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돌고돌아 (2022.2.17.)

― 부산 〈낭독서점 시집〉



  푸른돌이로 책집마실 첫발을 디딘 1992년 8월 28일부터 언제나 혼자서 다니며 ‘언제가 될 지 모르나 우리나라 모든 책집을 다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커녕 짝꿍도 없이 책집마실을 다니면 책집지기님은 “젊은 사람이 책하고만 사귀고 사람하고는 안 사귀면 언제 짝을 만나 아이를 낳나?” 하고 핀잔했습니다.


  싸움터(군대)에서 살아남아 삶터(사회)로 돌아온 뒤인 1998년에는 ‘책집마실을 즐기고 싶은데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서 못 다니는 이웃님이 틀림없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책집마실을 함께하면서 두 시간은 말없이 책읽기만 하고서, 뒤풀이 자리로 옮겨 막차 끊길 때까지 책수다를 떠는 모임’을 열었어요. 이때에 ‘서울 헌책집 꾸러미(목록)’를 짜면서 ‘책집 길그림’을 손으로 그려서 뿌렸고, 2006년에는 ‘온나라(전국) 헌책집 꾸러미’를 마무리해서 《헌책방에서 보낸 1년》에 실었습니다.


  서울을 비롯해 온나라 책집을 샅샅이 살펴서 꾸러미를 엮은 뒤, 한 해 동안 오로지 자전거로만 달리면서 책집마실을 했어요. 비바람이 몰아치든 눈보라에 얼어붙든 회오리바람에 사슬(체인)이 끊어져 질질 끌어야 하든 ‘충주부터 서울까지 자전거로 책집마실’을 이레마다 다니며 바람빛을 듬뿍 머금었습니다.


  우리 아이더러 숲노래 씨가 걸은 길을 디뎌 보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왜 그렇게 살았어요?” 하고 누가 묻는다면 “삶이 뭔지 알고 싶어서요.” 하고 대꾸합니다.


  두 아이를 맞이하고서 틈틈이 함께 책집마실을 다닙니다. 두 아이는 어머니하고도 아버지하고 달라 스스로 품는 꿈이 새롭게 있어요. 아이들이 열 살을 훌쩍 넘은 뒤에도 곧잘 함께 책집마실을 다니면 더없이 든든하면서 새삼스레 홀가분합니다. 어제 부산으로 와서 바닷가에서 묵고, 오늘은 보수동으로 옵니다. “산들보라 씨 아기였을 적에 이 골목에서 기어다니며 놀았어.” “에? 생각 안 나는데?”


  노래(시)를 읊고 나누는 책집인 〈낭독서점 시집〉을 이민아 님이 진작 열었다는데 뒤늦게 알았습니다. 진작 알았으면 보수동을 오가는 길에 진작 들렀을 텐데, 이제 알았으니 이제부터 들르면 되리라 생각하고 책집 앞에 서는데, 마침 오늘은 책집지기님이 바깥일이 늦게 끝나서 닫혔습니다.


  올해에 또 부산마실을 할 날이 있겠지요. ‘노래책집(시집책집)’한테 건네려고 새벽에 쓴 노래꽃(동시)을 책집 앞에 슬그머니 놓습니다. 이다음에 이곳에서 새로 만날 책을 그리며 이제 고흥으로 돌아갈 버스를 타러 사상으로 넘어갑니다.


《책숲마실》(숲노래·최종규·사름벼리, 스토리닷, 202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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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빛 (2022.2.28.)

― 서울 〈문화공간 길담〉



  곁님은 아이를 아이답게 돌보면서 ‘이 땅에서 살아갈 한 사람’으로 자라도록 우리가 어버이 노릇을 하자면 ‘큰고장(도시)에서는 안 되고, 숲으로 가야 한다’고 끝없이 얘기했습니다. ‘아이도 아이인데 곁님부터 스스로 큰고장에서는 숨막혀 죽겠다’고 날마다 얘기했어요. 더는 큰고장에서 안 되겠다고 여겨 시골로 삶터를 새로 찾아야겠다고 여기던 2010년 무렵, 저희 주머니에는 ‘빚 천만 원’ 남짓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인천 배다리에서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꾸리느라 다달이 치르는 집삯(임대료)이 빚으로 잔뜩 밀렸어요.


