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코 5
쿄우 마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78



봄바람이 가볍게 분다

― 미카코 5

 쿄우 마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미우 펴냄, 2012.12.30.



  이웃집 할아버지가 쪽파를 열 꾸러미 건네주십니다. 열 꾸러미나 되는 쪽파를 한꺼번에 먹을 수 없으니, 울타리를 따라 한 줄로 옮겨심습니다. 우리 집도 이웃집도 모두 시골집이기에, 흙에서 캔 쪽파는 다시 흙을 파서 뿌리를 잘 덮어 주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흙에 뿌리를 심으면 줄기(잎)는 다시 올라옵니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내내 먹을 수 있어요. 쪽파는 뿌리만 살짝 다듬어서 써도 되지만, 알뿌리를 땅속에 그대로 두면서 언제까지나 기쁘게 새로운 잎을 얻을 수 있습니다.


  쪽파가 아닌 큰파도 뿌리를 땅에 심으면 꾸준하게 새 잎을 얻습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풀은 푸르게 다시 돋기 마련이라, 한 번 심으면 이 아이들은 오래도록 우리한테 고마운 밥이 되어 줍니다. 겨울을 앞두고 꽃이 피고 씨앗이 맺도록 지켜보면, 새로운 씨앗이 퍼지면서 이듬해에는 더 넉넉히 열매를 얻어요.


  들딸기도 이와 같습니다. 먹을 수 있을 만큼 훑어서 먹고, 나머지를 그대로 두면 해마다 덩굴을 뻗으면서 이듬해에는 더 넉넉히 열매를 베풀어요. 열매나무도 이와 같지요. 가지치기를 굳이 해야 하지 않습니다. 줄기가 튼튼하고 굵으면서 우람하게 자라도록 돌보면, 열매나무는 해마다 더욱 싱그럽고 맛난 열매를 나누어 줍니다.





- ‘심장이 뛰는 건 달려서 그런 게 아니다.’ (9쪽)

- ‘어제랑 똑같은 시간에 나와 어제랑 똑같이 천천히 걸었다.’ (13쪽)



  여덟 살 큰아이와 아침에 쑥을 뜯는데, 큰아이가 묻습니다. “아버지, 왜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뜯어?” “응, 한곳에서만 뜯으면 이 아이들이 더 못 자라잖아. 돌아가면서 조금씩 뜯으면 더 오래 더 많이 뜯을 수 있어.”


  많이 심기에 많이 거둔다지만, 많이 거둔다고 해서 모두 다 먹지 못합니다. 모두 다 먹지 못하면 이웃하고 나누거나 다시 흙한테 돌려줍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굳이 많이 심어야 하지 않습니다. 먹을 만큼 심되, 조금 넉넉히 심으면 됩니다. 즐겁게 누릴 만큼 심고, 즐겁게 돌보면서 봄과 여름을 지냅니다. 즐겁게 돌보아 가을에 거두면, 겨울에 다시금 즐겁게 추위를 나면서 고마운 밥을 누려요.





- ‘한 번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빨간 열매. 아직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다.’ (58쪽)

- ‘카토를 좋아하지만, 진짜 사랑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67쪽)

- ‘흘러가게 두는 거 그만할래. 이 빨간 구두는 어디에도 날 데려다주지 않으니, 나 스스로 걷기로 했다.’ (69쪽)



  쿄우 마치코 님 만화책 《미카코》(미우,2012) 다섯째 권을 읽습니다. 다섯째 권 끝자락을 보면 2013년에 여섯째 권을 곧 선보인다는 광고가 있습니다. 그러나, 2014년을 지나고 2015년이 되어도 《미카코》 여섯째 권은 한국말로 나올 낌새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곧 내놓겠노라 밝힌 여섯째 권이라도 나와야 할 텐데, 책에 나오는 광고는 그냥 광고로 끝날까요. 아니면, 여러 해 동안 겨울잠을 자던 책이 새봄에 새롭게 나올 수 있을까요.





- “이거, 나오 엄마가 드리래.” “그러고 보니, 둘 다 새엄마네.” (86쪽)

- “괜찮지 않을까? 이치무라 네 일이니까, 네 결정이 제일 옳아.” ‘미도리카와의 침묵은, 좋은 바람을 기다리는 시간 같다.’ (106쪽)



  봄바람이 가볍게 붑니다. 삼월 팔일 낮에는 우리 집 마당에서 나비를 처음으로 봅니다. 벌은 지난달부터 보았고, 나비는 어제부터 봅니다. 우리는 우리 집에서 나비를 어제부터 보았지만, 이 나비는 더 일찌감치 다른 곳에서 깨어났을 수 있어요. 아니면, 우리 집 풀숲이나 나무 한쪽에서 조용히 깨어났을 수 있습니다.


