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투게더 6 - 완결
가와쿠보 카오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 책이름 : 해피투게더 (1∼6)
- 글ㆍ그림 : 가와쿠보 카오리
- 옮긴이 : 설은미
- 펴낸곳 : 학산문화사(2005)
- 책값 : 한 권에 3500원씩


 살아가며 나이를 생각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달리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책방 나들이를 하며 책 하나 고를 때에도, 다른 이 일손을 거들며 땀을 흘릴 때에도, 밥을 할 때에도, 설거지를 하고 걸레를 빨아 방을 훔칠 때에도.

 나이 스물에도, 스물다섯에도, 서른에도 높다란 언덕길을 낑낑대면서 신나게 자전거로 넘었습니다. 어느덧 서른셋이 된 이 나이에도, 자전거로 언덕길 넘기는 늘 즐깁니다. 앞으로 마흔이 되고 쉰이 되어도 지금처럼 살겠지요. 힘은 떨어질지 몰라도. 이마에서 땀이 방울져 뚝뚝 떨어져도.


.. “얼마 남지 않았어. 시합에서 이기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절실히 느끼게 돼. 지금까지 계속 지면서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어. 그때마다 내 형편없는 실력과 연습부족에 좌절하면서 그 이상으로 미련이 남는 게 있었어. 만약에 이겼으면, 모두와 또 같이 시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니까, 지금까지 못한 것을 채우자. 반드시, 반드시 이기자.” ..  〈6권 136∼138쪽〉


 배구부 동아리 활동을 하며 고등학생 1∼2년을 함께 보내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 《해피투게더》를 봅니다. 거친 몸싸움이 없고 오로지 자기 재주와 훈련으로만 부딪혀서 이기고 짐을 겨루는 경기인 배구. 어느 쪽이든 반칙을 할 수 없고, 반칙이 나올 수 없는 경기인 배구. 축구나 농구처럼 ‘심판이 안 보이는 자리에서 슬그머니 옷을 잡거나 다리를 걸거나 팔꿈치로 찍는’ 못된 짓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배구. 그만큼 자기다스림과 자기가꿈으로 몸을 만들고 솜씨를 쌓아야 하는 경기인 배구. 배구를 즐기면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튼튼해집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펄쩍펄쩍 뛰면서 온갖 생각을 잊을 수 있습니다. 한편, 고요히 자기를 돌아보며 마음을 다독이기도 합니다. 잠깐도 눈을 뗄 수 없이 경기에 빠져들어야 하지만, 숨가쁘게 돌아가는 가운데 내가 어디에 어떻게 서 있나를 돌아보게 된달까요.

 만화 《해피투게더》에 나오는 여섯 아이는, 저마다 다 다른 집안에서, 저마다 다 다른 생각으로, 저마다 다 다른 꿈을 안고 살아가다가 만납니다. 딱히 ‘배구’에서 만나야 할 까닭은 없었지만, 한삶을 바칠 만한 대상으로 삼은 아이가 있고, 뜻하지 않은 때에 짜릿함을 느끼며 자기 마음 더 깊은 데를 찾아보고 싶은 아이가 있으며, 세상 편견에 맞서고 싶은 아이가 있습니다. 겉멋에 홀려 찾아드는 아이가 있고, 우리 삶 깊은 자리를 파헤치는 가운데 찾아드는 아이가 있고, 동무 따라 강남 가듯 흘러드는 아이가 있습니다. 따로따로 노는 이 아이들은 어떻게 배구에서 ‘모이’고, 어떻게 자기 삶에서 ‘저마다 흩어져’ 살아가게 될까요.


