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97] 밑힘

 


  흙이 있어 뿌리를 내리는 나무.
  나무가 있어 촉촉한 흙.
  햇볕과 바람과 빗물 있어 숨쉬는 나무와 흙.

 


  마음속으로 빛을 건사하면, 이 빛이 조그맣더라도 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님한테 고운 밑힘이 됩니다. 나는 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한테서 샘솟는 아주 조그마하고 여린 기운을 받아 밑힘으로 삼습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며 붙잡는 흙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흙 한 줌이 보듬어 주는 나무는 한 그루일 뿐입니다. 한 줌 흙이 모이고 모여 들이 되고, 한 그루 나무가 모이고 모여 숲이 됩니다. 서로 어깨동무하기에 살아가고, 함께 웃고 노래하는 삶을 누리려고 어깨동무합니다. 4347.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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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96] 아버지와 아이

 


  손을 잡으면 함께 걷고
  어깨를 겯으면 나란히 걸어
  마주보면 고운 보금자리.

 


  아버지와 아이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지만, 아버지와 아이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어요. 두 사람은 아름다울 수 있고,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지요. 같은 길을 걷기에 늘 아름답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다른 길을 걸으니 안 아름답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서로를 아끼려는 마음이 같으면 어느 길을 걷든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서로를 사랑하려는 마음이 같으면 어느 길에서든 고운 빛이 드리우는 살가운 보금자리 일구리라 느껴요. 4347.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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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1-06 12:04   좋아요 0 | URL
글이 참 따뜻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였습니다.
오늘도 배움을 얻어 갑니다~
고맙습니다.^^

숲노래 2014-01-06 13:07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과 나는
서로 어떤 사이요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저절로 이런 글이
나오더라구요... 흠...
 

[시로 읽는 책 95] 놀이

 


  흙일은 흙놀이, 들일은 들놀이.
  글쓰기는 글놀이, 그림그리기는 그림놀이.
  살면서 하는 일은 살면서 누리는 놀이.

 


  어른들은 일하고 아이들은 놀이합니다. 어른들은 땀흘려 일하고, 아이들은 땀흘려 놀이합니다. 흙을 만지건 물을 만지건, 어른들은 늘 일이고, 아이들은 언제나 놀이입니다. 아기를 돌보건 밥을 짓건, 어른들은 늘 일이며, 아이들은 언제나 놀이입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른은 으레 일이 되고 창작이 되며 작품이 돼요. 그러나, 아이들은 글놀이와 그림놀이예요. 어른들은 전문직업으로서 가수가 되려 하지만, 아이들은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놀아요. 곰곰이 돌아보면, 우리 어른들 삶은 삶일이기 앞서 삶놀이라고 느껴요. 놀 줄 알 때에 일하고, 놀 수 있을 때에 살가이 어깨동무하면서 일하는구나 싶어요. 4347.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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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94] 학교 다니기

 


  신나게 놀고, 사랑을 예쁘게 나누며,
  어깨동무하는 꿈 서로 만나는,
  배움터.

 


  내 어릴 적 학교는 하루라도 빠지면 몽둥이로 찜질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한 주에 두 차례, 때로는 두어 차례 아침모임을 운동장에서 하는데, 앞옆뒤로 나란히를 시키며 줄서기를 해야 했고, 한 시간 남짓 덥든 춥든 꼼짝않고 서지 않으면 뺨을 맞거나 정강이 걷어차이는 곳이었습니다. 군인이 되어 무엇이든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도록 길들이는 곳이 학교였습니다. 학교 밖으로 나가서 삶을 배울 수도, 사랑을 나눌 수도, 꿈을 꿀 수도 없게 꽁꽁 가두었습니다. 학교를 빠지면 안 되듯이 회사도 빠지면 안 되겠지요. 시키는 대로만 배워야 하듯이, 시키는 대로만 따라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놀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며, 어깨동무하거나 꿈꾸지 못한다면, 학교가 아니고 마을이 아니며 보금자리가 아닌 한편, 나라도 정부도 아닐 테지요. 4346.12.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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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93] 천천히

 


  꽃은 천천히 피어나 곱게 빛난다.
  나무뿌리는 천천히 퍼져 튼튼히 선다.
  아이들은 맑게 웃으며 천천히 자란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채 살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러나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채 살아갈 수 있어요. 아름다움은 한꺼번에 하늘에서 선물처럼 떨어지지 않아요. 그러나 아름다움은 어느새 차곡차곡 쌓여 이 아름다움을 알아챌 무렵에는 마치 하늘에서 똑 떨어진 멋진 선물처럼 느낄 수 있어요. 날마다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요. 느긋하고 즐겁게 하나씩 이루어요. 하루가 모여 달이 되고, 달이 모여 해가 되며, 해가 모여 삶이 되다가는, 삶이 모여 빛이 됩니다. 4346.12.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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