  그러나 밑돈이 아닌 빚을 가득 안고서 새터를 어떻게 알아보나 하고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고요히 새꿈을 그렸어요. 인천시장이 막삽질로 인천 배다리를 싹쓸이하려는 일을 맨몸으로 함께 맞선 지 네 해쯤 이르자 살림돈조차 고스란히 빚으로 쌓였는데, 2008년에 태어난 큰아이를 안고 업으면서 인천 골골샅샅 골목마실을 함께 다니며 우리 마을하고 이웃 마을 삶빛을 찰칵찰칵 담고 글로 옮겼습니다.


  인천에서는 달삯이 모여 어느새 빚 천만 원이 넘었다면, 시골에서는 빈집을 천만 원으로 장만했습니다. 저희가 걸어가는 길을 벗바리(후원자)로 지켜보던 이웃님이 덜컥 ‘시골 집값’을 뒷배(후원금)로 내주셨어요. 이즈음 《골목빛, 골목마을에 피어난 꽃》이라는 사진책 하나를 남겼습니다. 받은 사랑을 주는 사랑으로 엮는 길로 풀고 싶어서, 발바닥으로 지은 이야기를 내놓자고 생각했어요.


  서울 누하동·통인동·체부동·옥인동 골목을 큰아이랑 헤맸습니다. 이즈음에 있다는 마을책집 한 곳을 찾다가 도무지 못 만났는데, 가만 보니 닫아서 사라진 듯하더군요. 겨울 끝자락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걷다가 바깥채(정자)가 보여 등짐하고 책짐을 내려놓고서 쉬다가 코앞에 〈문화공간 길담〉이 있는 줄 알아챕니다. 예전부터 〈길담〉으로 마실을 하고 싶었는데 날이랑 때가 안 맞더니 마침 서울골목을 한참 헤매다가 문득 만납니다. 봄햇살로 넘어서는 따스한 기운을 느끼면서 이 책을 읽고 저 책을 살피는 사이에 땀이 마릅니다. 우리말로 ‘쉼터’이자 ‘살림터’를 ‘문화공간’이라는 한자말로 나타내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을 이루는 골목집은 햇볕을 고루 나눕니다. 골목집은 혼자 햇볕을 차지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쭉쭉 뻗는 잿빛집은 혼자 해를 차지하면서 둘레에 그늘만 남겨요. 골목집 그늘은 아이들이 소꿉을 놀다가 쉬는 자리였습니다. 아침에 그늘이라면 낮에는 볕바르기에 골목밭을 일구는 터이기도 해요. 책 한 자락은 겨울에 햇빛이라면 여름에 그늘빛을 들려줍니다.


《사랑의 역사》(줄리아 크리스테바 글/김영 옮김, 민음사, 1995.1.30.)

《조선과 일본에 살다》(김시종 글/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6.4.3.)

《戰爭にチャンスを與えよ》(エドワ-ド-ルトワック 글/奧山眞司 옮김, 文藝春秋, 2017.4.20.)

《IRENAND a Panoramic Vision》(David Lyons, Chartwell Books, 200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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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 (2022.3.5.)

― 고흥 〈더바구니〉



  우리가 쓸 말은 우리 마음을 꽃빛으로 담아내는 이야기일 적에 서로 즐겁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 보금자리를 숲빛으로 가꾸는 손길일 적에 서로 아름답다고 느껴요. 돌림앓이판이라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온통 서울살림(도시생활)으로 빽빽하게 몰린 탓에 아주 조그마한 톱니 하나라도 빠지면 와르르 무너지는 얼거리가 조금 드러났을 뿐이지 싶습니다.


