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권하다 勸


 해외 유학을 권했지만 → 외국 유학을 하라고 했지만 / 외국 유학을 부추겼지만

 부모들이 권하는 대로 → 부모들이 시키는 대로 / 부모들이 하라는 대로

 술을 권하다 → 술을 들라고 하다 / 술을 마시라고 하다

 담배를 권하다 → 담배를 피우라 하다 / 담배를 건네다

 음식을 권하면서 → 음식을 들라 하면서 / 음식을 먹으라 하면서


  ‘권하다(勸-)’는 “1. 어떤 일을 하도록 부추기다 2. 음식, 담배, 물건 따위를 먹거나 피우거나 이용하라고 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부추기다’나 ‘하라고 하다’나 ‘하라고 말하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1920년대에 나온 소설 가운데 현진건 님이 쓴 〈술 권하는 사회〉가 있습니다. 소설에 붙은 이름은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는데 “술을 권하는 사회”란 “술을 마시라 하는 사회”이거나 “술을 부추기는 사회”인 셈입니다. “술을 건네는 사회”요 “술을 내미는 사회”이지요. 4348.11.19.나무.ㅅㄴㄹ



서울에 다녀올 것을 권했다

→ 서울에 다녀오라고 말했다

→ 서울에 다녀오라고 얘기했다

→ 서울에 다녀오라고 했다

《양희은-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우석,1993) 189쪽


여행을 권한다

→ 여행을 하라고 말한다

→ 여행을 하라고 한 마디 한다

→ 여행을 해 보라고 말한다

→ 여행을 부추긴다

→ 여행을 이야기한다

《신경숙-아름다운 그늘》(문학동네,1995) 112쪽


일기 쓰는 일을 권하고 싶다

→ 일기 쓰는 일을 해 보라 말하고 싶다

→ 일기 쓰기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 일기를 쓰라고 말하고 싶다

→ 일기를 써 보라 얘기하고 싶다

→ 일기 쓰기를 바란다

《가와이 에이지로/이은미 옮김-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유원,2003) 28쪽


책을 권하고 싶다

→ 책을 쥐어 주고 싶다

→ 책을 안겨 주고 싶다

→ 책을 읽히고 싶다

→ 책을 읽으라 말하고 싶다

→ 책을 알려주고 싶다

《이주영-어린이책 100선》(너른들,2003) 80쪽


들쥐도 억지로 권하지는 않았습니다

→ 들쥐도 억지로 먹으라 하지는 않았습니다

→ 들쥐도 억지로 내밀지는 않았습니다

→ 들쥐도 억지로 주지는 않았습니다

→ 들쥐도 억지로 쥐어 주지는 않았습니다

《유모토 카즈미/김정화 옮김-여우의 스케이트》(아이세움,2003) 69쪽


선생님은 아저씨에게 의자를 권하며 말했다

→ 선생님은 아저씨한테 걸상을 내주며 말했다

→ 선생님은 아저씨한테 걸상을 밀어 주며 말했다

→ 선생님은 아저씨한테 걸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 선생님은 아저씨한테 걸상에 앉으라 하며 말했다

→ 선생님은 아저씨한테 걸상에 앉으라고 했다

《최연식-웅이의 바다》(낮은산,2005) 99쪽


철학책을 권했지만

→ 철학책을 건넸지만

→ 철학책을 내밀었지만

→ 철학책을 읽으라 했지만

→ 철학책을 보라 했지만

→ 철학책을 말했지만

《김담-그늘 속을 걷다》(텍스트,2009) 8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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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0 0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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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0 0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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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의무적


 의무적 규정 → 의무 규정 / 꼭 지킬 규정 / 마땅히 지킬 규정

 의무적인 만남 → 의무 같은 만남 / 꼭 지킬 만남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 꼭 참석해야 / 반드시 함께해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 꼭 써야 / 반드시 써야


  ‘의무적(義務的)’은 “마음이 어떻든 상관없이 해야만 하는”을 뜻하고, ‘의무(義務)’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꼭 해야 하는”이나 “마땅히 해야 할”이나 “반드시 할”로 손질해서 쓰면 됩니다. ‘의무’라는 한자말을 꼭 써야 한다면 이 낱말을 쓰되 ‘-적’을 털면 되고요. 글흐름을 살펴 “누구나 지켜야 하는”이나 “억지로”나 “구태여”나 “짐스러운”으로 풀어내 볼 수 있습니다. 4348.11.19.나무.ㅅㄴㄹ



