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47. 봄아이가 쓰는 글 (2014.2.24.)

 


  볕이 좋고 바람이 좋으니 마당에서 하루 내내 놀 수 있는 아이들은 즐겁다. 이런 좋은 볕과 바람을 누리며 마당에서든, 들에서든, 바닷가에서든, 숲에서든,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찾고 공부거리를 느낀다. 시멘트로 차곡차곡 지은 교실에서 하는 공부와 멧새 노랫소리를 듣고 바람이 후박잎 살랑이는 소리를 들으며 하는 공부는 얼마나 다를까. 할매들 호미질 소리를 듣고 봄풀 돋는 소리를 들으며 평상에서 글씨를 익히는 아이한테는 어떤 숨결이 깃들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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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4-02-26 13:37   좋아요 0 | URL
어머 날씨가 정말 좋네요 !!
나무 아래서 공부하는 아이의 모습도 너무 이뻐요 ~!!

숲노래 2014-02-26 13:50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비가 오는 바람에 평상에서 놀거나 글놀이를 못 하지만,
이제부터 그야말로 신나는 시골놀이가 펼쳐집니다~ ^^

후애(厚愛) 2014-02-26 20:35   좋아요 0 | URL
고흥은 봄이 아니라 여름인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는 사름벼리양 너무 예쁩니다!!^^

숲노래 2014-02-26 21:11   좋아요 0 | URL
아직 여름은 아니에요.
벼리가 바지를 안 벗었으니까요 ^^

글쓰기 놀이는 하루에 10분 겨우 하고
하루 내내 마냥 놀기만 해요 ^^;
 

시골아이 46. 함께 노래하는 자리 (2014.2.13.)

 


  두 아이가 고샅에서 논다. 지난날 고샅은 시골아이 누구한테나 놀이터였다. 이제 시골 고샅은 흙길이 아닌 시멘트길로 바뀌었고, 시멘트로 바뀐 시골 고샅에서 뛰노는 시골아이는 없다. 시골 아재 아지매는 모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나랏님 말씀을 꼬박꼬박 지켰으니까. 시골에서 태어났대서 꼭 시골사람이 되어야 하지는 않으나, 도시에서 태어났대서 반드시 도시에서만 살아야 할까? 시골에서 태어났어도 도시로 갈 수 있으면, 도시에서 태어났어도 시골로 와서 흙을 만지며 살아가도록 가르쳐야 올바르지 않겠는가. 도시로 떠나고 싶은 아이들한테는 장학금이니 융자금이니 지원금이니 철철 넘친다. 시골에서 뿌리내리며 살고 싶은 아이들한테는 ‘못난이’라느니 ‘바보’라느니 하는 손가락질이 찰찰 넘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집 아이들은 시골에서 시골아이답게 뛰놀고 노래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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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5. 치마저고리 멧길 타기 (2014.1.31.)

 


  숲으로 우거진 뒷멧자락을 사름벼리가 치마저고리를 걸치고 오르려 한다. 치마꼬리가 길기에 자꾸 발에 걸린다. 치맛자락이 짧거나 바지차림이라면 이쯤 되는 비알이란 하나도 안 어렵지만, 한손으로는 치맛자락을 추스르고 한손으로는 나무뿌리를 잡거나 땅바닥을 짚느라 살짝 벅차다. 그렇지만 끝까지 용을 쓰며 오른다. 씩씩한 시골아이이니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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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4. 꽃 어디 갔어? (2014.1.24.)

 


  마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던 산들보라가 문득 뒷간 앞에 쪼그려앉아서 “여기 구멍 어디 갔어? 여기 꽃 어디 갔어?” 하고 혼잣말을 한다. 뒷간 문턱에 조그맣게 구멍이 있고, 이 구멍에 해마다 제비꽃이 피고 진다. 이 자리에 있던 제비꽃풀이 겨울에 시들고 나서 사라졌는데(뽑았으니까) 예전 모습이 떠올랐는가 보다. 이제 두 달만 기다려 보렴. 두 달 뒤에 그 자리에 다시 제비꽃풀 싹이 터서 이윽고 보라빛 조그마한 꽃송이가 벌어질 테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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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3. 흙이랑 노래하기 (2014.1.23.)

 


  며칠 앞서까지는 누나가 함께 마당으로 내려가 주어야 흙놀이를 하던 산들보라인데, 요즈음은 누나가 마당으로 내려가 주지 않아도 혼자서 슬슬 마당으로 내려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부르지 않는다. 함께 놀아 달라 부르지 않는다. 키가 제법 자라서 까치발을 하면 혼자 대문을 열 수 있다. 아직 혼자 대문을 열고 마을 이곳저곳 둘러보러 다니지는 않으나, 마당 한켠 흙밭에 폴싹 주저앉아서 흙놀이를 하곤 한다. 한참 동안 혼자 흙놀이를 하면서 무어라 무어라 종알종알 노래를 한다. 곧 새봄 찾아오고 여름이 밝으면 하루 내내 마당과 뒤꼍과 들과 숲과 바다에서 놀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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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1-24 11:31   좋아요 0 | URL
어제는 (무슨 연유에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득 시골에서 자랄 때 '비오던 날의 풍경'을 수십 년만에 떠올리고는 그 추억을 더듬느라 한참 동안 즐거웠답니다.

초가집 지붕 처마 끝으로 떨어지던 빗물도 떠오르고, 나중에 기와집으로 바꾼 뒤로는 '처마끝마다' 내리던 빗물이 '홈통 만들어 놓은 곳으로만' 세차게 쏟아져 내리던 풍경도 떠오르고요.. 빗물이 세차게 퍼부을 때면 그 빗물이 흙마당과 만나 뽕글뽕글 풍선같은 물방울을 끝없이 만들어 내던 그 풍경도 떠오르고, 그 빗물들이 모여서 마당을 떠나 '도랑'을 타고 내려가면 그 위에 종이배를 띄워서 어디까지 무사히 흘러가는지 도랑물 따라 종이배와 함께 내달리던 기억도 나구요..

도랑물이 경사진 언덕을 타고 흘러 내리면 괜히 물막이를 만들어 그 빗물들이 마음대로 못 지나가도록 심술을 부려보기도 하고, 막혔던 물이 그득 고이면 그걸 시원스레 터트리면서 신나 하기도 하구요.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운동화'와 '책가방'을 마련하지 못해 검정 고무신을 신고 학교를 다니고, 보자기를 펼쳐 책을 담아 등 뒤로 비스듬히 가로질러 메고 다녔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참 꿈같은 시절이었어요. 함께살기 님의 사진을 보면 가끔씩 잊혀졌던 옛 생각이 절로 떠올라요. ㅎㅎ

숲노래 2014-01-24 11:46   좋아요 0 | URL
oren 님 어릴 적에 살던 집이
풀지붕 집이었군요!

생각으로만 옛날 일을 떠올리면서
얼마나 아련하고 아스라한
맑은 빛일까요.

풀지붕 집은 겨울에 많이 춥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살던 나날은
여든이나 아흔이 되어도
가슴속에 오래오래 새겨진 채
마음을 밝혀 주리라 믿어요.

그러니, 이러한 느낌이 고스란히
oren 님이 읽는 책과 여러 글들에
새록새록 녹아드는구나 싶어요.

마당이 흙마당이어야
빗물을 가두면서 아이들이 놀 수 있겠네요.
참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