯한 노릇이라 하는데, 풀무질은 바로 이 가시밭길을 씩씩하게 걷는다. 일이란 무엇인가? 삶과 사람이란 무엇인가? 삶터와 마을과 나라란 무엇인가? 우리는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일을 하는 하루일까? 마침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라는 책이 나와서 반가이 읽는다. 하종강 님이 세 해 만에 쓰신 책이라고 한다. 하종강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속이 깊으면서 품이 넓다. 이만 한 분이 꾸준히 글길을 갈고닦을 뿐 아니라 우리 삶터 한 자락을 밝히니 반갑다. 더구나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는 마흔한 꼭지로 간추려 ‘일(노동)은 무엇이고, 우리는 일을 어떻게 바라볼 만한가’를 쉽고 부드러이 다루니 좋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슬기로운 이야기를 듣고, 슬기로이 생각을 키우기를 빈다. 이 작은 책은 훌륭한 밑책이 되어 주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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