그의 자작시를 의무적으로 읽지 않으면

→ 그가 쓴 시를 억지로 읽지 않으면

→ 그가 쓴 시를 억지라로도 읽지 않으면

→ 그가 쓴 시를 울며 겨자먹기로 읽지 않으면

→ 그가 손수 쓴 시를 꼭 읽지 않으면

→ 그가 애써 쓴 시를 읽지 않으면

《김수영-퓨리턴의 초상》(민음사,1976) 218쪽


학교교육을 의무적인 것으로 만들 만큼

→ 학교교육을 의무로 삼을 만큼

→ 학교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할 만큼

→ 학교교육을 꼭 받게 할 만큼

→ 학교를 반드시 다니도록 할 만큼

→ 학교를 꼭 다니게 할 만큰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허울뿐인 세계화》(따님,2000) 101쪽


의무적인 시간이 끝난 뒤

→ 의무 같은 시간이 끝난 뒤

→ 짐 같은 시간이 끝난 뒤

→ 짐스러운 시간이 끝난 뒤

→ 억지스럽던 시간이 끝난 뒤

《린다 멀랠리 헌트/강나은 옮김-나무 위의 물고기》(책과콩나무,2015) 18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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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예전의


 예전의 모습은 낭만적이었다

→ 예전 모습은 아름다웠다

→ 예전 모습은 살갑고 좋았다

→ 예전에는 아름다웠다

→ 예전에는 살갑고 좋았다

 예전의 내 모습을 찾으려고

→ 예전 같은 내 모습을 찾으려고

→ 예전 내 모습을 찾으려고

 예전의 내가 아니야

→ 예전 같은 내가 아니야

→ 나는 예전이 아니야


  ‘예전’이라는 낱말 뒤에는 토씨 ‘-의’를 붙이지 않는 한국말입니다. 아니, 토씨 ‘-의’를 붙일 일이 없습니다. ‘지난날’이나 ‘앞날’도 이와 마찬가지이고, ‘예’로만 쓸 적에도 그렇습니다. “지난날 모습”이나 “앞날 모습”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지난날의 모습”이나 “앞날의 모습”으로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난날의 모습”이나 “앞날의 모습”처럼 토씨 ‘-의’를 붙이는 사람이 자꾸 늘어납니다. 알맞지 않은 말투가 알맞지 않은 줄 느끼지 않고, 올바르지 않게 글을 쓰면서 올바르지 않은 줄 깨닫지 않습니다.


  “예전의 꼬마가 아니야”라면 “예전 꼬마가 아니야”나 “예전 같은 꼬마가 아니야”로 손질합니다. “예전의 느낌 그대로”라면 “예전 느낌 그대로”나 “예전 같은 느낌 그대로”로 손질하고요. “예전의 명성”이라면 “예전 이름값”이나 “예전 같은 이름값”으로 손질해 줍니다. 4348.11.19.나무.ㅅㄴㄹ



예전의 산만한 아이

→ 예전처럼 방정맞은 아이

→ 예전같이 어수선한 아이

→ 예전에 보던 아이

《니콜라이 노소프/엄순천 옮김-내 친구 비차》(사계절,1993) 177쪽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 예전 모습이 사라졌다

→ 예전에 본 모습이 아니었다

→ 예전에 없던 모습이었다

→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아침이슬,2007) 97쪽


예전의 나는 대체로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예전에 나는 으레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 나는 예전에 늘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예전에는 줄곧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린다 멀랠리 헌트/강나은 옮김-나무 위의 물고기》(책과콩나무,2015) 28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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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변하다 變


 눈이 비로 변하다 → 눈이 비로 바뀌다 / 눈이 비가 되다

 왕자가 야수로 변했다 → 왕자가 야수로 바뀌었다 / 왕자가 야수가 되었다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 검은빛으로 바뀐다 / 검정으로 된다

 흐느낌으로 변했다 →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 흐느낌이 되었다

 웃음으로 변하며 → 웃음으로 바뀌며 / 웃음이 되며

 회색으로 변한 → 잿빛으로 바뀐 / 잿빛이 된

 거칠게 변하다 → 거칠게 바뀌었다 / 거칠게 되었다

 입맛이 변하다 → 입맛이 달라지다 / 입맛이 바뀌다

 안색은 노랗게 변했다 → 얼굴빛이 노랗게 되었다 / 얼굴이 노래졌다

 어떻게 변할지는 → 어떻게 바뀔지는 / 어떻게 달라질지는 / 어떻게 될지는

 예쁘게 변했다 → 예쁘게 달라졌다 / 예뻐졌다

 전쟁터같이 변하고 → 싸움터같이 바뀌고 / 싸움터같이 되고


  한국말사전에서 ‘變하다’를 찾아봅니다. 뜻풀이는 “무엇이 다른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성질로 달라지다”입니다. 뜻풀이에 나온 “다른 것이 되다”를 한 낱말로 옮기면 ‘달라지다’입니다. ‘달라지다­’와 거의 같은 뜻으로 ‘바뀌다’를 씁니다. 그러니까, 외마디 한자말 ‘變하다’는 한국말로는 ‘달라지다’나 ‘바뀌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4348.11.18.물.ㅅㄴㄹ



