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77. 언제나 날아 (2014.6.10.)



  아이들은 틈만 나면 난다. 하늘을 붕붕 난다. 어느 아이든 난다.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아이들은 신나게 난다. 그러니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늘 언제 어디에서나 훨훨 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할 때에 즐겁다. 아니, 어른으로서 우리가 할 일이라면 아이들이 즐겁게 날 수 있게끔 하는 멍석깔기이지 싶다. 사름벼리야 고마워. 네가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면서 그렇게 펄쩍 날 수 있다니, 너는 참 멋진 아이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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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6. 치마 잘 어울리는 풀순이 (2014.6.10.)


  우리 집 사름벼리한테 치마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줄 알기는 했지만, 시골에서 개구지게 놀면서도 치마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줄 새삼스레 느낀다. 처음에는 꽃순이요 풀순이요 나무순이로 여겼지만, 치마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씩씩하게 뛰는 춤사위를 보면서, 또 다부지면서 듬직한 매무새를 보면서, 먼 옛날 시골마다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 ‘순이’들이 많았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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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5. 오디 먹고 싶은 아이 (2014.6.13.)


  오디를 훑으며 산들보라를 부른다. 산들보라는 아버지가 풀숲에 가려 안 보이니 다른 데로 가다가, 아버지가 부르니 풀숲을 씩씩하게 헤치면서 다가온다. “어떻게 가?” “응, 잘 오면 돼.” 산들보라는 아버지 말대로 잘 온다. 풀이나 넝쿨은 밟거나 헤치면 되지. 아무 걱정이 없단다. 내 손바닥에 놓은 오디를 산들보라가 손에 쥔 통에 넣는다. “뭐야?” “오디.” “오디? 먹는 거야?” “응, 맛있어.” “저기도 오디?” “응.” “저기는 안 따?” “까맣게 익은 아이만 따고, 아직 빨간 아이는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더 맛있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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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4.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2014.6.11.)


  샘터를 치우려고 가는 길에 재활용쓰레기를 들고 가기로 한다. 빈 페트병 담은 봉지는 가벼우니 아이들이 서로 들겠다고 한다. 이쯤 되는 심부름은 아주 즐거운 듯하다. 작은아이가 먼저 콩콩 앞서 달리고, 큰아이가 수세미 담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머리에 얹고는 천천히 뒤따른다. 막 모를 심은 논을 따라 걷는다. 바람은 상큼하고 풀내음과 물빛이 맑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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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73. 나무 곁에서 장난감을 (2014.6.10.)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 덥지만, 구름이 가득 끼기도 하고 아직 아침이면서 나무그늘 밑에 있으면 한여름에 몹시 시원하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논다 할 적에 되도록 후박나무 그늘이 드리우는 평상에서 갖고 놀도록 한다. 집안에 있어도 개구리 노랫소리가 들리지만, 평상에 앉아서 놀면 나무내음과 나무노래를 함께 듣는다. 온갖 벌레와 새가 들려주는 노래도 듣고, 어미 제비가 새끼 제비한테 먹이를 물어 나르는 부산한 모습도 본다. 너희가 손과 눈으로는 장난감을 좇아도, 마음과 가슴으로는 풀내음과 풀빛을 먹는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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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6-11 23:53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컸어요 평상 넘 멋지네요

숲노래 2014-06-12 00:14   좋아요 0 | URL
날마다 무럭무럭 잘 큽니다~
시골 어느 집이나 다 있는 평상이랍니다 ^^
비를 맞고 바람을 맞으며 햇볕을 맞으며
이런 빛깔이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