  이제 무당벌레를 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갓잎과 유채잎은 올해에 새로 깨어난 벌레가 갉아먹은 자국이 많습니다. 모과나무에 움이 터질 듯 말 듯 부풀고, 매화나무는 며칠 뒤면 꽃망울이 터질 듯합니다. 이웃집은 벌써 닥나무 꽃이 피었고, 이웃 여러 마을에서는 매화꽃이 가득 터지기도 했는데, 우리 집 나무는 조금 늦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나무가 꽃을 조금 늦게 피운다면, 다른 마을 나무보다 더 오래 피우는 셈입니다. 늦꽃이 오래 간다고 할까요. 그야말로 따사로운 볕과 바람이 아침저녁을 감돌 무렵에 우리 집 나무들이 기지개를 마치고 깨어난다고 할까요.





- ‘만약에 지금, 입시를 포기하겠다고 하면, 엄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114쪽)

- “어떤 집이 지어질까? 모른다는 건 제일 좋을 때라고 생각해. 뭐든 될 수 있다는 거니까.” (119쪽)

- “버렸다고? 어째서. 좋은 추억이었는데!” “또 그릴게. 천재소년이 아니라, 이번엔 천재가 되어 보일게.” (124쪽)



  만화책 《미카코》에 나오는 ‘이치무라 미카코’는 천천히 ‘제 길’을 걸으려 합니다. 이제껏 ‘제 마음’에 따라 걷지 않던 길이지만, 이제부터 제 길을 걸으려 합니다. 이냥저냥 휩쓸리듯이, ‘제 마음’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둘레에서 바라는 대로 떠돌며 다녔지만,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 마음이 아닌 ‘내 마음 바라보기’를 하려고 합니다.


  내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 길을 갑니다. 내 길을 갈 적에는 내 둘레에서 깜짝 놀랄 수 있어요. 그렇지만, 다 괜찮아요. 내가 말을 안 하고 지냈다고 해서 ‘네 생각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뜻이 아니었음’을 밝힌 셈이니, 내 둘레에서도 ‘내 생각’을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보면서 ‘내 마음대로 걷는 길’을 꾸밈없이 바라보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 둘레에서 내 길을 꾸밈없이 바라보아 주지 않는다면? 아마 이때에는 내 둘레에 있던 사람이 나를 떠나겠지요. 그러면, 이들더러 떠나라고 하면 됩니다. 나는 너를 굳이 붙잡아야 하지 않습니다. 나는 나를 바라보면서 내 삶으로 가야 합니다. 내가 네 삶을 뒤따라가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너는 네 삶으로 가야 하고, 나는 내 삶으로 가야 합니다. 사랑이 아닌 곳으로 따라간다고 해서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을 하려면 사랑인 곳으로 가야 합니다.


  ‘이치무라 미카코’는 시나브로 제 길을 찾아서 걷습니다만, 이 아이와 맞물리는 ‘미도리카와’라는 아이는 아직 제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합니다. 그러나 미도리카와라는 아이도 앞으로 제 길을 제대로 찾고 싶습니다. 《미카코》 여섯째 권에서는 이 이야기가 더욱 넓고 깊으면서 따사로이 흐를 테지요. 아무튼, 너무 늦지 않게 여섯째 권이 한국말로 나오기를 빕니다.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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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1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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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77



너는 부자라서 네 꿈을 이루니?

― 경계의 린네 15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1.25.



  우리 집 방바닥에 있던 장난감을 아이들더러 손수 치우도록 시킵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한숨을 쉬었지만, 내가 방바닥을 걸레로 훔치면서 어떤 것을 치워야 하는지 알려주니 더 군말을 하지 않고, 어느덧 ‘장난감 치우기’를 재미난 놀이로 삼습니다. 그래,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모두 놀이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갖고 놀다가 저것을 갖고 노느라 어느새 방바닥은 온갖 장난감이 가득한데, 이렇게 늘어놓은 장난감을 하나하나 만지면서 제자리로 갖다 놓는 몸짓도 멋진 놀이입니다.


  방바닥은 어느새 말끔합니다. 걸레질을 여러 차례 하니, 봄을 맞이한 우리 집이 한결 빛나는구나 싶습니다. 나는 걸레질을 마무리하고, 아이들은 ‘큰 장난감 통’을 하나 들고 마당으로 나가서 놀겠노라 합니다. 날이 폭하고 바람이 싱그러워서 마당에 천막을 펼쳤어요. 아이들은 마당에 펼친 천막에 들어가서 오순도순 놉니다.