기분이 쉽게 변했다

→ 기분이 쉽게 바뀌었다

→ 마음이 쉽게 달라졌다

→ 마음이 쉽게 오락가락했다

《조지 오웰/권자인 옮김-하얀구름 외길》(행림각,1990) 31쪽


초기의 모습과 달리 변했다

→ 첫 모습과 다르게 되었다

→ 예전 모습과 달리 되었다

→ 처음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 첫 모습을 잃고 달라졌다

《하진희-샨티니케탄》(여름언덕,2004) 23쪽


공포의 세상으로 변한다

→ 공포스런 세상으로 바뀐다

→ 무시무시한 곳으로 된다

→ 두렵고 끔찍한 곳으로 된다

《이치석-전쟁과 학교》(삼인,2005) 61쪽


고등학생 때랑 변한 게 없어

→ 고등학생 때랑 바뀐 게 없어

→ 고등학생 때랑 달라진 게 없어

→ 고등학생 때랑 그대로야

→ 고등학생 때랑 똑같아

→ 고등학생 때랑 마찬가지야

《기선-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3》(서울문화사,2006) 47쪽


변치 않는 믿음만큼

→ 바뀌지 않는 믿음만큼

→ 흔들림 없는 믿음만큼

→ 한결같은 믿음만큼

→ 곧은 믿음만큼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양철북,2008) 155쪽


조금씩 조금씩 변해

→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 조금씩 조금씩 달라져서

《박은봉-한국사 편지 1》(책과함께어린이,2009) 11쪽


자라면 갈색으로 변하지

→ 자라면 흙빛으로 바뀌지

→ 자라면 밤빛으로 달라지지

→ 자라면 나뭇줄기 빛깔이 되지

《스콧 새비지 엮음/강경이 옮김-그들이 사는 마을》(느린걸음,2015) 30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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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당시의


 구한말 당시의 국제 정세

→ 구한말 무렵 국제 흐름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입원하여 치료 중이다

→ 사고 때 충격으로 입원하여 치료한다

→ 사고 날 때 충격으로 입원하여 치료한다

 그 당시의 사진들을 보면

→ 그무렵 사진들을 보면

→ 그때 찍은(찍힌) 사진들을 보면


  ‘당시(當時)’라는 한자말은 한국말로 ‘그때’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그 당시”처럼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틀립니다. 겹말이니까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그 당시”처럼 적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기 때문이요, 한국말을 다루는 학자도 한국말을 슬기롭게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로구나 싶습니다.


  한국말로 옳게 바르게 쓰자면 ‘그때’나 ‘그무렵’을 넣어야 합니다. 다만, 한국말로 쓰더라도 토씨 ‘-의’가 붙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당시의 논리”를 “그때의 논리”로 고치면, 반 토막만 고친 셈입니다. 옳지 않게 쓴 말마디를 가다듬을 적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알뜰히 살펴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그 당시를 회상하다

→ 그무렵을 떠올리다

→ 그때를 떠올리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 그무렵 대학생이었던

→ 그때 대학생이었던


  지난날과 오늘날을 곰곰이 되새깁니다. 그때와 이때를 가만히 헤아립니다. 그무렵과 이무렵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지난날에 잘못 쓴 말투라 하더라도 오늘날 알맞고 바르면서 즐겁게 쓸 수 있으면 됩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투라 하더라도 앞으로 알맞고 바르면서 즐겁게 쓸 수 있으면 돼요. 4348.11.18.물.ㅅㄴㄹ



쌀밥 역시 당시의 일반인들에겐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단다

→ 쌀밥도 그무렵 일반인들에겐 쉽게 먹을 수 있는 밥이 아니었단다

→ 쌀밥도 그무렵에는 여느 사람이 쉽게 먹을 수 없었단다

→ 쌀밥 또한 그무렵에는 여느 사람이 쉽게 못 먹었단다

《박은봉-한국사 편지 1》(책과함께어린이,2009) 150쪽


당시의 논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그무렵 논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그때 논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그무렵 외친 논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그즈음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지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지난날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김성환,이승준-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2014) 16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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