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아침을 여는 빛 (2021.7.17.)

― 제주 〈주제 넘은 서점〉



  곽지 바닷가에서 아침을 맞이하지만 바다를 보러 나가지는 않습니다. 오늘 자전거로 달릴 길을 어림하면서 어제 하루 제주에서 보낸 자취를 바지런히 갈무리합니다. 등짐은 아직 묵직합니다. 무게를 못 줄인 채 자전거에 앉아 땡볕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오늘은 하가마을을 거쳐 제주시까지 달릴 생각입니다.


  자동차가 안 다닐 만한 길을 찾아서 달리자니 어느새 오르막입니다. 그래요, 한라산을 바라보며 달리니 내리막 없이 영차영차 합니다. 훅훅 가쁘게 숨을 고르면서 땡볕 오르막을 넘고 다시 넘다가 바야흐로 〈주제 넘은 서점〉이 깃든 마을에 닿습니다. 그러나 책집을 못 찾고 더럭초등학교 앞으로 갔다가 못가를 돌았어요.


  틀림없이 이 둘레인데 싶어 자전거에서 내려 집을 하나하나 보다가 아주 조그맣게 선 알림판을 봅니다. 옳거니, 수줍고도 조그맣게 붙인 글씨로구나.


  이곳 〈주제 넘은 서점〉은 아침책집입니다. 아침 여덟 시∼열두 시 사이에 열어요. 그 뒤로는 책집지기님이 다른 일을 보러 나가신다지요. 아침 열두 시에 닫기에 오늘은 아침에 쓸 글을 허둥지둥 매듭짓고서 달렸습니다. 책집 앞에서 땀을 들이고 손낯을 씻습니다. 바람을 쐬고 햇볕에 땀내음을 말립니다. 다시 손낯을 씻고서 드디어 들어섭니다.


  살림집하고 책집이 맞붙은, 아니 살림집 한켠을 책집으로 꾸민, 포근하면서 멋스러운 책샘터로구나 싶습니다. 마을 한켠이나 골목 안쪽에 깃든 책집은 ‘쉼터’라면, 이곳처럼 여민 책집은 ‘샘터’라고 느낍니다. 책집지기님 손길이 닿은 책으로 가득한 마루하고 책시렁을 돌아봅니다. 우리는 이제야 책집으로 품을 들여 마실을 하는 몸차림을 익히는 새날로 접어든다고 할 만합니다. 작은마을이며 배움터 둘레로 작은책집이 몇 군데씩 있던 지난날에는 책집마실을 생각한 사람이 드물었어요. 책집이 빠르게 사라지던 1990∼2010년 사이에도 굳이 책집마실을 하려는 분은 안 많았습니다. 이동안 숱한 마을책집은 조용히 버티며 책빛을 바라보았어요.


  누리책집이 엄청나게 늘고 판을 키운 오늘이 되고서야 비로소 손전화를 끄고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려 마을책집으로 조용히 찾아가서 호젓이 하루를 누리며 등짐을 묵직하게 채우는 이웃님이 천천히 늘어납니다. 책집을 찾아가는 길은 “책만 찾아나서는 발걸음”이 아닙니다. “책집이 깃든 마을을 새롭게 만나려는 걸음”입니다. 왜 이 마을에 이 같은 책집을 여는가를 몸으로 읽고, 왜 이곳에 이 책을 갖추는가를 마음으로 느껴, 책 한 자락을 사랑으로 읽는 숨결을 처음부터 새롭게 생각하려고 책집마실·책숲마실을 할 테지요. 이다음엔 더 일찍 찾아와야겠어요.


ㅅㄴㄹ


《안나는 고래래요》(다비트 칼리 글·소냐 보가예바 그림/최유진 옮김, 썬더키즈, 2020.7.1.)

《키오스크》(아네테 멜레세/김서정 옮김, 미래아이, 2021.6.30.)