- “정말로 아주 강력해. 그러고 보니 확실히, 학교의 공기가 아주 맑아졌고, 부유령도 하나 안 보여.” “즉 렌게가 나쁜 짓을 한 건 아니란 말이지?” “그래. 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만 빼면.” (14쪽)

- ‘어떻게 된 거지? 스트랩이 사기를 빨아들여서 영들을 끌어들일 줄 알았는데.’ “이건. 이방에 가득 차 있던 가난의 기운?” “뭐야?” “그렇구나. 그래서 영들이, 슬쩍 들여다보더니 질린 얼굴로 나가 버린 거야.” (41쪽)





  겨울이 끝나며 찾아오는 봄은 따스합니다. 새벽이나 밤에 부는 바람은 쌀쌀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주 보드라우면서 포근하구나 싶은 바람이 가득합니다. 봄이네, 봄이로구나, 봄이야, 하고 생각하다가, 이 봄은 어디에서 왔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하늘이 베푼 선물일까요? 바람이 내미는 선물일까요? 지구별과 해님이 나누어 주는 선물일까요?


  우리 집 큰아이가 ‘봄은 언제 와요?’ 하고 물을 적에 ‘네가 봄을 부르면 봄이 오지.’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요, 봄은 나 스스로 봄과 같은 마음이 되어 봄과 같은 노래를 부를 때에 옵니다. 봄은 내가 스스로 봄과 같은 숨결이 되어 봄과 같이 웃음을 지을 때에 옵니다.


  걸레질을 마친 뒤 기지개를 켭니다. 기지개를 켜고 주전부리를 그릇에 담습니다. 그릇에 담은 주전부리를 들고 아이들한테 갑니다. “천막 열어 주셔요.” “네.” “자, 받으셔요.” “고맙습니다.” 두 아이는 마당에 펼친 천막에서 오순도순 놀이꽃과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아니, 뭣보다 이 두 짠돌이가 돈으로 경쟁을 하다니! 속삭임 공주가 그렇게까지 할 만큼 명품이란 말인가?’ (52쪽)

- ‘바보지만 부잣집 딸인 아게하는, 언제나 반 아이들을 몰고 다녔다.’ … “렌게는 옛날부터 왠지 나를 바보 취급했지.” “왠지고 나발이고 들어 보면 몰라?” “들어 보니 그냥 네가 바보네.” “흥, 아니거든?” “아니야?” “렌게는 가난 때문에 성격이 꼬인 거야.” “아냐, 바보야.” “그보다 공부를 잘해서 사신 제일고 합격은 맡아놨던 렌게가, 이런 데서 뭘 하는 거니?” (71쪽)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빚은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5) 열다섯째 권을 읽습니다. 열여섯째 권도 잇달아 나옵니다. 아직 일본에서 나온 책을 따라잡지 못하지만, 이렇게 다음 권을 꾸준히 만날 수 있어 반갑습니다.


  《경계의 린네》 열다섯째 권에서는 ‘부잣집 딸’과 ‘가난뱅이네 딸’ 사이에서 맞물리는 실타래 이야기가 흐릅니다. 부잣집 딸은 다른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제 하고픈 일을 하고, 가난뱅이네 딸은 다른 걱정이 많은 채 제 하고픈 일을 못합니다.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픈 일을 못 할까 궁금합니다. 우리는 부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픈 일을 할까 궁금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꿈을 못 키우고, 부자인 사람은 꿈을 키우는지 궁금합니다.



- “정신이 들자 다시, 벤치에 앉아 있었어. 하지만, 어쩐지 주위가 온통 흐릿하고, 부원들도 모르는 사람뿐이었지. 나는 어떻게 된 걸까? 이긴 것도 꿈이었을까?” (127쪽)

- “좋아하는 사람을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고,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전해 주는 게 좋아.” “고마워. 용기가 생겼어.” (132쪽)





  부자인 사람은 돈으로 여러 가지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돈으로 여러 가지를 못 합니다. 부자인 사람은 돈으로 여러 놀이를 즐깁니다. 가난한 사람은 돈으로는 여러 놀이를 못 즐깁니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습니다. 부자인 사람은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도 즐길 만한 놀이를 누립니다. 부자인 사람은 돈이 없을 적에 즐길 만한 놀이를 모릅니다.


  소꿉놀이를 할 적에 돈이 들지 않습니다. 자리에 누워 꿈을 꿀 적에 돈이 나가지 않습니다. 공책에 글을 쓸 적에 돈이 들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달려 나들이를 다녀올 적에 돈이 들지 않습니다.


