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위의


 바느질 위의 인생 → 바느질하는 삶 / 바느질로 지은 삶

 풀밭 위의 점심 식사 → 풀밭에서 먹는 점심 / 풀밭 점심

 벼랑 위의 포뇨 → 벼랑에 사는 포뇨 / 벼랑집 포뇨 / 벼랑에 선 포뇨

 언덕 위의 하얀 집 → 언덕에 있는 하얀 집 / 언덕에 선 하얀 집

 나무 위의 고양이 → 나무를 탄 고양이 / 나무에 앉은 고양이


  “도로 위에 서다”라든지 “밥상 위의 반찬”이라든지 “지도 위의 인문학”이라든지 “얼음판 위의 놀이”라든지 “눈 위의 발자국”이라든지 “구름 위의 산책”이라든지 “마루 위의 낮잠”처럼 쓰는 ‘위 + 의’는 얼마나 올바를까요? 영어에서는 ‘on’을 쓸 테고, 이를 일본사람은 ‘上’이라는 한자를 빌어서 옮깁니다. 이러한 말투가 고스란히 한국말에 스며들어서 걸핏하면 “무엇 위”나 “무엇 위 + 의” 같은 일본 번역 말투가 나타납니다.


  한국말은 “길에 서다”이고 “밥상에 올린 반찬”이며 “지도를 걷는 인문학/지도에 그린 인문학/지도로 보는 인문학”입니다. “얼음판 놀이”나 “눈에 찍힌 발자국/눈에 찍은 발자국/눈길에 난 발자국”이나 “구름을 걷는 산책/구름 마실”이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마루에서 자는 낮잠”이나 “마루에서 누리는 낮잠”으로 적어야 알맞아요.


  고양이는 “나무 위”에 있을 수 있을까요? 고양이가 아닌 새라면 “나무 위”를 날지요. 새나 나비라면 “길 위를 날”지요. 영어 ‘on’하고 일본 말투로 쓰는 한자 ‘上’은 한국말 ‘위’하고 쓰임새가 아주 다릅니다. 2016.2.24.물.ㅅㄴㄹ



위의 경우와 똑같은 사건

→ 이 경우와 똑같은 사건

→ 이와 똑같은 일

→ 이때와 똑같은 일

《H.웨이신저·N.롭센즈/임한성 옮김-불완전한 인간》(청하,1986) 20쪽


위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이 보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이처럼

→ 이와 같이

《나카네 지에/양현혜 옮김-일본 사회의 인간관계》(소화,1996) 31쪽


소파 위의 뚱보 하인처럼

→ 소파에 앉은 뚱보 하인처럼

《마야꼬프스끼/석영중 옮김-광기의 에메랄드》(고려대학교 출판부,2003) 1쪽


무대 위의 상황

→ 무대에서 벌어지는 상황

→ 무대에서 일어나는 상황

→ 무대에서 펼쳐지는 상황

→ 무대 상황

→ 무대 흐름

《안치운-추송웅, 배우의 말과 몸짓》(나무숲,2004) 28쪽


네 살 위의 여학생

→ 네 살 위 여학생

→ 네 살 위인 여학생

→ 네 살 많은 여학생

《고바야시 데루유키/여영학 옮김-앞은 못 봐도 정의는 본다》(강,2008) 52쪽


무명천 위의 노랑 은행들

→ 무명천에 놓은 노랑 은행들

→ 무명천에 놓인 노랑 은행들

→ 무명천에 둔 노랑 은행들

→ 무명천에 올린 노랑 은행들

《황선미-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사계절,2010) 9쪽


위의 책들은

→ 이 책들은

→ 이런 책들은

→ 이 같은 책들은

→ 이와 같은 책들은

《김미라-책 여행자》(호미,2013) 23쪽


마침내 위의 내용을 담은 편지가 작성됐고

→ 마침내 이 줄거리를 담은 편지를 썼고

→ 마침내 이러한 얘기를 담은 편지를 썼고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29쪽


위의 표에서

→ 이 표에서

→ 이러한 표에서

→ 앞서 든 표에서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32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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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의아 疑訝


