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7. 2013.7.4. ㄱ

 


  밥 한 술 뜨고는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가지로 방으로 뽀르르 달려가는 큰아이. 누나가 책 하나 가져와서 밥상맡에서 펼치니, 동생도 방으로 콩콩콩 달려가서는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가져와서 밥상맡에서 펼치고. 누나가 무언가 읽으면 스스로 마음속에 새겼다가 나중에 작은아이 혼자서 넌지시 종알종알 누나가 읊은 말을 따라하고. 큰아이가 동생한테 말을 가르친다고 하는 얘기를 날마다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아이 26. 2013.7.3.

 


  그림을 들여다본다. 세 살 아이한테 아직 글씨도 그림 가운데 하나로 보일 수 있다. 어버이가 글을 굳이 가르치지 않으면 여섯 살이나 아홉 살까지도 글씨이건 그림이건 모두 똑같은 무늬로 여길 수 있다. 아니, 어른한테도 글이나 그림은 모두 같다. 모양새는 다르지만 저마다 삶을 이야기하는 무늬이니까. 콩알을 담은 그림도, 콩알을 ‘콩’이라 적은 글도, 저마다 삶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 삶을 어떤 이야기로 풀어내어 저희 앞에 내놓는가를 가만히 살핀다. 예쁜 그림과 글을 마주하면서 예쁜 넋과 얼이 된다. 딱딱한 지식과 메마른 정보를 만나면서 딱딱한 넋과 메마른 얼이 된다. 일본에서는 교과서가 참 재미없는 책이라고 말하고, 일본사람은 지구별에 있는 책 가운데 ‘일본 교과서’가 가장 재미없을 책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일본 교과서’는 웬만한 ‘한국 그림책이나 글책’보다 훨씬 예쁘고 재미나게 엮는다. 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배워야 하는 교과서는 아리따운 그림책만큼 환하게 빛나지 못할까. 왜 수험서나 대학교재는 딱딱한 지식이랑 메마른 정보를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와 번역 말투와 서양말로 엮어서 만들어야만 할까. 가장 아름다운 빛과 그림을 담고 가장 맑은 이야기와 글을 넣는 교과서를 언제쯤 누가 엮어서 아이들 앞에 내놓을 수 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13-07-07 20:13   좋아요 0 | URL
아유..너무 귀여워요 뽀뽀...
아기 발가락도 너무 귀엽고요.^^
만져보고 싶네요.

숲노래 2013-07-07 22:01   좋아요 0 | URL
아이들 발가락이며 손가락이며
참말 어느 한 곳도 안 귀여운 데가
없어요 @.@
 

책아이 25. 2013.7.1.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사이좋게 앉아서 책을 펼친다. 마루문을 거쳐 멧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들어온다. 바람이 불어 후박나무를 흔들고 풀잎을 건드린다. 조용히 흐르는 아침 소리를 들으면서 만화책이건 그림책이건 가만히 들여다본다. 아침햇살이 밝아 마룻바닥에 앉아 시원하게 하루를 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7-06 09:10   좋아요 0 | URL
보라가 들여다보고 있는 저 책은 무엇인가요~?
왠지 재미나 보여서요~
글자를 몰라도 그림만 바라보고 있어도 보라나 저희 마음에도
저마다가 일구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솟아나올 듯 합니다. ^^

숲노래 2013-07-06 11:00   좋아요 0 | URL
<동그란 지구의 하루>라는 그림책이랍니다.

얼마 앞서 이 그림책 느낌글을 띄웠어요.
http://blog.aladin.co.kr/hbooks/6440864 (<- 요기에)

아홉 가지로 다른 삶과 아이들 모습을
한 갈래로 엮어서 빚은 그림책이랍니다~
 

책아이 24. 2013.6.28.

 


  도서관 작은 나무걸상에 앉은 산들보라 뒷모습을 보며 이렇게 예쁠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한다. 저 나무걸상은 초등학교 1∼2학년 것이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 이런 나무걸상을 썼다. 1985년 무렵이던가, 쇠다리 붙고 합판 바닥 붙은 걸상이 나왔지 싶다. 작은아이가 앉은 나무걸상도 바닥은 합판이다. 그런데, 내가 국민학교 다니며 쓴 나무걸상은 바닥도 합판 아닌 나무였다. 나무를 막대기처럼 네모낳게 잘라서 척척 붙인 나무걸상이었다. 이 나무걸상은 오래되면 뜯어서 땔감으로 썼다. 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받은 돈으로 나무를 사서 학교 일꾼(청지기)을 시켜 나무걸상을 짜도록 시켰다. 지난날 국민학교에서는 나무걸상 아니고는 쓰지 않았다. 학교에 있는 난로는 나무를 때어서 썼으니, 이래저래 나무 들어갈 일이 많았다. 이와 달리, 요즈음 학교는 무늬만 나무 같은 걸상이고, 아예 나무조각 하나 안 쓴 걸상을 쓰기도 한다. 나무책상을 안 쓰기도 할 테지. 나무걸상도 나무책상도 차츰차츰 자취를 감추겠지. 사람들이 숲을 지나치게 밀어내어 도시를 세우느라 나무로 무엇을 짜거나 만들기 더 어려우리라 느낀다. 어느덧 전자책 나오며 종이책을 밀어낼 움직임이 보인다. 사람들이 종이를 그야말로 함부로 쓰고, 아무것이나 되는 대로 책을 만드니, 전자책이 나올 법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모든 책을 종이책으로 만들어야 하지는 않다. 책으로 남겨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이야기일 때에 종이책으로 빚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볍게 읽고는 다시 들추지 않을 만한 이야기라면, 전자책으로 만들어도 된다. 신문종이를 좋은 종이로 안 쓰는 까닭을 생각하면 된다. 아니, 오늘날 신문은 굳이 종이신문으로 안 해도 된다. 하루 아닌 한나절 아닌 반나절 지나도 쓰레기가 되는 정보를 담는 신문이니, 그냥 전자신문으로만 내야 옳지 싶다. 조그마한 나무걸상에 앉아 조그마한 책을 조그마한 손으로 쥔 작은아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이야, 우리 집과 도서관에는 너희들이 너희 아이들한테도 물려줄 만한 책을 갖추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아이 23. 2013.6.27.

 


  조그마한 그림책을 조그마한 아이 둘이 조그마한 걸상에 앉아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콕콕 가리키면서 함께 들여다본다. 한참 둘이 놀더니 아버지도 그림책 보라며 일어서서 다시 손가락으로 콕콕 가리키면서 보여준다. 오징어와 문어가 서로 인사하며 노는 모습이 재미있나 보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