《세상에서 가장 멋진 책방》(히구치 유코/김숙 옮김, 북뱅크, 2021.3.15.)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들에 붙이는 각주》(밥 엑스타인/최세희 옮김, 현대문학, 2019.4.30.)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숲노래·최종규 글, 강우근 그림, 철수와영희, 2014.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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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8-16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제 넘은 서점
위트있는 중의법
너무 예쁘네요
습기와 소금기에 책이 걱정되긴 하지만,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

숲노래 2021-08-16 10:50   좋아요 2 | URL
아침 일찍 열고 12시에 닫기에
부지런히 나들이해야 하는 곳인데
찾아가 보시면
깜짝 놀랄 만큼 곱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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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길잡이 (2021.6.27.)

― 서울 〈나무 곁에 서서〉



  숲이란 늑대·곰·범 곁에 토끼·사슴·너구리가 나란히 있는 곳입니다. 숲에서는 모든 들짐승이 저마다 보금자리를 틀고서 어우러집니다. 마을은 사람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데, 어느 모로 보면 마을은 “사람이 갇힌 곳”이 되기 쉬워요. 우두머리가 서서 둘레를 이끈다고 할 적에는 “스스로 짓는 삶이 아닌, 남을 따르는 굴레”가 되거든요.


  어버이는 아이를 이끌지 않습니다. 어버이는 사랑으로 낳아 사랑으로 돌보며 사랑으로 노래하는 살림을 아이하고 함께 누립니다. ‘이끈다’고 할 적에는 이른바 ‘기둥(가부장)’입니다. 기둥이 있어 집이 튼튼하다고도 하지만, 집이 제대로 튼튼하려면 ‘기둥 하나’가 아닌 ‘모든 기둥’이어야 해요. 집안을 이루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면서 하나인 기둥일 적에 비로소 사랑이에요.


  숲에서는 으뜸이나 꼭두가 없습니다. 사람은 으레 범이나 사자를 으뜸짐승으로 삼지만, 짐승 사이에서는 으뜸이나 꼭두가 서야 할 까닭이 없어요. 모든 짐승은 저마다 다르면서 하나인 기둥입니다. 풀꽃나무도 매한가지예요. 기둥이 될 나무나 풀꽃은 따로 없습니다. 모든 나무하고 풀꽃이 저마다 다르게 기둥이에요.


  서울 양천 푸름이하고 마을책집 〈나무 곁에 서서〉에서 〈늑대길잡이WolfWalkers〉를 함께 보았습니다. 시골집에서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볼 적하고 또 다르게 마음으로 스미는 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집니다. 글꾸러미에 이 이야기를 옮깁니다.


  사람은 숲넋이던 무렵에는 누구나 모든 목숨붙이하고 이웃이자 동무였지만, 마을이라는 굴레를 세워서 울타리를 쌓고부터 모든 목숨붙이를 등지면서 싸우는 길로 나아갔습니다. ‘마을 = 울타리’요, ‘숲 = 품’이로구나 싶습니다. 마을에서 안 그치고 고을이 되고 고장이 되다가 나라로 번지니, 어느새 숲말(말다운 말)을 잊거나 잃습니다. 먹물글(지식·이론)을 세웁니다. 꾸미는 겉글(문학·예술)이 불거지고, 차츰 사랑이며 살림하고 멀어집니다. 남이 아닌 스스로 굴레를 쓰고서 삶이 아닌 죽음으로 갑니다.


  갈무리해 봅니다. “학교(졸업장)·종교(이교도)·사회(자격)·집단(교복·제복)·군대(지식·이론)·단체(노예) = 덩어리·모둠”입니다. “나(참)·스스로(사랑)·숲(길)·들(온)·바람(빛)·바다(숨) = 하나·하늘”입니다. 굴레(사회·학교)에 깃들지 않을 뜻보다는, 사랑으로 가는 슬기로운 살림을 품는 숲이 되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늑대길잡이WolfWalkers〉는 늑대하고 숲하고 마을하고 사람 사이에서 사랑이 어디에 있는가를 푸름이 눈높이에서 밝혀 주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나무 정령 톰티》(니나 블라존 글·카린 킨더만 그림/이명아 옮김, 여유당, 2021.6.10.)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사이 몽고메리 글·레베카 그린 그림/이보미 옮김, 더숲, 2019.9.9.)

