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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5] 꽃빔

 


  곁님이 지난해에 람타학교 공부를 하러 여러 달 이웃나라를 다녀오는 길에 일본 어느 공항을 거치면서 ‘기모노’라는 옷을 두 벌 장만했습니다. 아이들 입는 예쁜 꽃무늬 깃든 옷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치마저고리와 바지저고리를 입어도 예쁘지만, 이웃나라 고운 옷을 입어도 예뻐요. 베트남옷이라든지 중국옷을 얻을 수 있다면, 이웃 다른 나라 고운 옷을 얻어서 아이들이 입으면 새롭게 예쁜 빛이 샘솟으리라 생각합니다. 온통 꽃무늬인 일본옷을 입은 아이를 바라보며 절로 ‘꽃옷’이네, ‘꽃빔’이네, 하는 말이 튀어나옵니다. 한겨레 아이들 옷은 ‘색동옷’이라 하는데, 나는 우리 겨레 아이들 옷은 ‘무지개옷’이기도 하다고 느껴요. 아이들 옷에 무지개빛이 환하면서 꽃무늬가 눈부시면 얼마나 고울까 하고 마음속으로 그려 봅니다. 4347.3.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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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4] 온날꽃

 


  백 날 동안 꽃이 핀대서 ‘백일홍’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배롱나무’입니다. ‘간지럼나무’라고도 하는 나무인데,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나 나무장사를 하는 이는 ‘목 백일홍’이라고도 가리킵니다. 왜 ‘배롱나무’나 ‘간지럼나무’라는 이름을 안 쓰고 한자로만 이름을 붙이려 할까 알쏭달쏭하곤 해요. 더욱이, ‘백 날’이라는 이름에서도 옛사람은 이런 말은 안 썼으리라 느껴요. 왜냐하면, 옛사람은 시골사람이고 시골사람은 시골말을 쓰니 ‘온’이라는 낱말을 넣어 ‘온꽃’이나 ‘온날꽃’이나 ‘온날붉은꽃’처럼 썼겠지요.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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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3] 삼월꽃

 


  별꽃이랑 코딱지나물꽃이랑 봄까지꽃은 이월을 밝히는 눈부신 꽃입니다. 앉은뱅이 봄꽃 세 가지는 마당이며 논둑이며 들판을 덮습니다. 냉이꽃이랑 꽃다지꽃이랑 꽃마리꽃도 앉은뱅이 봄꽃 둘레에서 나란히 앉아서 한들한들 어깨동무합니다. 숲속에서는 할미꽃이랑 복수초랑 현호색이 곱게 고개를 내밉니다. 삼월로 접어들 무렵에는 진달래가 하나둘 기지개를 켜고, 때이른 유채꽃과 갓꽃이 피는 한편, 닥나무꽃이랑 매화나무꽃이랑 수유나무꽃이 해맑게 흐드러집니다. 삼월에 피어나며 눈부신 꽃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동백나무꽃은 삼월꽃일까요, 이월꽃일까요. 제비꽃도 삼월에 방긋방긋 고개를 내미니 삼월꽃이라 할 테지요. 사월에는 사월을 빛내는 하얀 딸기꽃이 피고, 딸기꽃에 앞서 앵두꽃이 곱습니다. 요즈음은 앵두꽃이나 딸기꽃을 누리는 사람은 드물고 으레 벚꽃만 누리는데, 달마다 이 꽃 저 꽃 즐기면서 꽃한테 이름 하나 새롭게 붙여 봅니다. 너희는 삼월꽃이로구나, 너희는 이월에도 피고 사월에도 피니 삼월꽃이면서 이월꽃이요 사월꽃이로구나, 너희는 사월에 흐드러지지만 삼월부터 피어나니 사월꽃이면서 삼월꽃이로구나, ……. 봄꽃이고 봄맞이꽃이며 삼월꽃입니다. 봄내음꽃이고 봄바람꽃이며 봄빛꽃입니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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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 통째로

 


  헌책방에서 일하는 분들은 곧잘 ‘아도 치기’라는 말을 씁니다. 책방 한 곳이 문을 닫을 적에 ‘통째’로 넘겨받는다든지, 한꺼번에 많이 쏟아진 책을 ‘모두’ 사들인다고 할 적에 이런 말을 써요. 헌책방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도’라는 일본말을 제법 널리 써요.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지 일흔 해 가까이 되건만, 이런 일본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셈인데, 어떤 분은 이런 말을 써야 무언가 말맛이 나고 말느낌이 확 와닿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말투에 익숙하거나 길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아이들을 생각해 봐요. 아이들한테는 일본말 ‘아도’를 쓸 수 없어요. 아이들한테는 “얘야, 이것 ‘다(모두)’ 너 줄게.” 해야 곧바로 알아듣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모두 아이가 되어야 말맛을 살리고 말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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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 별집

 


  까만 찻물을 마시려는 한국사람은 처음에 ‘스타벅스’를 다녔습니다. 얼마 뒤 ‘별다방’을 다닙니다. 어떤 이는 ‘콩다방’을 다닙니다. 나는 까만 찻물도 빨간 찻물도 푸른 찻물도 마시지 않습니다. 맑은 냇물만 마십니다. ‘별집’이니 ‘콩집’이니 하고 말할 적에 무슨 소리인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시골마을 시골집에서 살아가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무늬를 박은 찻집이니 별집이에요. 콩 볶는 고소한 내음처럼 예쁜 열매를 살살 볶아 코를 간질이는 좋은 찻내음이 흐르는 찻집이니 콩집입니다. ‘스타’라는 이름을 붙인 어느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늘 ‘별’을 느끼면서 찻물을 즐깁니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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