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희미 稀微


 희미하게 웃다 → 살며시 웃다 / 빙그레 웃다 / 어렴풋이 웃다 / 엷게 웃다

 기억이 희미하다 → 기억이 가물거리다 / 생각이 날 듯 말 듯하다

 희미하게 들린다 → 살짝 들린다 / 작게 들린다 / 들릴 듯 말 듯하다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렸다

 희미한 불빛 → 엷은 불빛 / 가느다란 불빛 / 어렴풋한 불빛 / 흐릿한 불빛

 희미하게 드러나는 → 어렴풋이 드러나는 / 살며시 드러나는 / 찬찬히 드러나는


  ‘희미(稀微)하다’는 “분명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분명(分明)’은 “틀림없이 확실(確實)하게”를 뜻합니다. 한자말 ‘확실’은 “틀림없이 그러함”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분명’이라는 한자말은 “틀림없이 틀림없음”을 뜻하는 셈입니다. 말풀이가 영 엉터리입니다. 아무튼 ‘희미하다’는 한국말로 ‘어렴풋하다’라든지 ‘흐리다’라든지 ‘흐릿하다’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고, ‘가물거리다’라든지 ‘나즈막하다’라든지 ‘가늘다’로 손질할 만해요. 때로는 ‘살짝’이나 ‘살며시’나 ‘엷게’로 손볼 만합니다. 2016.2.21.해.ㅅㄴㄹ



워낭 소리가 희미해지고

→ 워낭 소리가 잦아들고

→ 워낭 소리가 멀어지고

→ 워낭 소리가 가물거리고

→ 워낭 소리가 거의 안 들리고

《제임스 램지 울만/김민석 옮김-시타델의 소년》(양철북,2009) 10쪽


삑삑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 삑삑거리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리지 않겠어요

→ 삑삑거리는 소리가 흐리게 들리지 않겠어요

→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리지 않겠어요

《조이 카울리/홍연미 옮김-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베틀북,2010) 22쪽


능선 위로 희미하게 보이는 저녁 별

→ 등성이 위로 흐릿하게 보이는 저녁 별

→ 멧등성이 위로 흐리게 보이는 저녁 별

→ 멧등성이 위로 어렴풋하게 보이는 저녁 별

《고형렬-은빛 물고기》(최측의농간,2016) 301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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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갈색의


 갈색의 계절 → 누렇게 물드는 철 / 흙빛 철

 갈색의 병 → 누렇게 바뀌는 병 / 누렇게 빛이 바래는 병

 갈색의 설탕 → 누런 설탕

 갈색의 나뭇잎 → 누런 나뭇잎


  ‘갈색(褐色)’은 “검은빛을 띤 주홍색”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褐’이라는 한자를 “갈색 갈”이나 “굵은 베 갈”로 새긴다고 해요. ‘갈’을 ‘갈색’이라 하면 도무지 어떤 빛깔인지 알 수 없지만, ‘베빛’이라 한다면 어떤 빛깔일는지 헤아릴 만합니다. 그리고, 이 빛깔말은 ‘흙빛’이라든지 시든 잎빛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어요. 때로는 ‘도토리빛’이나 ‘밤빛’이라 할 만해요. 나뭇잎이나 설탕을 가리키는 자리에서는 “누런 나뭇잎”이나 “누런 설탕”이라 하면 됩니다. 2016.2.21.해.ㅅㄴㄹ



짙은 갈색의 침으로 이루어진

→ 짙은 베빛 침으로 이루어진

→ 짙고 흙빛인 침으로 이루어진

《에릭 번스/박중서 옮김-신들의 연기, 담배》(책세상,2015) 220쪽


이렇게 오래된 갈색의 것들이 아니라

→ 이렇게 오래되어 싯누런 것들이 아니라

→ 이렇게 오래되어 거무튀튀한 것들이 아니라

→ 이렇게 오래되어 누르께한 것들이 아니라

《질 르위스/정선운 옮김-주홍 따오기 눈물》(꿈터,2015) 151쪽


치어들은 갈색의 몸에 노란 무늬가 그려진

→ 새끼 고기들은 흙빛 몸에 노란 무늬가 그려진

→ 어린 고기들은 거무스름한 몸에 노란 무늬가 그려진

→ 어린 물고기는 도토리빛 몸에 노란 무늬가 그려진

《고형렬-은빛 물고기》(최측의농간,2016) 6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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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해결 解決


 해결을 짓다 → 마무리를 짓다 / 끝을 짓다

 해결이 나다 → 끝이 나다

 해결에 나서다 → 마무리에 나서다 / 풀이에 나서다

 친구 간에 생긴 문제의 해결은 → 동무 사이에 생긴 일을 푸는 길은

 문제가 해결되다 → 문제가 풀리다

 사건이 해결되다 → 사건이 풀리다

 숙식을 해결하다 → 먹고 자게 되다 / 먹고 잘 수 있다


  ‘해결(解決)’은 “제기된 문제를 해명하거나 얽힌 일을 잘 처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解’라는 한자는 “풀 해”라고 해서 ‘풀다’를 가리킵니다. ‘해결’이라는 한자말은 “풀어서 끝내다”를 뜻하는 셈입니다. 그러니 ‘풀다’나 ‘끝내다’나 “풀어서 끝내다”로 쓰면 돼요. ‘풀어내다’나 ‘마무리하다’ 같은 말을 써도 됩니다. 2016.2.21.해.ㅅㄴㄹ