  시골에도 앓다가 죽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서울·큰고장처럼 앓다가 죽지는 않습니다. 시골에도 풀죽임물(농약)하고 죽음거름(화학비료)이 무시무시하게 번지지만, 이 모두를 멀리하는 사람들은 포근하면서 푸르게 살림을 지어요. 마당이 없고 나무를 못 심고 흙내음을 맡지 않으면서 빗물을 마시지 않는 얼거리라면, 참으로 서울에서든 시골에서든 목이 마를 뿐 아니라 몸이 망가지리라 느낍니다.


  바람이 불기에 바람을 쐬어요. 햇볕이 내리쬐기에 햇볕을 머금어요. 꽃이 피기에 꽃내음을 맡습니다. 벌나비가 날기에 벌나비 곁에 함께 웃고 춤춰요. 풀벌레가 노래하기에 풀벌레랑 사르랑사르랑 노래합니다.


  작은아이를 이끌고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갑니다. 다시 시골버스를 갈아타고서 도양읍으로 갑니다. 녹동(도양읍)에서 내려 걷자니 바람이 셉니다. 나무를 볼썽사납게 가지치기를 한 어린배움터 곁을 지나 마을길로 접어드니 부릉소리가 가라앉고 호젓한 골목을 품은 〈더바구니〉 앞입니다. “여기에 책집이 있어요?” “응. 바로 앞에 있어.” 책집은 조그맣고 마당은 널찍합니다. 책을 두는 자리는 그리 안 넓어도 됩니다. 마당이 넓으면 넉넉하고, 나무 곁에 서거나 앉아서 해바라기를 할 수 있으면 느긋합니다.


  모든 곳에는 그곳을 가꾸려는 마음이며 숨결이 흘러든다고 느낍니다. 집도 뜰도 밭도 일터도 마을도 우리 숨결이 그대로 스밉니다. 혀에 얹는 말도 손으로 옮기는 글도 남이 아닌 우리 숨결로 이루고, 손에 쥐는 책도 우리 숨결로 새깁니다.


  바닷바람을 먹는 고흥군 도양읍 마을책집 〈더바구니〉입니다. 마을 어린이한테 즐거운 놀이터일 테고, 고흥으로 마실을 나오는 이웃님한테 상냥한 쉼터로 흐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돈으로 책숲(도서관)이나 배움터(학교)를 열 적에는 언제나 너른터(운동장)나 마당을 널찍하게 놓고서 풀꽃나무가 마음껏 자라도록 돌보아야지 싶습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풀꽃나무처럼 마음껏 팔다리를 뻗고 생각을 지필 적에 비로소 웃고 노래하고 이야기할 만하거든요. 집으로 돌아가기 앞서 바닷가로 걸어가서 휭휭 부는 짠바람을 듬뿍 맞이합니다.


《두더지 잡기》(마크 헤이머 글/황유천 옮김, 카라칼, 2021.12.23.)

《어둠의 왼손》(어슐러 K.르 귄 글/최용준 옮김, 시공사, 1995.5.1.첫/2014.9.5.두벌고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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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 자리 데 터 (2022.3.20.)

― 서울 〈무아레서점〉



  해날(일요일)에 모처럼 서울마실을 합니다. 예전에는 흙날이나 해날에 쉬는 책집이 없었습니다. “다들 쉬는데 책집도 쉴 만하지 않나요?” “다들 쉬니까 책집에라도 오도록 책집은 열어야지요.” “그러면 여느날(평일)에는 쉬나요?” “여느날에는 하루를 마치고 저녁에 오도록, 또 살림하는 분들은 아이를 데리고 낮이나 아침에 오도록 열지요.” “그러면 언제 쉬셔요?” “설이나 한가위에도 안 쉬어요. 설이나 한가위에는 이 마을을 떠난 분들이 모처럼 찾아오거든요. 그리고 책 좋아하는 분들은 설이나 한가위에 갈 데가 없다면서 책집으로 와요.” “한 해 내내 안 쉰다고요?” “책집사람은 책집에 나오는 일이 쉬는 셈이지요.”


