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27] 오랜만에



  날마다 멧새 노랫소리 들으면서

  언제나 햇볕내음 맡으면서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꽃.



  오랜만에 만난 사람은 서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까요.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은 수수하거나 조그마한 이야기는 주고받지 못한 채 서로 겉도는 이야기만 툭툭 꺼내다가 다시 헤어져 오랫동안 안 만나지 않을까요. 자주 만나는 사이라면 참으로 수수하거나 조그마한 이야기로 도란도란 사랑꽃을 피우리라 느껴요. 늘 보는 사이요 함께 살아가는 사이라면 수수하거나 조그마한 이야기가 기쁜 씨앗이 되어 삶을 환하게 밝히리라 느껴요. 4347.4.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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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6] 사랑을 하는 어른



  아이도 사람 어른도 사람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언제나 아이로 산다.



  맑은 마음일 때에는 어른이 될 테고, 맑은 마음이 아닐 때에는 어른이 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어른은 밥그릇 아닌 맑은 넋을 고이 건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얻는 이름이리라 느껴요. 맑은 넋을 고이 건사하지 못한 채 밥그릇을 챙기기만 한다면 어른이라는 이름을 못 얻으리라 느껴요. 나이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맑은 넋을 고이 건사하지 못하는 이를 두고 아무도 어른이라고 하지 않아요. 그러니, 사랑은 어른만 할 수 있겠지요. 사랑은 아이다운 마음을 곱다라니 지키는 어른만 할 수 있겠지요. 4347.4.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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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5] 크기

 


  초피꽃에 붙은 진딧물은 작고
  나는 지구에서 작은 숨결이고
  지구는 온누리에 깃든 작은 별이고.

 


  작은 것은 얼마나 작고 큰 것은 얼마나 클까 싶습니다. 크기를 따지는 일은 얼마나 대수로울까 싶습니다. 작다고 여기니 작을 테고, 크다고 여기니 클 테지요. 아주 자그맣다 싶은 꽃은 사람이 바라볼 적에 아주 작고, 아주 곱다 싶은 꽃은 사람이 마주할 적에 아주 곱지 싶어요. 키가 작은 사람도 키가 큰 사람도 모두 사람입니다. 나이가 적은 사람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모두 사람입니다. 지구도 달도 해도 모두 별입니다. 개미도 진딧물도 사람도 모두 목숨입니다. 다 다른 숨결이면서 다 같은 숨결입니다. 4347.4.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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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4] 곱게 다시



  능금씨를 심어 능금나무
  볍씨를 심어 벼 한 포기
  이야기를 심어 글 한 줄



  즐겁게 나누는 이야기가 글로도 사진으로도 그림으로도 만화로도 노래로도 춤으로도 영화로도 곱게 다시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즐겁게 먹은 열매가 있어 열매씨를 심어 나무가 자라듯이, 즐겁게 주고받은 이야기는 언제나 고운 씨앗이 되어 흙에 드리우고, 흙은 햇볕과 바람과 빗물에다가 사람들 사랑을 품으면서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를 베풀지 싶습니다. 4347.4.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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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3] 너와 나는



  풀벌레와 풀포기와
  너와 나는
  다 같이 지구별 이루는 숲.



  지구별에서 쓸모없는 목숨은 없습니다. 사람들 가운데 쓸모없는 이는 없습니다. 논밭에서 쓸모없는 풀은 없습니다. 숲에서 쓸모없는 나무는 없습니다. 스스로 태어나고 스스로 살아가는 숨결은 모두 지구별을 이루는 넋입니다. 그러면, 전쟁무기와 골프장은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졸업장과 학교와 공공기관과 공장과 청와대와 법원은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고속도로와 공항과 관광단지는 얼마나 쓸모있을까요. 지구별에는 어떤 이웃이 서로 어깨동무할 때에 아름다울까 궁금합니다. 서로 아끼는 길을 걸어갈 우리들은 저마다 어떤 숲이 될 때에 사랑스러울까 궁금합니다. 4347.4.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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