내가 해결하겠다

→ 내가 풀겠다

→ 내가 하겠다

→ 내가 해 보겠다

《조이 카울리/홍연미 옮김-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베틀북,2010) 4쪽


이 궁금증을 해결할 만큼 시원한 답변을 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이 궁금함을 풀 만큼 시원한 말을 해 줄 수는 없을 듯합니다

→ 이 궁금함을 풀어낼 만큼 시원한 대꾸를 해 줄 수는 없을 듯합니다

《정숙영·조선영-10대와 통하는 옛이야기》(철수와영희,2015) 1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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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행 遂行


 업무 수행 → 일하기 / 일을 함

 전쟁 수행에 필요한 군수품 → 전쟁에 들어가는 물건 / 전쟁에 쓰이는 물건


  ‘수행(遂行)’은 “생각하거나 계획한 대로 일을 해냄”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을 해냄”이라고 하면 됩니다. “작업 수행” 같은 말을 쓰는 분이 더러 있는데, ‘작업(作業)’은 “일”을 뜻하는 한자말이에요. 그러니 ‘작업 수행 = 일 일’이나 ‘작업 수행 = 일을 함을 일을 해냄’을 가리키는 꼴이 돼요. 일을 하기에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 모습 그대로 살필 노릇입니다. 2016.2.20.흙.ㅅㄴㄹ



선전기관 역할을 수행했다

→ 선전기관 노릇을 했다

→ 선전기관으로 있었다

→ 선전기관이 되었다

→ 선전기관을 맡았다

《가지무라 히데키/이현무 옮김-한국사입문》(백산서당,1985) 129쪽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작업

→ 전문가들이 하는 일

→ 전문가들이 꾀하는 일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15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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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선하다 善


 선한 일을 하다 → 착한 일을 하다 / 올바른 일을 하다

 나쁜 일 한 번 안 하시고 선하게 → 나쁜 일 한 번 안 하시고 착하게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 사람 바탕은 착하다 / 사람 마음결은 착하다

 선한 아이들 → 착한 아이들 / 상냥한 아이들


  ‘선(善)하다’는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는 데가 있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도덕적(道德的)’은 “도덕에 관한”을 뜻하고, ‘도덕(道德)’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를 뜻한다고 합니다. 올바르고 착하여 마땅히 지킬 것을 지키는 모습이 ‘선하다’라 하는 셈인데, 한국말 ‘착하다’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를 뜻하고, ‘올바르다’는 “말이나 생각, 행동 따위가 이치나 규범에서 벗어남이 없이 옳고 바르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올바르다’고 할 적에는 “도덕적 기준에 맞다”는 뜻입니다. ‘선하다’ 말풀이는 “올바르고 착하여 올바르다”고 적은 셈이에요.


  착하고 올바른 모습이라면 “착하고 올바르다”라 하면 됩니다. 착한 모습이라면 ‘착하다’라 하면 되고, 올바른 모습이라면 ‘올바르다’라 하면 돼요. 때로는 ‘곱다’나 ‘상냥하다’를 쓸 수 있고, ‘부드럽다’나 ‘따스하다’를 넣어야 잘 어울리는 자리도 있어요. 2016.2.20.흙.ㅅㄴㄹ



선하고 깊은 밤색 눈동자

→ 착하고 깊은 밤빛 눈동자

→ 상냥하고 깊은 밤빛 눈동자

→ 따스하고 깊은 밤빛 눈동자

→ 부드럽고 깊은 밤빛 눈동자

→ 맑고 깊은 밤빛 눈동자

→ 싱그럽고 깊은 밤빛 눈동자

《위다/노은정 옮김-플랜더스의 개》(비룡소,2004) 27쪽


선한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 착한 눈매가 마음에 남았다

→ 고운 눈매가 마음에 남았다

→ 부드러운 눈매가 낯 깊었다

《박채란-국경 없는 마을》(서해문집,2004) 197쪽


옳지 않은 세력과 선한 사람들

→ 옳지 않은 무리와 착한 사람들

→ 옳지 않은 무리와 상냥한 사람들

→ 옳지 않은 무리와 올바른 사람들

《하종강-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후마니타스,2006) 62쪽


나이에 비해 체구는 작았지만 웃는 모습이 선한 아이들이었다

→ 나이를 헤아리면 몸은 작았지만 웃는 모습이 착한 아이들이었다

→ 나이를 보면 몸은 작았지만 웃는 모습이 상냥한 아이들이었다

《조주희-키친 4》(마녀의책장,2010) 82쪽


진실, 아름다움, 선함에 대한 질문을 고려하는 시작점이 되는 학문체계

→ 참다움, 아름다움, 착함을 어떻게 물을지 살피는 첫머리가 되는 학문틀

《하워드 가드너/류숙희 옮김-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사회평론,2015) 240쪽


신이 선하기에 그 계획 또한 좋은 계획이라고 확신했다

→ 신이 좋기에 그 계획 또한 좋다고 믿었다

→ 신이 올바르기에 그 계획 또한 좋다고 믿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전미영 옮김-신을 찾아서》(부키,2015) 20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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