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내 바지 무늬 곱지?

이 바지 커지면

어머니가 입어도 돼.


아버지, 내 치마 빛깔 예쁘지?

이 치마 내가 못 입으면

아버지가 둘러도 돼.


할머니, 내 양말 귀여워?

그러면 이 양말

할머니가 신어도 돼.


할아버지, 내 모자 멋있어?

그럼 말야, 이 모자

할아버지가 써도 돼.



2015.10.25.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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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새벽마다 우리 집에

휘파람새 검은등지빠귀 찾아와

어서 일어나렴

함께 놀자

고즈넉하며 우렁차게 부른다.


햇살이 차츰 퍼지고

햇볕이 따뜻하다.


풀잎마다 이슬이 앉았구나.

나무는 간밤에 무슨 꿈 꾸었나.

곁에 다가가서 귀를 기울인다.


물 한 잔 마시고

기지개 켜며

아침을 연다.



2015.11.8.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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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조그마한

풀밭은

베짱이 메뚜기 방아깨비

모두한테

짙푸른 숲


딱정벌레한테도

나비와 벌한테도

구렁이와 개구리한테도

넉넉하고 따스한

보금자리 숲


박넝쿨 뻗고

까마중 흐드러지고

솔꽃 우거지는

마당 한쪽 밭자락은

나한테

놀이 숲



2015.11.1.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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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빛



꽃이 피어

나무가 노래하고

풀이 돋아

새와 벌레 춤추니


따사로운 봄볕

맑은 여름볕

고운 가을볕

좋은 겨울볕


싱그럽게 어우러지는

숲잔치


파란 별님과

붉은 딸기

나란히

오순도순

이야기밭.



2013.6.7.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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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따서



뒤꼍에 있는 커다란 감나무에

내 주먹보다 커다랗고

바알갛게 물든 감알을


차근차근 가지 타고 올라가서

똑 따고는

물로 잘 씻고

행주로 물기 닦은 뒤

칼로 천천히 썰어

접시에 담는다


동생을 부른다

꿀꺽꿀꺽 맛있겠다


한 조각 집어

한입 썩 베어무는데


으, 떫어, 입안이 써

아직 덜 익은 감이었네



2015.10.13.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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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1-09 11:57   좋아요 0 | URL
ㅋㅋ~ 으, 떫어, 입안이 써
아직 덜 익은 감이었네 에서 그만 웃음이~^^

숲노래 2015-11-09 12:09   좋아요 0 | URL
감나무에 올라탄 사람은 저였지만
큰아이와 함께 누린 감 따서 먹기를...
한 번 갈무리해 본 글이에요.

아이가 `으 떫어 입안이 써!` 하고 외친 말을 듣고
무척 재미있어서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

옆구리왕짜 2015-11-09 21:08   좋아요 0 | URL
저 지금 때마침 감 먹고 있어요~ ㅋㅋ

숲노래 2015-11-09 22:27   좋아요 0 | URL
저희는 날마다 감을 열 알쯤 넉넉히 먹는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