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67] 사진읽기

 


  흙을 일구면 누구나 흙지기.
  아이를 낳아 돌보면 모두 어버이.
  사진을 사랑으로 읽으면 ‘사진 즐김이’.

 


  누구라도 사진을 보면 다 ‘사진을 보는 사람’입니다. ‘평론가’라는 이름을 붙여야만 사진을 읽거나 볼 수 있지 않습니다. 저마다 다 다른 자리에서 저마다 다 다른 눈길로 읽거나 보면 즐거운 사진입니다. 여느 글도, 모든 시와 소설도, 스스로 즐겁게 읽으면 될 노릇입니다. 평론가나 비평가 눈썰미에 따라 이녁하고 똑같이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이든 책이든 시이든 문학이든 영화이든 춤이든,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뿐입니다. 머리에 담긴 이론이나 논리나 지식이나 형식으로는 어느 것도 도무지 못 읽으며 못 느낍니다. 4346.10.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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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6] 시읽기

 


  꽃이 피고 지는 삶과 구름이 흐르는 하늘은
  머리로는 헤아릴 길 없는 빛이며 사랑입니다.
  글 한 줄은 머리 아닌 가슴으로 읽습니다.

 


  “시를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할 수 없어요. “시를 알”려고 하더라도 알 수 없습니다. 시는 읽어서 느낄 뿐입니다. 소설이나 수필도 그렇고요. 그저 읽고 느끼며 즐기면서 사랑하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 눈빛을 어떻게 이해하거나 알 수 있나요. 이해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어요. 그저 살포시 안고 따사로이 어루만지며 너그러이 사랑하면 아름다운 삶입니다. 4346.10.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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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5] 가르치기

 


  날마다 새로 배우는 아이들.
  나날이 새로 깨닫는 어른들.
  서로 어깨동무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이 날마다 새로 배우듯, 어른들도 날마다 새로 배우면 된다고 느낍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까닭은 목숨을 잇기 때문일 텐데, 몸을 이루는 세포가 꾸준히 새날 맞이할 수 있자면, 마음을 이루는 빛이 꾸준히 거듭나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같은 밥을 짓더라도 날마다 새로 짓는 밥이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날마다 새로 하는 일입니다. 말 한 마디 섞으며 말 한 마디만큼 자라고, 별 한 번 올려다보며 별빛 한 줌만큼 큽니다. 아이들은 새로 배우고, 어른들은 새로 깨닫습니다. 사랑스러운 마을과 보금자리는, ‘배우는 사람’들이 일군다고 느낍니다.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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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4] 길

 


  햇볕이 내리쬐고 비가 내리며 풀이 자랍니다.
  풀이 우거지면 나무가 곁에서 천천히 큽니다.
  푸나무 짙푸른 숲길에서 바람 실컷 마십니다.

 


  흙길과 풀길 걷는 사람은 천천히 천천히 한껏 푸른 숨 마시면서, 그리고 자주 쉬고 오래 드러누우면서 좋은 길 누립니다. 흙길에서는 흙내음을 맡으며 흙바람 마십니다. 풀길에서는 풀내음을 맡으며 풀바람 들이켭니다. 흙길에서는 흙노래를 부르며 흙사랑을 헤아리고, 풀길에서는 풀노래를 부르며 풀사랑을 떠올립니다. 스스로 서는 길에서 스스로 사랑을 짓습니다. 4346.10.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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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3] 나이

 


  어려서 어버이한테서 밥을 얻어먹고,
  나이들어 아이를 낳고는
  아이와 어버이한테 밥을 차려준다.

 


  스물에는 스물다운 사랑입니다. 서른에는 서른다운 사랑입니다. 마흔에는 마흔다운 사랑입니다. 쉰 예순 일흔 여든에는 또 그 나이에 걸맞게 아름다운 새로운 사랑이 빛납니다. 나이값이란 삶값입니다. 나이에 맞는 삶이란 스스로 누리는 하루하루를 언제나 즐겁게 맞아들인 이야기입니다. 세 살일 때에는 세 살이어서 즐겁고, 열세 살일 때에는 열세 살이어서 즐겁습니다. 스물세 살과 서른세 살은 또 이러한 나이라서 즐겁습니다. 마흔세 살과 쉰세 살은 또 이와 같은 나이라서 즐거워요. 내 어버이는 나를 낳고 나는 내 아이를 낳습니다. 내 아이는 이녁 아이를 낳을 테고, 차근차근 사랑이 이어집니다. 4346.10.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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