《삶의 기술 3 : 플라스틱 프리》(크리킨디센터, 교육공동체벗, 2018.8.1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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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꽃 (2021.7.8.)

― 인천 〈시와 예술〉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91년에 동무가 물어요. “야, 그 시집 뭐야? 나도 빌려 주라.” “응? 그런데 시험문제에는 안 나오는 시집인데?” “그래? 그런데 넌 왜 읽어?” “시를 시험문제 때문에 읽냐. 읽어서 좋으니까 읽지.” “넌 태평하네. 시험문제에 안 나오는 책도 읽고.” “뭐가 태평해?” “넌 시험 잘 보니까 걱정이 없어서 아무 책이나 읽잖아?” “아무 책이라니? 아름다운 책이니 읽지.” “관둬라. 말이 안 통하네.” “네가 더 말이 안 되지.”


  이제 와 돌아보면 셈겨룸(시험)에 허덕이는데 ‘교과서에도 시험문제에도 안 나오는 시를 담은 책’을 읽는 사람이 엉터리예요. 그렇지만 배움책이나 물음종이에서 다루는 글은 하나같이 따분하고, 삶을 등돌렸다고 느꼈습니다. 셈겨룸을 잘 해내야 하더라도 마음을 빼앗길 생각이 없습니다. 둘레에서 바라는 셈(점수)을 잘 받도록 종이를 채우기와, 스스로 마음을 사랑으로 다스리기는 다르다고 여겼습니다. 


  얼핏 스치면서 본다면 〈시와 예술〉은 조그맣습니다. 얼핏 스치더라도 발걸음을 멈추고서 눈빛을 밝힌다면 〈시와 예술〉은 조촐합니다. 살짝 두리번거린다면 마을책집에서 고를 책이 몇 없습니다. 살며시 마음을 기울여 하나하나 본다면 마을책집에 들를 적마다 한 자락 두 자락씩 장만하는 책으로 우리 살림집이 피어납니다.


  책을 더 손쉽고 싸게 사고 싶다면 누리책집이나 큰책집을 사귀면 됩니다. 책을 그저 즐겁게 노래하면서 사랑하고 싶다면 마을책집으로 이따금 마실하거나 틈틈이 나들이하면서 바람을 쐬면 됩니다.


  책은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우리 마음그릇만큼 읽으면 돼요. 마음그릇을 들여다보지 않고서 마구 읽다가는 그릇이 깨집니다. 마음그릇을 가꾸는 책이 아닌, 마음그릇 겉모습을 반지르르하게 꾸미는 책만 쥔다면 겉만 멀쩡할 뿐 속은 곪아들기 마련입니다. 책은 늘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며 읽을 노릇이지 싶어요.


  이 땅에서는 예부터 노래가 흘렀습니다. ‘시(詩)’가 아닌 ‘노래’입니다. 누구나 노래했고, 누구나 노래를 즐겼어요. 이러던 어느 무렵부터 노래가 억눌리고 ‘시’조차 아닌 ‘詩’가 우쭐거립니다. 배움책이나 물음종이에서 다루는 ‘詩’는 으레 삶하고 등진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습니다. 이름나다는 곳에서 펴내는 시집과 문학상을 받은 시집도 쌀섬을 갉는 생쥐 같습니다.


  오늘 이곳을 노래하면 될 텐데요. 보임틀(텔레비전)을 뒤덮은 뻔한 가락이 아닌, 일노래하고 놀이노래하고 살림노래이면 됩니다. 오늘 하루를 사랑하면 될 텐데요. 살부빔질이 아닌 스스로 아이랑 어른이 되는 슬기롭고 숲빛인 사랑이면 돼요.


ㅅㄴㄹ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박라연, 창비, 2018.4.13.)

《그대의 하늘길》(양성우, 창작과비평사, 1987.10.10.)

《죽음의 자서전》(김혜순, 문학실험실, 2016.5.24.)

