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77] 설거지

 


  비질과 걸레질 하며 집안을 치운다.
  밥을 하면서 설거지를 한다.
  아이들과 놀며 삶을 사랑한다.

 


  아직까지 적잖은 사내들은 ‘설거지를 거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밥하기와 설거지는 따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밥을 차리고 국을 끓이며 반찬을 하는 동안 설거지감 잔뜩 나옵니다. 밥하는 사람은 밥하는 동안 수없이 설거지를 하고 또 합니다. 아직 어수룩한 요리사는 설거지감만 잔뜩 내놓습니다. 어수룩하기 때문에 밥상에 차릴 것만 살필 뿐, 밥과 국과 반찬을 마련하는 동안 쓰는 부엌 연장을 제자리로 착착착 두도록 건사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설거지를 거든다’고 말하려면 ‘밥을 함께 지어’야 합니다. ‘밥을 짓겠다’고 말하려면 밥하는 동안 바지런히 설거지를 할 노릇입니다. 아이들과 노는 삶이란, 다 함께 이루는 삶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란, 돈만 버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되고, 일하는 어른 삶과 어른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 삶을 함께 빛내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4346.11.1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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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17 18:32   좋아요 0 | URL
어른들이 하는 일이란, 돈만 버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되고, 일하는 어른 삶과 어른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 삶을 함께 빛내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가 마음에 닿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려요~*^^*

숲노래 2013-11-18 02:26   좋아요 0 | URL
설거지를 거든다고 생각하는
이 땅 사내들이
한 가지 생각을
가만히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라면서 이 글을 썼습니다 ^^
 

[시로 읽는 책 76] 서로

 


  옳은 말은 힘이 세요.
  아름다운 말은 사랑스러워요.
  즐거운 말은 빛나요.

 


  옳은 말은 힘이 세지요. 아름다운 말은 사랑스럽답니다. 옳은 말만 한다면 힘센 기운에 눌려 둘레 사람들이 아무 말을 못해요. 옳은 말은 옳은 말대로 할 수 있으면서, 언제나 아름답고 즐거운 말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옳은 말은 밑바탕에 사랑과 즐거움이 있어요. 사랑과 즐거움을 밑바탕에 깔지 않는다면 옳은 말을 할 수 없어요. 얼핏 보면 옳은 말은 딱딱하거나 차갑다 여길 수 있지만, 속에 깃든 사랑과 즐거움을 읽을 수 있다면, 왜 옳은 말이 힘이 세고, 이렇게 힘이 센 말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빛나는가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아름다운 말은 옳으면서 아름답고, 즐거운 말은 옳고 아름다우면서 즐겁습니다. 4346.11.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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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1-15 22:31   좋아요 0 | URL
아... 참 좋은 시입니다~!!!*^^*

숲노래 2013-11-16 05: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에
좋은 시가 될 수 있어요~
 

[시로 읽는 책 75] 언제나

 


  둘로 나눌 수 없는 삶, 하늘, 바다, 흙.
  둘로 가를 수 없는 꽃, 나무, 마음, 빛.
  언제나 하나이고 한결같은 이야기.

 


  둘로 나눌 수 없는 삶입니다. 이 삶과 저 삶으로 한 사람 삶을 나눌 수 없습니다. 늘 모든 삶이 하나로 움직이고 흐릅니다. 하늘과 바다와 흙도 둘로 나눌 수 없습니다. 정치꾼은 국경선을 가르지만, 흙은 국경선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하늘과 바다도 금으로 나누지 못합니다. 꽃과 나무를 둘로 가르면 죽습니다. 마음과 빛을 둘로 갈라 보았자 이내 하나로 됩니다. 언제나 하나로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늘 웃을 수 있는 삶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오직 하나요 한결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생각을 짓습니다. 4346.11.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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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74] 문학

 


  하늘한테 상장 주는 사람 없어요.
  그래도 하늘은 파란 숨결
  늘 누구한테나 따숩게 베풀어요.

 


  ‘삐삐’ 이야기를 쓴 린드그렌 님이 노벨문학상 받았는지 알 노릇이 없는데, 문학상을 받거나 말거나 즐겁게 읽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우리 가슴에 남을 수 있으면 사랑스러우리라 느껴요. 해님한테, 냇물한테, 빗방울한테, 풀잎한테, 나무한테, 숲한테, 꽃송이한테, 무지개한테, 구름한테, 참말 우리 둘레 아름다운 숨결한테 상장을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마, 상장을 주겠다 한들, 받을 해님이나 냇물이 없어요. 상장을 주더라도 별과 달은 이런 물건들 받지 못해요. 해님이 받는다면 마음을 받아요. 나무와 풀이 무언가 사람한테서 받는다면 사랑을 받아요. 우리 사람들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한 가지라면, 오직 하나,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4346.11.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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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73] 꽃님

 


  꽃을 바라보면 누구나 꽃이 돼요.
  숲을 마주하면 누구나 숲이 돼요.
  어디에서 무엇을 보며 살까요?

 


  언제나 좋게 보아 주는 이웃이 있습니다. 우리를 언제나 좋게 보아 주는 이웃은 이녁이 베푸는 좋은 마음이 우리를 거쳐 다시 이녁한테 아름답게 돌아가, 좋은 사랑으로 자라리라 느낍니다. 언제나 얄궂게 바라보는 이웃도 있을까요? 어쩌면 있을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언제나 얄궂게 바라보는 이웃은 이녁이 베푸는 가시돋힌 말과 넋이 우리를 거쳐 다시 이녁한테 얄궂고 가시돋힌 모습으로 돌아가, 슬픈 생채기로 불거지리라 느낍니다. 사랑은 사랑을 낳습니다. 평화는 평화를 낳습니다. 웃음은 웃음을 낳습니다. 내가 베푸는 빛이 나한테 돌아올 빛입니다. 내가 받는 빛이란 나한테 빛을 베푸는 이가 돌려받을 빛입니다. 4346.1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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