  요즈음에는 흙날이나 해날에 쉬는 책집이 제법 있습니다. 달날이나 불날이나 물날에 쉬는 책집도 퍽 있어요. 한 해 내내 안 쉬는 책집이 아직 몇 곳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책집도 쉼날을 누릴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책집에서는 책이 되어 준 나무빛을 누리고, 쉼날에는 집살림을 돌보다가 푸른나무를 마주하는 숲빛을 누릴 적에 이 나라 책밭이 무럭무럭 자랄 만하리라 봅니다.


  봄비가 막 그친 새벽에 고흥에서 길을 나섭니다. 아이들이 묻습니다. “아버지, 우산은?” “비가 오면 언제나 즐겁게 맞으며 놀잖니. 그리고 오늘길에는 하늘에 대고 ‘비야 그쳐 주렴’ 하고 속삭였어.” 시외버스가 서울로 가까울수록 하늘빛이 파랗게 열립니다. 한낮에 전철을 갈아타서 〈무아레서점〉으로 걸어갑니다. 볕살이 부드럽게 스미는 이곳은 ‘물결무늬’를 느긋하게 담는다고 느낍니다. 미닫이를 열어도 부릉거리는 소리가 책집으로 그리 안 들어옵니다.


  곁님한테 문득 “물결이라고 하면 뭐가 떠올라요?” 하고 물은 적 있는데, “글.”이라 짤막히 말하더군요. 물무늬가 어떻게 글일까 하고 한참 헤아려 보는데, 글이란 “말을 그려낸 무늬”입니다. ‘물’이란 “몸을 짓는 무늬”예요. 우리말로 따지면 ‘말·물’은 뿌리가 같습니다. 〈무아레〉란 글밭이요 글바다입니다.


  모든 곳은 저마다 살아가는 자리이면서 살림하는 데입니다. 어느 곳이든 사랑으로 만나는 터이면서 삶을 가꾸는 집이 됩니다. 서울은 돈벌이·일거리·이름날개가 많아서 사람이 너울거린다고 하지만, 이 서울도 백 해나 이백 해 앞서를 돌아보면, 또 즈믄 해쯤 앞서를 되새기면, 나라 어느 곳하고도 똑같이 시골이었어요.


  빛나는 곳은 남이 빛나게 해주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빛냅니다. 눈부신 자리는 남이 눈부시게 해놓지 않고, 우리가 손수 눈부시게 일굽니다. 남이 쓰고 엮었기에 읽는 책이라지만, 우리가 손으로 쥐어야 비로소 스스로 읽으며 누립니다.


ㅅㄴㄹ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박현선 글, 헤이북스, 2019.11.25.)

《뿌리 Ophav》(에바 틴드 글/손화수 옮김, 산지니, 2021.7.10.)

《결국 마음이 전부인거야》(민소윤 글, 민소윤, 2022.3.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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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22.2.26.)

― 인천 〈집현전〉



  왜 그 책을 골라서 읽느냐고 묻는다면 “오늘 눈에 들어왔어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골라서 읽는다기보다 마음으로 “저 책을 사든 안 사든 손을 뻗어서 펼치렴”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덧붙입니다.


  왜 사내가 집안일을 다 하느냐고 묻는다면 “집에서 일할 사람이 하면 될 뿐이고, 제가 집안일을 맡는 일이 좀 잦거나 늘 그러할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집안일이건 집밖일이건 뚝 끊어서 요만큼은 하고 저만큼은 안 해야 할 까닭이 없다고 보탭니다. 함께 누리고 읽는 책처럼, 함께 가꾸며 누리는 살림이에요.


  큰아이하고 인천 배다리로 찾아와 〈집현전〉에 깃듭니다. 큰아이는 ‘피너츠’를 다룬 책을 가리킵니다. “우리 집에 있는 책하고 다르네요.” “응,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새로 엮은 책이야. 우리 집에 있는 책은 피너츠를 그린 분이 스스로 여민 책이고. 그래서 새로 나온 이 한글판은 안 산단다.”