《reminiscence》(Jung A Kim, KEHER, 20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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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사랑하나요 (2021.7.29.)

― 부산 〈책과 아이들〉



  아이를 낳기 앞서까지는 스스로 ‘사랑’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입이나 글로 곧잘 ‘사랑’을 읊더라도 ‘참사랑’이라기보다는 어쩐지 ‘입에 발린 겉사랑’에 맴돌지 싶었어요. 그래서 2008년에 큰아이를 낳아 돌보는 살림길을 걷기 앞서까지 제가 마음으로 담은 사랑은 ‘책사랑·책집사랑’하고 ‘말사랑·숲사랑’입니다. 물려줄 만한 살림을 짓지 않을 적에는 사랑이 아니더군요.


  어린이책은 어린이일 적에는 거의 못 읽거나 안 읽었습니다. 국민학교란 이름이던 곳을 1982∼87년 사이에 다닐 무렵에는 심부름하고 짐(숙제)이 늘 넘쳤고, 틈나면 동무하고 뛰놀았고, 소꿉돈을 모아 그림꽃책(만화책)을 사읽었어요. 그때에는 알뜰한 어린이책이 드물기도 했는데, 싸움판(군대)을 마치고 앞길을 새로 그리던 1998년 1월 4일 인천 배다리 헌책집에서 《몽실 언니》를 처음으로 읽던 날 비로소 어린이책에 눈을 떴고, 이날부터 쌈짓돈을 털어 ‘어린이일 적에는 못 읽은 어린이책’을 하나씩 챙겨 읽었어요.


  둘레에서 그러더군요. “애 낳았냐?” 하고. 짝꿍조차 없는데 아이는 무슨 아이가 있겠어요. 어른만 읽는 책(인문책)은 허울이 많고 일본스런 한자말을 고스란히 쓰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굳이 되읽을 마음이 안 들지만, 아름다운 어린이책은 언제나 새롭게 되읽으면서 마음이 찌르르 울린다고 느껴요.


  부산에서 1997년부터 어린이책밭을 일군 〈책과 아이들〉을 2021년 여름에 이르러 비로소 찾아갑니다. 인천·서울·충주에서 살던 예전에도 멀었지만, 고흥에서 사는 오늘도 멀다는 핑계로 이제서야 걸음했는데, 길턱을 넘어서며 책시렁하고 책마루를 바라보자마자 “아, 이곳은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책샘터이자 책쉼터로구나” 싶어요. 책집지기 손길이 구석구석 알뜰살뜰 스며서 가볍게 빛납니다.


  아이한테는 책을 많이 읽혀야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무 종이책을 안 읽혀도 될 만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때를 느끼면 제대로 찾아서 챙겨 읽기 마련입니다. 아이는 적어도 열두 살까지, 때로는 스무 살이나 서른 살까지, 때로는 마흔이나 쉰 살에 이르도록 실컷 뛰놀면서 노래하고 춤눌 노릇이지 싶어요. 책을 더 많이 갖춘 책집도 좋습니다만, 아이들이 뒹굴고 떠들고 소리치고 뛰고 달릴 마당이 있는 책집이 늘면 한결 좋겠어요. 아이들이 책으로 나무를 만나기보다, 맨손으로 나무를 타고 오르며 새랑 벌나비하고 눈을 마주치면서 나무를 사귀면 좋겠어요.


  아직 부산시에서 어린이책집 〈책과 아이들〉한테 보람(상)을 안 주었지 싶은데, 뭐 감투꾼(공무원) 스스로 책집마실을 안 하면 책집이 어떤 샘터이자 쉼터요 놀이터인 줄 모르겠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바로 알아보면서 눈빛을 반짝입니다.


ㅅㄴㄹ


《길모퉁이의 짐할아버지》(엘리너 파전/장숙자 옮김, 유진, 2001.5.1.)

《불구두와 바람샌들》(우르줄라 뵐펠/장숙자 옮김, 유진, 2000.12.20.)

《반디 아빠의 이상한 하루》(손연자, 푸른책들, 2001.11.10.)

