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낭만적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일지도

→ 무척 멋있어 보일지도

→ 몹시 아름다워 보일지도

→ 참으로 좋아 보일지도


  ‘낭만(浪漫)’은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를 뜻한다고 합니다. ‘실현성(實現性)’이 적다고 하는데, ‘실현성’이란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요, 이는 “이루기 힘들다”는 소리입니다. ‘정서적(情緖的)’이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무엇이라 합니다. ‘정서’는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라 합니다. ‘감정(感情)’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뜻한다니, ‘정서’ 말풀이는 겹말입니다. 마음에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낌을 ‘정서’로 풀이하면, 정서도 감정도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요.


  ‘이상적(理想的)’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이라 합니다. ‘감미(甘味)롭다’는 “1. 맛이 달거나 달콤하다 2. 달콤한 느낌이 있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간추려서 말하자면 “사람들한테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지만 이루어지기 힘든 꿈 같은 무엇을 일으키거나 달콤하게 하는 느낌”이 ‘낭만’인 셈입니다.


 낭만적인 사랑 → 아름다운 사랑 / 멋진 사랑 / 꿈 같은 사랑

 낭만적인 관계 → 아름다운 사이 / 멋진 사이 / 꿈 같은 사이

 낭만적인 밥벌이 → 아름다운 밥벌이 / 멋진 밥벌이 / 꿈 같은 밥벌이


  ‘낭만적(浪漫的)’ 풀이는 ‘낭만’하고 다릅니다. ‘낭만적’은 “현실적이 아니고 환상적이며 공상적인”이라고 나옵니다. ‘현실적(現實的)’은 “현재 실제로 존재하거나 실현될 수 있는”을 가리킨답니다. 곧 “이 자리에 있거나 이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을 뜻하는 셈이고, “현실적이 아닌”이란 “이 자리에 없거나 이곳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을 가리킵니다. ‘환상적(幻想的)’이란 “생각 따위가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고 헛된”이라 합니다. 말풀이에 ‘현실적인’이 다시 되풀이되는군요. ‘낭만적’ 말풀이는 겹말인 셈입니다. ‘공상적(空想的)’이란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리어 보는”이라 합니다. 이 말풀이에서도 ‘현실적’이 거듭 나옵니다. ‘낭만적’ 말풀이는 같은 풀이가 세 차례 거듭되는 아주 얄궂은 겹말인 꼴입니다. 게다가 ‘공상적’ 풀이에서는 “실현될 가망이 없는”이라는 대목마저 있습니다. 어쩜 한국말사전 말풀이는 이토록 엉망진창 겹말투성이일 수 있을까요. 아무튼, 다시금 한 마디로 간추리자면 “이루어지기 힘들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무엇을 그리는” 일이 ‘낭만적’이라는 소리인데, 말풀이는 얼렁뚱땅 엉터리로 적히고, 이래저래 겹말만 가득합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서 ‘낭만·낭만적’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보려 한다면, 아마 거의 아무도 알아볼 수 없으리라 느낍니다. 이리하여 사람들은 ‘낭만’이나 ‘낭만적’을 거의 아무렇게나 쓰거나 함부로 쓸 수밖에 없구나 싶어요. 말풀이부터 엉망이거나 엉터리이니,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제대로 짚거나 살필 수 없을 테지요.


 터무니없다 . 어이없다 . 어처구니없다

 바보스럽다 . 바보 같다 . 뜬금없다 . 뜬구름 잡는다

 꿈같다 . 꿈만 같다 . 꿈과 같다 . 꿈결 같다 . 꿈나라 같다 . 꿈누리 같다


  ‘낭만적’이 쓰인 자리를 잘 살펴야 합니다. 어느 자리에서는 좀 바보스럽거나 터무니없다고 할 만한 모습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현실을 모르는 낭만적인 성격”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적인 성향”이라고 말하는 자리라면, 이때에는 ‘터무니없는’이나 ‘바보스러운’이나 ‘뜬구름 잡는’이나 ‘꿈만 좇는’ 같은 말을 넣어야 뜻이나 느낌이 또렷이 드러나리라 봅니다. ‘꿈꾸는 마음결’이나 ‘꿈길을 걷는 마음결’이라 해 볼 수 있을 테고요.


  어느 자리에서는 멋있거나 멋지다고 할 모습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아름답거나 좋은 모습을 가리킬 수도 있어요. 꿈 같거나 애틋하거나 사랑스럽거나 아련하거나 그립거나 풋풋한 느낌을 가리킬 수도 있고요.


  “꿈에 부풀었다”라든지 “부푼 꿈이 가득했다”처럼 쓸 자리도 있습니다. 이런 느낌을 나타내는 자리라면 “부푼 꿈이 가득했고”라든지 “부푼 꿈이 넘쳤고”나 “부푼 꿈으로 즐거웠고”나 “부푼 꿈이 감돌았고”나 “부푼 꿈으로 기뻤고”처럼 적바림할 수 있어요.


