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57. 정구지 뜯는 아이 (2014.4.15.)



  아버지가 풀을 뜯으니 일곱 살 큰아이가 “나도 뜯을래.” 하면서 함께 뜯는다. 누나가 풀을 뜯으니 네 살 작은아이가 “나도 뜯을래.” 하고 누나 말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풀을 뜯는다. 누나가 “나는 긴 풀(정구지) 뜯어야지.” 하고 말하니, 동생도 “나는 긴 풀 뜯어야지.” 하고 똑같이 말한다. 궁둥이를 실룩 내밀면서 뜯는다. 얘야, 정구지잎이니 다른 풀잎이니? 네가 뜯은 잎은 네가 다 먹으렴. 알겠지? 스스로 먹을 풀은 스스로 뜯자, 좋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56. 꽃그늘에서 널판놀이 (2014.4.6.)

 


  동백꽃이 흐드러지는 곁에서 후박나무도 곧 후바꽃을 피우려 한다. 후박나무 곁에서는 초피나무가 푸른 빛깔 조그마한 꽃봉오리를 터뜨리려고 애쓴다. 마당 꽃밭에서는 돌나물과 쑥과 민들레과 제비꽃과 쇠별꽃과 꽃마리꽃이 함께 얼크러진다. 사이사이 괭이밥이 자라지만 다른 풀에 치여 안 보이는데, 정구지조차 쑥잎에 가릴 만큼 쑥이 한창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고들빼기는 언제쯤 고개를 내밀까. 한껏 흐드러진 꽃그늘과 잎그늘 한복판이 되는 평상에 널판을 걸치고 널판걷기를 하는 일곱 살 큰아이는 사월바람을 듬뿍 마시면서 마음껏 노래하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55. 자전거를 타는 곳 (2014.3.28.)

 


  아이와 살아가는 곳은 어른이 살아가는 곳이다. 아이가 노는 곳은 어른이 일하는 곳이다. 아이가 노래하는 곳은 어른이 살림하는 곳이다. 아이가 뛰고 달리며 춤추는 곳은 어른이 사랑하는 곳이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곳은 어디일까? 아이는 어디에서 자전거를 탈 적에 즐거울까? 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동안 어른은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지켜보면 아름다울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54. 들빵 먹기 (2014.3.27.)

 


  우리 집 찾아온 손님이 아이들 먹으라고 빵을 꽤 많이 사 주었다. 자전거를 타고 배웅을 나간 뒤 돌아오는 길에 곧바로 집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 서재도서관으로 쓰는 옛 흥양초등학교 운동장 가장자리 풀밭으로 간다. 이 학교가 문을 닫지 않았을 적에는 운동장 둘레로 온통 논이다. 이 학교가 문을 닫은 오늘날에도 운동장 둘레는 모두 논이다. 이 학교를 다닌 아이들은 언제나 어버이 숨소리를 느꼈겠지. 어버이가 들일을 하는 모습을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았겠지. 고즈넉한 시골자락을 울리는 고운 새소리를 듣는다. 풀벌레가 함께 울려면 아직 멀다. 아이들은 들밥 아닌 들빵을 먹는다. 풀내음 맡고 새소리 들으면서 먹는 풀빵도 꽤 맛나지? 이 좋은 봄날, 들밥이나 들빵 먹으러 자주 마실해야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53. 떡 받는 아이 (2014.3.14.)

 


  마을 빨래터 물이끼를 걷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 할매 한 분을 뵙는다. 마을 할매는 “샘 쳤나? 샘 치느라 애쓰네.” 하면서 아이들을 부른다. “너그들 떡 좋아하나? 떡 좋아하면 줄까?” 제사를 다녀오신 듯하다. 제사떡을 마을회관에서 이웃 할매들과 나누려고 가져오셨는데, 마침 우리 집 아이들을 만난 김에 나누어 주신다. 아이들이 빨래터에서 쓰던 바가지에 떡을 몇 점씩 받는다. 가슴으로 안거나 머리에 이며 집으로 돌아간다. 두 아이는 떡순이가 되고 떡돌이가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