― “우리도 할 수 있어.” 〈5권 36쪽〉
― “레이코, 처음으로 슬라이딩하면서 공을 잡았구나. 아주 잘했어.” 〈5권 50쪽〉
― ‘너는 이 도시를 좋아하고, 줄곧 이곳에서 살아가겠지. 나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 모르지만, 조금은, 마지막으로 조금은 봤는지도 몰라. 이 도시의 빛깔을.’ 〈5권 99쪽〉


 만화를 보는 내내 ‘일본도 우리하고 크게 다를 바 없구나. 학교를 다니는 이 아이들한테 길잡이가 되거나 길동무가 되는 교사는 찾아보기 힘들구나. 아예 없지는 않지만.’ 하고 느낍니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한테 말벗이 되고 스승이 되고 제자도 되었다가 도움이가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받치는 기둥, 밑바탕이라고 할까요. 다른 동무한테 힘을 내라며 건네는 한 마디는, 다름아닌 자기한테 힘을 내라는 울림입니다. 자기 속으로 되뇌이며 마음을 다잡는 굳센 믿음은, 다름아닌 다른 동무들이 모두 자기 자리에서 더욱 자기를 믿고 힘내라는 응원이기도 합니다. 자기 길을 찾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스스로이지만, 그 길에는 자기만 홀로 떨어져 있지 않고 옆이나 뒤에 동무들이 있으며, 다른 동무들도 마찬가지로 자기 길을 꿋꿋하게 걸어야 하지만 그 길 옆이나 뒤에도 언제나 다른 동무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 “그러면 안 되나요? 저처럼 요령이 없고, 아무 재주도 없는 애가, 설령 착각일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선생님 보시기에는, 제가 언제까지나 형편없는 인간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걸 만회하기 위해 제 진로를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  〈6권 87∼88쪽〉


 만화에 나오는 아이들이 그저 만화 주인공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멀거니 구경하듯 바라보는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 하나마다 제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제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며, 제 앞길을 내다보게 합니다. ‘너 지금 얼마나 즐겁니?’ 하고 자꾸자꾸 말을 겁니다. ‘너한테 소중한 일은, 사람은, 사랑은, 놀이는, 세상은 무엇이니?’ 하고 끊임없이 묻습니다. 저는 요사이 사랑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데, 사랑은 언제나 제 곁에 있었으며 앞으로도 곁에 있겠구나 싶습니다. 언제나 곁에 있었지만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을 뿐이며, 좀더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없다고, 잃었다고 생각했구나 싶습니다.

 ..

 다만, 이 만화책을 보는 내내 한 가지 아쉬웠습니다. 영어로 지은 책이름 《해피투게더》를 보고는 정나미가 떨어졌거든요. 니노미야 토모코라는 사람이 그린 《GREEN》이라는 만화책을 볼 때에도 그랬습니다. 책이름을 왜 이렇게 지을까요. 이렇게밖에는 못 지을까요. 《GREEN》은 도시에서만 살던 아가씨가 농사짓는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시골 총각한테 시집가서 살아가는 줄거리로 된 만화책입니다. 만화는 퍽 짜임새있고 재미도 있지만, 책이름 ‘그린’만 보아서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해피투게더’도 마찬가지. 일본사람들이 영어 쓰기를 좋아한다지만, 우리 말로 옮기면서 책이름을 우리 삶과 문화에 걸맞게 풀어내 주면 한결 나았지 싶은데. “함께 웃는다”나 “다 함께 즐겁게”나 “함께 있어서 좋아”처럼. (4340.2.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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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2 강풀 순정만화 5
강풀 지음 / 문학세계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 순정만화(1ㆍ2) - 강풀  2006.10.31 10:13

- 책이름 : 순정만화(1ㆍ2)
- 글/그림 : 강풀
- 펴낸곳 : 문학세계사(2004.2.∼2004.5.)
- 책값 : 한 권에 12000원씩


 인터넷만화를 그리는 이 가운데 나라안에서 가장 이름이 높다는 강풀(강도영) 님. 손이 아닌 셈틀로 그리는 만화를 썩 내켜하지 않기에 이분 만화는 몇 번 지나가며 보기는 했지만 그다지 달갑지 않았습니다. 다른 인터넷만화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손쉽게 그리려 한다는 생각도 들고, 기계로 꾸민 빛깔이 제 눈에는 아주 따갑고 낯설고 사람냄새가 느껴지지 않기도 합니다. 온갖 빛깔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셈틀입니다. 하지만 온갖 빛깔을 다 나타낼 수 있으면 뭐하나요. 사람냄새, 풀냄새, 꽃냄새, 흙냄새가 없는걸요. 이렇게 따지면 요즘 물감도 자연에서 얻기보다는 화학물질을 뒤섞어 만드니 마찬가지라 하겠습니다. 그나마 질감이라도 있기는 하지만.