 낭만적인 분위기 → 사랑스러운 기운 / 따스한 기운

 낭만적인 목소리로 시를 낭독했다 → 고운 목소리로 시를 읽었다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일지도 → 무척 멋져 보일지도


  일본사람이 즐겨쓰는 ‘낭만’과 ‘낭만적’이라는 한자말이 이 나라에 들어오기 앞서, 한국사람은 ‘꿈’이나 ‘꿈 같다’ 같은 말로 느낌과 넋과 마음을 담아내거나 나타내며 살았습니다. ‘꿈같다’처럼 한 낱말로 쓰지는 않으나, 가만히 보면 ‘꿈같다’처럼 한 낱말을 새롭게 일구어 내 느낌과 넋과 마음을 나타내면 잘 어울리리라 생각합니다.


  이리하여, ‘사랑스러운·애틋한·보드라운·좋은·살가운·풋풋한·기쁜·즐거운·반가운·고즈넉한·아름다운·아리따운·고운·예쁜’ 같은 말마디를 알맞게 골라서 붙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때와 곳을 살펴서 여러 가지 꾸밈말을 넣으면 됩니다.


  시를 읊거나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라면, “낭만적인 목소리”가 아닌 “달콤한 목소리”이거나 “꾀꼬리 같은 목소리”이거나 “구수한 목소리”이거나 “보드라운 목소리”이거나 “구성진 목소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날이 ‘멋’이나 ‘아름다움’ 같은 낱말로 이야기를 읊는 사람을 마주하기 어렵습니다. 나날이 ‘낭만’과 ‘낭만적’이라는 낱말로 이야기를 읊는 사람만 마주합니다. ‘꿈’이나 ‘꿈결’이나 ‘꿈누리’나 ‘꿈나라’ 같은 낱말로 내 넋과 얼을 드러내려는 사람 또한 마주하기 힘듭니다.


  나 스스로 내 삶에 꿈이 깃들지 못하니, 내 넋이나 말에 꿈결 같은 느낌이 묻어나지 못하리라 봅니다. 꿈이 없는 삶에 꿈을 잃은 말입니다. 꿈하고 동떨어진 삶에 꿈이랑 멀어지는 글입니다. 2016.2.19.쇠.ㅅㄴㄹ



낭만적인 꿈에 부풀었고

→ 새로운 꿈에 부풀었고

→ 부푼 꿈이 가득했고

→ 풋풋한 꿈에 부풀었고

→ 애틋한 꿈에 부풀었고

→ 싱그러운 꿈에 부풀었고

→ 사랑스러운 꿈에 부풀었고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다시 야생으로》(지호,2004) 64쪽


훨씬 낭만적이다

→ 훨씬 따스하다

→ 훨씬 포근하다

→ 훨씬 사랑스럽다

→ 훨씬 살갑다

→ 훨씬 좋다

→ 훨씬 낫다

→ 훨씬 듣기 좋다

《황선미-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204쪽


낭만적이야

→ 멋있어

→ 아름다워

→ 사랑스러워

→ 꿈만 같아

《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경계의 린네 2》(학산문화사,2010) 17쪽


마르부르크에서 대학 생활을 한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 마르부르크에서 대학 생활을 한다면 얼마나 멋질까

→ 마르부르크에서 대학을 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 마르부르크에서 대학을 다니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62쪽


우리는 대자연을 낭만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 우리는 너른 자연을 아름답게 생각하려고 한다

→ 우리는 너른 자연을 아름답게 생각한다

→ 우리는 너른 숲을 아름답게 생각한다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206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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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분리 分離


 분리 현상 → 나뉨 현상 / 갈림 현상

 소유와 경영의 분리 → 소유와 경영을 나눔

 정치가 종교와 분리되다 → 정치가 종교와 나뉘다

 서로 분리되어 있다 → 서로 나뉘었다 / 서로 갈렸다

 여러 공화국으로 분리되었다 → 여러 공화국으로 나뉘었다

 이 둘을 분리해서 → 이 둘을 나누어서 / 이 둘을 갈라서

 몸통에서 가죽을 분리하다 → 몸통에서 가죽을 바르다


  ‘분리(分離)’는 “서로 나뉘어 떨어짐”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서로 분리되어” 같은 보기글이 나와요. 이는 겹말입니다. 사람들도 이 같은 겹말을 제대로 모르는 채 “서로 분리하다”나 “서로 분리되다”를 흔히 씁니다. 처음부터 한국말 ‘나누다·나뉘다’나 ‘가르다·갈리다’를 쓰면 될 텐데요. 2016.2.19.쇠.ㅅㄴㄹ



자신을 빨리 분리해 버립니다

→ 스스로를 빨리 나누어 버립니다

→ 스스로를 빨리 둘로 쪼개어 버립니다

→ 스스로를 빨리 둘로 갈라 버립니다

《정희운-너 아니면 나》(이매진,2009) 58쪽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분리되었다

→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나뉘어졌다

→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갈렸다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8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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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틈입 闖入


