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57] 때

 


  고즈넉한 새벽도 ,잠자리에 드는 때도,
  햇볕 따사로운 때도, 달이 뜨는 때도,
  저마다 가장 빛나는 사랑스러운 한때.

 


  아이들과 살아가면서 날마다 새로운 삶을 배웁니다. 나 스스로 누리고 지낸 어린 나날을 새롭게 돌아볼 뿐 아니라, 내가 잊었던 내가 어릴 적 놀던 모습을 떠올리고, 내가 어릴 적 느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우리 아이한테는 어떤 즐거운 웃음빛으로 풀까 하는 생각까지 짚습니다. 아이들은 개구지게 놀지만, 어버이 속 썩이는 일이 없습니다. 어버이가 속을 썩는다면 어버이 스스로 아이와 더 즐겁게 놀지 못한 탓입니다. 곧,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실컷 얼크러지면, 아이들은 어버이를 살가이 보듬고 어루만지면서 삶에 새로운 빛을 나누어 줍니다. 언제나 아름다운 하루입니다. 4346.9.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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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56] 글쓰기

 


  싸우듯이 빨래를 하지 않아요.
  싸우듯이 아이를 낳지 않아요.
  싸우듯이 글을 쓰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귀찮음과 싸움을 하듯이 글을 쓴다고 해요. 어떤 사람은 돈이나 이름이나 힘을 얻으려고 글을 쓰는구나 싶기도 해요. 나도 글을 쓰면서 돈을 벌곤 하지만, 돈을 버니까 글을 쓴 적은 없어요.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 내 삶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고 즐기고 살찌울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해요. 오늘 주어진 삶을 즐기고, 오늘 누린 삶을 마무리지으며, 오늘과 같이 새로 찾아올 삶을 헤아리면서 글을 써요. 모든 삶은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요. 모든 이야기는 사랑으로 꿈틀거려요. 모든 사랑은 아름답게 노래가 되어요. 즐거움이 있을 때에 삶이 이루어져요. 4346.9.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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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55] 저녁노을

 


  해를 따라 날아가면 언제나 아침,
  또는 낮 또는 저녁 또는 밤 또는 새벽.
  삶을 일구며 하루를 맞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느덧 일곱 시도 안 되어 해가 떨어져요. 저녁노을과 아침노을은 사진으로 찍어도 아름답고, 그예 눈으로 바라보고 또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지구별은 둥글기에 해가 지는 결을 따라 하늘을 날면 스물네 시간 내내 저녁노을이나 아침노을만 바라볼 수 있어요. 또는, 하루 내내 밤이나 낮만 바라볼 수 있어요. 하루 내내 아침만 있다면, 하루 내내 저녁만 있다면, 하루 내내 낮만 있다면 어떤 삶이 될까요. 아침이 있고, 낮이 흐르며, 저녁이 저물고, 밤이 깊으며, 새벽이 밝는 하루를 누릴 적에는 어떤 삶이 될까요. 4346.9.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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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54] 아이하고 지내기

 


  사랑은 사랑으로 흐릅니다.
  푸른 바람은 푸르게 붑니다.
  따순 햇볕은 따숩게 내리쬐요.

 


  골을 부리면 골부림이 됩니다. 환하게 웃으면 웃음꽃이 됩니다. 아이 앞에서뿐 아니라 여느 자리에서 이맛살 찡그리며 말을 하면, 이 말투와 말씨는 아이한테 천천히 스며듭니다. 아이 앞에서나 다른 자리에서나 빙그레 웃음지으며 말을 하면, 이 말마디와 말결은 아이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 마음속으로 가만히 젖어듭니다. 아이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봐요.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면, 아이하고도 즐겁게 살아가면 돼요. 아이하고도 즐겁게 살고, 내 하루도 즐겁게 일구고 싶다면, 언제나 활짝 웃으며 사랑스레 말해요.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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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53] 즐겁게 살아간다

 


  어버이 노래에 아이가 노래하고,
  아이 노래에 어른이 노래한다.
  가을 풀벌레 노랫소리 감돈다.

 


  즐겁게 살아가며 새로운 하루를 기다립니다. 새로운 하루 찾아들면서 날마다 즐겁게 사랑을 꽃피웁니다. 스물아홉 달째 함께 살아가는 작은아이는 이달부터 똥을 아주 잘 가립니다. 똥가리기를 씩씩하게 해내니 똥바지 빨래할 일 사라지고, 작은아이가 마루나 방바닥에 싼 똥을 치울 일 없습니다. 똥그릇에 똥 퐁퐁 누는 작은아이는 “똥꼬 닦아 주셔요!” 하면서 노래하고, 아버지는 “시원하게 잘 누었니?” 하고 노래합니다. 물을 틀어 밑을 씻기면 작은아이는 “시원해!” 하면서 노래합니다. 천천히 자라고, 찬찬히 노래합니다. 살그마니 웃고, 살며시 춤춥니다. 4346.9.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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