  돈이 있다면 더 멋진 사진기를 장만할 수 있을 텐데, 사진기가 고급이어야 ‘고급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돈이 없으면 좋은 종이나 붓을 장만하기 어려울 텐데, 낡은 종이나 붓이 있기에 그림을 못 그리지 않습니다.



- “돈을 벌다니, 사기신 일을 하러?” “당연하잖아! 정체를 숨기기 위해 동전지갑의 전재산 700엔마저 날렸는데!” “700엔이라는 거액과 바꿔서라도 정체를 숨기고 싶었단 말인가.” (146∼147쪽)

- “오늘 속여도 내일은 들킬지 몰라. 그래도 들키기 싫은 거냐?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네 순수한 마음을 봐서.” (165쪽)





  부자라서 꿈을 이루지 않습니다. 꿈을 생각하기에 꿈을 이룹니다. 가난하기에 꿈과 멀어지지 않습니다. 꿈을 생각하지 않으니 꿈과 멀어집니다. 《경계의 린네》에 나오는 아이들은 저마다 꿈을 키웁니다. 돈으로 짓는 꿈이 아니라 마음으로 짓는 꿈입니다. 어떤 물질이나 물건으로 키우는 꿈이 아니라, 즐겁게 어우러지려는 꿈입니다. ‘가난뱅이 린네’는 가난하니까 가난한 살림을 꾸리지만, 돈을 많이 모아서 동무들한테 기쁨을 베풀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동무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기쁨은 돈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줄 압니다. 린네 곁에서 함께 어울리는 동무들도 이런 생각은 같아요. 돈을 쓴대서 더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돈을 안 쓴대서 덜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따사로운 마음이 반갑고, 넉넉한 품이 그립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이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손길이 고맙습니다.



- “후후, 하나하나라면 그렇지. 하지만 아이템이란 짜맞추기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169쪽)

- ‘동전지갑의 내 전 재산, 예산 700엔으로 이 정도의 장치를. 로쿠도 린네, 없는 살림 꾸리는 솜씨가 대단한걸.’ (176쪽)



  아이들은 키가 자랍니다. 아이들은 몸이 자랍니다. 아이들은 생각이 자랍니다. 아이들은 꿈과 사랑이 자랍니다. 어른인 우리들도 모두 아이였습니다. 어른인 우리들도 모두 키와 몸과 사랑과 꿈과 사랑이 자랐습니다.


  우리가 누릴 삶은 기쁨입니다. 야무진 살림꾼이 되든 헤픈 부자가 되든, 구두쇠 소리를 듣든 자선사업가 소리를 듣든, 우리는 기쁜 웃음꽃을 지으려는 길로 나아갑니다. 봄볕이 내리쬐는 하늘을 바라보고, 봄바람이 부는 들을 바라보아요. 도시에서도 밤하늘을 살펴 별빛을 찾아요. 길바닥 쪼개진 틈에서 돋는 풀꽃을 살피고, 나무마다 새로 돋는 겨울눈을 들여다봐요. 내가 선 이곳에서 오늘 하루를 스스로 알차게 가꾸는 마음이 되어요. 4348.3.8.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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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좀 안 될까요 3
아소우 미코토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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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72



아기와 사랑에 얽힌 실타래

― 어떻게 좀 안 될까요 3

 아소우 미코토 글·그림

 최윤정 옮김

 시리얼 펴냄, 2011.3.25.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좀 안 될까요’라고 하는 말은 ‘안 될 만한 일’을 바랄 적에 합니다. 안 되니까 안 된다고 하는 일을 슬그머니 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런데, 더 생각해 보면 ‘안 될 일’이란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뉘우치면 되고, 올바르지 않다 싶은 일은 올바르게 되도록 바꾸면 됩니다. ‘법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삶에 맞게 가다듬거나 추슬러서 새롭게 고치면 되는 일입니다.



- ‘어둡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스스로 나아가 불을 밝히자.’ (13쪽)

- “아카보시는 입은 거칠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까. 동정도 하지 않고.” (18쪽)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달립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뒤로 달릴 수 있어요. 꼭 앞으로만 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나들이를 가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집에서도 얼마든지 나들이를 누릴 수 있습니다. 밥과 국을 따로 먹을 수 있고, 밥과 국을 섞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꼭 어떻게 해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즐겁게 누리면서 이루는 삶이면 됩니다.


  누워서 피리를 불 수 있습니다. 엎드려서 하모니카를 불 수 있습니다. 한손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습니다. 발가락으로 기타를 뜯을 수 있습니다. 손으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지만, 발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고, 입으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저마다 제 몸과 삶에 맞추어서 하나하나 누립니다.