 나의 틈입을 눈치 채지 못했다 → 내가 느닷없이 들어간 줄 눈치 채지 못했다

 섬으로 틈입하다 → 섬으로 느닷없이 들어가다

 난데없이 틈입하는 위트 → 난데없이 끼어드는 재치 / 난데없이 집어넣은 익살

 세균이 틈입하다 → 세균이 들어오다 / 세균이 함부로 들어오다


  ‘틈입(闖入)’은 “기회를 타서 느닷없이 함부로 들어감”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느닷없이 들어감”이나 “함부로 들어감”이라 쓰면 됩니다. 때로는 ‘끼어들다’를 쓸 수 있고, “비집고 들어가다”를 쓸 수 있어요. 2016.2.18.나무.ㅅㄴㄹ



자연스럽게 틈입했지만

→ 자연스럽게 비집고 들어왔지만

→ 자연스럽게 끼어들었지만

《박인하-꺼벙이로 웃다, 순악질 여사로 살다》(하늘아래,2002) 82쪽


가정과 농장 사이를 틈임해 들어와

→ 집과 농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 집과 농장 사이로 함부로 들어와

→ 집과 농장 사이로 느닷없이 들어와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78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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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온상 溫床


 범죄의 온상 → 범죄가 자라는 곳 / 범죄가 싹트는 자리 / 범죄 구덩이

 부정부패의 온상 → 부정부패가 생기는 곳 / 부정부패 구덩이

 민주주의의 온상 → 민주주의 밑바탕 / 민주주의 발판

 부엌은 가정 평화의 온상이다 → 부엌은 한집안 평화에서 바탕이다


  ‘온상(溫床)’은 “1. 인공적으로 따뜻하게 하여 식물을 기르는 설비 2. 어떤 현상이나 사상, 세력 따위가 자라나는 바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둘째 뜻으로 쓰는 ‘온상’이라면 ‘나라’나 ‘누리’나 ‘바탕’이나 ‘발판’으로 손볼 만하고, ‘곳·자리·터·터전’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범죄나 부정부패가 자라는 곳을 가리킬 적에는 “범죄 구덩이”나 “부정부패 구덩이”처럼 ‘구덩이’를 넣으면 잘 어울립니다. 2016.2.18.나무.ㅅㄴㄹ



모기의 온상이었지만

→ 모기 나라였지만

→ 모기가 제 집 만난 곳이었지만

→ 모기가 넘치는 곳이었지만

→ 모기가 가득했지만

→ 모기가 득시글거렸지만

《장영희-문학의 숲을 거닐다》(샘터,2005) 19쪽


전문가는 미래를 환상의 온상을 바꾸어 놓는다

→ 전문가는 앞날을 꿈나라로 바꾸어 놓는다

→ 전문가는 앞날을 꿈누리로 바꾸어 놓는다

→ 전문가는 앞날을 꿈 같은 나라로 바꾸어 놓는다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15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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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봄 햇살의 따스함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봄 햇살의 따스함 속으로 빠져들어 가자

→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봄 햇살로 빠져들어 가자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76쪽


  ‘-의’를 넣어서 뒷말을 꾸미려 하지 말고, ‘-의’를 빼면서 글짜임을 손보아야겠습니다. “따스한 봄 햇살”입니다. 바람이 추울 적에는 “겨울 바람의 추움 속”이라고 말하지 않겠지요? “추운 겨울 바람”이라고 해야 올발라요.


무지개 물고기와 친구들은 새로 사귄 거대한 흰수염고래의 보호를 받으며

→ 무지개 물고기와 동무들은 새로 사귄 커다란 흰수염고래한테서 보호를 받으며

→ 무지개 물고기와 동무들은 새로 사귄 커다란 흰수염고래가 돌봐 주어서

→ 무지개 물고기와 동무들은 새로 사귄 커다란 흰수염고래가 보살펴 주어서

《마르쿠스 피스터/지혜연 옮김-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시공주니어,1999) 25쪽


  “보호(保護)를 받는다”고 하면 아무개‘한테서’ 보호를 받는다고 해야 올바릅니다. “어머니한테서 보살핌을 받는다”처럼 써요. 글짜임을 손본다면 “-이/가 돌봐 주어서”나 “-이/가 보살펴 주어서”처럼 쓸 만합니다.


남획은 ‘마구 잡아들인다’는 뜻의 한자어란다

→ 남획은 ‘마구 잡아들인다’를 뜻하는 한자말이란다

→ 남획은 ‘마구 잡아들인다’는 뜻으로 쓰는 한자말이란다

→ 남획은 ‘마구 잡아들인다’를 가리키는 한자말이란다

《최원형-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철수와영희,2015) 14쪽


  ‘뜻하다’라는 낱말을 쓰면 됩니다. 또는 “뜻으로 쓰는”처럼 적어 줍니다.


알프레드 아저씨의 말은 이랬어요

→ 알프레드 아저씨 말은 이랬어요

→ 알프레드 아저씨가 들려준 말은 이랬어요

→ 알프레드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에밀의 크리스마스 파티》(논장,2002) 29쪽


  ‘-의’만 덜어도 됩니다. “어머니 말은 이랬어요”처럼 쓰면 돼요. 또는 글짜임을 손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나 “이리 말했어요”나 “이러하게 말했어요”로 적어 봅니다. 2016.2.1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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