 과연 국민들의 잘못인가 하는 의아의 마음을

→ 참말 사람들 잘못인가 하는 알쏭한 마음을

→ 참으로 사람들 잘못인가 하는 아리송한 마음을

 혼자 온 사실이 의아하여 그 이유를 물었다

→ 혼자 온 대목이 알쏭달쏭해서 그 까닭을 물었다

→ 혼자 온 까닭이 궁금해서 물었다

 의아한 빛이 확연했다

→ 궁금한 빛이 또렷했다

→ 아리송한 빛이 확 드러났다


  ‘의아(疑訝)’는 “의심스럽고 이상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의심(疑心)하다’는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할 만한 데가 있다”를 뜻하고, ‘이상(異常)하다’는 “1.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2.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 3. 의심스럽거나 알 수 없는 데가 있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한자말 ‘이상’은 “의심스럽거나 알 수 없는 데가 있다”를 뜻하니 ‘의아 = 의심스럽고 의심스러움’을 가리키는 셈이라 엉뚱합니다. 그러나, ‘의심’은 바로 “알 수 없음”을 가리키는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다”고 하기에 ‘아리송하다’거나 ‘알쏭하다’거나 ‘알쏭달쏭하다’고 말합니다. 알 수 없으니 ‘궁금하다’고 여겨요. 2016.2.24.물.ㅅㄴㄹ



애들이 의아해 할지 모르니

→ 애들이 궁금해 할지 모르니

→ 애들이 알쏭달쏭해 할지 모르니

→ 애들은 알 수 없을지 모르니

→ 애들이 무슨 말인지 몰라 할 테니

→ 애들은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할 테니

→ 애들은 잘 모를 테니

《정재환-대한민국은 받아쓰기 중》(김영사,2005) 80쪽


소피는 의아했다

→ 소피는 알 수 없었다

→ 소피는 궁금했다

→ 소피는 아리송하다고 생각했다

→ 소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케 드브리스/박정화 옮김-두 친구 이야기》(양철북,2005) 67쪽


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또 의아해졌어

→ 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또 궁금해졌어

→ 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또 알쏭했어

→ 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또 아리송했어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33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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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장소 場所


 약속 장소 → 만날 곳 / 만날 데

 장소 사용료 → 쓴 값 / 자리값 / 텃값

 모이는 장소 → 모이는 자리 / 모이는 곳 / 모임자리 / 모임터

 장소를 변경하다 → 자리를 바꾸다 / 터를 바꾸다

 장소를 정하다 → 자리를 잡다 / 터를 잡다


  ‘장소(場所)’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로는 ‘곳’인 셈입니다. ‘곳’은 “공간적인 또는 추상적인 일정한 자리나 지역”을 뜻한다고 합니다. ‘자리’는 “사람이나 물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뜻한다고 하고요. 그러면 ‘곳 = 공간적인 일정한 공간’이란 뜻풀이로군요. 어딘가 말이 안 됩니다.


  이밖에 ‘지역(地域)’은 “1. 일정하게 구획된 어느 범위의 토지 2. 전체 사회를 어떤 특징으로 나눈 일정한 공간 영역”을 뜻한다 하고, ‘영역(領域)’은 “1.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 2. 활동, 기능, 효과, 관심 따위가 미치는 일정한 범위”를 뜻한다 하며, ‘범위(範圍)’는 “1. 테두리가 정하여진 구역 2. 어떤 것이 미치는 한계. ‘테두리’로 순화”를 뜻한다 합니다. ‘토지(土地)’는 “경지나 주거지 따위의 사람의 생활과 활동에 이용하는 땅”을 뜻한다 하고, ‘구역(區域)’은 “갈라놓은 지역”을 뜻한다 하며, ‘공간(空間)’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뜻한다 해요. 한국말사전 뜻풀이를 여러모로 살펴보면, 한자말 ‘장소·지역·공간·영역·범위·토지·구역·공간’ 같은 낱말로 한국말 ‘곳·자리’를 가리키려고 하는구나 싶지만, ‘곳’은 곳으로 쓰고 ‘자리’는 자리로 쓰며 ‘테두리’는 테두리로 쓰고 ‘땅’은 땅으로 쓰면서, 여기에 ‘터’나 ‘데’를 알맞게 쓰면 되리라 느낍니다. 2016.2.24.물.ㅅㄴㄹ