  책을 빨리 읽을 수 있고, 노래를 오래도록 부를 수 있습니다. 밥을 여러 그릇 비울 수 있고, 밥술을 조금만 뜰 수 있어요. 틀에 박힌 삶은 없습니다. 틀에 맞추어야 하는 삶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할 대목은 언제나 오직 하나예요. 즐겁고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나는 삶인가 하는 대목을 생각하면 됩니다.




- “(개) 콜리가 일어섰다는 이유만으로 노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진다. 요컨대 그만큼 주인에게는 동물을 관리할 책임이 요구되는 겁니다.” (56쪽)

- “쇼지 군, 즐거워 보이는군.” “아,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자네가 소리내 웃는 게 신선해서 그래.” “그런가요?” (62쪽)

-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린단 말이야. 개를 보거나 소리만 들어도. 아무리 애를 써도 그 공포를 잊을 수가 없어. 게다가 내가 겁먹은 걸 아는지 유난히 개들이 꼬여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럼 저희 집 주소를 아셨던 건.” “부근에 개를 키우는 집은 전부 파악해 두고 있거든. 무서우니까.” “저야말로 부끄럽습니다. 개가 너무 좋은 나머지 ‘싫다’는 마음에 ‘무섭다’가 포함되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하고, 정말 죄송합니다.” (83쪽)



  아소우 미코토 님이 빚은 만화책 《어떻게 좀 안 될까요》(시리얼,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셋째 권을 보면, 아기와 얽힌 이야기가 꾸준히 흐릅니다. 아기를 낳는 사람과 아기를 돌보는 사람 이야기가 가만히 흐릅니다. 아기를 사랑하려는 사람과 아기한테서 등을 돌린 사람 이야기가 찬찬히 흐릅니다.


  아기는 왜 태어날까요? 사내와 가시내가 살을 섞었으니 아기가 태어날까요? 서로 사랑으로 만났기에 아기가 태어날까요? 사내와 가시내는 서로 살을 섞을 때에 사랑일까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살을 섞지 않고 서로 마주앉아 따스히 바라보기만 해도 기쁘지 않을까요? 살을 섞는 몸짓이 되어야 비로소 사랑이라고 여긴다면, 사랑이란 참말 무엇일까요?




- “정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병원에 가요. 당신 몸은 지금, 두 사람 몫이니까요.” (96∼97쪽)

- “이건 사카가미 씨에겐 별 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만일 재판 결과 인지된다면, ‘인지 재판 확정일’이 기재됩니다. 아이의 호적에.” “엑?” “언젠가 아이가 자신의 호적을 보고, 친부가 자신의 인지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자신이 친부가 원치 않은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겠죠.” (109∼110쪽)



  학교에서는 아이한테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나라나 사회나 정치도 사람들한테 사랑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사랑을 다루는 일은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허울을 씌운 연속극’은 있어도, 참사랑을 보여주는 연속극은 없다고 할 만합니다.


  학교에서는 입시교육만 합니다. 교과서도 대학입시와 얽힌 지식만 다룹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이루는 사랑을 들려주지 않습니다. 성교육은 하지만 사랑교육은 하지 않는 학교입니다. 학교와 동네와 사회뿐 아니라, 집에서도 어버이와 아이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아름다운 하루를 짓는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저마다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느끼지 못하니, 이러한 사회에서는 ‘허울뿐인 거짓사랑’만 넘칠는지 모릅니다. 온통 허울뿐인 사회요 학교이며 동네이니,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참모습하고는 동떨어진 삶으로 나아갈는지 모릅니다.




- “교육과 학대의 경계는 대체 어디일까요.” “사랑이요!” (148쪽)



  ‘교육’과 ‘학대’ 사이를 맺고 끊는 금은 ‘사랑’입니다. 가르침이 되려면 사랑이어야 하고, 배움이 되려면 사랑이어야 합니다. 사랑이 없이는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못합니다. 일과 놀이에서도 똑같아요. 사랑이 있을 때에 일이고 놀이입니다. 사랑이 없이 하는 일과 놀이라면 재미없기도 하지만 힘들고 괴롭습니다. 사랑이 없이 쓰는 글이나 읽는 책이라면, 이 또한 얼마나 고되면서 지겨울까요.


  밥 한 그릇을 사랑으로 짓습니다. 빨래 한 점을 사랑으로 합니다. 말 한 마디를 사랑으로 들려줍니다. 눈짓 한 번을 사랑으로 보냅니다. 모두 사랑입니다. 모두 사랑일 때에 비로소 울타리도 허물도 껍데기도 거짓도 없이 즐거운 삶입니다. 4348.3.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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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4
히구라시 키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76



함께 짓는 삶과 사랑이기에

―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4

 히구라시 키노코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15.2.28.



