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82] 가을

 


  아름답게 누리기에 아름다운 하루.
  즐겁게 가꾸기에 즐거운 나날.
  사랑스레 돌보기에 사랑스러운 삶.

 


  아름다운 가을이라면, 참말 아름답게 하루를 일구면 아름다운 삶 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사랑스러운 가을이라면, 그야말로 사랑스럽게 하루를 누리면 사랑스러운 삶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즐거움도 슬픔도, 기쁨도 서운함도, 싫음과 좋음도, 모두 내 마음속에서 태어나요. 멋진 님이 찾아와 내 삶을 가꾸어 주지 않아요. 언제나 스스로 하루하루 즐겁게 누리면 모든 일이 다 환하게 빛나리라 느껴요. 늦가을 마지막 날을 맞이하며, 이제 가을은 한 해를 기다려야 다시 찾아오네, 하고 깨닫습니다.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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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81] 책과 나무

 


  지게가 되고 기둥이 되며 땔감이 되다가,
  책걸상 되고 연필이 되며 책이 되는,
  푸른 숨결과 온몸을 내어주는 나무.

 


  책이 아직 나무였을 적에는 더럽지 않았습니다. 나무를 바라보며 더럽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자동차 배기가스를 옴팡지게 마셔야 한다면 나뭇줄기와 잎사귀가 새까맣게 되지만, 이런 가녀린 도시나무를 바라보며서도 더럽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나무 몸통을 잘라서 종이를 만들 적에 화학처리를 합니다. 종이를 책으로 묶으며 잉크 찍고 다시 화학처리를 합니다. 책은 온통 나무 몸통인데, 책이 되면서 차츰 먼지가 쌓여요. 헌책방 헌책뿐 아니라 도서관 책들과 새책방 새책에도 책먼지 많이 묻어요. 새책방에서도 도서관에서도 모두 장갑을 끼고 책을 만지지만, 어느새 새까맣게 되어요. 풀과 꽃과 나무도 사람 손을 타면 먼지가 낄까요. 따사로운 넋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어디에나 먼지가 낄까요.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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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80] 다섯 가지

 


  책과 돈이 없어도 살지만,
  해, 바람, 물, 흙, 풀 없으면
  죽는다.

 


  동양에서는 오행을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사원소를 말합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해(불+빛), 바람(공기), 물(비+내+바다), 흙(들+논밭), 풀(풀+나무)이에요. 동양에서는 ‘풀(나무)’까지 넣어 다섯 가지이지만, 서양에서는 ‘풀(나무)’을 따로 안 넣어요. ‘흙’이 있으면 풀과 나무가 있다고 여기니까요. 이 가운데 ‘쇠’가 어디 갔느냐 할 수 있지만, ‘쇠’는 ‘돌’에 들어 ‘흙’ 사이에 끼겠지요. 오행이 되건 사원소가 되건, 모두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밑바탕이요, 사람뿐 아니라 모든 목숨이 지구별에서 아름답고 즐겁게 살아가는 밑힘입니다. 해, 바람, 물, 흙, 풀입니다. 4346.11.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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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79] 아침저녁

 


  아침에 해를 바라보며 일한다.
  저녁에 달을 마주보며 쉰다.
  글은 별빛으로 쓰고 읽는다.

 


  언젠가 어느 헌책방 책방지기님이 이런 말을 합니다. 책방 일을 하려면 첫째로 책을 좋아해야 하고 둘째로 힘이 좋아야 한다고. 이 말을 들은 지 열 해쯤 되는데, 날마다 이 말을 찬찬히 곱새깁니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와 즐길 수 있는 몸, 이 두 가지를 알뜰히 건사할 때에 비로소 삶이 빛나겠다고 생각해요. 예부터 아침에 일하고 저녁에 책 읽는다 했어요. 몸으로 일하고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참으로 아름다운 빛이 이야기로 태어나리라 느껴요. 아침저녁으로 새 빛을 마음과 몸에 알맞게 담습니다. 4346.11.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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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78] 삶

 


  밥하고 빨래하는 살림이 노래
  아이들 복닥이며 노는 빛이 이야기
  삶을 일구면 고운 말들 하나씩 찾아와.

 


  생각과 삶과 말을 하나로 모둘 수 있으면, 누구나 언제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느껴요. 생각과 삶과 말을 하나로 모두지 못한다면, 누구나 언제나 아름다움하고 자꾸 멀어지리라 느껴요. 생각하는 대로 삶을 가꾸고, 살아가는 대로 생각을 가꿉니다. 살아가는 대로 말을 빛내고, 말을 하는 대로 삶을 빛냅니다. 우거진 숲에서 조그마한 멧새 하나 되어 포르르 날아다니는 이오덕 님이 이러한 길을 잘 밝혀서 보여주었다고 느껴요. 삶빛은 우리들 가슴 어디에나 있고, 사랑빛은 우리들 마음에서 언제나 자라요. 4346.11.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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