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22] 숨결

 


  빛줄기 곱게 드리워
  다 다른 목숨 고루 살리면서 살찌우는
  숨결은 언제나 꽃

 


  꽃을 피우지 않는 풀이나 나무는 없습니다. 풀이나 나무는 꽃을 피우려고 자랄까요? 모르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꽃을 피우려고 온힘을 모으는 풀과 나무를 바라보면, 풀과 나무가 나누어 주는 숨결은 꽃빛이나 꽃힘이나 꽃내음에서 비롯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꽃송이도 꽃이요 잎사귀도 꽃이며 줄기와 가지와 뿌리도 꽃이지 싶습니다. 서로한테 사랑이 될 적에도 꽃이고, 따사롭게 아끼는 마음도 한결같이 꽃이라고 느낍니다. 4347.4.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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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1] 아끼다

 


  아낌없이 먹고
  아낌없이 노래하며
  아낌없이 즐거운 새가 난다.

 


  나무 한 그루 있으면 벌레가 깃들 수 있습니다. 벌레가 깃들 수 있으면 나비가 알을 낳아 애벌레가 자라서 새롭게 깨어날 수 있습니다. 애벌레와 나비가 깃들 수 있는 나무라면, 새들이 먹이를 찾아 다리를 쉬며 내려앉을 수 있습니다. 새가 내려앉아 쉴 수 있는 나무 둘레에서는 언제나 싱그러우면서 푸른 노래가 흐릅니다. 저마다 아낌없이 누리는 삶이요, 아낌없이 사랑하는 하루이고, 아낌없이 노래하고 웃는 이야기밭입니다.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나눕니다. 즐겁게 사랑하는 사람이 어깨동무합니다. 즐겁게 꿈꾸는 사람이 알뜰살뜰 가꿉니다. ‘아끼기’는 ‘안 쓰기’가 아니라 ‘즐기는 삶’이라고 느껴요. 4347.3.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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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0] 보람

 


  아이한테 들려주는 말 한 마디가 문학
  아이와 함께 부르는 노래가 예술
  아이하고 살아가는 보금자리가 문화

 


  한글 교본을 따로 장만하지 않습니다. 내가 손수 종이에 글을 써서 아이한테 건넵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쓴 글을 읽으면서 공책에 옮겨적습니다. 아름다운 누군가 쓴 문학을 아이가 읽도록 하면서 글을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누군가 지은 노래를 아이가 듣도록 하면서 이것저것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손수 지어서 함께 먹는 밥이고, 내가 손수 빨래해서 입히는 옷입니다. 밥과 옷과 집을 손수 가꾸면서 아이와 함께 살아가듯, 글도 노래도 그림도 어버이 스스로 예쁘게 즐기면서 아이와 나눌 적에 빙그레 웃는 보람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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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19] 정치

 


  숲에서는
  정치를 하는 목숨 하나 없으나
  다 함께 잘 산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기에 정치가 안 된다고 느낍니다. 대통령이 있기에 나라살림을 말아먹고, 국회의원이 있기에 세금을 훔친다고 느낍니다. 학교에서 반장이라고 수업을 안 들어도 되거나 빠져도 되지 않아요. 다 똑같이 배우고 함께 살면서 ‘반장 자리는 돌아가면서 누구나 할’ 뿐입니다. 누구나 다 돌아가면서 맡는 자리이니 전담제여야 할 까닭이 없고, 연금을 받아야 할 일이 없습니다. 대통령도 텃밭을 일굴 노릇이고, 국회의원도 자전거와 버스를 탈 노릇입니다. 공동체이니 공화제이니 민주주의이니 사회주의이니 따질 일은 없습니다. 숲을 보면 되고, 바다에서 배우면 돼요. 풀과 나무와 새와 벌레와 짐승은 정치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람과 바닷물과 물고기와 물풀과 흙은 정치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함께 잘 살려면, 이름표도 은행계좌도 권력도 모두 내려놓고 그야말로 함께 땀흘리며 웃고 노래하면서 살아야지요. 4347.3.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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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18] 나이를 먹다

 


  나무는
  바람 햇볕 빗물을 먹으며
  해마다 새 꽃을 피운다.

 


  나이를 먹는 삶이란, 바람과 햇볕과 빗물을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자라는 하루라고 느낍니다. 나이를 먹기에 늙는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새롭게 눈을 뜬다고 느낍니다. 나이를 먹어 늙은 사람이 아닌, 삶이 흐르는 결을 날마다 푼푼이 그러모아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누는 ‘늙음’이라고 느낍니다. 나무를 가리켜 늙었다고 말하지 않거든요. 삼백 살을 먹건 오백 살을 먹건 천 살을 먹건 나무는 늘 나무일 뿐이고, 사람도 서른 살이건 쉰 살이건 백 살이건 모두 똑같이 사람일 뿐입니다. 4347.3.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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