  아침이 되어 볕이 들면 땅이 녹습니다. 저녁이 되어 해가 지면 다시 땅이 얼어붙습니다. 겨울이 저물고 봄이 찾아오는 철에는 땅이 녹고 얼기를 되풀이합니다. 겨울은 고요히 잠들기 앞서 마지막으로 차가운 바람을 남기고, 봄은 기지개를 켜면서 살며시 노래를 합니다.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뜨린 들꽃은 벌을 부릅니다. 꿀벌은 어느새 깨어나 조그마한 들꽃마다 내려앉아 꽃가루를 모읍니다. 꿀벌이 꽃가루를 모으는 동안 조그마한 들꽃은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벌이 깨어났으니 나비도 곧 깨어날 테지요. 벌이 싱그러니 춤을 추니, 나비도 해맑게 춤을 출 테지요. 벌레도 짐승도 새도 사람도 잔뜩 웅크리는 겨울이라면, 모든 목숨이 기쁘게 깨어나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봄입니다.



- ‘리츠코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 (9쪽)

- “오랜만이다.” “응? 아, 아침부터 정식 먹는 거 말이지.” “아니, 둘이서 아침 먹는 거.” (23쪽)





  우리 집 뒤꼍에 서서 딱새와 마주합니다. 겨울이 처음 찾아든 지난해 끝자락에는, 이 딱새가 나를 보면 포로롱 날아갔습니다. 이 딱새는 우리 집 처마 밑에 있는 제비집에서 겨울을 나는데, 겨울나기를 하는 동안 내 모습이 많이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뒤꼍이나 마당에서 서로 눈이 마주쳐도 곧장 날아가지 않습니다. 내 옆으로 뿅뿅 걸어서 다가오기도 하고, 한참 서로 눈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딱새하고 눈이 마주치면 뒤꼍이나 마당에서 슬쩍슬쩍 춤을 추어 봅니다. 춤을 추어도 그대로 있는지 지켜봅니다. 춤을 추면, 딱새는 가만히 나뭇가지에 앉아서 나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바라볼는지 모르고, 사람이 추는 춤이 재미있어서 한참 지켜볼는지 모릅니다.


  이리하여, 엊그제부터는 딱새하고 눈이 마주치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릅니다.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데, 이때에도 딱새는 날아가지 않고 나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부르는 노래하고 딱새 저희가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다른가를 헤아리려는 듯하기도 하지만, 새가 사람한테서 노래를 듣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 ‘평소라면 이런 일로 싸우진 않을 텐데. 왜 이렇게 사소한 일로 틀어졌을까? 기분 좋게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새로운 마음으로.’ (41∼42쪽)

- ‘아무것도 못하겠어. 감기가 이렇게 괴로운 거였나.’ (59쪽)





  히구라시 키노코 님이 빚은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5) 넷째 권을 읽습니다. 이제 이 만화책은 넷째 권에 이르고, 넷째 권에 이르면서, ‘두 사람’은 마음이 제법 자랐습니다. 다만, 마음이 제법 자랐을 뿐, 아직 오롯이 자라거나 옹글게 바로서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아주 조그마한 일을 놓고 쳇쳇거리면서 토라지기도 하고, 서로 꽁꽁거리기도 합니다. 더 넓게 마음을 열어 ‘왜 토라지’고 ‘왜 서운한’지를 말로 털어놓지 못합니다. 앞으로 다섯째 권쯤 되면, 마음으로만 얼핏 헤아리려는 숨결을 넘어서, 말로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 “다른 사람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주장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해.” (143쪽)

- “빨리 결혼하면 좋을 텐데.” “결혼하면 좋아.” “그러게.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우린 우리잖아.” (157∼158쪽)





  한 사람이 곱게 자라면서 다른 한 사람도 곱게 자랍니다. 한 사람이 기쁨으로 크면서 다른 한 사람도 기쁨으로 큽니다. 함께 사는 두 사람은 서로 아끼려는 마음이 됩니다. 먹고 자기만 하던 두 사람은 ‘함께 사는 두 사람’으로 누리려는 하루를 어렴풋하면서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아침을 열면, 두 사람은 더욱 기운을 내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없이 아침을 맞이한다면 고단하거나 힘겹거나 지치는 일만 찾아오겠지요.