 한편, 너무 손쉽게 그린다는 느낌이 드는 인터넷만화는 ‘누구나 배워서 그릴 수도 있’다는 좋은 대목이 있어요. 뭐, ‘누구나 배워 쉽게 그린다’고 해도 아무나 대충 그릴 수 있는 그림이나 만화가 아닙니다. 그만큼 애쓰고 갈고닦아야 합니다. 다만 손그림 만화보다 품이 적게 들고, 어차피 인터넷으로 그림을 보여주는 세상이라면 손그림을 긁어서 인터넷에 띄우나, 처음부터 셈틀로 그려서 띄우나 마찬가지일 테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셈틀로 그리는 편이 보기에도 더 낫다고 할 수 있어요. 손그림 만화는 종이에 찍어서 맨눈으로 보아야 제맛이고, 셈틀그림 만화는 인터넷으로 보아야 제맛이니까요. 강풀 님 《순정만화》도 어느 만큼은 ‘종이보다 인터넷 화면’이 더 보기에 낫습니다.

 강풀 님이 그리는 만화는 널리 사랑받고 좋은 소리도 많이 듣습니다. 언제나 세상살이에 가까이 다가서면서 우리들한테 ‘어떤 생각이나 이야기’를 억지로 집어넣으려 하지 않아요. 자기가 겪고 느끼고 본 그대로 꾸밈없이 드러내 보일 뿐입니다. 머리로 꾸미거나 지은 생각이 아니라, 몸으로 부대낀 이야기를 자기 입이나 동무들 입을 거쳐서 들려줍니다. 그러니 이분 만화에는 숨결이 남아 있습니다. 싱싱합니다. 파릇파릇한 기운이 있습니다. 잠깐 보고 지나가면 그만인 다른 인터넷만화와는 달리, 오래도록 눈길을 붙잡는 힘, 기운, 느낌이 서려 있어요.

 낯선 사람을 만나며 차근차근 인연을 쌓다가 자기 삶이 차츰 바뀌고, 어느 결엔가 서로를 생각하고 바라는 마음이 사랑으로 탄탄하게 자리잡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순정만화》입니다. 사내 셋, 계집도 셋, 이들을 둘러싼 크고작은 인연이 하나씩 엉키기도 하고 이어지기도 하면서 사랑이든 만남이든 헤어짐이든 미움이든 멀리 있지도 않으나 바로 옆에 있기만 하지도 않음을 가만히 느끼도록 합니다.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없으면 보지 못하고, 멀리 있어도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보이는 사람 사귐을 생각하도록 합니다.

 책을 덮고 생각해 보면, 참 흔한 이야기입니다. 뻔한 줄거리입니다. 책이름 그대로 ‘서로서로 좋게좋게 끝내는’ ‘순정만화’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뻔하고 흔한 이야기를 잘 그리네요. 뭐랄까, 홀가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눈에 힘을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림 그린 이부터 어깨에 힘을 빼고 그렸으니, 그림 보는 우리들도 눈에 힘을 빼고 즐길 수 있습니다. 모두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요 놀이라 하겠으나 ‘어떻게 먹고살까’를 생각하지 않고 바삐 돌아가는 우리들한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우리는 또 우리대로’ 어떠한 길을 스스로 찾아가면 좋을까를 넌지시 느끼게 해 줍니다.

