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72] 꽃

 


  꽃은 더없이 예쁘고,
  사람은 가없이 착하며,
  별은 그지없이 빛납니다.

 


  공무원이 돈을 들여 도시 한복판이나 시골 읍내에 갖다 놓는 서양꽃도 예쁩니다. 비록 씨앗이 아닌 돈으로 심는 꽃이라 하더라도, 이 나라 철과 삶과 날씨하고는 안 어울리는 서양꽃이라 하더라도, 예쁘지 않은 꽃은 없습니다. 바보스러운 정치에 매달리거나 어리석은 이름값에 끄달리거나 뜻없는 지식조각에 얽매이는 사람이 많지만, 어떤 사람이든 사랑을 받아 태어나 사랑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비록 사람다운 모습을 자꾸 잃는 슬픈 오늘날이라 하지만, 착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매캐한 배기가스와 끝없이 태우는 석유와 그치지 않는 전쟁놀이 때문에 지구별은 푸른 빛을 차츰 잃지만, 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초롱초롱 빛납니다. 비록 아름다운 길하고 동떨어진다 하더라도, 아직 지구별도 다른 뭇별처럼 새까만 우주를 밝히는 사랑스러운 빛을 건사해요. 꽃은 더없이 예쁘고, 꽃을 바라보는 사람도 예쁜 눈길 됩니다. 사람은 가없이 착하며, 착한 사람과 어깨동무하는 사람도 착한 삶 됩니다. 별은 그지없이 빛나며, 우주를 이루는 모든 별은 저마다 사랑스레 빛납니다. 4346.1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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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71] 아이들한테

 


  주사위 하나면 하루 내내 놉니다.
  꽃송이 하나면 온 하루 놉니다.
  사랑스레 바라보며 안으면 웃습니다.

 


  아이들 곁에서 따순 눈길로 바라보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기만 해도 교육이고 육아라고 느낍니다. 교육이나 육아는 대단한 어떤 ‘일’은 아니니, 늘 홀가분하게 삶을 즐기면 아이들은 예쁘게 자라리라 느껴요. 아이들을 이름난 어린이집이나 초·중·고등학교에 보내야 아이들이 반길까요? 아이들을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교에 넣어야 아이들이 좋아할까요? 대학생이 되거나 회사원이 되도록 태어난 아이들이 아닙니다. 이 아이들은 사랑받으려고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들은 아름답게 자라려고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저희 노래를 기쁘게 부르려고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한테서 가장 너르며 빛나는 꿈을 물려받으려고 태어났습니다. 어버이 꿈이 ‘손꼽히는 대학교 마쳐서 돈 잘 버는 회사원 되기’라 한다면 이 길로 가야겠지만, 어버이 꿈이 ‘너른 사랑과 밝은 빛’이라면, 새로우며 즐거운 길을 함께 걸어요.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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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70] 마음에 빛

 


  새벽별 환하게 드리우며 먼동이 틉니다.
  새들 노래하고 풀바람 살랑거리더니,
  아이들 기지개 켜고 까르르 웃으며 일어납니다.

 


  누구나 ‘말’이 ‘마음’을 얼마나 살찌우는 ‘빛’이 되는가를 즐겁게 느끼며 아름답게 돌아본다면 참 좋으리라 생각해요. 말이 마음을 얼마나 살찌우는 빛이 되는가를 즐겁게 느끼지 못하거나 아름답게 돌아보지 못하면, 스스로 말과 마음과 빛을 살찌우지 못할 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누리지 못해요. 한국말은 한국사람답게 슬기롭게 쓸 노릇입니다. 영어는 나라밖 사람들과 슬기롭게 나눌 노릇입니다. 한자말은 한국말이 아니니 한국말을 쓰도록 마음을 기울이면서, 중국이나 일본 이웃과 사귈 적에는 중국말과 일본말 주고받을 수 있게끔 해야지요. 언제나 말로 만나고 마음으로 사귀며 빛으로 사랑이 피어납니다. 4346.1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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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9] 어머니 되기

 


  어머니로 태어난 사람은 없고,
  나무로 태어난 씨앗도 없지만,
  깊고 너른 사랑 안고 태어난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처음부터 어머니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 함께 보살피는 아버지도 처음부터 아버지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모두 갓난쟁이로 태어나 어린 나날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랍니다. 사랑을 안고 태어나 사랑을 먹으며 자라기에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됩니다. 처음부터 장미꽃이나 유채꽃이나 감나무나 배나무로 태어나는 씨앗은 없습니다. 모두 씨앗으로 맺어서 흙땅에 떨어질 뿐입니다. 조그마한 씨앗들은 긴 나날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머금으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가슴속에 깃든 너른 꿈이 포근한 사랑 받으며 차츰 자라 비로소 나무 한 그루로 우뚝 섭니다. 어머니도 나무도, 날마다 차근차근 배우고 살피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나날 이으면서 어느새 아름답게 아이와 살아가는 어머니와 나무로서 씩씩하게 웃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4346.10.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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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8] 옷

 


  햇볕 바람 빗물 머금은 흙에서
  풀 한 포기 자라 실을 얻으며,
  실 한 올 엮고 이어 옷을 짠다.

 


  어느 옷을 입든 어느 신을 신든, 흙에서 비롯해 흙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들 먹는 밥도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듯, 집이며 밥이며 옷이란, 햇볕과 바람과 빗물 머금은 흙에서 자란 것들로 이루어집니다. 어디에서 살거나 무엇을 먹거나 어떤 옷을 걸치든, 모두 함께 숲과 들과 하늘과 바람과 나무를 곱게 느낄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0.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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