  이리하여, ‘두 사람’ 가운데 사내는 “우린 우리잖아” 하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껏 도무지 할 줄 모르던 말을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 남한테 휘둘리는 굴레가 아니고, 남을 따라서 휩쓸리는 얼거리가 아니라, 스스로 지어서 누리려 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뗍니다. 아기처럼 아장아장 첫발을 뗍니다. 사랑스러운 삶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떼요.



- ‘말이란 훨씬 헤아릴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진다. 어떤 말을 가르칠까. 어떤 말을 들려줄까. 그리고 나는 어떤 교사가 될 수 있을까.’ (201∼202쪽)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에 나오는 ‘두 사람’은 여태 ‘아장걸음’조차 못 떼며 살았습니다. 뭐랄까요, 아기가 갓 태어나서 마냥 누워서 지내거나 비로소 뒤집기를 하거나 처음으로 기거나, 힘을 내어 두 발로 서려고 하는, 이러한 몸짓으로만 지냈다면(셋째 권까지), 이제는 두 발로 선 몸으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다섯째 권에서는 어떤 새발을 뗄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이 두 사람은 어떤 사랑을 스스로 지어서 어떤 삶으로 꿈을 기쁘게 누릴 수 있을까요.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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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플레이소녀 1
요시즈키 쿠미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75



꿈을 품은 아이가 달린다

― 플레이 플레이 소녀 1

 요시즈키 쿠미치 그림

 하시모토 히로시·와타나베 켄사쿠 글

 서울문화사 펴냄, 2015.2.27.



  꿈을 품은 아이는 달립니다. 꿈을 품지 않은 아이는 달리지 않습니다. 꿈을 노래하는 아이는 달립니다. 꿈을 노래하지 않는 아이는 달리지 않습니다. 꿈이 있을 때에 달리고, 꿈이 없을 때에는 안 달립니다. 무엇보다, 꿈을 품으면 기쁘게 웃고 놀먄사 삶을 새롭게 짓습니다. 꿈을 안 품으면 기쁨이 없고 웃음이 없을 뿐 아니라, 삶을 새롭게 지을 생각조차 없습니다.


  꿈을 품기에 돈도 벌 수 있습니다. 꿈을 품지 않고 돈만 번다면, 돈은 나한테 오되 다른 모든 것은 나를 떠납니다. 꿈을 품으면서 돈을 번다면, 돈도 나한테 올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나한테 옵니다. 왜냐하면, 돈을 벌 생각을 하면 돈을 벌 뿐이고, 꿈을 이룰 생각을 하면 꿈을 이루는 길에서 돈도 벌기 때문입니다.



- ‘4월. 벚꽃이 져 버린 날. 나는 100권째의 벚꽃문고를 펼쳤다.’ (3쪽)

- ‘그런가? 나 같은 별 볼 일 없는 애랑은 역시 맺어지기 힘들까.’ (17쪽)





  생각이 삶을 짓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삶을 짓습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삶을 짓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언제나 삶을 안 짓습니다.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생각대로 삶을 지어요. 그래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내 생각을 이루는 길로 나아가려 합니다.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은 어느 길로 갈는지 모릅니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꿈도 없고, 꿈도 없으면 어떤 일이나 놀이를 누릴 때에 즐겁거나 기쁜지 알 수 없어요. 생각을 하면 꿈이 있기에, 이 꿈을 이루는 길을 스스로 찾기 마련이며, 내 길을 스스로 찾아서 걷는 동안 나한테 즐겁거나 기쁜 일과 놀이를 스스로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웃으면서 노는 모습을 바라보셔요. 장난감이 많아야 웃으면서 놀지 않아요. 동무가 많아야 재미있게 놀지 않아요. 과자나 사탕이나 초콜릿을 배터지게 먹어야 신나게 놀지 않아요.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스스로 놀이를 지으면 맨손으로도 웃으면서 놀지요. 홀가분한 마음을 가꾸면서 스스로 놀이를 찾으면 조약돌 하나로도 노래하면서 놀아요.


  생각이 꿈으로 되고, 꿈은 몸짓으로 드러나며, 몸짓은 일과 놀이로 흐르고, 일과 놀이는 어느새 삶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삶이 됩니다. 어떤 삶을 짓고 싶은가 하는 대목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즐겁게 나아갈 수 있으면 됩니다.