 문득, 만화쟁이 강풀 님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누구나 다 아는 대로’ 꾸밈없이 그릴 줄 아는 사람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다른 만화쟁이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그리면서 누구나 다 모르는 줄’ 잘못 생각하는구나 싶고, ‘누구나 다 모를 만한 이야기를 억지로 찾으려’ 바둥거리고 있으니, 마음을 적시고 즐거운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는 작품을 남기지 못하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만화대사로 쓰는 말을 좀더 다듬고 걸러낼 수 있으면 훨씬 좋은 작품으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책값을 지나치게 비싸게 붙였고, 책도 지나치게 겉멋들여서 꾸몄습니다. 그린이와 줄거리하고는 하나도 안 어울리는 부풀린 꾸밈새 때문에, 지난 이태 동안 이 책을 거들떠보지 않다가 이제서야 찾아서 보았습니다. (4339.10.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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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클리닉 8 - 완결
카루베 준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 책이름 : 푸른 하늘 클리닉 (8)
- 그린이 : 카루베 준코
- 옮긴이 : 최미애
- 펴낸곳 : 학산문화사(2006.2.25)
- 책값 : 3500원


 저는 의사를 믿지 않습니다. 저처럼까지는 아니나 의사를 못 믿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의사는, ‘아픈 사람 몸을 돌보거나 따뜻하게 보듬는’ 일보다는 ‘높다란 사회계층을 차지하면서 돈-이름-힘을 긁어모으는’ 쪽이라고 보아야 옳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처럼 병원 나들이를 합니다. 병원을 굳게 믿고 다니는 분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처럼 의사라는 일이 돈-이름-힘에 가깝다면, 또 의사들 스스로 이런 얼개를 무너뜨리며 보통사람과 자기들 사이에 놓인 높다란 벽을 허물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어찌 될까요?


 [151쪽] 환자와의 만남은, 보통 사람을 의사에 가깝도록 만들어 주는구나.
 [145쪽] 설비가 없는 쪽이 실력이 느는 경우도 있어.
 [139쪽] 자연이. 이 섬이. 바꿔 줬어.
 [87쪽]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다. 다만 눈앞에 있는 생명을 위해서. 그것만을 위해서.
 [57쪽] 간호사도 할 수 있어.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것. 고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
 [32쪽] 사람은 가끔 기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남겨진 자에게 희망을 준다. 진실한 웃음을 준다.


 한국처럼 사회봉사에 힘쓰는 의사가 적은 나라도 없다고 합니다. 제3세계나 어려운 나라에 의료봉사를 나가는 의사도 대단히 적지만(아예 없지는 않으니 다행일까요? 하긴 의사가 되기까지 쏟아부은 돈을 거둬들이자면 사회봉사할 틈이 어디 있겠어요. 나중에 그럭저럭 돈이 모인 뒤에는 놀러다니느라 바쁠 테고요), 나라안 구석구석 의료 혜택을 조금도 못 받는 곳으로 기꺼이 나아가는 의사도 참 적습니다. 교사들이 시골 외진 학교로 가기를 꺼리는 것처럼, 의사들도 섬마을 진료소나 시골 보건소로 일하러 가기를 꺼립니다. 하지만 교사나 의사뿐일까요? 버스기사는, 게임방은, 구멍가게는, 이발소는, 옷가게는 어떻지요? 모두들 도시로, 좀더 큰 마을로, 시내 중심지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지요? 의사만 탓할 일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푸른 하늘 클리닉》이라는 만화 8권이 나왔습니다. 이 만화는 8권이 끝입니다. 줄거리를 잠깐 간추리겠습니다. 도쿄라는 큰도시를 떠나 훗카이도에서도 안쪽으로 더 들어가는 외진 섬마을에 보건소 의사로 가게 된 ‘유우’라는 젊은 여의사가 있습니다. 환자들이 앓고 있는 병은 척척 알아맞추면서 기계처럼 빈틈없이 약을 쓰던 사람인데, 자기가 왜 의사로 일하는지를 찾아보려고 어느 날 도시에서 아주 외진 섬마을 보건소로 스스로 나서서 갑니다. 이 만화는 젊은 여의사 유우가 보고 듣고 겪고 만나고 부대끼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다른 꾸밈이나 겉치레를 들씌우지 않고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아픔, 슬픔, 기쁨, 즐거움, 부딪침, 싸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구석구석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만화를 그린다고 할까요? 그림결은 오롯한 순정만화라서,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다 비슷한 모습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이 순정만화는 여느 순정만화와는 좀 다릅니다. 이이 그림은 그렇게까지 ‘예쁘다’ 할 만한 주인공을 그리지 않거든요. 파란 하늘, 파란 바다에 둘러싸인 파랗게 보이는 조그마한 섬마을 진료소를 둘러싼 사람들과 삶터와 자연이 있는 그대로 나타납니다. 의사인 유우도, 만화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도 어떤 실마리를 붙잡거나 마무리를 짓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저마다 자기가 ‘살아가는 뜻’을 어렴풋하게 느끼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하지만 소중히 여기면서 놓지 않으려고 해요.

