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수레

 


첫째 아이가 세 살이던
2010년 가을부터
우리 아이들을
자전거에 붙인 수레에 태워
읍이나 면을 마실합니다.

 

첫째 아이는 이태 동안
혼자 자전거수레를 차지했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
돌을 맞이할 무렵
비로소 두 아이가 함께 탑니다.

 

아이들은 자전거수레에 타고
읍이나 면에 갈 적에
신나게 춤추며 노래하느라
수레가 덜컹덜컹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아이들은 하나씩 고개 까딱까딱
앞뒤로 옆으로 흔들다가
그만 꼬꾸라지듯 잠듭니다.

 

둘째가 첫째한테 머리를 기대고
첫째가 둘째한테 머리를 기대어
둘은 나란히 새근새근
꿈나라로 예쁘장하게
날갯짓하며 찾아갑니다.

 

아이들이 꾸벅꾸벅 졸 무렵
자전거 발판을 살몃살몃 밟으며
수레가 덜 흔들리도록 하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하며
더 힘을 주어 꾹꾹 밟습니다.

 

첫째 아이 일곱 살이 되어도
둘째 아이 다섯 살이 되어도
첫째 아이 열 살이 되어도
둘째 아이 일곱 살이 되어도
다 같이 자전거수레 타겠지요.

 


4345.7.1.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네 가장 고운 목소리로
우리 아이들한테
맑은 노래 한 가락
예쁘게 들려주렴.

 


4345.6.30.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다

 


바다는 끝없이 물결치며
촤르르 솨솨
이야기한다
노래한다

 

아기는
바다 이야기 물결 노래
고이 들으면서
새근새근 잔다

 

나도 아기 따라
곁에 살몃 눕고
바다 품에 안겨
색색 잠이 든다

 


4345.6.29.쇠.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돌울꽃

 


돌로 쌓은 울타리 타고
짙푸르게 자라던 덩굴
하얗고 노란
돌울꽃 피운다.

 

시멘트 울에서도 덩굴꽃
하얗고 노랗게 피겠지
쇠가시 울에서도 덩굴꽃
하얗고 노랗게 필 테지

 

여름햇살 뜨겁게 내리쬐고
여름바람 시원하게 간질이고
여름들판 푸르게 빛나고
여름옷 입은 아이
마당에서 대청마루에서 논둑에서
꽃내음 물씬 풍기며
신나게 뛰고 달린다.

 


4345.6.21.나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눈을 못 뜬다
억지로 힘을 주나
눈은 스르르 감긴다
아이 둘 고이 잠든
깊은 밤
아이 어버이는
그예
아이들 곁에 벌렁
드러눕는다
한갓지고 조용하니
책장을 넘기든
연필을 놀리든
바늘을 붙잡든
빨래를 개든
드디어 홀가분하네
생각하지만
그예 홀가분하게
드러누워
눈을 감고
손을 뻗어
아이들 머리
살살 어루만지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진다.

 


4345.6.18.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