- “‘어떤 불후의 명곡보다도 마음에 와 닿는 외침이 있다. 인생을 뒤흔드는 말이 있다.’ 이 책에는 그렇게 적혀 있어요. 명곡이 영원히 사랑받듯이 대대로 이어져 온 응원단의 형태나 정신도 영혼의 절규를 표현하는 불멸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31쪽)

- “그나저나 대단하네. 버, 벚꽃문고는 단순한 로맨스소설인 줄 알았는데 명언의 보고였구나!” “맞아! 난 마음에 드는 구절은 거의 암기하고 있어.” (34쪽)






  하시모토 히로시 님과 와타나베 켄사쿠 님이 쓴 글에, 요시즈키 쿠미치 님이 그림을 그린 《플레이 플레이 소녀》(서울문화사,2015) 첫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여린 아이는 아직 꿈이 없습니다. 그러나 꿈을 가슴에 품고 싶습니다. 아직 꿈이 없으나 꿈을 품고 싶어서 생각을 합니다. 어떤 꿈을 품으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가지를 생각한 뒤, 아이 스스로 품은 꿈을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하고 두리번두리번 살피고 찾습니다. 스스로 생각한 길에 따라 꿈을 품고, 이 꿈과 생각에 따라 움직입니다. 스스로 지은 생각으로 가꾼 꿈을 이루려고 나아가는 길은 언제나 기쁘면서 재미있습니다. 몸이 고되더라도 아름답고, 아직 어렴풋하거나 잘 모르겠구나 싶은 것투성이라지만, 알 듯 모를 듯 솟는 기쁨이 반갑습니다.



- “못해도 해라. 무조건 해라.” (86쪽)

- “응원단이 응원단인 의미. 그 정도는 스스로 생각해 봐.” (89쪽)

- “단장, 넌 어쩔래? 달아나고 싶으면 달아나도 괜찮아.” (123쪽)

- “응원단은 모두 이렇게 혹독한 훈련을 받나요? 왜죠? 그냥 응원만 하면 되는데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 거죠?” “말했을 텐데. 그건 너희 스스로 생각하라고.” (124쪽)





  스스로 생각해야 압니다. 남이 알려준다고 해서 알지 않습니다. 스스로 찾아야 압니다. 남이 보여준다고 해서 알지 않습니다. 스스로 바라보아야 압니다. 남이 코앞에 내밀어야 알지 않습니다.


  노래하고 싶은 사람은 노래하면 됩니다. 춤추고 싶은 사람은 춤추면 됩니다. 남들과 섞여서 어떤 틀에 맞추어야 노래나 춤이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제 가락과 사위를 살펴서 노랫가락과 춤사위를 지으면 됩니다. 남 앞에서 그럴듯하게 보이는 가락이나 사위가 아닌, 내가 스스로 기뻐서 저절로 터뜨리는 노래나 춤으로 나아가면 돼요.


  남들이 읽는 책을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남들이 입는 옷을 입을 까닭이 없습니다. 남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할 까닭이 없습니다. 내가 읽을 책을 내가 찾아서 읽고, 내가 입을 옷을 내가 찾아서 입으며, 내가 할 일을 내가 찾아서 하면 됩니다.



- “무얼 해도 마음에 들지 않고, 무얼 보아도 시시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주위가 그렇게 보이는 것은 실은 내가 가장 시시한 놈이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130쪽)

- “마음속 어딘가에서 다른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책 속의 여주인공처럼 멋진 일을 할 수 없을까, 줄곧 갑갑해 했지! 최근 자주 드는 생각인데, 응원단은 참 신기해. 승부가 나는 것도 아니고, 기록을 두고 싸우는 것도 아니야. 그래서 명확한 목표도 세울 수 없고, 무언가를 달성했다는 증거도 없어. 그런 집단이 엉망이 되면서 이렇게 힘든 훈련을 받고 노력하면, 그래서 남을 응원한다면, 그 다음에는 도대체 뭐가 남을까?” (134∼135쪽)




  스스로 아름다우면, 내 둘레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스스로 시시하면, 내 둘레도 모두 시시합니다. 아주 마땅합니다. 내가 내 삶을 짓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아름답게 가꾸기에 내 말은 언제나 아름다우면서 내 하루는 늘 아름답습니다. 내가 나를 시시하게 팽개치기에 내 말은 늘 시시하면서 내 하루는 언제나 시시해요.


  그러니,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아름답고 싶은지 시시하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꿈을 지어서 이루고 싶은지, 남이 시키는 일만 그대로 따르면서 재미없게 살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 기운을 써서 내 몸으로 마시는 바람 한 줄기인 줄 느껴야 합니다. 내 기운을 써서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잠드는 몸인 줄 알아야 합니다. 개운해도 내가 개운하고, 졸려도 내가 졸립니다. 맛있어도 내가 맛있으며, 맛없어도 내가 맛없어요. 나를 차분히 바라보면서 내가 나를 배워야 합니다. 나를 가만히 돌아보면서 내가 나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하면, 다 됩니다. 4348.2.2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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