 8권을 덮으면서 ‘여기서 끝나다니 참 아쉽구나’ 하는 생각이 짙게 듭니다. 그래도, 이이가 그렸던 다른 만화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는 10권에서 번역이 끝나 버려서 그 뒤로 어찌 되었는가를 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참 얄궂어요. 아무리 이야기가 훌륭하고 줄거리가 살뜰해도 ‘많이 팔리지 않으면’ 제대로 번역을 하지 않는 이 나라 만화산업이거든요. 만화가 문화가 아니라 ‘산업’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7권이 나오고 한참 동안 8권이 안 나와서 ‘이 만화도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한숨을 쉬던 때에 드디어 만난 《푸른 하늘 클리닉》은 새삼스레 반갑고 고맙습니다. (4339.2.2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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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화책 VOL.1
새미 하캄 외 지음 / 새만화책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새만화책 1호
- 펴낸곳 : 새만화책(2006.1.20.)
- 책값 : 10000원

 만화를 산업으로 여겨 돈을 벌 수 있는 일거리나 장치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책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춤이든 노래이든 돈벌이로 삼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는 돈벌이에 앞서 문화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는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과 살고 있는 지금과 살아갈 앞날을 담아내는 문화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화로 돈을 벌 수도 있고 돈을 벌어도 좋지만, `우리 삶을 담는' 문화임을 잊어서는 안 되고, 돈에 앞서 누구나 즐겁게 누리고 맛보는 문화임을 내던져서는 안 돼요.

 나라에서 만화를 문화산업이라면서 뒷배합니다. 만화를 가르치는 학교도 열고 여러모로 돕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뒷배하거나 돕는 만화란 `나라 안팎에 팔아먹을 수 있는 작품'에 그칩니다. 작품을 그리는 이 스스로 자기 세계를 가꾸고 넓히면서 보듬지 못하고, 작품을 즐길 이 나름대로 다 다르면서 고유한 세상을 맛보는 쪽으로 나아가지 못해요.

 만화를 그리도록 돈이나 물질로 돕는 일은 좋지만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 마음과 삶을 가꾸는 데에는 눈길을 못 두기 때문일까요? 생각해 보면, 이 나라에서는 대학교에 들어간 뒤 회사원이 될 사람을 키우는 제도권 교육만 있지, 대학교에 안 가고 사회살이를 하는 사람을 가꾸는 교육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만 마치는 아이들이 저마다 다 다른 일감을 찾아 즐겁게 자기 삶을 가꾸도록 이끄는 교육이 없고, 자기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웃 세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을 가꾸도록 돕는 교육도 없습니다. 이런 판에 그려지는 만화란 어떤 만화일까요? 판에 박히지 않고 틀에 박히지 않으며 뻔하디뻔한 짜임새를 넘고 물이 흐르듯 출렁출렁 자유로운 이야기를 도란도란 건네는 만화가 나올는지요?

