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밤새 비를 뿌리던 하늘차츰 하얗게 동이 트며온통 구름누리가 된다새벽 다섯 시 처마 밑 제비는 깨어나고멧새와 들새 노래하면서논개구리 조용해질 무렵하늘가 끝으로 파란 빛살 살짝 비친다날이 갠다새날이 온다매지구름 온누리를 한껏 덮어아기 기저귀 안 마르게 하더니햇살 곱게 찾아들어비구름을 저 멀리 멧등성이 너머태평양 너른 바다로 밀어낸다아침이다햇살이다눈부시다새하얗다밤새 미룬 아기 오줌 빨래신나게 비비고 헹궈신나게 널어야겠다이제 하늘은 꼭 반쯤파란 물이 들어빨래 마치고 마당으로 나오면하늘은 온통파란 물결 되겠지.
4345.6.19.불.ㅎㄲㅅㄱ
메
저기 산 좀 봐요.나무가 짙푸르게 우거졌어요.나는 나무가 되고 싶어요.석류나무뽕나무감나무무화과나무살구나무밤나무잣나무배롱나무벚나무소나무떡갈나무느티나무모두 좋아요.
4345.6.15.쇠.ㅎㄲㅅㄱ
여름
이제 여름에 접어드니저녁 일곱 시 삼십 육 분 되어도시외버스 창가에 앉아시집을 읽을 수 있고내 작은 빈 책에몇 마디 끄적일 수 있다.
햇살은 내 밥을 알차게 여물도록 보살피고햇볕은 풀과 나무를 푸르게 살찌우며햇빛은 내 눈과 마음을 맑게 밝힌다.
좋아좋아
빨래는 잘 마르고,아이들은 신나게 마당에서 놀며,제비는 새끼들 날갯짓 가르치느라 부산하다.
여름 어귀,예쁜 유월,저녁.
4345.6.12.불.ㅎㄲㅅㄱ
자전거
석유가 떨어지면다른 무언가로자동차만 굴리며끝없이지구별을밟고 누르고아스팔트길 넓히며살아갈사람들일까.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내 자전거에 붙인작은 수레에 태워시골마을 밤 논둑길사뿐사뿐 달리면서이 들길을조용히 호젓하게누릴 이웃을생각한다.
4345.6.11.달.ㅎㄲㅅㄱ
깜순이
기계 만지는 손은기름 내음 까만 손
흙 만지는 손은풀꽃 내음 까만 손
마당에서 뒹구는 아이는햇볕에 그을린 까만 손
까마귀까망둥이깜순이까미
까만 빛깔 이름하나씩 부른다.
4345.6.7.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