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52] 바람이



  둘레 어른들은 모두 ‘튜브’라 하고, 때로는 ‘주브’라고도 하는데,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면서 쓰는 놀잇감한테 쉬우면서 재미난 이름을 붙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여느 때에는 쪼글쪼글하지만 입으로 바람을 후후 불어넣으면 탱탱해지니, 바람을 넣는 주머니라는 뜻으로 ‘바람주머니’라 이름을 붙이면 재미있겠다고 느꼈어요. 읍내에서 두 아이 몫으로 바람주머니를 둘 장만한 뒤, 골짜기로 물놀이를 가면서 가지고 갑니다. 두 아이 몫 바람주머니를 후후 불자니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운을 내어 바람을 다 넣고 아이들한테 건네는데, 네 살 작은아이가 문득 “내 바람이!” 하고 말합니다. 바람을 넣은 주머니인 이 놀잇감한테 작은아이도 제 깜냥껏 예쁜 이름을 붙여서 불렀다고 할까요. ‘바람이’라는 낱말을 혀에 얹어 한참 굴려 봅니다. 예쁘네. 길이도 짧고 살가운 이름이네. 이제부터 우리는 물놀이를 할 적에 ‘바람이’를 데리고 가자. 4347.7.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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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51] 먹을거리



  ‘식당(食堂)’에서는 ‘식자재(食資材)’를 장만해서 ‘식사(食事)’를 차려서 내놓습니다. ‘집’에서는 ‘먹을거리’를 마련해서 ‘밥’을 차려서 내놓습니다. 사회가 커지고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먹는 밥은 어느새 밥이 아닌 식사나 요리가 됩니다. 식사나 요리를 차리려고 식자재를 장만하지요. 내가 어릴 적에 어머니는 “먹을거리가 다 떨어졌으니 시장에 가자” 하고 말씀했습니다. 예부터 어른들은 밥을 차리려 하면서 혼잣말처럼 “어디 먹을 것이 있나 보자”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먹을것’이고 ‘먹을거리’입니다. 먹을거리를 그대로 먹을 수 있고, 먹을거리를 손질해서 밥으로 차릴 수 있습니다. 4347.7.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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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50] 노래선물



  일산 식구들과 함께 혼례잔치에 갑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일곱 식구입니다. 혼례를 올리는 곳에서 나눠 주는 종이를 받아 자리에 앉습니다. ‘노래선물’이라는 차례가 있기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하 하고 깨닫습니다. 다른 곳에서 으레 부르는 ‘축가’를 가리키는군요. 노래선물을 세 번 받습니다. 부르는 사람은 마음을 들려줍니다. 듣는 사람은 마음을 받습니다. 따사로운 빛이 흐릅니다. 4347.7.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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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49] 긴다리



  일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달리다가 커다란 냇물 옆을 지나갑니다. 커다란 냇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있습니다. 나는 네 살 작은아이한테, 저기 ‘한가람’ 있네, 저기 ‘긴다리’ 있네,  하고 말합니다. 이 아이한테 무슨 ‘대교’라는 말을 한들 알아들을 수 없고, 처음 보는 커다란 냇물은 ‘가람’이라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렇지요. 아이한테는 ‘숲’이지 ‘삼림’이 아닙니다. ‘나무’이지 ‘수목’이 아니에요. 어른들이 아이와 보드랍고 쉽게 나눌 말을 헤아려 처음부터 아름답게 빛나는 삶을 가꿀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7.7.1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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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48] 노래돌이와 노래순이



  아이들하고 살면서 아이들을 부르는 이름을 곧잘 새로 짓습니다. 아이들을 가리키거나 부르는 이름을 왜 이렇게 자꾸 새롭게 지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내 마음속에 늘 아이들 넋과 빛을 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곰곰이 헤아리면, 예전부터 나는 늘 나한테도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글을 쓰는 나를 가리켜 ‘글돌이’라 했고, 사진을 찍는 나를 두고 ‘사진돌이’라 했습니다. 살림과 집일을 도맡는 나를 보며 ‘살림돌이’라고도 하며, 빨래를 즐기니 ‘빨래돌이’라고도 하다가는, 자전거를 즐기니 ‘자전거돌이’라고도 했어요. 아이들이 일곱 살과 네 살로 지내는 2014년 여름 한복판입니다. 이 아이들은 아침저녁으로 내내 노래를 부릅니다. 무엇이든 아이들 입에서는 노래가 됩니다. 악기를 입에 물기도 하지만, 악기가 없어도 언제나 노래입니다. 그래, 아이들은 누구나 ‘노래아이’이지 싶어요. ‘노래돌이’와 ‘노래순이’가 되어 스스로 삶을 빛내는구나 싶습니다. 노래를 즐기며 삶을 빛내기에 ‘노래빛’이고, 시골에서 맑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니 ‘노래숲’으로 나아갑니다. 4347.7.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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