  지난 2008년 가을에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책이 《빅토르 하라》란 이름으로 새롭게 나온 적 있습니다. 마침 오늘 〈집현전〉에서 들춘 책은 옮긴이 손글씨가 있습니다. 옮긴이한테서 받은 분은 잘 읽고 내놓아 주었을 테지요.


  진작에 장만해서 읽은 《濟州民俗의 멋 2》인데, 오늘 눈앞에서 마주하는 똑같으면서 다른 두 책을 들여다봅니다. 하나는 펴낸날이 다르되 오래 안 팔렸는지 책값이 찍힌 자리에 종이를 덧대어 값을 올려놓았어요. 예전에 ‘영업부 일꾼’으로 지내는 사람은 책집을 돌며 ‘값 올린 쪽종이 붙이기’를 으레 했습니다.


  우리가 책을 살피고 읽는 사이에 ‘아이하고 나들이를 나온 젊은 가시버시’가 책집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아저씨만 혼자 들어와서 골마루를 조금 훑고는 다시 나가면서 “야, 여기에는 너희(아이들)가 볼 책이 없다. 가자.” 하는군요. 참말로 어린이가 볼 책이 이 책집에 없을까요? 아주 살짝 슥 보고는 어린이책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다 알아낼 수 있을까요? 어린이한테는 어떤 책을 읽히는가요? 어린이책을 얼마나 깊고 넓게 읽어 보았기에 한눈에 다 알아볼까요?


  어린이책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지만 정작 어린이한테 읽힐 수 없다고 느끼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어른책으로 나오지만 오히려 어린이하고 함께 읽을 아름다운 책이 제법 있습니다. 미리 금을 긋고서 틀을 세울 까닭이 없는 책입니다. 모든 책은 저마다 다르게 빛을 품고서 고요히 기다려요. 책집지기는 책빛을 어루만지고, 책손은 책빛을 새롭게 맞아들이는 자리입니다. “저 아저씨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서 볼 책이 없다고 하네.” “책을 한 가지로만 보면 누구나 그렇단다.”


ㅅㄴㄹ


《現代美術의 理解》(임영방 글, 서울대학교 출판부, 1979.8.1./첫/1991.2.15.14벌)

《日語학습문고 2 小公女》(버어넷 글/일어학습문고편찬회 옮김, 다락원, 1980.12.5.첫/1991.2.1.4벌)

《BERLITZ 예루살렘》(톰 브로스나한 글·얼링 만델만 사진/편집부 옮김, 웅진출판주식회사, 1991.12.28.)

《是川遺跡》(淸水潤三 글, 中央公論美術出版, 1966.2.15.)

《빅토르 하라》(조안 하라 글/차미례 옮김, 삼천리, 2008.9.11.)

《죽은 시인의 사회》(N.H.클라인바움 글/문창연 옮김, 성현출판사, 1990.6.30.첫/1992.8.31.13벌)

《沙漠의 새우들》(박주일 글, 둥지, 1989.10.16.)

《濟州民俗의 멋 2》(진성기 글, 열화당, 1981.2.5.)

《濟州民俗의 멋 2》(진성기 글, 열화당, 1981.2.5.첫/1990.4.15.2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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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娛 2022-03-2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모 쪽지기 이색적인 책방이군요 한번쯤은 찾아가고 싶은 책방입니다

숲노래 2022-03-27 19:09   좋아요 0 | URL
네, 책집을 여신 지기님도 온갖 일을 숱하게 헤쳐 오셔서
인천 배다리를 밝히는 새길을 여셨기에
여러모로 새롭게 누리실 책집이 되리라 생각해요.

곁에 있는 모갈1호도, 아벨서점도, 삼성서림도, 한미서점도,
나비날다도, 시와예술도, 마쉬도, 저마다 다른 빛깔로
이 책집거리를 밝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