우리들이 놀 만한 장소

→ 우리들이 놀 만한 곳

→ 우리들이 놀 만한 자리

→ 우리들이 놀 만한 빈터

《쿠루사·모니카 도페르트/최성희 옮김-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동쪽나라,2003) 22쪽


번데기가 될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 번데기가 될 아늑한 곳을 찾아서

→ 번데기가 될 좋은 자리를 찾아서

→ 번데기가 될 좋은 데를 찾아서

《권혁도-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길벗어린이,2010) 13쪽


그 장소에 관련된 사람들이 좋아

→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

→ 그곳하고 얽힌 사람들이 좋아

→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

《이와오카 히사에/송치민 옮김-토성 맨션 6》(세미콜론,2015) 11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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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고민 苦悶


 고민을 털어놓다 → 근심을 털어놓다

 고민을 해결하다 → 걱정을 풀다 / 골칫거리를 풀다

 고민이 많다 → 걱정이 많다 / 온갖 생각을 한다 / 괴롭다


  ‘고민(苦悶)’은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는 ‘걱정’이나 ‘근심’이나 ‘끌탕’이거나 ‘괴로움’이거나 ‘애태움’이 될 테지요. 이러한 뜻을 헤아린다면,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해”처럼 쓰는 ‘고민’은 영 안 어울립니다. 왜냐하면 ‘괴로움’을 뜻하는 ‘고민’이기에 “함께 괴로워 해야 해” 꼴이 되거든요. 2016.2.23.불.ㅅㄴㄹ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는지 생각하였다

→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는지 망설였다

→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는지 머뭇거렸다

→ 아니면 나를 뛰어넘어 내려갈는지 갈팡질팡하였다

《권윤주-to Cats》(바다출판사,2005) 10쪽


고민하던 아빠가

→ 걱정하던 아빠가

→ 생각에 잠겼던 아빠가

→ 골머리를 앓던 아빠가

《이준호-할아버지의 뒤주》(사계절,2007) 11쪽


어떤 이름을 붙일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 어떤 이름을 붙일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해

→ 어떤 이름을 붙일지 함께 헤아려 보아야 해

《이주희·노정임-동물과 식물 이름에 이런 뜻이》(철수와영희,2015) 17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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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현명 賢明


 올바르게 인식할 줄 아는 슬기와 현명 → 올바르게 헤아릴 줄 아는 슬기

 현명이기보다는 어리석음이다 → 슬기이기보다는 어리석음이다

 현명한 선택 → 슬기로운 선택 / 어질게 고름

 현명한 태도 → 슬기로운 몸짓 / 어진 몸짓

 기다리는 쪽이 현명하다 → 기다리는 쪽이 슬기롭다


  ‘현명(賢明)’은 “어질고 슬기로워 사리에 밝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 ‘슬기’는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면, 한자말 ‘현명 = 어질고 사리를 바르게 판단해 사리에 밝음’으로 풀이하는 꼴입니다. 더군다나 한국말 ‘어질다’는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행이 높다”를 뜻한다고 하니까, 이 뜻까지 헤아리면 ‘현명 =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슬기로워 슬기로움’을 가리키는 꼴이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한국말로 ‘슬기·슬기롭다’를 쓰면 될 뿐이며, 느낌이나 뜻을 잘 살펴서 ‘어질다’를 쓰면 넉넉하다는 뜻입니다. 2016.2.23.불.ㅅㄴㄹ



무엇이든 구해 주는 현명한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 무엇이든 찾아 주는 똑똑한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 무엇이든 찾아 주는 어진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 무엇이든 얻어 주는 슬기로운 신하들이 많았습니다

《제임스 서버/황경주 옮김-아주아주 많은 달》(시공주니어,1998) 6쪽


그 왕도 자신이 현명하고 공평하다고 믿었습니다

→ 그 임금도 스스로 슬기롭고 올바르다고 믿었습니다

→ 그 임금도 스스로 똑똑하고 바르다고 믿었습니다

→ 그 임금도 스스로 어질고 바르다고 믿었습니다

《데미/이향순 옮김-쌀 한 톨》(북뱅크,2015) 5쪽


현명한 일인 것 같았다

→ 잘한 일인 듯했다

→ 슬기로운 일인 듯했다

《배리 존스버그/정철우 옮김-내 인생의 알파벳》(분홍고래,2015) 15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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