《에밀, 위대한 문어》(토미 웅거러/김영진 옮김, 비룡소, 2021.3.19.)

《와그르르 와그르르》(네지메 쇼이치 글·고마쓰 신야 그림/고향옥 옮김, 달리, 2019.5.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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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이야기 (2021.7.10.)

― 익산 〈그림책방 씨앗〉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자라면서 쓰던 글은 바다하고 하늘을 바탕으로 골목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골목꽃하고 골목나무 이야기였습니다. 고흥이란 고장으로 옮기면서 쓰는 글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기를 바라는 풀꽃나무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열 살을 지날 즈음까지는 노래꽃(동시)을 신나게 썼고, 큰아이가 열두 살을 접어들 즈음 글꽃(동화)을 쓰자고 생각합니다. 말꽃(사전)을 쓰다가 온갖 말빛이 춤추면 가만히 보다가 문득 붓을 쥐어요. 노래꽃도 글꽃도 한달음에 쏟아집니다. 붓을 못 멈춰요. 팔목도 손목도 뻑적지근하도록 글물결이 일렁여요.


  인천에서 서울을 거쳐 기차로 익산으로 가는 길에 ‘빗방울’이라는 글꽃을 써냅니다. 익산 〈그림책방 씨앗〉에서 아이를 사랑하는 여러 어버이하고 함께 읽었어요. 쓰기로는 제 마음하고 눈하고 손을 거친 글꽃이지만, 혼자 써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곁님하고 아이들이 함께 짓는 살림자리에서 피어나는 이야기요, 온누리 이웃님이 저마다 사랑으로 하루를 짓는 숨결을 맞아들여서 여미는 이야기입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아줌마가 아저씨한테 “페미니즘 책을 읽히면 서로 싸우자”는 뜻이 되기 쉽겠더군요. 페미니즘은 안 나빠요. 그러나 크게 빠진 대목이 있어요. 바로 살림입니다. 누가 살림을 맡아야 즐거울까요? 어떻게 살림을 지어야 사랑일까요? 아이는 살림을 어떻게 배우며 가꿔야 아름다울까요?


  아저씨는 ‘페미니즘’이 아닌 ‘살림을 사랑으로 노래하는 삶을 즐겨’야지 싶습니다. 어린씨하고 푸름씨는 아저씨랑 아줌마 곁에서 ‘오늘을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소꿉놀이를 살림놀이로 지피는 어질고 착하고 상냥하게 신나고 아름다워 사랑스러운 하루를 누려’야지 싶습니다. 아저씨란 몸으로 아이들하고 살림놀이(또는 소꿉놀이)를 하는 길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같은 책도 썼어요. 누가 더 하거나 덜 해도 좋을 집안일이 아닌, 아이어른이 함께 웃고 노래하며 살림순이에 살림돌이로 피어나면 즐겁더군요.


  오늘날 배움터(학교)는 삶터나 살림터가 아니지요. 배워서 길들이려는 곳인 나머지, 아이어른 모두 스스로 묻도록 안 가르치고 말아요. 우리 보금자리는 삶터나 살림터로 나아갈 적에 언제나 스스로 하루를 그리며 살아갈 노릇이니, 스스로 묻고 스스로 배워서 스스로 사랑하는 삶길이나 살림길로 피어나지 싶습니다.


  마을책집 〈그림책방 씨앗〉에서 그림책을 돌아봅니다. 아이어른이 살림빛을 함께 가꾸고 지으며 노래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살핍니다. 재미난 그림책도 안 나쁘지만, 이보다는 사랑으로 살림하는 오늘을 노래하는 그림책이 즐거워요.


ㅅㄴㄹ


《난 삼백 살 먹은 떡갈나무야!》(제르다 뮐러/이원경 옮김, 비룡소, 2020.7.27.)

《일요일, 어느 멋진 날》(플뢰르 우리/김하연 옮김, 키위북스, 2021.7.1.)

《여름날, 바다에서》(파울라 카르보넬 글·마저리 푸르쉐 그림/성소희 옮김, 달리, 2020.6.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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