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92] 한목소리

 


  시골집 밤하늘 별밭 보며
  한목소리로
  아이 밝구나 곱구나 하얗구나.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목소리를 냅니다. 다 다른 자리에서 태어나 다 다른 삶을 일구는데, 다 다른 목소리를 내야 마땅하기도 해요. 다 다른 사람을 다 같은 학교에 몰아놓고 다 같은 교과서로 가르치더라도 다 다르게 느끼고 깨달으면서 다 다른 넋과 빛을 받아들여야 옳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삶을 가꾸며 살더라도 다 같은 목소리가 될 때가 있어요. 바로 ‘사랑’ 하나를 놓고는 다 같이 고운 목소리 되어요. 다 같이 밝은 눈빛 되어요. 다 같이 하얀 마음 됩니다. 이리하여, 다 다른 사람이 느끼는 다 같은 사랑은 새삼스레 다 다른 이야기빛 되어, 다 같은 웃음과 눈물과 즐거움과 꿈을 베풀어 줍니다. 4346.12.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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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91] 성공과 실패

 


  잘 되면 잘 되었구나,
  안 되면 안 되었구나,
  언제나 빙그레 웃으면서 한 마디.

 


  두 아이 어버이로 살아가며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잘 하는 일이 있고, 아직 스스로 잘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큰아이는 돌쟁이 되기 앞서부터 단추꿰기와 양말신기와 옷입기를 비롯해 온갖 일을 스스로 하려고 무척 애썼어요. 제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네가 더 크면 어련히 다 할 수 있는데 굳이 안 그러도 된다 하지만,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 안 보이는 자리에 살짝 숨듯 돌아앉아서 혼자서 무엇이든 해내려고 용을 썼어요. 이와 달리 작은아이는 무엇이든 해 달라고 떼를 씁니다. 같은 집 같은 아이인데 이렇게 몸가짐이 다르네 하고 느끼지만, 다 다른 사람들 다 다른 빛일 테지요. 그래, 작은아이더러 일부러 아무 손길 보태지 않고 아무도 안 쳐다보는 듯이 굴 때가 있어요. 너 스스로 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작은아이는 비로소 옷을 주섬주섬 꿰려고 용을 쓰다가 으앙 울고, 신은 이럭저럭 혼자서 뀁니다. 아이들은 실패를 겪으며 자랄까요? 아이들은 성공을 맛보며 자랄까요? 나는 이도 저도 아니라고 느낍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느끼면서 사랑을 알고, 꿈을 꾸면서 꿈을 키워요. 성공이나 실패는 아무것 아닐 뿐 아니라, 성공이나 실패는 삶도 꿈도 사랑도 아니에요. 아이들한테 실패를 맛보도록 할 까닭 없고, 아이들이 성공을 느끼도록 할 일 없어요. 그저 즐겁게 웃으면서 함께 어울리고 살아가면 될 뿐이라고 느껴요. 4346.12.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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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12-23 07:39   좋아요 0 | URL
저도 두 남매 키우면서 같은 부모에게서 나왔는데 참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둘이 섞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욕심을 내볼 때도 있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게 부모의 몫이 아닌가 싶어요.
따님들도 참 다르네요.

숲노래 2013-12-23 09:31   좋아요 0 | URL
서로 다르기에 새롭게 바라보면서
잘 어울리고
새롭게 배우기도 하면서
무럭무럭 잘 크겠지요~~
 

[시로 읽는 책 90] 책읽기

 


  밥을 짓고, 옷을 빨며, 비질을 한다.
  아이를 안고, 아이와 노래하며, 아이와 걷는다.
  삶을 가꾸는 모든 빛이 책이다.

 


  책은 삶을 가꾸려고 있다고 느낍니다. 책을 쓰는 사람은 스스로 삶을 가꾸는 사람이고, 책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삶을 사랑스레 가꾸는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그런데, 밥을 지어 차릴 적에도 삶을 가꾸어요. 다 지어 차린 밥을 함께 먹자고 부를 적에도 삶을 가꿉니다. 옷을 빨래하면서, 빨래 마친 옷을 개면서,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면서 언제나 삶을 가꾸어요. 모든 삶이 노래이고 빛이며 사랑입니다. 모든 삶이 책이고 이야기이며 꿈입니다. 4346.12.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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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3-12-21 09:34   좋아요 0 | URL
삶이 책이라는 부분,,,공감하면서~ 제가 요즘 쓰고 있는 책은 어떤 장르일까??? 생각해봐요~ 즐겁게 웃음을 주는 코믹으로 가고 싶은데,,,,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숲노래 2013-12-21 11:11   좋아요 0 | URL
그러면 착한시경 님은 예쁜 웃음이 즐겁게 피어나는 꽃삶을 책으로 영글어 놓으시겠군요~~~
 

[시로 읽는 책 89] 아름다움

 


  내가 먹을 밥을 찾고
  내가 지낼 집을 찾으며
  내 삶을 내 손으로 짓습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란, 스스로 살아가고 싶은 길입니다. 스스로 누리고 싶은 삶이란, 스스로 먹고 싶은 밥입니다. 스스로 나누고 싶은 사랑은, 스스로 가꾸고 싶은 집입니다. 남이 내 하루를 살아 주지 않듯이, 남이 내 고픈 배를 채우도록 밥을 먹어 주지 않아요. 남이 나 춥다고 옷을 껴입는대서 내가 따뜻하지 않아요. 내가 추우면 스스로 옷을 입어야지요. 그러니까, 내 삶길은 언제나 스스로 찾습니다. 내가 읽을 책도 스스로 고릅니다. 내가 일굴 밭 또한 스스로 괭이질 삽질 호미질을 하며 일구어요. 내 빛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요. 나다운 삶이란 아름다운 삶이고, 나다운 빛이란 스스로 일구는 삶에서 우러나와요. 즐겁게 삶을 지으면서 하루하루 사랑스럽고, 기쁘게 삶을 노래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 한결같이 흐릅니다. 4346.12.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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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88] 덤

 


  안 남는 장사 없다 하지만
  덤을 주고 에누리를 하기에
  남는 장사 되는구나 싶다.

 


  덤과 에누리는 무엇일까요. 하나를 끼워 줄 때에 덤이거나, 값을 깎아야 에누리일까요. 헌책방에서 아름다운 책 하나를 만났을 적에, 다른 책을 끼워 주거나 책값을 깎아 주어야 에누리라고 느끼지 않아요. 나로서는 아름다운 책 하나 만난 일이 바로 덤이면서 에누리입니다. 남을 때에는 나누고, 모자랄 때에는 함께하는 삶이라면 언제나 아름답고 즐거운 삶 되리라 느껴요. 그러니까, 아름다운 책 하나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도록 가게를 열고, 책꽂이 짜서 곱게 갖추는 모습이 바로 덤이면서 에누리로구나 하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책 하나 써낸 사람과 아름다운 책 하나 엮어서 펴낸 사람이 바로 덤이면서 에누리를 우리한테 베푼 셈이라고 느낍니다. 4346.12.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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