 《새만화책》은 판에 박은 듯, 틀에 박힌 듯, 뻔하디뻔할 짜임새를 딛고 서서, 이 땅에서 새로운 만화 문화를 고유하게 가꾸고픈 마음으로 묶어내는 만화 잡지입니다. 이제 겨우 첫발을 디딥니다. 얼마나 오래 `버틸'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도 좋습니다. `새' 만화, `자유로운' 만화, 그리는 이와 보는 이 모두 즐거울 수 있는 만화, 우리 삶과 세상 이야기를 수수하고 털털하게 담아내는 만화를 딱 한 번, 어느 한 권에 담을 수만 있더라도 빛을 본 셈이요 뜻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화책을 보면서 느끼는 문제는, 이렇게 `다르면서 새로운' 만화밭을 가꾸려는 말만 넘치고 몸소 나서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첫 호를 낸 《새만화책》은 첫 호만으로도 반갑고, 앞으로 2호 3호 4호가 나온다면 그때마다 새로운 틀과 짜임새로 반갑겠구나 싶습니다. (4339.2.11.흙.ㅎㄲㅅㄱ)


- 1권에 만화와 이야기 실은 사람 : 새미 하캄, 앙꼬, 권용득, 고영일, 이경석, 김수박, 조지은, 김한민, 김은성, 뤼도빅 드뵈름, 아사카와 미쓰히로, 다쓰미 요시히로, 하나와 가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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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이름 : 페르세폴리스 1
- 글, 그림 : 마르잔 사트라피
- 옮긴이 : 김대중
- 펴낸곳 새만화책(2005.10.5.)
- 책값 : 10000원

.. 한 해 전인 1979년에 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혁명은 나중에 ‘이슬람 혁명’이라고 불리었다. 1980년이 되었고, 그해부터 베일을 써야 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 우리들은 정말 베일이 쓰기 싫었다. 그걸 써야 할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  〈9쪽〉

 혁명이 일어나서 스무 해 넘게 나라를 억누른 독재자를 내쫓은 ‘이란’. 하지만 그 독재자 뒤에 찾아온 것은 민주와 평화가 아닙니다. 갈라짐과 나눠짐입니다. 이리하여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조차 자기 삶이 쭉쭉 찢어지고 고달파집니다. 독재를 이어간 사람은 그 사람대로 자기 권력을 움켜쥐면서 사람들을 쥐어짰는데, 다른 기득권을 쥔 이, 이를테면 종교지도자나 파벌을 지닌 이들은 누구나 평화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보다는 자기들이 ‘독재자가 물러난 자리’를 잡길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난 1960년 4월 혁명 뒤 독재자한테 정권을 넘겨받은 야당 정치꾼들이 백성들 삶이 아닌 자기 기득권을 바라며 다른 방법으로 우리들을 옥죄고 억눌렀듯, 이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리하여 독재자를 쫓아낸 이란에서도 ‘자유와 평화와 평등’을 지키려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는 사람이 생기고, 암살되는 사람이 나옵니다. 더구나 이웃한 이라크와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란에 묻힌 석유라는 자원을 노리는 유럽나라들한테도 시달림을 받습니다.

 《페르세폴리스》는 지난 1970년대부터 ‘이란’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이란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갈리고 나뉘어진 채, 사람들이 나라밖으로 떠나는지, 또 남은 사람들은 도무지 살길을 어떻게 찾아야 했는지를 차분하게 들려줍니다. 따지고 보면, 이 나라 대한민국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를 거의 모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대학교를 나왔건 대학원을 나왔건 우리 현대역사나 근대역사를 조곤조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어렴풋한 지식쪼가리, 골든벨 문제풀이에나 나가서 50가지 문제를 다 풀 만한 외우기지식이나 있을 뿐입니다. 이런 형편에서 `우리 나라 역사와 사회'도 아닌 `이란 역사와 사회'를 살피고 함께 느끼고 부대끼는 만화책을 보자고 한다는 소리는… 어찌 생각하니 미친놈 짓거리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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