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37] 글과 그림과 노래

 


  밥 한 그릇에 담는 꿈,
  웃음 한 자락에 싣는 빛,
  글 한 줄에 적는 사랑.

 


  글도 그림도 사진도 노래도 춤도 모두 같아요. 글로 쓸 줄 안다면 그림으로 그릴 줄 알고, 노래로도 부르고 춤으로도 추어서 보여줄 수 있어요. 웃음을 보여주고 눈물을 드러내요. 꿈을 나누고, 사랑을 펼쳐요. 밥을 짓는 손길은 아름답지요. 옷을 짓는 손길도, 집을 짓는 손길도 아름답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노래하는 목소리도 곱고, 들판에서 개구리가 노래하는 목청도 곱습니다. 구름이 파랗게 빛나는 하늘을 달리며 바람을 베풀어요. 제비가 휘익 빨랫줄 사이로 날면서 바람을 갈라요. 잘 써야 하는 글이 아니라, 마음을 담으면 되는 글이에요. 맛나게 지어야 하는 밥이 아니라, 사랑으로 지어야 하는 밥이에요. 훌륭하게 떨쳐야 하는 이름이 아니라, 반가운 동무와 이웃하고 즐겁게 어우러지는 이름이에요. 모두 같은 숨결이요, 서로서로 예쁜 삶빛입니다. 4346.7.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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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6] 한 마디 말

 


  능금씨 심으면 능금나무 자라고
  부추씨 떨어지면 부추풀 돋으니
  씨앗 한 톨 온누리 어루만진다.

 


  어른들이 고운 말 즐겁게 쓰면, 아이들도 고운 말 사랑스레 쓴다고 느껴요. 어른들이 고운 말을 잊거나 즐겁게 주고받는 말빛을 잃으면, 아이들도 고운 말을 잊을 뿐 아니라 서로서로 즐겁게 말빛 주고받는 기쁨을 잊어요. 한 마디 말은 언제나 한 마디 말씨앗이에요. 두 마디 말은 늘 두 마디 말씨앗이고요. 능금씨 한 톨이 뿌리를 내려 우람한 능금나무 되고는 맛난 능금알 베풀듯, 곱게 나누는 말씨 한 마디는 아름다운 말나무 되어 온누리 따사롭게 보듬는 사랑스러운 말빛이 됩니다. 4346.7.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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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7-14 18:09   좋아요 0 | URL
장일순님의 <나락 한알속의 우주>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작은 나락 한알 속에서 우주를 보는 것, 씨앗 한톨 에서 온누리를 읽을 수 있는 것 말입니다.
 

[시로 읽는 책 35] 외로움

 


  따순 볕 먹은 나무는 달콤한 열매를,
  맑은 숨 마신 풀꽃은 짙푸른 바람을,
  고운 삶 누린 어른은 넉넉한 사랑을.

 


  아이들이 외롭다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외롭게 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활짝 웃는다면, 아이들 마음속에 사랑이 자라도록 어른들도 사랑스레 살아가기 때문이로구나 싶습니다. 따순 햇볕 먹고 씩씩하게 자란 나무는 달콤한 열매를 나누어 줍니다. 맑은 숨을 마신 풀과 꽃은 구름빛과 무지개빛 어우러진 짙푸른 바람을 베풀어 줍니다. 고운 삶 누리며 하루하루 기쁘게 일군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더할 나위 없이 넉넉한 사랑을 물려줍니다.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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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4] 찔레싹

 


  딸기를 따서 먹으면 딸기가 스며들고
  쑥을 뜯어서 먹으면 쑥내가 안겨들고
  찔레를 꺾어 먹으면 찔레맛 녹아들고.

 


  찔레순이란, 찔레나무에 새로 돋는 가지예요. 여느 ‘순’, 곧 여느 ‘싹’하고는 사뭇 달라요. 찔레가시 있는 채 꺾어 그대로 씹어서 먹는답니다. 그래서 찔레순만 먹어도 배가 어느 만큼 부를 수 있어요. 사람들이 가게에서 사다 먹지만 말고, 두릅이든 찔레이든 스스로 들과 숲에서 꺾어 그날그날 한 끼니만큼만 먹으면 온누리가 참 달라지지 않으랴 싶어요. 푸성귀도 나물도 스스로 밭자락이나 들판에서 뜯어서 먹으면 우리 보금자리와 마을과 나라는 한껏 푸른 숨결 가득하리라 생각해요. 4346.7.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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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3] 사랑

 


  물을 마시면서 내 몸은 물이 되고
  바람을 들이켜며 내 몸은 바람 되어
  햇살을 쬐는 사이 어느덧 해처럼 빛나요.

 


  사랑한다고 할 때에는 ‘그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서로 ‘그 모습 그대로인 서로’를 닮아요. 마음이 닮고 생각이 닮아요. 꿈이 닮고, 이윽고 사랑이 닮으면서, 삶 또한 가만히 닮지요. 마음과 생각과 꿈과 사랑이 닮으면서 삶이 닮다 보니, 얼굴도 몸짓도 목소리도 닮습니다. 다 다른 사람이 사랑을 하지 않아요. 서로 닮고 싶은 사람이 사랑을 해요. 서로 즐겁게 닮으면서 아름다운 길 걸어가고픈 사람들이 만나 사랑을 이루어요. 4346.7.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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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7-08 06:38   좋아요 0 | URL
풀여치 한마리가 어깨에 와 앉아 함께 걷는 동안 문득 내가 풀잎이 되고 풀여치는 내가 풀잎이라고 여기게 된다는 박형준 시인의 시가 생각나네요. 이 시의 제목을 "사랑"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다른 시가 검색되네요. 제가 제목을 잘못 알고 있는지.

숲노래 2013-07-08 07:07   좋아요 0 | URL
박형준 님이 그런 아름다운 시를 쓰셨군요.
풀여치와 풀잎하고 하나가 되면서
고운 넋 되었기에
그와 같이 예쁜 시를 쓰셨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